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30화 (30/122)

# 30화.

북두칠성(2)

"근데 녀석들 제법이야. 장비빨이 있기는 했지만 레벨 차이가 상당했을텐데."

구미호와 펜릴은 각각 18레벨이였고 우룽은 20레벨이다.

반면 놀 전사는 평균적으로 25레벨로 구성되어있다.

그런데도 꿀리는 것 없이 세 녀석들은 괜찮은 전투센스를 보여줬다.

높은 카리스마를 가진 크론의 명령의 도움도 컸지만 전투센스가 꽝이였다면 이토록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던전으로 들어가는게 좋겠다."

클리어되서 유저들에게 공개된 던전의 숫자는 디메른 마을의 주변으로 총 3개다.

놀 치프가 지배하고 있는 놀 부락과 언데드들이 등장하는 흑마법사의 서고. 마지막은 크론이 클리어한 젬의 동굴이다.

셋 다 인스턴트화가 된 관계로 젬을 사냥했을 때 만큼 값진 보상들을 여러개 얻을 수는 없지만 일반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이템을 드랍할 터다.

약화된 영향 덕분에 크론 혼자서도 클리어하는 것도 가능할 터이고 말이다.

문제라면 던전의 통제다.

백호 길드와 같은 대형 길드들은 언제나 자신들에게 말같지도 않은 기득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강하니까 던전을 이용하고 싶다면 돈을 바치라고 말이다.

실제로 지금 공개된 3개의 던전들은 대형 길드들의 통제가 진행중이여서 많은 항의가 빗발치는 중이다.

지들이 뭔데 공개된 던전을 통제하면서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느냐고 말이다.

"젬의 동굴로 가는게 낫겠어."

젬의 동굴은 흑마법사의 서고 놀 부락에 비해서 상당히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던전이다.

심지어 보스 몬스터인 젬은 인스턴트화 되어서 약화되었음에도 트롤 특유의 특성으로 인해서 쉽게 죽지 않아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녀석이다.

하긴 여간해선 죽지도 않는 녀석이 역한 시독을 줄줄 뿜어대니 시간이 지날 수록 불리한 것은 유저일 수 밖에 없다.

함정이 많은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크론이 방패를 들고 뚫어버리면 그만이다.

방패까지 든 크론의 방어는 여간한 피해력이 아니면 흠집도 안날 터다.

무엇보다도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다는 점이 좋다.

백호 길드와 만날 일도 적어질 뿐만 아니라,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길드는 상대적으로 놀 부락과 흑마법사의 서고에 비해서는 약한 놈들일 테니까.

"젬의 동굴 공략할 딜러 구합니다! 성직자랑 성기사 구비 되어있습니다! 레벨 27넘는 분으로 모집해요!"

"젬의 동굴에서 나오는 재료 및 아이템들 매입매각해드립니다!"

"장비 수리 및 인챈트 해드려요. 좀 더 수월하게 클리어하실 수 있습니다."

초기에 보았던 조그마한 입구는 사라졌다.

인스턴트 던전으로 변화하면서 본래의 입구 대신 거대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입장 필드로 재구성된 상태이다.

시끌벅적한 대기방의 외침 소리를 뚫으면서 걸어가자 왠 유저들이 앞을 막아섰다.

척 보기에도 '열혈'을 달고 살 것 같은 근육질의 마초 남성과 꽉 끼는 가죽 옷으로 아찔한 몸매를 뽐내는 여성이였다.

"처음보는 얼굴인데 젬의 동굴을 이용하려고?"

"그러려고 한다만?"

"수금하러 온 김에 잘됐네. 그럼 내놔, 통행세."

"통행세?"

크론은 모른척 했지만 이미 알고있는 상태다.

일곱개의 별의 길드 마크를 새기고 있는 길드 북두칠성.

젬의 동굴로 향하면서 리셋위키를 통해서 젬의 동굴을 통제하는 길드에 대해서 알아둔 상태였으니까.

그들의 기준으로 젬의 동굴은 하루 이용시에는 5천 골드를. 입장 필드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하루당 1천 골드를 받는다.

그 밖에도 통행세를 많이 지불해서 그들이 제작한 브론즈 회원. 실버 회원등의 신분증으로 승격하면 통행세에 할인까지 붙여주는 혜택을 주었다.

그야말로 말같지도 않은 혜택이라 이마를 탁치고 싶다.

5천 골드면 판매시 현금으로는 5만원이다.

지금 저들은 자신에게 던전 하루 이용권으로 5만원을 내라고 하는 셈이다.

그것도 자신이 클리어한 '젬의 동굴'에서 말이다.

웃기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실룩거렸다.

북두칠성 길드에 있는 최고위 7간부에 해당하는 이들은 각각 일성부터해서 칠성이라 불리는 녀석들이 있다.

눈 앞에 있는 녀석 둘은 북두칠성에서도 나름 유명한 녀석들이다.

야릇해 보이는 옷을 입은 여성은 북두칠성의 육성 아리안느였고 마초 남성은 칠성인 제로였다.

던전에 대한 통제는 아무래도 마찰이 제법 있다보니 광산 통제와는 다르게 최고위 간부 두 명이 포진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가 젬의 동굴을 선택한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젬의 동굴을 통제하는 길드 북두칠성에는 특이한 룰이 하나 있다.

그곳의 길마인 일성 백검이 내세운 룰.

그것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조건이 불만일시 칠성중 한 명에게 도전해서 이기면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데 불만이면 힘으로 이겨보라는 소리다.

그야, 북두칠성의 칠성들은 하나같이 40레벨을 넘기는 게임의 재능을 타고난 하드급 폐인들이였으니까.

"도전할게. 북두칠성에게."

"뭐? 도전?"

아리안느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도전의 룰이 있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이렇듯 뜬금없이 꺼내는 녀석은 처음봤다.

"어머. 너 되게 웃긴다. 너 거기에 담긴 무게는 알고 말하는거야? 도전해서 깨지면 어떻게 되는지?"

"물론."

30만 골드의 지불 혹은 3개월 간 광산 및 잡템 줍는 짐꾼 노예역할을 해야한다.

그것을 거절하면 북두칠성이 끝까지 쫒아가서 죽인다.

백호 길드의 척살령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길드원들을 비지니스 적으로 운영하는 호걸낭인과는 달리 백검은 순수하게 자신을 따라오는 이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강해지는 것을 떠나서 칠성들에게 수 만 골드는 우스울 정도의 후원을 해주는 일종의 스폰서다.

백검은 홀로 네임드급 몬스터를 썰어버리는 유저로 유명한 유트버였으니까.

실제로 그의 강함에 감명받고 오는 유저들이 수 십 트럭은 될 정도다.

"참고로 도전의 전투 영상은 촬영할거야. 불만없지?"

칠성들은 전부다 옥튜버를 하거나 방송 스트리머를 하는 녀석들이다.

녀석들이 하드급 게임 폐인인 이유는 이게 그들의 밥줄이였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대신에 얼굴은 가려도 되나?"

"흐음······못생긴 얼굴이여서 그러는거야? 아니면 사정이 있어서?"

"······후자다."

참고로 크론은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래? 그렇다면야 뭐."

어깨를 으쓱한 아리안느는 그와 함께 살벌한 얼굴로 크론을 노려봤다.

"야 근데. 너 아까부터 되게 거슬리는거 알아? 다짜고짜 왜 반말질이야?"

"너도 반말하잖아?"

"하, 씨발. 너랑 나랑 같냐? 쥐꼬리만한 새끼가."

"그럼 네가 나설래?"

"그러고 싶긴한데 귀찮아. 이래뵈도 나 육성이야. 저기 칠성 막내가 있는데 누님이 나서야 쓰겠냐?"

"그렇긴 하지."

군대를 전역한지 얼마 안된 크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암. 일병들 싸움에 상병장이 나설 이유가 없다.

"누나. 이제부터 나랑 싸울 녀석인데 나도 애기좀 합시다."

"그래. 니꺼해라 막내야."

아리안느가 휘적휘적 손을 저으면서 녹화 기능을 작동시켰다.

"반갑다 새꺄. 나는 제로라고 한다. 북두칠성의 칠성이지. 너는?"

"크론이다. 소속된 길드는 없다."

"그러냐? 흐흐흐 마침 잘됐네."

요 근래 막내 생활을 하면서 갖은 핍박을 받다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히 쌓인 제로는 주먹을 뚜둑뚜둑 풀며 좋아했다.

"쉽게 죽지만 말아라. 감질맛 떨어지는건 질색이니까."

"너야말로."

"하, 웃기는 새끼일세."

아리안느가 손을 휘젓는 것을 시작으로 제로가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으랴아아아! 폭렬전신爆裂全身!"

화르르르륵!

길드 북두칠성은 대형 길드이긴 하지만 실상 속 알맹이는 다르다.

93명은 칠성들을 따르는 돈많은 시청자 및 후원자이고 칠성들이야말로 진정한 길드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형 길드의 탈을 쓴 소규모 정예 길드니까.

그리고 후원자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시청하는 유트버가 성장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지루한 것보다는 퍼포먼스를 좋아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북두칠성의 도전 시스템은 일종의 이벤트다.

후원자들에게 돈을 뜯어내기위해 고안한 백검의 이벤트인 셈.

'돈 좀 신나게 벌어볼까.'

제로의 온 몸에서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길이 솟아올랐다.

격투가의 히든 피스.

유일 스킬 '폭렬심법爆裂心法'을 배운 영향으로 제로는 폭렬기爆裂氣에 해당하는 격투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기공에 비해 화속성을 토대로해서 극도에 이른 파괴력을 부릴 수가 있는 것이 유일 스킬 폭렬심법爆裂心法의 진정한 무서움이다.

실제로 칠성들 중에서 제로와 정면으로 붙을 수 있는 것은 일성 백검이나 이성 역귀뿐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크론은 피식 웃었다.

다대일이 아닌 일대일에서 크론은 질 수가 없다.

제로가 구하기 힘든 유일 스킬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크론은 그러한 유일 스킬을 무려 6개나 가지고 있다.

그 중 행운의 소환은 비장의 수니까 아껴두고, 행운은 사용을 못하는 관계로 패스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4개.

크론은 곧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당연하게도 긍정적인 효과로 발동했고, 행운의 정령은 뜻밖에도 힘과 행운을 50증가 시켜주었다.

크론으로서는 오히려 이러한 방향이 더 좋다.

"불운 주입."

슈아아아아-!

- 행운 수치 183의 스텟치 만큼 지정한 대상의 '지능'을 감소시킵니다. -

- 현재 제로의 지능 스텟은 -146 입니다. -

감소된 수치로 봐서는 아무리 봐도 꽝이다.

쯧하고 혀를 찬 크론은 타임 리프를 해서 다시금 불운 주입을 적용했다.

- 행운 수치 183의 스텟치 만큼 지정한 대상의 '힘'을 감소시킵니다. -

- 현재 제로의 힘 스텟은 -75 입니다. -

'걸렸다.'

크론의 미소가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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