# 47화.
강철의 심장(1)
6일의 시간 동안 크론은 총 2마리에 달하는 미스터리 몬스터를 길들이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인 몬스터들보다 직업을 1개 더 가질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혜택과 더불어서 몬스터면서 유일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존재.
그것이 미스터리 몬스터이기에 크론은 길들이기가 성공할 때마다 크게 만족스러워했다.
우선 첫 번째로 길들인 녀석은 마치 눈송이마냥 흰 털을 털복숭이 같이 말고있는 토끼발의 화신 히루였다.
데오르의 정보들 중에서 가장 레벨이 낮은 22레벨인 녀석은 크론보다도 레벨이 낮은 녀석이다보니 처음에는 우습게 봤었다.
녀석의 말도안되는 판정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크론도 나름 운 쪽으로는 높은 행운 스텟의 보정 효과를 받는다고 생각했었는데 히루는 그보다도 더 한 녀석이었다.
'토끼발의 축복'이라는 스킬로 인해서 녀석의 공격은 무조건 치명타로 발동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받는 피해도 면역시키는 말도 안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100%면역은 아니기에 가끔씩 공격이 박히기는 했지만 그 마저도 복실복실한 털로 인해 상당량의 피해를 흡수해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확실히 레벨이 낮다보니 공격이 치명타로 터지더라도 생명력이 크게 감소하는 일은 없었다.
또한 녀석의 전투 방식은 데오르의 정보대로 몸을 말아서 달려드는 형태였다.
치명타 공격과 피해 면역의 효과로 인해서 녀석은 가릴 것 없이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까다로웠지만 좀으로 녀석을 붙들었다.
녀석이 무서운 점은 피해를 면역시키는 특성과 치명적인 일격이겠지만 숫 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크론에게는 오히려 쉬운 상대였다.
2페이즈로 넘어가면서 다량의 토끼를 소환해서 시간을 끌게 한 뒤 도주하려고 했지만 크론이 던진 시초의 망치에 뚝배기를 얻어맞고는 빈사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 다음 부터는 쉬웠다.
크론의 길들이기+타임 리프의 활용끝에 녀석을 굴복시키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히루를 길들이는데 성공한 크론은 녀석에게 쵸우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녀석의 공격방식이 자신이 한 때 즐겨보던 닌자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의 공격 방식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또한 쵸우지를 길들이면서 계승된 유일 스킬은 '토끼발의 가호'라는 스킬이다.
치명타와 피해 면역의 효과를 주는 토끼발의 축복도 탐났지만 토끼발의 가호도 크론에게 결코 나쁜 스킬은 아니다.
패시브성 유일 스킬로서 사용자의 행운 스텟 수치만큼 공격력과 방어력을 일정량 상승시켜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 행운 스텟이 그리 높지 않은 편에 속하는 보통의 유저라면 별 볼일 없는 스킬이겠지만 크론으로서는 앞으로의 전투에 굉장한 이점을 가져와 줄 것이다.
"큐우- 큐-"
[쵸우지가 당신에게 호기심을 가집니다.]
처음 길들였을 때부터 틱틱거리던 하리보와는 다르게 쵸우지는 크론에게 굉장히 우호적이였다.
당연할 수도 있는 것이 쵸우지는 행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스터리 몬스터였다.
크론은 행운의 정령왕과 요정왕이 친구가 되는 것을 요청할 정도였었으니 쵸우지가 관심을 가지는 것도 납득이 되었다.
다만 문제라면 시도 때도없이 엉겨붙는 점이랄까?
그래도 쵸우지의 털뭉치는 상당히 보드라웠기에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두 번째 미스터리 몬스터는 30레벨을 자랑하는 녀석으로서 존재하며, 존재하지 않는 자, 막이라는 기기괴괴한 녀석이다.
녀석의 종족은 상자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미믹이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스터리의 특성으로 인해서 보통의 미믹과는 차이가 컸다.
우선 녀석은 잠복계의 이단아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몸을 숨기는 것에 능했다.
카멜레온이나 문어처럼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몸의 색깔을 바꾸기 때문에 자세하게 집중하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다.
게다가 녀석은 블링크 스킬의 숙련도가 상당한 것인지 쉴새없이 위치를 이동했다.
실로 경이로운 은신술에다가 공간 이동의 능력을 갖춘 골때리는 녀석이였기에 제대로된 공격을 퍼부을 수가 없었다.
발견했다치면 블링크해서 숨어버리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녀석의 존재는 쵸우지와는 상극이였다.
민감한 감각을 갖추고 있는 토끼라는 종족 특성 덕분에 막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은신술과 이동기의 발달로 인한 것인지 막은 제대로된 공격을 취하지 않았다.
그 부분이 조금 특이하기는 했다.
몬스터면서 공격 기능이 전혀 없는 몬스터라니······.
여하튼 그러한 습성 덕분에 막을 제압하는 것은 손쉬웠다.
녀석은 일정 범위 이상으로는 나가려하지 않았고, 설사 이동해서 숨어있다고 해도 쵸우지의 감각 덕분에 금새 찾아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이후부터는 파죽지세였다.
빈사 상태에 빠진 녀석에게 타임 리프의 콤보를 적용시킨 길들이기를 사용해서 크론에게 복속시켰다.
"하, 이 녀석 진짜 특이하네."
길들인 막의 스킬 중에는 '신선도 보장'이라는 유일 스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상당히 특이했다.
음식같이 유통기한이 존재하는 아이템을 막의 몸에 보관시키면 결코 상하지 않게 만드는 천연 냉장고와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막의 몸 안에는 생명체가 들어가도 질식사하지 않는 효과도 있었는데 이 효과는 크론에게 있어서는 황금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미믹이라는 종족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요컨데, 그로 인해서 막의 몸 안에는 좀도 기거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크론은 늘 좀과 미스터리 몬스터들을 대동한 탓에 눈에 확 띌 수 밖에 없어서 상당히 불편했다.
가끔씩 모르는 유저가 와서 말을 걸거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촬영을 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였다.
그 밖에도 길들여진 몬스터들은 소환체와는 다르게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목숨이 1개다보니 아무래도 신경을 쓰게 되었는데 막의 몸 안에 숨기고 도주시킨다면 길들여진 몬스터들의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터였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장고다."
"큐르르르-"
[장고가 새롭게 생긴 이름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장고는 알까?
자신의 이름이 냉장고에서 '냉'만 뺀 '장고'라는 것을.
"드디어 마지막인가."
일주일 째가 되는 날, 크론은 30번의 타임 리프가 충전된 상태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미스터리 몬스터의 명칭은 지하의 폭식자 크벨루그루벨이다.
앞서 길들였던 쵸우지와 장고와는 다르게 압도적인 전투력을 지닌 미스터리 몬스터.
자이언트 웜이라는 종족을 기반으로한 녀석은 요약하자면 땅을 타고 돌아다니는 거대한 지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자이언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녀석의 크기는 어림잡아 10M를 넘어간다고 적혀있었다.
놈의 전투 방식에 대해서는 단순히 땅을 돌아다니면서 기습을 취한다고 하는데 2페이즈에 대한 정보등에 대해서는 알아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50레벨의 미스터리 몬스터는 데오르라는 정보상에게도 꽤나 까다로운 녀석이였을 테니까.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녀석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파악을 해야하는데 그 공격력이 워낙 막대하다보니 탱커도 일격에 절명시킬 정도라고 한다.
그런 사정으로 인해서 데오르의 정보에는 녀석에 대한 정보는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정보상이 일을 이따구로 하면 안되는거 아니야?"
크론이 퉁명스럽게 불만을 내뱉었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4천 만원이나 하는 정보를 팔면서 단순히 위치만 기록한 부분에 대해서 항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
크론은 정보를 '산 게'아니라 '훔친'거니까.
"후우······."
크론이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번 만큼은 크론도 긴장감이 조성될 수 밖에 없었다.
지하의 폭식자 크벨루그루벨.
크론이 여태껏 만났던 녀석들중 레벨이 가장 높은 몬스터인데다가 등급 또한 미스터리다.
하리보 보다도 강력한 녀석인만큼 크론이 녀석을 상대로 혼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일 개체로는 최고라고 불러도 될 불운 주입의 경우 지속 시간이 짧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땅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자이언트 웜인 크벨루그루벨이 불운 주입을 적용받는다고 해도 얼마나 깎을 수 있을지 모를 뿐더러 녀석이 땅 속으로 숨어버리면 크론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땅 속이라는 지형을 활용할 수 있기에 첫 공격권에 대해서는 녀석이 단단히 붙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그렇다고해서 놈이 나온 틈을 타고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부을 수도 없다.
마찬가지로 땅으로 도주해버리면 개고생만하고 소득은 전혀 없는 결과만을 보게되리라.
즉, 녀석을 빈사 상태에 만들기 위해서는 바깥으로 나왔을때 놈을 놓치지 않고 단단히 묶어놓은 상태로 총 공세를 펼쳐야만 한다.
제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빈사 상태에 빠진다면 몸을 움직일 수 없게될테니까.
"우룽. 너는 구미호랑 펜릴과 함께 장고에게 들어가 있어. 장고 너는 최대한 멀리서 지켜보도록해. 내가 신호하면 애들 삼키는거 잊지말고."
"큐르르-"
크론은 전투에 앞서 우룽들을 장고의 몸 안으로 들여보냈다.
어느정도 차이라면 모를까 격의 차이가 월등히 나는 크벨루그루벨에게 우룽들은 단순한 '먹잇감'에 불과하다.
그러고보면 슬슬 우룽들을 놓아주기를 해야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테이머가 되었던 직후에는 구미호나 펜릴도 나름 괜찮은 전력이였지만 타임 리프를 활용한 테이머로서의 크론의 자질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보스급인 좀부터해서 미스터리급에 해당하는 하리보와 쵸우지. 장고와 비교하면 우룽들이 너무나도 초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레벨을 떠나서 급에서부터 격의 차이가 확 벌어지다보니 상대적으로 연약해 보이는 건 당연한 것이니까.
"좀! 이번에 상대는 제법 강하니까 무리하지는 마. 만약의 경우에는 내가 나선다."
기껏 길들인 몬스터가 죽을 바에야 크론 자신이 죽는게 훨씬 낫다.
유저인 자신은 죽더라도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
물론 패널티가 결코 약한 편은 아니지만 보스급이나 미스터리급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걱정마라. 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호기롭게 외친 좀이 투지를 불태웠다.
좀은 양손으로 무기를 움켜쥐었다.
자그마치 검신만 3M에 이르는 거검巨劍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주일의 시간 동안 크론이 미스터리 몬스터의 포획에만 모든 시간을 투자한 것은 아니다.
크론이 오로지 길들이기에만 뜻을 두었다면 크벨루그루벨까지 포함해서 3마리를 복속시키는 것에는 하루에 1마리씩.
즉, 3일이면 충분하다.
하루 30번의 타임 리프와 왕의 페로몬이 더해지면 크론은 총 61번의 길들이기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제 아무리 까칠한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61번의 시도면 어느정도 성공률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여하튼간에 잊어서는 안된다.
크론에게 있어서 테이머는 어디까지나 보조 직업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