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31화 (31/122)

# 31화.

북두칠성(3)

"뭐, 뭣!?"

디버프를 적용받은 제로의 눈이 흔들렸다.

자신의 힘 스텟은 칠성들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높다.

자신의 힘 스텟 108.

폭렬심법爆裂心法의 주축이 되는 스텟이 힘이였으니 잔여 스텟은 여간하면 힘으로 올인했다.

그외에 부족한 스텟은 발로 뛰어서 히든 피스를 통해 얻은 칭호와 어느정도 잔여 스텟을 투자함으로서 충당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그러한 자신의 힘 스텟이 내려갔다고?

더군다나 -계열까지?

후우욱! 쿠우웅!

"끝이야? 별로 안아픈데?"

폭렬권爆裂拳을 얻어맞은 크론은 간지러워서 웃음이 날 지경이다.

-까지 떨어진 힘 덕분에 본래대로면 방어력이 높은 크론도 피할 강력한 일격이 어린아이가 때리는 것보다도 약하게 느껴졌다.

"아니 잠깐 기다려봐!"

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마치 수 백 킬로그램은 될 것 같은 물건을 얹어진 것만 같은 무력감.

'씨발 대체 뭔데!'

자신이 무슨 피콜로도 아니고 모래 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싸움에 임하는 기분이다.

크론은 그 모습에 씨익 웃었다.

다대일 전투에서는 행운의 소환이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고 하면 일대일 전투에서는 불운 주입이 압도적으로 좋다.

넘쳐나는 크론의 행운을 그대로 적의 주력 스텟을 깎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불운 주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 시간이 고작 1분 밖에 되지 않는 녀석인 주제에 쿨타임이 무려 1시간이다.

한 번 사용하면 다음에 쓸 때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일격필살로 쓰거나 상황을 유리하게 할 자신이 있을 때에만 써야한다.

그리고 두 번째 단점은 자신의 행운 스텟으로 줄일 수 있는 스텟을 마음대로 고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놈의 빌어먹을 랜덤성 때문이겠지.'

허나 그렇다고 해도 크론에게는 다른 이들에 비하면 랜덤성에 있어서는 유리한 편이다.

행운 스텟 보정 효과도 그렇고 마음에 안들면 방금처럼 타임 리프로 시간을 되돌리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니까.

"금방 끝내줄게."

크론은 곧장 제로에게 달려들었다.

이왕 처리할거면 북두칠성이 다른 마음을 못품게 최대한 임팩트있게 처리해야한다.

소문에 의하면 북두칠성은 지금까지 총 6번의 도전을 받았고 전부 압도적으로 북두칠성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에 걸맞는 명성이 있으니 허튼 짓은 안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기에 크론은 이번의 승부에서는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함께 던전을 돌았었던 소렌 일행 같은 경우에는 던전 클리어를 함께 할 동료였기에 정보를 공유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동료도, 친구도 아닌 녀석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많이 알려줄 정도로 자신의 생각은 짧지 않다.

퍼어억!

제로의 턱이 크론의 발차기에 쳐올려졌다.

제로가 악을 바득바득 썼지만 -75로 떨어진 힘으로 인해서 제로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다.

'버틴다. 무조건 버틴다!'

그렇지만 제로도 안다.

자신에게 걸린 디버프의 종류는 처음보는 것이지만 지속 시간이 1분이라는 것을 알림음을 통해서 들었다.

그렇다면 시간을 버티기만 하면 승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쳐죽여버리겠어!'

볼품없이 쳐맞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깔깔 거리면서 웃는 것이 상상된다.

반드시 자신을 보고 웃었던 녀석들을 블라인드 시킬 것이라고 다짐하고는 제로는 장비를 전부 해제했다.

어차피 힘이 안되서 활용도 못하는 장비는 지금 제로에게 있어서는 짐덩어리에 불과하다.

초근접 전투가 특기인 제로는 격투가를 직업으로 삼고있는 만큼 민첩과 체력또한 높은 편에 속한다.

게다가 전투센스 또한 자신이 있다.

칠성이라는 자리를 그저 운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듯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쌍검을 피하는데만 집중했다.

'조금, 조금만 더······.'

1분만 버틴다면 이제 남는 것은 눈 앞의 크론을 패죽이는 퍼포먼스를 보이면 된다.

건방진 녀석을 패죽이기만 하면 늘 그렇듯 시청자들도 자신을 향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제로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띄워졌다.

그런 제로의 모습에 크론이 입을 이죽거렸다.

"야."

"?"

"웃지마. 정들고 싶지 않으니까."

반격하지 않는 적만큼 상대하기 쉬운 적이 어디있겠는가.

크론은 쉴새없이 쌍검을 내려치면서 제로의 몸을 찍어내렸다.

"씨발······."

솜사탕마냥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생명력에 제로가 기겁했다.

자신도 나름 어느정도 기본 수치의 민첩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었는데 크론의 속도는 그야말로 말도 안된다.

심지어 속도에 어느정도 패널티를 주는 판금 갑옷을 입은 상태로도 저 정도의 속도가 말이 되느냔 말인가?

그러나 크론은 그런 제로의 기본 개념을 깨트렸다.

강화의 업적을 독차지하면서 얻어낸 막대한 양의 칭호로 그야말로 찍어누르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현재 183에 이르른 행운이 가져다 주는 치명타 발생 확률 증가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푸우욱!

"커헉!"

최후의 일격에 피를 토한 제로의 육체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운이 좋은 것인지 카오도 아니었는데 아이템까지 드랍해주었다.

게임에 돈을 퍼지르는 칠성의 아이템이면 적어도 레어급 이상일 터.

"이봐. 이제 이걸로 면제권 얻은거 맞지?"

"······응? 아, 으응."

회색 빛깔로 물든 제로의 모습과 멀쩡한 크론을 번갈아보면서 아리안느가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철혈의 여제라는 이명에 걸맞지 않은 육성의 모습.

아마 이러한 모습을 이성인 역귀가 봤다면 배를 잡고 자지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러한 아리안느조차도 멍을 때릴 수 밖에 없다.

북두칠성 중에서는 가장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 정예급 길드 중에서도 극소수에만 속하다고 암암리에 알려져있다.

신체적인 능력만큼은 제로를 따라잡을만한 유저를 찾으려고 해도 얼마 없다.

당장에 아리안느 자신도 제로와 꽝 하고 붙으면 이기기야 이기겠지만 자신 역시 상당히 공을 들여야만 한다.

제로의 유일 스킬 폭렬심법爆裂心法은 자칫 한 대라도 허용 했다가는 화상을 겸한 큰 부상을 감안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러한 제로가 처음 본 듣보잡한테 말그대로 일방적으로 쳐맞다가 죽어버렸다.

"뭔데 이거?"

마초남 컨셉을 잡고 있는 녀석이기는 하지만 제로는 결코 멍청한 녀석이 아니다.

닳고 닳은 유트버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어느정도 두뇌는 갖춰야한다.

그것 때문에 제로는 겉으로는 멍청한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냉정하게 행동하는 녀석이다.

칠성이라는 자리는 그저 육체적인 힘과 유트버의 힘만으로 올라올 수 있을 정도로 우스운 곳이 아니다.

현재 더 리셋 월드에서 최강의 유저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법한 백검의 인정을 받아야만 오를 수 있는 자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니까.

'이 영상은 어떻게 하지?'

아리안느는 녹화된 영상을 보면서 고민했다.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영상은 나름 인기가 있기에 녹화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확실히 얻어터지기는 했다.

도전자가 아닌 제로가 박터지게 얻어터지기만 한 영상.

이런 것을 올렸다가는 북두칠성에 큰 스크래치가 그어진다.

실제로 북두칠성은 여태까지의 도전자들에게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몇몇 멍청이들이 북두칠성을 얕보고선 도전했다가 복날의 개처럼 두들겨 맞은 이후로 도전자를 받은 전례가 없었을 정도였으니까.

"하, 씨발 진짜 제로 이 병신같은게······."

문제를 일으킨 제로는 죽어버렸고, 원인인 크론은 던전으로 이미 들어가버린지 오래다.

"병신들. 갑질을 그렇게 쳐해대니까 저런 꼴을 당하지."

"그러니까. 무슨 장 터도 아니고 게임속에서 하루 장사하는데 만 원을 쳐받냐. 양심이 없으니까 벌받은거지."

키득거리는 유저들의 목소리.

그래도 이득이 창출되니까 북두칠성에게 돈을 지불하기는 했지만 들려오는 소리로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불만이 많았나보다.

슈아악!

가뜩이나 성질 더러운데 거슬리게 울어대는 유저들의 소리에 아리안느의 활시위가 당겨졌다.

나불거리던 유저 둘이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물든채 쓰러졌고, 아리안느의 캐릭명은 시뻘겋게 물들었다.

"불만있으면 나와."

카오가 된 아리안느가 손을 까딱거렸지만 그 누구도 나설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 @ @

- 인스턴트 던전 젬의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 -

- 일정 거리에 대기중이던 소유물도 함께 입장됩니다. -

- 접속 종료가 일시적으로 잠금됩니다. 강제 종료시 캐릭터에 사망 패널티가 적용되니 주의를 요구합니다. -

알림음과 함께 크론의 주변으로 구미호를 비롯한 펜릴과 우룽도 함께 소환되었다.

거리가 일정반경 떨어져있는 상태라면 함께 데려올 수 없었지만 던전 입구에서 대기를 시켜둔 덕분에 함께 입장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일단 나 먼저 갈테니까 뒤에서 따라와."

젬의 동굴에서 리젠되는 몬스터들은 놀 부락과 흑마법사의 서고보다는 레벨들이 낮은 편에 속하지만 두 던전과는 다르게 함정이 많이 거슬린다.

인스턴트화 된 덕분에 소렌 일행과 클리어했을 때보다는 던전이 약화되었다지만 함정을 얕볼 수는 없다.

물론 크론을 제외하고 말이다.

슈슉-

파칭!

사방에서 독화살과 함정 트랩이 발동했지만 크론은 요지부동이였다.

독화살은 판금 갑옷의 방어력을 뚫지도 못하고 팅겨나갔으며, 함정 트랩도 마찬가지로 팅겨나갔다.

어느정도 충격과 데미지는 있지만 크론의 회복 속도가 더욱 빠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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