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39화 (39/122)

# 39화.

광물 포식자 비스(2)

딱히 함정 해제에 관련된 스킬도 없다보니 크론으로서는 선택지가 1개로 좁혀질 수 밖에 없다.

"부셔보지 뭐."

자고로 고장난 것은 두들기면 고쳐지는 법(?).

함정이든 뭐든간에 부수어버리면 된다는 논리를 들먹인 크론은 자세를 취한뒤 시초의 망치를 냅다 휘둘렀다.

쩌어엉-!

살벌한 기세로 휘둘러진 시초의 망치였지만 허무하게 튕겨나가며 크론 역시 충격에 의해 바닥을 굴렀다.

- 미지의 존재가 펼친 방어막에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못했습니다. -

"하아? 전혀 피해가 없다고?"

무려 10강짜리 유니크 아이템이다.

그냥 유니크 아이템도 귀한 마당에 10강이나 된 것으로도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하다니?

크론으로서는 기가 차오를 일이다.

"내가 그런다고 포기할 것 같냐?"

이를 악문 크론이 금새 몸을 일으켰다.

방어막의 충격 여파로 몸이 욱씬거리기는 했지만 큰 타격은 없었다.

"어떻게든 깨트린다."

새삼스럽지만 크론은 마음 먹은 것은 꼭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자세를 취하고 노리는 대상을 박살낼 기세로 내려친다.

까아아앙---!

- 미지의 존재가 펼친 방어막에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못했습니다. -

"이런 빌어먹을······대체 방어막의 내구성이 어떻게 되먹은거야?"

7번정도 더 공격을 가했음에도 피해는 단 1도 먹히지 못했다.

이쯤되면 버그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레어급도 아니고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최대한 힘을 실어서 내려쳤는데도 감감무소식이였으니까.

그렇지만 더 리셋 월드는 3주 내내 버그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전무한 게임이다.

애시당초에 진짜 버그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인물은 고강화 아이템을 찍어내듯이 만드는 크론이니까.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건가?"

단순한 데미지로는 뚫을 수 없는 방어막의 한 종류일 수도 있다.

애초에 이곳은 사냥을 하기위해서 온 던전이 아니라 광물을 캐기위해서 온 광산이다.

그렇다면······.

"채광의 시간."

생각을 마친 크론은 곧장 끓어오르는 힘으로 무기를 교체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들 하지 않던가?

굳건한 힘이 실린 곡괭이가 그대로 문양을 찌그러트릴듯 내리쳤다.

-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조건. 채광V를 충족하셨습니다. -

- 미지의 존재가 펼쳐진 방어막이 1%파해되었습니다. -

"고, 고작 1%?"

웬만한 광맥은 5번 정도 내리치면 박살나게 만드는 크론의 채굴력이다.

더군다나 채광의 시간을 발동한 상태라면 2번에서 3번이면 될 정도.

그런데 그런 상태로 온 힘을 담았는데 1%라니······.

정말 어지간히도 높은 채굴력을 요구하는 녀석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크론은 짜증보다는 웃음을 머금었다.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데미지를 입힐 수가 있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활로를 활짝 연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이 정도의 조건과 방어기제를 갖춘 녀석이라면 못해도 쓸만한 아이템이나 업적을 뱉어낼 확률이 높았다.

"시작해보자고."

안되면 되게하라.

크론의 법칙이다.

@ @ @

"트롤왕을 길들인 존재. 그게 네놈이였나."

현실의 퍼그에게서 날아온 메세지를 본 호걸낭인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을때 나타나는 버릇적 행동.

그만큼 현재 호걸낭인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역시 길드원으로 들였어야 했는데."

호걸낭인의 게임 실력은 프로게이머 시절을 겪었기에 어느정도 받쳐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출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호걸낭인의 재능은 게임 실력보다는 재정 수완 능력과 직감이 뛰어난 것이였으니까.

북두칠성과 같은 길드가 무력과 실력으로 길드원들을 따르게 했다면, 호걸낭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재력을 활용함으로서 길드원들의 신뢰를 얻은 케이스다.

또한 호걸낭인의 실력자를 보는 눈은 대체적으로 뛰어난 편이다.

실제로 그러했기에 처음에 크론을 봤을 때에도 공격보다는 오히려 포섭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하지 않았던가.

"설마 했더니 테이머를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니······."

그러한 직업으로 30명과의 전투에서 몇 명을 데려가기까지한 그의 재능이 너무나도 탐이나고 두려웠다.

무엇보다도 그 때의 전투에 크론이 소환했던 웨어 울프의 강력함은 호걸낭인이 직접 겪기까지 했었으니까.

호걸낭인은 생각에 잠겼다.

크론과 부딪친 배경은 어디까지나 광산의 광물이다.

호걸낭인의 백호 길드는 광산을 통제함으로서 막대한 부와 무구를 갖추는데에 힘쓰고 있는 상태다.

그러했기에 호걸낭인은 하나 궁금한 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대체 크론 그 자는 왜그리 광산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그 정도의 실력과 길들이는 운을 가진 존재라면 오히려 사냥터로 나가서 사냥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일진데 대체 무슨 이유로 광물을 캐는 것에 집착을 하는 걸까?

이 부분에서 호걸낭인은 몇가지 가설을 세울 수가 있었다.

"조력자가 있다거나. 아니면······대장장이라던가."

전자라면 문제가 안되지만 후자라면 진짜로 심각해진다.

대장장이와 테이머.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직업의 조화는 그야말로 전투에 있어서는 극악이라고 볼 수 있다.

대장장이는 원천적으로 생활직에 속했고 테이머는 이도저도 아닌 특이 케이스였으니까.

그런데 그러한 직업 구성으로 자신의 길드를 이토록 박살낼 수 있다는게 너무나도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일단 크론. 이 녀석과는 대적하지 않는 것이 차선책이겠어."

굳이 손해를 감수할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척살령을 내리는 것도 어찌보자면 길드의 자본과 시간 낭비가 될 확률이 다분하다.

트롤왕을 길들인 테이머라면 또 어떤 몬스터를 길들여와서 자신들을 덮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대적하는 것보다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좋았다.

덧붙여서 이제부터라도 나쁜 이미지로 서로 남는 것은 좋은 판단이 아니다.

호걸낭인의 직감은 대체적으로 틀린적이 없다.

그리고 현재 그의 직감은 말하고 있다.

녀석의 성장 속도는 범인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 그러고보니······."

호걸낭인이 무언가를 깨우친듯 눈을 크게떴다.

본래 더 리셋 월드에는 마을마다 광산이 다양하게 분포되어있다.

배럴 광산도 매장량은 꽤나 되는 편이지만 도시 수준의 광산에 비하면 저조한데다가 특수 금속이라고 칭할만한 것도 없었다.

그러한 곳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아직 백호 길드가 그렇게 큰 힘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있었지만 또 다른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산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알 수 없는 봉인.

문양을 두들기고 후두려쳐도 미지의 존재가 친 방어막은 해제가 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곡괭이를 휘둘러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봉인에 대해서 실마리를 얻어내려고 했었다.

조건이 있는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데미지의 문제인 것인지.

결국 수많은 시도끝에 무슨 짓을 해도 답이 없자 결국에는 반은 포기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던 중이였다.

어차피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중이였으니 언젠가는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설마 봉인을 푸는 것은 아니겠지."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는 호걸낭인이다.

@ @ @

까앙- 깡- 깡!

광산에서는 늘 곡괭이가 울려퍼지는 소리가 가득하다.

꽝-! 쾅-! 꽈아아앙-!

청량하기 그지없던 파쇄음이 끊어지고 이어서 들려오는 것은 육중한 파괴음이다.

먼지를 너무 먹어서 그런지 온 몸이 회색과 갈색의 조화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명체가 된 크론은 그저 묵묵히, 또 무식하게 곡괭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제발!"

꽝!

"좀!"

콰앙!

"깨져라! 우어어억!"

푸드더더덕-

곡괭이를 휘두르던 크론이 볼품없이 바닥을 굴렀다.

미지의 존재가 펼친 방어막에 곡괭이의 공격은 통했지만 마찬가지로 반사시키는 힘도 적용된다.

그러다보니 크론은 수 십번이 넘게 바닥을 굴러서 기분이 참 좋았다.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먼지 목욕을 했으니까.

부들 부들-

힘이 들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아니라 분노로 몸이 덜덜 떨린다.

어떤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면상 한 번 봐줘야겠다.

이 정도로 자신을 고생시킨 놈이니 절대로 평범한 녀석이 나와서는 안될 일이니까.

꽈앙-! 파스스슥-

그리고 마침내 방어막이 부서졌다.

- 미지의 존재가 펼쳐진 방어막이 파해되었습니다. -

- 광물 포식자 비스 Lv.46(미스터리)가 등장합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비스는 상당히 불편한 상태입니다. -

무려 46레벨의 미스터리급 몬스터.

크론 보다도 16이라는 수치나 높은 데다가 오직 홀로 존재한다는 미스터리 등급이다.

보통의 상황이였다면 곧장 도망치는 것이 정상이다.

기껏 힘들게 방어막을 깨부셨더니 이런 괴물이 나오다니, 안죽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도다.

허나 크론은 그럴 생각이 전무했다.

개고생을 했는데 약한 놈이 나타나면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으니까.

"그거 잘됐네. 나도 되게 불편한 상태거든. 퉷."

몸에 잔뜩 엉겨붙은 먼지를 털어내고 입으로 들어간 먼지를 뱉어낸 크론이 씩 웃었다.

실로 오래간만에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곡괭이를 휘두른 것 같다.

개고생을 있는대로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힘 스텟이 영구적으로 1증가했다.

6시간이 넘도록 광물을 캐도 올려주지 않았던 시스템이였지만 크론의 고생을 알아주기는 한 것 같기는 하다.

뚜둑- 뚜둑-

"그럼 간만에 매타작좀 해볼까."

"건방진 소리를 내뱉는군."

그래도 어느정도 지적 능력은 갖춘 것인지 크론의 목소리에 반응한 녀석의 형상이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부서진 문양 속에서 액체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더니 이내 합쳐지기 시작했다.

티이잉-!

"쯧. 방어 기능이 있는건가."

전부 형상을 갖추기 전에 공격을 취했지만 역시나 실패다.

"하찮은 녀석! 버릇없이 나를 깨웠으니 참교육을 시켜줘야겠군!"

"별 단어를 다 알고있네."

녀석의 언어 구사 능력에 새삼 감탄하는 사이 비스의 형상이 전부 갖춰졌다.

크기는 대략 3M정도의 오밀조밀한 젤리의 형상.

딱봐도 슬라임이 떠오르는 녀석이다.

"물리피해로는 잡기 힘들겠네."

슬라임의 특성은 조금 까다롭다.

일단 날붙이 등의 물리 공격에 대해서는 흡수력은 가공할 정도니까.

그렇지만 다행히 크론의 무기는 시초의 망치.

유니크 등급 답게 어느정도 분쇄력을 갖추고 있었으니 슬라임한테도 충분히 데미지가 먹히기는 할 것이다.

무려 10강에 도달한 녀석이였으니까.

"죽음을 선사해주지."

"조잘조잘 더럽게 시끄럽네. 작작 떠들고 덤벼 하리보."

"······건방지군."

자세한 뜻은 모르지만 자신을 비하한다는 것쯤은 알았기에 비스의 몸이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

"갈가리 찢어발겨주지. 육체 조작 - 창의 형상!"

기포가 터지면서 변이 과정을 거친 비스의 몸이 하나의 창으로 변함과 동시에 크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슈아아아악-!

바람을 찢어발길 정도의 파쇄음.

만만치 않은 기세가 숨겨진 것을 알았기에 크론은 곧장 방패를 들었다.

크그그그그극-!

방패와 창이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사방으로 불똥이 흩뿌려졌다.

크론으로서는 나름 방향을 틀어서 방어를 취했는데도 굉장한 데미지다.

이대로 가다가는 방패가 녀석의 관통력을 견디지 못하고 박살난다.

"빌어먹을!"

이를 악문 크론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녀석이 강력한 공격력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어쨌든 녀석의 본체는 지금 이 창이다.

푸우우욱!

크론이 오른손에 힘을 실은 덕분에 창이 방패를 치고 크론의 어깨죽지를 관통했다.

"끄으응!"

상당한 피해를 주는 일격이기는 하지만 못버틸 수준은 아니다.

크론은 곧바로 힘을 실어서 시초의 망치를 휘둘렀다.

퍼어억-! 투두두둑-

물리 피해에 대한 면역에 자신이 있었던 비스였지만 역시 10강 유니크 무기의 저력을 얕볼 수는 없다.

상당한 피해와 함께 사방으로 녀석의 육체라고 할 수 있는 젤리가 바닥으로 흩뿌려졌다.

"!!!"

뜻밖의 일격에 당황한 것인지 저 멀리까지 거리를 벌린 창의 모습을 지닌 비스의 몸이 한 차례 떨었다.

녀석의 생명력은 현재 10%가 떨어진 상황.

크론으로서는 나름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 일격이였는데 고작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미미한 피해량이다.

'젬보다는 확실히 강하군.'

미스터리 등급은 조금 특이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유일 스킬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홀로 존재하며 사냥에 성공할시 해당 몬스터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게임 세계에서 사라진다.

종족의 개념은 있지만 일종의 돌연변이.

네임드랑은 조금 다른 느낌의 변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데 네임드가 종족으로서의 한계를 딛고 강해진다고 치면 미스터리는 종족의 한계를 완전히 돌파하는 경지라고 볼 수 있다.

미스터리 등급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지금 한 차례의 격돌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젬 보다도 강하다.

레벨을 떠나서 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은 보스급보다도 상위에 해당하는 존재라는 것.

이번에는 크론으로서도 상당히 힘든 전투가 될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