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광물 포식자 비스(3)
레벨면으로나 특성면으로나 전부 불리한 상황이지만 크론으로서도 유리한 방향은 있다.
"본격적으로 임해야겠어. 행운의 요정, 동전, 정령."
상대방의 공격을 한 번 맞받아친 것으로 녀석의 수준은 충분히 이해했다.
정면 승부는 위험하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것은 아직 크론이 유일 스킬을 뿜어내기 이전의 상태일 경우다.
유일 스킬의 버프를 덕지덕지 바른 크론의 강함은 일시적이지만 비스를 압도할 수 있다.
- 행운의 정령이 민첩 +30과 함께 스킬 '일격필살(마스터) - 1회성)'을 부여합니다. -
'호오?'
버프가 적용되면서 행운의 정령이 1회성 스킬을 부여해준 사실에는 조금 놀라움을 토해냈다.
단순한 능력치를 올려주는 버프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개념으로 스킬을 부여해준다니?
이건 더 리셋 월드 내의 모든 버프류 스킬을 뒤져보아도 없는 경우다.
그야, 유일 스킬인 행운의 정령만 가능했으니까.
[일격필살] - 마스터 단계(1회성 스킬)
* 행운의 정령이 가져다준 스킬. 사용하거나 10분이 지나도록 사용치 않으면 자동적으로 소멸합니다.
* 무(無)속성 피해량 750%증폭
* 사용 후 5분간 방어력 50저하
* 마나 소모 없음
'······굉장하군.'
새삼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행운 종류의 유일 스킬중에서도 특히나 행운의 정령은 적용되는 종류에 사기가 되기도 하고 쓰레기가 되기도 하는 듯한 병맛 스킬이다.
행운의 동전도 그 못지 않지만 적어도 사용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디버프를 걸지는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행운의 정령은······건다.
사용자를 죽음에 이르게하는 디버프를.
동시에 긍정적인 효과로 발동될때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미친 버프를 적용시켜 주기도 하니 미워할 수가 없는 녀석이다.
요 근래에, 특히 20강을 성공 시킨 이후로는 디버프는 단 한 번도 적용시키지 않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자신들의 정령왕인 발리란의 관심을 산 영향이 클 것이리라.
"어쨌든 잘 써먹어주지."
때마침 상대할 적은 단일 개체다.
다수의 적과 교전하는 대규모 전투에서 일격필살과 같은 스킬은 오히려 독이되기 마련이다.
강력한 한 방이 있지만 그에 따른 패널티도 상당하다보니 오히려 쓰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750%의 데미지를 조건없이 증폭시켜줄 리가 없다.
그래도 나름 마스터 단계라고 패널티도 방어력의 감소로 퉁치는 느낌이다.
"조잘 조잘 시끄러운 인간이로군!"
태세를 정비한 비스가 다시금 창의 형태로 달려들었다.
그렇지만 크론에게는 아직 비장의 한 수가 남아있는 상태다.
"불운 주입."
자신은 강해지고, 적은 약화시킨다.
그것이 바로 전투의 기본이자 적을 손쉽게 처리하는 정공법.
- 행운 수치 133의 스텟치 만큼 지정한 대상의 '체력'을 감소시킵니다. -
- 현재 광물 포식자 비스의 체력 스텟은 12 입니다. -
"꾸물텅- 치사한 짓을 하는 군!"
"어쩌라고. 꼬우면 너도 30레벨로 등장하던가."
전투에 있어서 치사하고 뭐고가 어디있나.
솔직히 따지자면 46레벨의 미스터리 등급인 비스가 더 치사하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승자야 말로 법이다.
이기면 장땡이니까.
"금빛 나래."
달려드는 비스와 굳이 정면 승부를 해줄 이유는 없다.
순식간에 녀석의 뒤를 점한 크론은 상승된 민첩 스텟을 토대로해서 일방적인 공세를 취했다.
창의 형상을 하고 있는 녀석은 이대로는 안되겠던 것인지 방패의 형태로 육체를 조작했지만 체력이 약해진 이상 뭘로 변해도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데미지로 직결되었다.
순식간에 생명력이 10%이하로 떨어진 비스의 몸이 한 차례 떨었다.
"이 노오옴!"
파바바바밧!
비스의 육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상당량의 열기를 토해냈다.
그와 함께 비산하는 녀석의 신체.
젤리 하나 하나가 상당량의 열기를 품고 있었기에 이번 비스의 반항에는 크론도 한 수 접어서 회피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죽여버리겠어!"
한 순간의 틈을 기회로 삼은 비스는 비산했던 육체를 다시금 그러모으더니 대뜸 거북이처럼 몸을 웅크렸다.
페이즈의 변화.
크론은 방심하지 않고 곧바로 방패를 잡고 앞으로 내밀었다.
저 녀석의 형태는 분명 '방어'의 자세다.
그렇지만 몇 방 맞으면 죽을 정도의 빈사 상태에 빠진 녀석이 방어를 위한 행동을 취할리가 없다.
체력 스텟의 효율이 극악이 되었으니 놈이 선택할 방법은 단 하나.
공격 뿐.
그리고 크론의 예상은 적중했다.
비스의 육체가 한 번 크게 팽창함과 동시에 급속도로 축소, 압축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시 지옥!"
슈슈슈슈슉-!
날카롭게 벼려진 젤리가 사방을 난자할 기세로 쏟구쳤다.
마치 고슴도치마냥 날카롭고 틈없는 공격에 크론도 눈쌀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참 지랄맞은 공격이네."
방패 뒤로 몸을 숨겼다고는 해도 몸 전체를 가리는 방패가 아니다보니 노출된 하반신은 녀석의 가시에 그대로 꿰뚫릴 수 밖에 없다.
판금 갑옷을 두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녀석의 관통력은 방패로 빗겨치지 않으면 모든 것을 꿰뚫을 정도로 날카롭다.
당연히 판금 갑옷도 뚫은 채로 크론에게 막대한 고통과 데미지를 선사해주었다.
- 다리 부분에 가시 지옥이 적중당했습니다. 행동에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
- 광물 독에 감염되었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
- 행운을 품은 판급 갑옷의 내구도가 상당량 감소합니다. -
- 행운이 깃든 철제 방패의 내구도가 상당량 감소합니다. -
시끄럽게 울리는 알림음이 크론에게 경고성을 날렸다.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벗어나지 않으면 죽는다.
그렇지만 크론은 물러설 생각이 전혀없다.
뒤지면 뒤졌지 기껏 개고생해서 발견할 놈을 놓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빈틈을 노린다.'
이번의 격돌로 하나 알아차린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비스 쪽이 아니라 크론이라는 것이다.
- 불운 주입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
알림음에 크론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던 체력 스텟이 정상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사방으로 비산했던 비스의 육체가 빠른 속도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생명력을 회복하는 비스.
빈사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생명력 회복 속도.
아마도 그 진원지는 지금 녀석이 씹어먹고 있는 붉은 빛깔의 원석의 영향이리라.
"제법 강한 녀석이긴 했지만 내 수준을 넘지는 못한다. 하찮은 벌레 치고는 꽤나 수준높은 묘기였다고 볼 수 있군."
킥킥 거리는 웃음과 함께 비스는 루비를 입 안으로 집어넣고 와작와작 씹어삼켰다.
"광물 포식 - 루비."
비스의 육체가 팽창에 팽창을 거듭한다.
80%까지 생명력을 회복한 녀석의 몸 주변으로 화염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미스터리 등급이라 특이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도안되는 전투 방식인데다가 생명력의 화신이라 불리는 트롤보다도 뛰어난 생명 재생력이라니······.
거의 전부 회복한 비스가 씩 웃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녀석은 이것으로 승기를 잡았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너무나도 우습게도 말이다.
"말하는 것 치고는 더럽게 쫄아있는 것 같다만?"
"뭣?"
"내 말 틀리냐? 그렇게 당당하면 왜 아까처럼 창의 형태로 공격을 안오는건데?"
"도발 하는건가? 안타깝지만 그런 허술한 전법은 안통한다."
"쯧. 그러냐."
녀석이 제 발로 오는 편이 더 좋았는데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운 주입이 해제되었다고는 해도 크론에게 적용된 행운 삼종 세트 버프는 아직 유지중이다.
또한 비장의 수가 남아있기도 하고.
버프의 지속시간이 끝난다면 크론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거슬리던 벌레야. 곱게 죽어라. 육체 조작 - 화염 탄환."
접근전을 할 생각이 없던 것인지 비스의 젤리가 탄환의 형태로 크론에게 내달렸다.
루비를 삼킨 영향인지 화염의 성질을 띄고있는 탄환의 공세를 정면으로 맞는다면 크론으로서도 위험하다.
하지만 크론은 원거리 공세를 선택한 비스의 공격 방식을 기회로 삼았다.
"후욱!"
한 차례 숨을 머금은 크론은 곧장 내달렸다.
날아드는 화염의 탄환을 회피하는 것보다는 쳐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회피를 선택한다면 피할 수는 있지만 녀석에게 가까워 지는 것은 요원하다.
도망만 쳐서는 결국 버프의 지속 시간이 끝난 자신은 녀석에게 철저히 유린당할 테니까.
타다다닷!
쳐낼 수 있는 공격은 쳐내고 쳐낼 수 없는 공격은 몸으로 때운다.
고통과 함께 생명력이 뭉텅이로 떨어졌지만 죽을 정도의 피해는 아니다.
"죽고싶어서 환장한 것이로군! 육체 조작 - 거인!"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며 비스의 몸이 곱절로 커지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흩뿌려진 탄환으로 쓰인 젤리도 다시금 돌아오면서 3M였던 녀석의 육체는 순식간에 7M까지 커졌다.
크론이 접근해오자 단숨에 삼켜버릴 생각인 것이다.
어찌되었든 녀석의 본질은 슬라임.
먹잇감을 삼켜서 소화시키는 사냥 방식을 선택한 액체성 몬스터였으니까.
"뒤져라! 포식!"
모르긴 몰라도 저 거대해진 육체에 먹힌다면 아무리 체력이 빵빵한 크론으로서도 무리다.
지금까지의 전투로 입은 피해가 상당하기도 하고 저 거대한 몸집에 갇히면 나올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크론도 다 생각이 있어서 접근 한 것이다.
"분신!"
비스의 공격에 당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아이템 분신수의 혼에서 비롯된 분신을 가미카제마냥 비스의 입 속으로 쳐넣었다.
치이이이익-!
크론의 힘을 10%밖에 계승하지 못한 분신체는 비스의 몸 안에서 순식간에 산화되어 녹아내렸다.
비스는 기세를 몰아서 크론도 먹어치우려고 했다.
하지만 크론은 모든 준비를 갖출 수가 있었다.
분신체가 비스의 몸 안에서 발버둥치는 동안 얻은 1초의 시간.
아니, 크론으로서는 2초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임 스톱.
시간을 멈추는 전지전능한 초능력의 힘으로 크론은 비스보다 한결 여유롭게, 또한 역설적으로 날카롭게 비스의 빈틈을 찾아냈다.
멈추어진 시간 속에서 오로지 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오히려 1초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넘쳐흐를 지경이다.
"일격필사아아알!"
스킬의 발동과 함께 시초의 망치가 찬란한 빛에 휘감겼다.
I, II단계도 아니고 마스터 단계까지 끌어올려진 일격필살의 한 방.
그것은 녀석이 아무리 물리 피해에 면역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전부 흡수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케헤헤에에에에엑!"
육중한 파쇄음과 함께 화염을 두른 젤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일격필살을 맞은 정면 부위는 박살난지 오래였고 높았던 녀석의 생명력도 다시금 빈사 상태로 접어들었다.
2페이즈도 끝났으니 이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였다.
"이런!"
비스는 미스터리 등급의 몬스터다.
그것도 좀보다도 레벨이 높은 상위 계열의 몬스터.
당연히 2페이즈를 넘어서서 하나 더, 3페이즈가 있어도 과언이 아닌 격을 갖춘 녀석이다.
비산했던 화염 젤리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크론의 접근을 방해했다.
하나 하나의 공격은 크론도 무시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수 십개가 되어서 크론을 요격하자 제 아무리 크론이라고 해도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버러지같은 놈! 내 육체의 결집을 얕보지마라아아아! 광물 포식 - 대량!"
부글부글부글!
비스의 몸이 끓는 솥의 물처럼 미친듯이 끓어올랐다.
기포가 기포를 일으키고, 터져나가면서 육체가 끊임없이 팽창을 거듭한다.
동시에 비스의 몸 안에서 넘쳐흐르는듯한 광물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