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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를 리셋한다-45화 (45/122)

# 45화.

전설의 시작(3)

둘을 쏘아본 종수는 마저 국밥을 떠먹으면서 제화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지금쯤이면 잠을 자거나 게임을 플레이중일 터.

하여간에 어떤 것 하나에 꽂히기만하면 집중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녀석이다.

아, 물론 공부는 빼고.

그것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재능이 더욱 뒷받침 되어줘야하는 종류였으니까.

"이모, 여기 해장국 하나만 포장 해주세요."

@ @ @

"앞으로도 예리좀 잘 부탁하겠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내 해팔 자네만 믿도록 하지."

통화를 마친 차준호의 입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최근 들어서 그는 가장 행복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자신의 외동딸 차예리가 이제는 삶에 대한 열정을 여감없이 펼치는 중이였기 때문이다.

대한 그룹의 총수 차준호.

차준호는 자신의 회사 대한 그룹을 지금까지 성공시키기 위해서 다른 이들을 무참히 짓밟고 올라섰다.

그들의 원한 따위 준호에게는 알 빠 아니었다.

이 세상은 어차피 승자만을 기억하고, 돈이 최고인 헬조선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준호는 늘 예리를 볼 때마다 죄스러움에 땅을 치고 후회했었다.

그들의 원한이 상당했던 것일까?

그의 아내 역시 오래 살지 못하고 암으로 인해 병사해버렸고, 그의 딸 예리 또한 병에 걸렸다.

전세계에서 8명만이 걸렸다고 알려진 희귀병.

통칭 스톤이라고 칭해지는 이 병은 마비와는 그 개념이 전혀 다르다.

육체가 돌처럼 굳어지면서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게 되며, 그나마 뇌에는 이상을 주지 않는 덕분에 식물인간이 되지는 않는다.

말이나 의사소통은 가능하는 소리인 셈.

허나 이것은 어찌보자면 저주와도 같다.

자신의 정신이 온전하게 유지되는 상태에서 몸이 자신의 뜻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한 의지의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딸이 사는 것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자살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을 때, 그것을 듣는 아버지의 심정이란······정말이지 두 번 다시 겪고 싶은 경험은 아니었다.

준호는 넘쳐나는 자본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예리가 걸린 스톤에 대한 연구를 독촉했지만 연구의 결과가 언제 끝을 볼지는 그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아무래도 전세계에 8명만이 걸린 병인 만큼 해결방법을 강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보다도 문제인 것은 예리가 언제까지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준호가 이를 뿌드득 갈아붙이며 성질을 내던 와중에 그의 경비원 해팔이 하나의 게임을 가지고 왔다.

유그드라실이 제작한 가상현실게임 더 리셋 월드.

게임은 단순히 재능 낭비라고 보고 있던 준호는 해팔에게 성질을 부렸었다.

육체를 움직이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게임을 하느냐고 말이다.

그렇지만 해팔은 미리 자세히 알아보고온 상태였다.

VR시스템을 접목시킨 가상현실게임은 현실의 육체 상태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물론 캐릭터의 신체는 스캔한 것을 기본적으로 여긴다지만 병이나 육체의 장애에 관련한 부분은 보완해서 스캔을 뜬다는 설명이었다.

준호의 입장으로서는 어차피 밑져봐야 본전인 상황이다.

준호는 즉시 최고급형 캡슐을 주문 제작했다.

예리의 신체 구조에 맞추고 최대한의 편의를 갖춘 기종으로서 당일 배송의 요청을 했다.

솔직히 말도 안되는 주문이였지만 대한 그룹의 총수인 준호의 말은 천금과도 같은 힘을 발휘했다.

자고로 헬조선에서 돈은 곧 권력으로 이어졌으니까.

돈이 최고긴 최고다.

VR에 관련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힘을 써준 덕분에 하루도 안걸려서 최고급 캡슐을 제작해내는 기념을 토해냈다.

그리고 기적은 일어났다.

예리가 더 리셋 월드를 플레이하기 시작한 이후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허허허."

늘 날카롭게 반응하던 차준호 회장이였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딸을 보는 그의 웃음 속에는 인자함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감정없는 인형마냥 웃음을 잃었던 예리의 표정이 180도로 바뀌어서 활짝 웃고 있었다.

해팔이 영상으로 촬영한 예리. 게임상에서는 델리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짓는 웃음은 자신의 아내와 쏙빼 닮았다.

신이나서 조잘거리는 예리의 모습을 볼 때마다 준호는 가슴 깊숙히 박혀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오늘은 뭐가 있을까."

본래 게임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준호다.

대한 그룹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사치라는 행위를 극히 싫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 뿐인 딸의 마음을 구제해준 게임이다.

또한 딸이 열심히 하고 있는 게임이다보니 준호 역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되는 것은 당연했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틈틈히 리셋 매니아에 접속해서 예리가 쓸만한 아이템들과 골드를 구매해서 꾸준히 선물로 보내주었다.

물론 관심을 가졌다고는 해도 평상시 게임을 해본적 없는 그가 제대로된 아이템을 볼 안목이 있을 턱이 없다.

그렇기에 더 리셋 월드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이를 초빙해서 의견을 구하고는 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해팔의 말로는 예리가 무척 기뻐했다고 했다.

준호가 가장 듣고 싶은 말.

그것은 바로 아빠가 최고야! 같은 류의 대사였으니까.

"크흠. 어디 쓸만한 것 있을까?"

"이거랑, 이것. 그리고······호오, 따님께서 궁수라고 하셨었죠?"

"구, 궁수? 뭐 아무튼 활을 다루는 거라고 하더군. 아내가 소싯적 양궁 선수로 활동했던 것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서 내 아주 흡족해 하고있지."

"그러시군요."

고개를 끄덕인 전문가 홍길표는 +20초보자용 검을 가르켰다.

"그렇다면 이것을 반드시 추천드립니다. 궁수라는 직업은 보통 활을 다루기는 하지만 근접전도 펼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편입니다."

"그래? 얼만데?"

길표는 질문에 잠시 값을 측정해보았다.

현재 낙찰까지 30분이 남아있는 상태인 +20초보자용 검의 현재 입찰가는 6천 4백만원 대.

시간이 막바지에 이를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감수한 그는 예상 금액을 파악했다.

"8천 만원에서 1억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별로 안비싸군. 그것도 사도록."

"네 알겠습니다."

8천 만원이라는 액수를 무슨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먹듯이 말하는 차준호.

새삼 그의 재력에 감탄하면서도 딸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준호가 내심 이해가 안되는 길표다.

"크험, 그리고 활에 관련된 거라면 뭐든지 사줘도돼. 화살도 최고급으로 구매할 수 있게 골드 넉넉히 챙겨주고."

"예. 저 그런데 경비원 분들의 장비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응? 그건 지들끼리 사비로 처리해야지. 내가 왜 그 녀석들한테 투자를해줘? 월급도 빵빵하게 챙겨주는데."

"아······."

당연하다는듯 말하는 준호의 모습.

그의 인자함과 투자는 오로지 딸에게만 향해있다.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나머지 재혼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준호에게 남은 것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리 뿐이다.

'회장이라는 자도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이로군.'

딸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있는 차준호.

지금의 그는 날카로운 회장이아닌 그저 하나의 딸바보일 뿐이다.

@ @ @

황금같은 주말.

제화는 간단히 라면이라도 끓여먹을 생각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사랑하는 나의 친우 제화야. 별 뜻은 없고 국밥 맛있게 먹어라. 추신 - 따뜻하게 데워 먹도록.(찡-긋) - 너의 평생 친구 종수가.>

"······."

이 정신나간 새끼는 또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앉아있네.

보나마나 강화를 해달라고 뇌물을 쓰는 것일 터다.

그래도 먹을 것에는 죄가 없는 법!

허기진 배를 채운 제화는 만족스럽게 배를 두들겼다.

"그러고보니 잘 팔렸으려나?"

수면을 취하는 동안 +20초보자용 검은 성공적으로 낙찰이 됬을 터다.

궁금증이 치밀어오른 제화는 즉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8, 8천 만원?"

예상했던 금액을 아득히 넘어가는 수치에 어안이 벙벙하다.

3천 만원 정도만 받더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그마치 8천 만원이라니?

확실히 +20초보자용 검의 능력치는 동일 레벨이 낄 수 있는 수치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원판이 노말 등급인 이상 한계는 명확하다.

금빛 나래 태도처럼 효율적인 스킬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였고 그저 내세울 만한 것은 착용제한이 없다는 것과 공격력이 높다는 것 정도?

사실 그 마저도 30레벨을 넘어간 시점부터는 그렇게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압도적인 공격력이라고는 하더라도 30레벨에 착용하는 시초의 망치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했다.

그야, 시초의 망치는 노강의 상태로도 20강의 초보자용 검과 맞먹을 정도의 공격력을 보유했었으니까.

검과 둔기라는 점도 감안은 해야겠지만 차이가 그렇게 크다고 볼 수도 없었다.

강화를 통해 앞으로도 능력치가 추가될 시초의 망치와는 달리 초보자용 검은 이미 한계치까지 성장이 끝난 완전품이기에 자신의 레벨이 오르면 오를 수록 그 쓰임새의 이미지가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제로와 전투를 치렀을때에도 초보자용 검의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우위를 점했다기보다는 단일 개체로 최강의 효율을 자랑하는 불운 주입 덕분에 이긴 것이나 다름 없었다.

만약 제로의 힘이 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꽝하고 부딪쳤다면 자신 또한 무사하지는 못했으리라.

"그나저나 이건, 정말이지······."

시독 트롤인 좀을 길들였을때보다도 과한 관심이 쏠렸다.

댓글은 이미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나열되었으며, 리셋 이루벤에서는 +20초보자용 검에 대한 음모론과 추측이 거센 바람을 불어일으키고 있었다.

20강화를 성공시켰다.

그것도 단 3주만에!

게임이 망해가고 있다는 망무새들이 쉬지 않고 지적여댔고 전설의 시작을 일으킨 존재에게 사인을 받고 싶다는 정신나간 녀석도 보였다.

"익명으로 등록하길 잘했네. 이름이 팔렸다면······하, 상상하기도 싫다."

관심이 쏠린다는 것은 유명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강화 컨텐츠는 스트리머들이 종종 써먹는 인기있는 컨텐츠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러한건 제화의 성격상 사절이었다.

자신의 말빨이 특출난 것도 아니고 강화를 쉽게 성공시킨다는 특징을 들켰다가는 그대로 지옥으로 탑승하는 특급열차에 탑승하는 꼴이다.

사람이란 종족이 괜히 시기와 질투의 화신이라는 말이 있는게 아니다.

특히나 대형 길드의 입장으로서는 솔플레잉을 하는 제화만큼 풍성한 먹잇감도 없다.

고강화 무구는 모든 유저들의 꿈이자 로망인 법.

물론 달려든다고해서 쉽게 당해줄 자신이 아니다.

아직 제대로 무구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든든한 방패인 좀과 이색적인 전투를 펼쳐줄 하리보가 있는한 자신은 결코 쉬운 먹잇감이 아니다.

"그래, 니들끼리 실컷 추측하고 떠들어대라."

제화는 그냥 관심을 끄기로 했다.

잠깐 불타오르는 관심사에 서로 물고뜯고 빨아재껴댔지만 며칠만 지나면 금세 사그라들 불길이라고 치부했다.

"어디, 자금도 생겼겠다."

씩 웃어보인 제화는 즉시 스마트폰을 끈 뒤 곧바로 PC를 켰다.

자금이 생겼으니 이제는 사용할 일만 남았다.

[미스터리 등급 몬스터 정보 판매합니다. 판매자 : 데오르 판매 금액 : 25,000,000]

제화는 미리 구매하기로 점찍어두었던 미스터리 등급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구매했다.

순식간에 2천 5백 만원이라는 거금이 빠져나갔다.

평소라면 미친짓이라고 할 법하다.

물질적으로 무언가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위치 정보에 관련된 것을 2천 5백 만원을 퍼부어서 구매를하다니?

그렇지만 제화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미리 생각해두었던 방법이 있었으니까.

[미스터리 등급 몬스터 토끼발의 화신 히루 - 판매자 : 데오르]

- 레벨 22의 미스터리 몬스터 히루는 토끼류로 추정된다. 녀석을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것은 인근에 있는 토끼류 몬스터들을 꾸준히 잡아서 칭호 '토끼 학살자'를 얻어야만 한다. 그리고 사냥한 토끼들이 드랍하는 토끼발 천 개를 땅바닥에 드랍할 시 자동적으로 소멸되며 히루가 등장함. 2차 페이즈로 넘어가는 전투 방식은 알지 못하며, 1차 페이즈일 때에는 몸을 둥글게 말아서 육탄전차처럼 공격하는 형태를 취함. 22레벨로서 상대적으로 낮은편이기는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공격이 잘 안통함. 반면, 녀석의 공격은 맞을 때마다 치명타로 적용되니 위험함. 위치는 첨부된 파일을 통해 확인바라며 정보에 대한 유출은 본인이 감당해야함. 동료 정보상이 상시 확인 중이며 아직 사냥 당하지 않았음. 구매자 이외의 자에게 사냥 당할시 판매금의 절반은 환불 가능.

정보상 데오르의 명예를 걸고, 구매자외의 존재에게 2차적인 판매를 엄금함.

꽤나 긴 장문의 글.

제화는 빠르게 스캔하듯이 읽어내린 후 첨부된 파일을 통해 히루의 등장 위치도 파악했다.

다행히도 녀석의 위치는 디메른 마을에서 가까운 편에 속하는 글리토린 숲이었다.

미스터리 등급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전부 파악한 제화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타임 리프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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