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광물 포식자 비스(4)
적어도 수 백개는 됨짓한 광물의 양!
철광석부터 구리 광석까지 종류가 다양한 가운데 비산했던 비스의 화염 젤리들이 공중으로 토해낸 광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꾸물텅- 꾸물텅-!
광물을 먹어치울때마다 비스의 몸은 팽창을 반복했다.
육체가 커지면서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빈사 상태에 빠졌었던 비스의 육체는 순식간에 70%까지 회복되었다.
"저런 양아치 새끼!"
어처구니가 없어진 크론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니 저건 무슨 트롤보다도 생명력이 끈질긴건지 모르겠다.
다 죽여놨는데 광물을 먹어치우면서 육체를 순식간에 재생시킨 것도 모자라서 광물을 대량으로 먹은 영향인지 크기도 8M에 육박했다.
형상을 갖춘 비스의 눈두덩이 시뻘겋게 타올랐다.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안타깝지만 크론에게 남아있는 힘은 더 이상 없었다.
육체의 상태야 높은 체력 스텟을 바탕으로한 재생력으로 회복할 수 있다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만한 유일 스킬들의 지속시간이 끝나버렸다.
이대로는 그저 몸빵좋은 고기방패일 뿐이다.
아니, 그 마저도 일격필살의 방어력 패널티로 약화되었을 지도 모른다.
반면에 비스는 각종 스킬을 남발하면서 회복을 거듭했다.
분명 저런 사기적인 효율을 자랑하는 스킬은 제약이 있는 편이다.
다시 사용하려면 시간이 오래걸린다는등의 제약이였을테니 이제 비스에게 더 이상의 회복은 불가능 할 터.
다만, 문제라면 앞서 말했듯이 현재 크론에게는 싸움에 임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좀과 우룽 녀석들을 데려오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뛰어간다고 하더라도 10분. 다시 돌아오려면 적어도 2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크론은 씩 웃었다.
자신이 싸울 수 없다면 대신 싸워줄 대타를 만들어주면 되는 거니까.
그 녀석이 시간만 끌어준다면 비스가 이기던 지던간에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죽어라!"
꾸물텅-
화염 젤리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크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아, 이거야 원. 페이즈 변화가 있는게 아니야. 이 하리보 녀석아."
코웃음 친 크론은 곧장 손을 내뻗었다.
"행운의 소환!"
우우우우우웅-!
제대로 되먹지 않은 녀석이 나오면 비스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 것은 무리.
그렇다고해서 너무 강한 녀석이 나와서 비스를 죽이기 전에 자신을 먼저 죽이면 안된다.
일단 행운의 소환으로 불려진 녀석의 첫 어그로는 크론에게로 향하는 편이니까.
그렇지만 그런 실패가 있더라도 크론에게는 타임 리프가 있다.
여차하면 시간을 되돌려서 소환을 반복하면 된다.
크론에게는 아직 10번의 타임 리프가 남았으니까.
"제발 밸런스 좀 맞춰서 나와라!"
소환진이 웅웅 빛을 내뿜는 것을 보면서 크론의 간절한 기도가 빛을 발했다.
- 행운의 소환으로 미지의 공간에서 '삼미호 지르칸 Lv.55(네임드급)'을 소환합니다. -
"오예쓰!"
보스급은 아니지만 네임드급으로 오히려 비스보다도 레벨이 높다.
격의 차이가 나기는 하겠지만 저 정도면 비스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데는 그야말로 적격이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잠시.
크론은 곧장 몸을 내던졌다.
"이크!"
- 강제적인 소환으로 인해 삼미호 지르칸이 당신에게 적의를 내뿜습니다. -
금방 크론이 있던 자리로 선명한 손톱 자국이 땅에 긁혀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첫 어그로는 자신에게로 온다.
개인 행동을 하고 있던 몬스터를 불러왔으니 자신을 곱게 볼리가 없지 않겠는가.
상황이 이리되면 오히려 적을 하나 더 늘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해결법은 간단하다.
몬스터들은 서로가 공동체의 성질을 띈 아군이 아니다.
자신들의 레벨업을 위해서, 또 궁극적으로는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서 몬스터들은 동족조차도 사냥하는 개체가 있을 정도다.
요컨데, 크론에게로 튄 어그로를 비스에게로 돌리면 되는 것이다.
비스 입장으로서는 난데없이 자신의 영역에 뛰쳐나온 지르칸의 존재가 곱게 보일리가 없을테니까.
"하찮은 짐승 녀석! 육체 조작 - 화염 탄환!"
화르르르륵!
지르칸을 적으로 인지한 비스가 화염 젤리탄을 내뿜었다.
크론에게 어그로가 끌린탓에 한 눈을 팔고있던 지르칸은 그러한 화염 젤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르르르릉! 미물 주제에!"
하지만 괜히 55레벨이 아니라는듯 분노의 노호성을 터트린 지르칸이 곧장 비스에게로 육박했다.
첫 어그로는 크론에게 있었다.
그렇지만 회피만 하는 크론과 공격을 감행한 비스.
둘 중 누구에게 어그로가 끌리는 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바람의 술!"
지르칸의 꼬리 중 하나가 빛을 내뿜었다.
공기가 터져나갈듯한 바람이 모여들면서 지르칸의 움직임이 더욱 날래졌다.
지르칸도 나름 네임드급이다.
레벨의 힘을 얕보지말라는듯 바람을 두른 지르칸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비스에게 달려들었다.
"쯧, 여기에 팝콘이랑 고자콜라 하나만 있으면 딱일텐데."
혀를 찬 크론은 가방을 뒤적거렸다.
찰랑-
혹시나 싶어서 구매해왔던 중형 생명력 포션이다.
꿀꺽- 꿀꺽.
맛깔나게 포션을 드링킹하자 크론의 상처들이 낫기 시작했다.
광물독 때문에 꾸준히 감소되던 생명력에 여유가 생기고 다리에 난 상처가 재생되면서 이동 속도의 저하도 해제되었다.
"조금만 붙들고 있어봐라."
비스가 되었던 지르칸이 되었던간에 둘 다 격이 상당한 만큼 전투가 금방 끝이나지는 않을 것이다.
크론은 곧장 뒤로 돌아서 달려갔다.
어느정도 뛰었을까? 크론의 시야에 커다란 좀의 몸집이 들어왔다.
"엇. 주인 볼 일은 끝난건가?"
"아니, 연장 챙기고 빨리 나 따라와."
크론의 명령이 떨어지자 좀과 우룽 녀석들은 반박없이 크론의 뒤를 따랐다.
무기를 챙기라는 것은 이후에 전투가 발생될 확률이 높다는 것 쯤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켁······케헤엑!"
크론이 다시금 도착한 것과 동시에 비스와 지르칸의 전투는 결판이 났다.
지르칸도 나름 선전하기는 했지만 레벨로 메꾸기에는 아무래도 격의 한계가 있었다.
주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삼미호 정도 밖에 안됐으니 주 딜링은 아무래도 물리 피해일 수 밖에 없다.
슬라임의 특성을 갖추어서 물리 공격에 면역성을 지닌 비스에게는 지르칸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으리라.
산채로 비스의 몸 안에서 지르칸의 명이 끊어졌다.
"기다려라. 그 다음은 네 녀석 차례······어라?"
말을 이어나가던 비스의 눈동자가 떨렸다.
"어째서, 그 정도의 녀석을 처리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는거지?"
"아, 내가 소환한 녀석들은 아무것도 안줘. 내가 말 안해줬었냐?"
"이놈이 감히!"
한마디로 개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비스가 달려들었지만 크론은 여유만만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강의 방패라고 할 수 있을 좀도 있었고, 약소하지만 딜에 보탬이 되어줄 우룽 녀석들도 있는 상태다.
뭐 그렇다고 해도 우룽 녀석들에게는 나서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비스와의 격차가 상당하기에 자칫 잘못해서 놈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가는 지르칸 꼴이 날테니까.
"비켜라, 트롤!"
"좀! 녀석을 내리쳐!"
"나, 따른다!"
좀이 우악스럽게 주먹을 움켜쥐고는 비스를 향해 내리찍었다.
비스의 육체가 사방으로 비산했지만 생명력의 감소는 미미하다.
좀의 공격을 받기전에 충격완화 작업을 해두었을 터.
그렇지만 좀의 무서움은 뚫리지 않는 방어력보다도 녀석의 특성이다.
시독 트롤.
녀석을 트롤왕에 이끌게 해준 원동력이 되어준 것은 태어날 때부터 몸에 품고있는 시독의 존재다.
"크으윽!"
자연스럽게 시독을 몸에 받아들인 비스의 육체들이 보라빛깔로 물들었다.
시독 때문에 생명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자 비스의 몸에서 뒤섞인 금속을 내뱉었다.
아마도 만능의 효과를 자랑하는 광물 포식을 통해서 무엇을 할 생각이 다분했기에 크론은 땅을 박찼다.
"광물 포식 - 황······켁!"
뱉어진 황동을 걷어찬 크론이 곧바로 입을 벌린 녀석을 향해 시초의 망치를 휘둘렀다.
꾸물텅거리던 젤리 하나가 그대로 박살이 나면서 사라졌다.
시독과 그간의 전투로 인해 내구성이 약해지다보니 육체가 버티지를 못하는 것이다.
"우룽은 지원 사격을 날려! 펜릴과 구미호는 녀석이 합쳐지려는 것을 막아!"
우룽이 멀리서 사격을 시작했고, 펜릴과 구미호는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 선에서 하나씩 떨어져있던 젤리를 활퀴고 물어뜯었다.
약소한 지원이지만 하나가 아니고, 셋이 되자 꽤나 쓸만한 견제가 되었다.
"좀은 놈의 육체를 계속 부수면서 시독을 주입해!"
쾅-! 쾅!
좀은 육체 그 자체가 흉기다.
굳이 복잡한 명령을 내릴 필요도 없이 비스의 육체를 사정없이 때려부순다.
비스가 어떻게든 재생하기위하여 발버둥을 쳤지만 아까처럼 '광물 포식 - 대량'을 쓰면서 사방으로 비산하지 않는한은 불가능하다.
단순한 광물 포식은 1명과 4마리에게 철저하게 막히고 있었으니까.
"치, 치사한 녀석······."
"기왕이면 지능적이라고 해줄래? 그리고 너 정도면 이 정도는 동원해도돼."
사실 크론이여서 1:1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거지 평범한 유저라면 어불성설이다.
제 아무리 개인기량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자자한 북두칠성의 백검이나 백화요란의 요우스케가 와도 질 정도로 말이다.
"이제 이 녀석을 어쩐다."
빈사 상태의 비스를 보면서 크론은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고민했다.
미스터리 등급의 몬스터.
죽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업적이 달성될 것이다.
오로지 홀로 존재하는 몬스터였기에 죽이는 것만으로도 최초 보너스는 당연한 것이고, 좋은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도 무척이나 높았다.
또한 막대한 양의 경험치는 대장장이 특성상 무구 제작을 번갈아서 하기 때문에 늘 경험치가 고픈 크론에게 있어서 좋은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대신 죽였을때의 단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46레벨인 녀석의 레벨이 있는 만큼 드랍하는 아이템도 30레벨의 크론으로서는 착용 제한에 걸릴 획률이 상당히 높았다.
당장에 전투력의 상승을 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역시 길들이는게 좋으려나."
반면에 길들였을때의 이점은 손해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비스는 일반적인 슬라임 종족이 아니였기에 그 강함은 쓰기에 따라서는 좀보다도 위력적이다.
좀이 굳건한 방패라면 비스는 다재다능한 만능이다.
뭐랄까, 도라이몽이라고 해야할까?
46레벨의 미스터리급 몬스터.
유일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자신만의 몬스터라는 특이점도 있었다.
어쨌든 홀로 존재하는 녀석인 만큼 성장의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단점도 나열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첫 번째로 길들인 몬스터에게서는 경험치와 아이템의 보상을 일체 받을 수 없다.
이 부분은 태생적인 테이머의 단점이니 감안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가 압도적으로 컸으니까.
"보스급도 그 모양이였는데, 미스터리급이면······후우."
극악의 확률.
절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하필이면 아까 전에 강화를 위해서 타임 리프를 마구잡이로 사용한 탓에 이제 딱 10번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그 마저도 마지막 1번은 쉽사리 사용하기가 꺼려진다.
기껏 다 죽여놓은 녀석이 광포한 상태로 빠져들면 좀이고 뭐고간에 누구 하나는 피를 볼 테니까.
"기회는 21번인건가. 생각외로 많네."
이런 때인 만큼 유일 스킬 '왕의 페로몬'의 위력이 새삼 느껴진다.
본래였다면 10번 밖에 안될 기회를 왕창 끌어올려주는 보배같은 존재다.
"죽여라. 네 놈이 무슨 짓을 할 지는 모르지만 너 같이 치사한 녀석의······."
"닥치고 가만히 있어봐 하리보."
꾸물텅거리면서 주둥이를 나불대는 비스를 조용히시킨 크론은 손을 내뻗었다.
어차피 처음은 기대도 안한다.
성공하려면 적어도 20번은 기본으로······.
- 압도적으로 높은 행운 스텟과 왕의 페로몬이 상호작용을 일으킵니다.
- 길들이기에 성공하셨습니다. 이름을 정해주세요. -
- 회복 속도가 500%증가합니다. -
- 스킬 '길들이기IV'가 '길들이기VI'로 랭크업 되었습니다. -
- 오로지 홀로 군림하는 것을 즐기는 존재를 길들이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칭호 '군림하는 자의 군림자(모든 스텟+6)'을 얻었습니다. -
- 최초로 미스터리급 몬스터의 길들이기에 성공하셨습니다. 칭호 '독불장군을 길들인 왕(길들이기 성공확률 증가)'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800증가합니다. -
- 최초로 미스터리급 몬스터인 광물 포식자 비스를 길들이기에 성공하셨습니다. 광물 포식자 비스의 유일 스킬 '광물 포식'을 계승합니다. -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