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44화 (44/122)

# 44화.

전설의 시작(2)

하리보와 전투를 치루고 난 이후에 목욕까지해서 땀을 뺀 덕분인지 온 몸이 노곤노곤하다.

보통의 상대였다면 유일 스킬 몇 번에 압도적으로 승리를 쟁취했을 것이였지만 아직 제대로된 공격 스킬이 전무한 크론의 전투 방식으로는 미스터리급을 상대하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였다.

생활직업을 선택한 자의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약점이야 시초의 망치를 강화하면 해결될 일이다.

+20초보자용 검으로도 젬을 널널하게 상대했었으니 +20시초의 망치를 갖추기만 한다면······그야말로 뚝배기 브레이커의 탄생을 알리리라.

몰려오는 피로에 제화는 +20초보자용 검을 경매 진행 방식으로 등록했다.

귀찮게 얼겨붙는 애들이 싫어서 당연히 익명으로 등록했고, 시작가는 천 만원으로 잡았다.

초보자용 검의 시작 가격이 천 만원이라니······.

사실 등록하는 제화도 어처구니가 없기는 했다.

"3천 만원만 벌어줘도 좋겠다."

때마침 미스터리 등급 몬스터의 출현 장소에 대한 정보가 2천 5백 만원에 게재되어 있는 상태다.

무조건 적인 사냥도 좋겠지만 지금의 제화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몬스터들을 길들이는 것이다.

저 정보의 미스터리 몬스터가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는 법.

좀과 하리보를 필두로한 우룽 녀석들의 견제에 제화의 강력한 일격과 불운 주입이 더해진다면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는 5백 만원으로는 생활비로 사용하면 널널하게 이번 학기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기도 하고.

피로가 누적된 영향인지 이부자리에 눕자마자 제화는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헌데, 과연 제화는 알고는 있을까?

지금 등록된 +20초보자용 검이 리셋 매니아에 끼쳐올 놀라운 여파를.

이제 막 전설이 시작되는 것을.

@ @ @

리셋 매니아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꽤나 다양한 편에 속한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투자를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머니가 가장 비쌀때는 게임이 막 오픈한 시점이다.

유저가 버는 양이 적으니 그 만큼 비싼 것은 당연한 이치.

앞서나가는 유저들은 거기서 돈을 상당량 투자해서 적은 금액의 골드를 구매하는데에 비싼값을 치르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나아가면서 구매하는 물품들은 추후에 도로 팔거나 하는 등으로 손해를 메울 수도 있었고 남보다 앞서서 게임의 랭커가 된다는 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귀중한 명예다.

뭐 반면에 앞서 나가는 것을 신경쓰는것 보다는 오로지 현금을 버는 것에만 목을 메는 치킨런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오직 효율을 중시하는 편이기에 랭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대부분 랭커에 도전할 정도의 자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장에 생계를 이어갈 돈이 필요한 입장인데 명예를 타령할 입장이 아닌 셈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부류는 리셋 매니아의 구경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리셋 매니아가 유그드라실이 운영하는 합법적인 거래 사이트다보니 다양한 물건들이 올라오는 편이다.

개중에는 쉽게 보기 힘든 것도 있기에 그것들을 구경하는 맛에 리셋 매니아로 접속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오늘은 뭐가 있으려나."

조영식은 그 중 세 번째에 속하는 구경꾼이다.

동시에 더 리셋 월드를 플레이하는 유저이기도 하다.

아직 레벨이 12밖에 안되는 라이트 유저이기는 하지만 마음만은 하드 유저다.

사실 제대로 게임에 임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영식으로서의 나이도 있기도하고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와이프와 자식들이 있는데 직장을 때려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사랑스런 와이프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실제로 더 리셋 월드의 게임 기동기인 캡슐을 구매했던 것을 들켰을 때에는 진짜로 맞아죽을 뻔했다.

본래는 게임 골드를 사려고 마련해둔 비상금으로 겨우겨우 구슬리는데에 성공했다.

그 때 그 돈으로 골드를 샀다면 적어도 20레벨은 넘겼을텐데······라고 피눈물을 흘려봤자 넘어간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게 요즘 살아갈 낙이지."

쇼파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깔짝거리는 삶의 활력소.

모 직장인의 유일한 낙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아내 몰래 골드를 틈틈히 구매한 덕분에 현재 영식의 등급은 플래티넘이다.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은 불가능 하지만 쇼핑을 하는데에는 충분히 차고 넘치는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식상해."

그렇지만 늘 봐오기만 하던 아이템 글들에 영식은 입을 삐쭉였다.

늘 비슷비슷한 아이템들이 등록될 뿐이다.

하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값비싼 레어나 유니크급 아이템들을 얻으면 치킨런들조차 본인이 사용하는 편이다.

강한 무구가 있다면 좀 더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급전이 필요한게 아니라면 팔 이유가 없다.

"어디 맛깔나는 아이템 없냐고~"

영식의 손가락이 능수능란하게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그러던 와중 영식의 시선을 사로잡는 등록글이 발견되었다.

"초보자용 검을 등록했네? 일십백······천 만원? 허허, 하여간에 정신나간 관심종자들 물관리좀 해야할텐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게임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초기에 지급해주는 초보자용 검을 천 만원에 판매 등록을 하다니.

그렇지만 그러한 어그로성 짙은 글이야말로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다.

"뭐 최고 강화인 20강화라도 되는건가? 진짜 그러면 오히려 천 만원이 아까울 지경인데 크큭."

웃음을 터트리며 신박한 판매글에 영식의 관심이 쏠렸다.

"어디, 어떤 관심종자의 작품인지 감상해보도록 할······?"

[+20 초보자용 검(노말)]

- 초보자들이 사용하는 기본적인 무기

* 착용제한 : 없음

* 내구도 : 60/60

* 공격력 +114

* 힘 +20

* 민첩 +15

* 체력 +12

등록된 아이템의 정보를 읽어내려가던 영식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하하,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건가?"

낮에는 직장일을 하고 밤에는 밤일을 하다보니 지친 것인가 싶어서 찬물에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온 영식은 스마트폰을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그 결과 자신의 안구가 오작동은 커녕 오히려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미, 미친! 이거 대체 뭔데!"

영식도 더 리셋 월드에서 몇 번 강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리셋 매니아에서 구입한 골드가 있었으니 빠르게 나아갈 생각으로 도박겸 질렀었다.

그 결과는 당연히 참패.

수 십번의 도전 끝에 건진 것은 +6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등록된 초보자용 검의 강화수치는 +20.

강화의 끝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저 수치에 도달할 정도로 강화에 성공하려면 대체 어느정도의 운이 작용해야한단 말인가?

아무리 노말 등급이라지만 20강화의 수치는 결코 장난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에 효과를 떠나서 해괴한 수집욕을 자랑하는 유저들을 충분히 자극할 만한 아이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대박이야!"

이 정도의 물건이라면 상당한 어그로를 끌 재목이 된다.

다행히 등록된 시간이 5분이 되지 않았다.

그것을 타이밍 좋게 캐치한 영식은 이것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생각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건 알려야돼! 이슈화 시킬만한 가치가 있는 녀석이야. 크큭!"

기자의 영혼이 빙의되기라도 한듯 눈을 반짝이는 영식.

늘 반복되는 직장 생활을 살아오던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글은 충분히 어그로를 끌 수 있다.

"아재의 힘을 보여주지!"

씩 웃어보인 영식은 곧장 리셋 이루벤의 자유 게시판으로 향했다.

게임에 관련된 정보와 팁들을 공식적으로 다루는 사이트 이루벤.

물론 '공식적'인 만큼 등록되는 팁들은 대부분 이미 꿀통이 다 빨려나간 종류였지만 그럼에도 이루벤의 인기는 상당한 편이다.

또한 로그인 되어있는 영식의 아이디 아재 워리어의 이루벤 딱지는 핑크.

회사에서도 이루벤질을 심심찮게 해온 덕분에 이룩할 수 있던 핑딱이다.

"어디 놀아보도록 할까."

간만에 가슴에 불이 지펴진 아재 워리어는 현란하게 스마트폰 타자를 두드렸다.

자게에 +20초보자용 검에 대해서 언급하자 핑딱의 어그로에 이끌린 이루벤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동줍 징징이 : 미친, 관종짓 적당히 좀.

마타조합 극켬 : 거 레벨에 맞게 행동 좀요. 아니, 이미 레벨에 맞는 행동인건가.

보석 게이 : 우와 75레벨······영롱하군요.

아재 워리어 : 님들아 한 번 링크타고 가보고 난 다음에 답변 붙여주셈.

보석 게이 : 싫은데?

레이코롱 : 어, 님들아 이거 진짜임. 와 나도 가서 보고 말이 안나왔다.

단순히 흥미라는 계기로 시작된 영식의 행동은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루벤의 자유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주 목적은 시간 때우기 및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게임을 좋아하지만 직장일을 하다보니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이들이 잠깐씩 스마트폰을 통해서 글을 올리거나 읽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같은 사정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들이다보니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이다.

가벼운 대화로 게임을 맛보기로 나마 즐기는 것이 그들로서는 최대의 낙이였다.

그러다보니 이슈화가 될만한 이야기가 던져지자 그들은 서로 그것을 물고뜯고 맛보기 시작했다.

심심하던차에 재미난 것이 던져졌는데 그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셈.

불이 붙혀진 곳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펼쳐지자 아재 워리어의 글은 순식간에 화제의 글로서 이루벤의 정면에 떡하니 게재되었다.

덕분에 단순히 자유게시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나마 팁의 공유라던가 게임의 정보를 알아보기위해 이루벤에 온 이들도 글의 링크를 타고가서 +20초보자용 검의 고고한 자태를 구경했다.

그 다음에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게도 댓글의 향연이다.

누군가는 +20초보자용 검에 대한 품평을 남겼으며, 누군가는 운영자의 농간이다. 혹은 운영자의 자식이 띄운거다 등의 떡밥을 던지는 추측성 댓글을 남겼다.

물론 악플도 상당히 많았다.

사람이란 생물은 남 잘되는 꼴은 곱게 보지 않는 편이였으니까.

"하, 결국 사고쳤네. 이 자식."

국밥을 떠먹으면서 종수가 씩 웃었다.

언제 한 번 사고 칠 줄 알았지만 설마하거니와 그 때의 초보자용 검을 20강까지 성공시켰을 줄이야.

"설마 그 글의 등록자가 제화 형님이셨던 겁니까?"

"그런 짓을 할 녀석이 걔 말고 어디있겠냐. 행운의 여신 티케의 머리카락이라도 잡은건가. 하, 진짜 부러운 녀석이네."

"형님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까 왠지 짜증나네요."

"맞아, 금수저면서."

만덕의 말에 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시끄럽고 국밥이나 드세요. 이거 먹고 바로 레이드하러 갈꺼니까."

"오오! 또 최초 던전입니까?"

"오냐. 니들은 나한테 정말 고마워해야돼. 알고는 있지?"

"물론입지요!"

얼굴색 하나 안바뀌고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다.

아까는 금수저라고 깠으면서······.

뭐 그래도 그런 솔직한 성격을 좋아했기에 자신의 품에 안은 것 아니겠는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자신있는 종수다.

만덕과 진수는 적어도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칠 녀석들이 아니었다.

"형님,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제화 형님에게 제 무기의 강화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사례는 충분히 해드릴 수 있거든요?"

"엇, 형님 저의 애정을 담은 갑옷도 가능하다면 혹시······."

"어린노무 새키들이.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다. 순서를 기다리도록 하거라. 그렇다면 내 친히 기회를 내려주도록 하지!"

"······."

만덕과 진수의 표정이 단번에 썩어들어갔다.

참 성격좋고 돈 많아서 믿음직스러운 형이기는 하지만 가끔 보면 얼렁뚱땅스러운 기질이 다분했다.

"야, 뒤지기 싫으면 표정 풀어라."

"아하하하! 저희가 언제 표정을 굳혔답니까?"

"그럼요, 그럼!"

하여간에 눈치 하나는 기가막힌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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