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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를 리셋한다-33화 (33/122)

# 33화.

북두칠성(5)

그렇지만 타임 리프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이들은 한 번 밖에 시도하지 못하는 도박성 가득한 도전을 자신은 제한력이 전부 소모될 때까지 더해서 남들보다도 많은 횟수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운이 따라만 준다면 지금 기회에 보스급 몬스터를 길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당장에 펜릴만해도 고강화 무구를 착용함으로서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상대로 버틸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펜릴보다도 몇 단계나 상위격 존재인 시독 트롤인 젬이 고강화 무구를 착용한다?

그야말로 크론을 넘어서는 괴물의 탄생이나 마찬가지다.

괜스레 상상을 한 영향인지 크론도 몸을 한차례 떨 정도였다.

"반드시 얻고 싶어졌는데."

수집욕을 자극 받아버린 크론의 눈이 희번뜩였다.

지이이잉-!

보스방 문이 열리면서 그와함께 역한 시독 냄새가 크론의 코끝을 찔러왔다.

"흐음, 일단 길들이면 향수부터 좀 뿌려야겠어."

마을에서 홀애비냄새를 뛰어넘는 지독하기 그지없는 시독 냄새를 풀풀 풍겨댔다가는 걸어다니는 재앙이 될 것만 같다.

괜스레 지나가다가 창이나 화살에 꿰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쿠워어어어어!

그런 크론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노의 노호성을 터트린 젬이 크론에게로 육탄돌격을 감행했다.

"맛있는, 별미가 찾아왔다!"

오크 워리어와 홉 고블린들을 간식으로 알고 인간은 별미로 취급하는 트롤답게 침을 질질 흘리는 뽐새가 장난이 아니다.

길들이면 성격도 교정 시켜야될 것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크론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행운의 요정. 불운 주입."

행운의 동전과 정령은 쿨타임이 긴 관계로 지금으로선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허나 젬이 강력한 보스 몬스터이기는 하지만 일대일 최강 스킬인 불운 주입만 있어도 크론으로선 승기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행운 수치 133의 스텟치 만큼 지정한 대상의 '힘'을 감소시킵니다. -

- 현재 젬의 힘 스텟은 -28 입니다. -

"괴상한, 주술을 부리다니!"

이번에는 행운이 작용해준 것인지 한 방에 원하는 스텟에 불운 주입이 적용 되었다.

힘이 줄었다지만 민첩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육탄 돌격을 감행해오던 젬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은 상태.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크론이 원하는 상황이다.

가만히 있는 적을 찌르는 거랑 무식하게 달려드는 녀석에게 칼을 들이미는 것이랑 데미지는 현저하게 차이날 수 밖에 없다.

가상 현실인 더 리셋 월드는 그러한 데미지 방식을 설계한 방대한 시스템의 집합체였으니까.

푸우우욱!

"크워어어어!"

금빛 나래 태도와 초보자용 검에 그대로 미간을 꿰뚫린 젬의 생명력이 20%나 증발하듯 사라져버렸다.

상당한 격통은 트롤조차도 버틸 수 없는지 젬이 몸을 휘청거리면서 고통에 울부짖었다.

"아직 시작도 안했어."

피식 웃은 크론은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이제부터는 크론의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본래 멀쩡한 상태의 젬도 이길 자신이 다분했던 크론이다.

그러할진데 불운 주입으로 약해진 젬 따위는 크론의 상대도 되지 않는다.

"금빛 나래."

샤샤샥! 스걱! 쿠드드득!

순식간에 젬의 뒤편으로 이동한 크론은 젬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도록 빠르게 난도질을 시작했다.

여간한 몬스터들은 일격에 절명시켜버리는 크론의 막대한 공격력이 쉴새없이 펼쳐지자 단단하기 그지없던 젬의 생명력도 뭉텅이로 떨어져내렸다.

"크아아아아! 죽여버린다!"

불운 주입이 끝날때 쯤이되는 것과 동시에 피가 바닥을 향해 내리친 젬이 광란을 발동시켰다.

육체적인 능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젬의 분노가 크론을 향해 미친듯이 퍼부어졌다.

한 방 한 방의 일격이 위험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일격.

크론도 공격받으면 아슬아슬한 위험한 일격이였지만 크론은 회피보다는 방어의 무시를 선택했다.

어차피 불운 주입을 통해서 일방적인 공격을 취했던 크론이다.

현재 생명력 상황으로는 압도적으로 크론이 유리한 상태.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딜교 방식 속에서 서로의 몸을 찢고 베고 뭉개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끝끝내 결판난 치킨 게임의 승자는 크론이였다.

자신의 방어력과 공격력을 믿고 있었기에 이루어진 당연한 결과.

그렇지만 의외로 선전하는 젬으로 인해서 위기에 처할 수도 있었다.

20강이라고는 하지만 초보자용 검의 한계도 서서히 느껴졌다.

그간 수 많은 몬스터들을 일격에 즉사시켰지만 확실히 행운의 동전이나 정령으로 스텟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니 젬에게 공격이 제대로 박히지 않는 것이다.

"새끼. 아프기는 하네."

빈사 상태에 빠져서 숨을 헐떡거리는 젬의 모습.

광란의 효과가 끝난 것인지 젬은 크론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기다려봐. 아직 죽일 생각없어."

크론의 눈빛에 탐욕으로 물들었다.

거적때기를 입고도 이 정도로 버티는 녀석이라니······.

고강화 판금 갑옷으로 무장시키면 지난 번처럼 백호 길드가 30명씩 몰려와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길들이기."

응어리진 빛무리가 젬의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다른 테이머가 보았다면 미쳤다고 길길이 난리를 치고도 남을 일이다.

네임드급 몬스터를 길들이기 실패해도 패널티로 인한 광포 상태를 버티기 힘든데 그보다도 상위격 존재인 보스급 몬스터를 향해 길들이기를 시전하는 짓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인근에 동료 유저들이 많다면 시도할 법 하기도 하지만 다른 유저들이 굳이 테이머를 위해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할 유저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다.

또한 길들이기는 한 번 실패하면 두 번 다시 동일한 몬스터에게 시전이 불가능하다.

광포에 빠진 몬스터는 자신을 길들이려고 한 테이머를 죽이기 전에는 상태 지속이 풀리지 않는 조건이 붙어있었으니까.

그러나 크론은 그러한 미친짓을 시도해도 어느정도 상쇄시킬 보험, 타임 리프를 보유하고 있다.

6개의 유일 스킬보다도 뛰어난 권능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초능력.

그러한 사기 능력이 크론에게 아직 13번이나 남아있는 상태다.

혹여 전부 실패하는 경우에도 다시 도전하면 될 일이다.

시간을 많이 소모한다면 포기하고 네임드급 몬스터를 찾아다녀야겠지만 젬 정도라면 어느정도 수고를 들여서 길들일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기급 탱킹 능력과 까다로운 시독 능력. 거기에 더해서 강력한 데미지까지.

삼박자가 갖춘 채로 길들여진 젬은 전력부터가 구미호나 우룽에 비할 바가 못된다.

여기에 더해서 고강화 무구까지 착용시킨다면······.

그 누구도 건드릴 엄두도 내지못할 재앙급 존재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 길들이기에 실패하셨습니다. -

- 젬이 광포한 상태에 빠집니다. -

- 당신에 대한 적대감이 최대 상태입니다. -

"쯧."

떠오른 알림음에 크론은 그 즉시 혀를 찼다.

예상은 했지만 첫 시도는 당연히 실패다.

보스급 몬스터의 길들이기가 한 방에 성공한다면 테이머가 왜 사장됐겠는가.

개나 소나 테이머해서 보스급을 길들여서 다 자수성가 했을텐데 말이다.

첫 도전부터 김칫국을 한사발 들이킨 크론은 빠르게 타임 리프를 해서 시간을 감은뒤 길들이기 시전을 반복했다.

- 길들이기에 실패하셨습니다. -

- 길들이기에 실패하셨······. -

당연한 말이지만 시도한 11번이 전부 실패했다.

"진짜 지독하게도 성공이란 단어가 안뜨네."

이쯤 되면 최종장이라고 봐도 무방했었던 20강을 성공시키는 것보다도 힘든 것 같다.

물론 20강을 성공시킨 것이 초보자용 검인 것도 감안은 해야한다.

무릇 강화란 아이템의 등급이 높으면 높을 수록 성공 확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법이였으니까.

아마, 조만간 착용하게 될 시초의 망치의 강화도 타임 리프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간한 멘탈이 아니면 힘들 것만 같다.

"이번에도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아쉽기는 하지만 제한력을 넘기는 횟수는 크론으로서는 감수할 수 없는 행위다.

그나마 게임상이라서 패널티가 현실 수준은 아니라지만 지금은 강화때처럼 안전한 상태가 아니다.

빈사 상태라고는 해도 어질어질한 상태로 젬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참고로 남아있는 1번은 사용할 수 없다.

크론 본인도 힘이 많이 빠져있는 상태였기에 광포 상태에 빠진 젬을 처리하는 것은 무리다.

"길들이기."

- 길들이기에 실패하셨습니다. -

떠오르는 결과는 역시나 실패, 라고 생각하려던 순간이였다.

순간 뇌가 씻겨나가는 듯한 청량한 기운이 돌더니 온 몸을 파고들며 짜릿한 기분을 선사했다.

처음 겪는 느낌이 아니다.

크론이 맨 처음.

초등학생이 되던 때에 느꼈던 초능력을 각성했을때 느꼈던 감각.

실로 오래간만에 느끼는 포근하면서도 격렬한 기분이 심장에 남아있는 영향인지 크론의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되었다.

길다면 길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기분을 느끼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현실 속 시간개념으로 따지더라도 1초도 안되는 시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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