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29화 (29/122)

# 29화.

북두칠성(1)

"컹컹!"

"크르르릉. 사냥감이다!"

크론이 디메른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조우한 적은 놀 무리였다.

넝마에 가까운 거적대기를 두른 놀 무리들은 전사 넷과 궁수가 둘로 구성된 6마리의 무리였다.

장비가 넝마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레벨 구성은 최소가 25이고 높은 경우에는 27까지 형성되어있다.

이 상태로는 크론이 길들인 세 녀석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장비뿐. 나머지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당연히 꽝하고 붙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일단은 숫자를 줄여둬야겠군."

처음부터 굳이 까다로운 적을 상대하는 경험을 쌓을 필요는 없다.

우선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스르릉-

어차피 크론이 압도적으로 바를 수 있기에 방어구인 방패까지는 필요없다.

방패를 집어넣은 크론은 허리춤에 묶어둔 금빛나래 태도와 초보자용 검을 양손에 하나씩 움켜쥐었다.

공격적으로 나설 때는 아무래도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두 무기를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금빛 나래."

슈욱!

한 순간 몸이 흐릿해진 크론은 단 한 번에 20M의 거리를 이동했다.

적의 한가운데로 들어선 것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지만 크론은 그저 웃을 뿐이다.

"크릉!"

후우웅!

놀 전사의 몽둥이가 있는 힘껏 크론을 찍었지만 요번에 제작한 판금 갑옷의 놀라운 방어력은 쉽게 뚫을 수 없다.

크론이 마음먹고 강화한 덕분에 벌써 +11강에 도달한 녀석이였으니까.

"끝났냐? 그럼 내 차례지?"

말을 끝낸 크론은 곧장 무기를 휘둘러서 자신을 공격한 놀 전사와 옆에서 화살을 장전하려던 놀 궁수 2마리를 일격에 썰어버렸다.

끽소리도 못하고 한 방에 3마리가 두동강이 난 채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압도적인 크론의 무력에 놀 전사의 기세가 팍 죽어버렸다.

때려도 흠집은 커녕 신음소리 하나 안내는 괴물같은 녀석을 무슨 수로 이기란 말인가?

놀 이라는 몬스터가 대체적으로 개 머리를 하고있는 개대가리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본능이 있는 녀석이다.

이대로 싸우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곧바로 도주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걸 가만히 보내줄 크론이 아니다.

때마침 연습 상대가 나타났는데 이대로 물러서면 오히려 크론이 섭섭하다.

"너희들은 도망치면 안되지. 이제부터 시작인데."

앞으로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구미호를 비롯한 펜릴과 우룽에게 전투의 경험은 하나하나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순수하게 그저 레벨업을 통한 능력치 상승을 기하는 것이라면 그저 크론이 옆에 끼거나 안전 지대에 대기 시켜놓고 홀로 나가서 몬스터를 보이는 족족 썰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크론이 원하는 녀석들은 능력치가 뛰어난 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어야한다.

그것은 당연히 기초로하고 심화 학습으로는 전투에 대해 눈을 떠야만 한다.

크론은 능력치만 좋은 멍청이를 원하지 않는다.

능력치만 좋은 멍청이는 언젠가 자신을 과시하다가 죽을 확률이 압도적을 높다.

기껏 자신의 경험치를 나눠서 먹여주었는데 허망하게 죽어버리면 그 얼마나 허탈하겠느냔 말인가.

"펜릴은 우룽에 대한 접근을 허락하지마! 가장 앞에서 적들의 어그로를 끌어라!"

크론은 기본적인 탱커가 어그로를 끌고 뒤에서 원거리 및 기습 공격을 통한 견제 방식을 알려주었다.

지금의 셋의 합을 맞추는 것으로는 이게 가장 좋다.

펜릴은 전사 직업이고 구미호는 도적 직업이다.

우룽은 궁수 직업으로 유일하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녀석이니 견제에 능하다고 할 수 있다.

"크르르릉!"

크론의 명령을 들은 펜릴이 눈을 희번뜩였다.

셋 중에서 가장 방어력이 출중한 녀석이기도하고 유일하게 판금류에 해당하는 강철 갑옷을 입은 펜릴의 방어력은 셋 중에서도 탑이다.

놀 무리들과는 레벨 차이가 7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상당히 차이는 나고 있다.

맨 몸인 상태로 둘이 부딪쳤다가는 백이면 백 펜릴이 초전박살나서 쓰러질 것이다.

허나 레벨이 깡패라는 말이 있듯이 장비가 깡패라는 말도 있다.

조잡한 거적대기를 걸치고 있는 놀 무리와 강화된 무구로 둘둘말이한 펜릴의 방어력은 이미 비교가 불가능한 상태다.

콰아아앙!

펜릴이 몸통박치기를 거세게 놀 전사 한 마리에게 박아버리자 기우뚱한 녀석이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판금류의 갑옷의 무게와 펜릴의 가속도가 더해진 박치기였으니 그 충격이 보통이 아닐 터.

그 데미지 덕분에 놀 무리의 어그로는 펜릴이 고스란히 가져갔다.

"컹컹! 하등한, 녀석!"

"죽인다!"

놀 전사가 주둥이를 나불거리면서 거칠게 울부짖었다.

펜릴은 동요 하나 없이 녀석의 공격을 갑옷의 방어력으로 상쇄시키고는 코 앞에 있는 녀석을 향해 어금니를 박아넣었다.

"크아아아! 노, 놔라!"

크론의 역작. 황동 어금니에 물린 놀의 눈이 동그래지며 괴성을 내질렀다.

몽둥이를 휘두르며 펜릴을 마구잡이로 공격했지만 펜릴은 요지부동!

황동 어금니에 탑재되어있는 특성인 늘어진 집념으로 치악력이 상승한 펜릴은 어쩌라는듯 눈을 부라리면서 놀의 다리를 뜯어버릴 기세로 잘근잘근 씹었다.

"펜릴 녀석. 혈기왕성하니 좋구만. 그래도 너무 공격받으면 위험하지."

방어력이 출중한 갑옷을 입고있다고는 하지만 펜릴은 무적이 아니다.

격분한 3마리의 놀 전사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지속적으로 두들겨맞으면 육편이 되는 것은 놀 무리가 아니라 펜릴이 될 것이다.

"우룽은 더블샷으로 펜릴을 지원해!"

슈슈슈슉!

안그래도 준비하고 있었다는듯이 크론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우룽의 화살이 빗발쳤다.

청동 활에 담긴 특성 맹독이 적용된 독화살이 그대로 놀 무리들에게 내리꽂혔다.

한 방이 강력하기까지한데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독이 발린 원거리 견제다.

한 순간에 펜릴에게서 어그로가 끌렸다.

펜릴은 물고 씹던 녀석의 다리를 퉤하고 뱉고는 곧바로 다른 놀 전사를 물고 늘어졌다.

허나 그래도 한 녀석은 아직 멀쩡하다.

멀쩡한 놀 전사 한 놈은 더 이상의 원거리 견제를 허락하지 않겠다는듯 눈을 빛내며 우룽에게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구미호는 돌진해오는 녀석들을 중간 지점에서 공격해."

"키야아아앙!"

쓔우우욱!

숨겨두었던 손톱이 파칭하는 느낌으로 솟아올랐다.

날카로운 비명을 터트린 구미호가 날아갈듯한 속도로 놀 전사에게로 접근했다.

"캬앙!"

샤샤샤샥!

그리고 이어지는 손톱난무!

일격에 놀 전사를 죽이기에는 부족한 데미지였지만 빠른 공격 속도의 영향으로 놀 전사의 생명력은 흐물거리는 설탕마냥 녹아내렸다.

사방으로 긁힌 상처가 난 덕분에 제대로 빡친 것인지 놀 전사의 눈동자가 돌아갔다.

후우웅! 후웅-!

"크아아아! 이런 쥐새끼 같은 놈!"

놀 전사가 격분을 토해냈지만 구미호는 어쩌라는듯 여우 특유의 얄미운 미소를 날려주면서 손톱질을 해댔다.

제대로 놀 전사 한 마리의 어그로를 구미호가 끌어내는 사이 우룽은 펜릴이 물고 늘어진 놀 전사를 향해서 쉴새없이 화살의 시위를 당겼다.

"크어어어······."

펜릴과 우룽의 합격을 얻어맞은 덕분에 가뜩이나 넝마를 입고 있었던 놀 전사는 더욱 넝마가 되어버렸다.

이빨자국이 끔찍하게 새겨진 다리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고, 온 몸은 고슴도치마냥 화살이 사방으로 박혀있었다.

아무리 체력적으로 우월하다고는 하지만 이쯤되면 놀 전사도 버틸 수가 없으리라.

회색빛을 물들면서 놀 전사 하나가 쓰러진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2:3구도가 되어버린데다 그 중 하나는 펜릴이 다리를 질겅질겅 씹어주었던 덕분에 그저 펜릴이 목덜미를 물고 꺾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결국 남은 것은 구미호에게 놀아나고있는 한 마리의 놀 전사뿐이다.

"마무리 지어버려."

마지막으로 떨어진 크론의 명령에 펜릴과 우룽이 지치지도 않고 달려들었다.

"아우우우-!"

[펜릴이 승리를 기뻐합니다.]

혼자 남은 놀 전사 마저 회색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 펜릴이 승리의 포효성을 내질렀다.

"그르릉! 그릉!"

"승리했다! 이겼다!"

우룽과 구미호도 펜릴만큼 신이나는 모양인지 껑충껑충 뛰며 좋아라했다.

"그래, 그래. 좋아하는건 알겠는데 그 쯤 하자."

3마리의 몬스터를 이끌고 다니는 판금 갑옷의 유저.

누가봐도 수상하다 못해 요상한 조합일 것이다.

괜히 다른 유저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판금 갑옷과 투구를 쓰고 있는 덕분에 현재 크론의 얼굴은 가려진 상태다.

자신의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 사그라 들기는 했지만 괜히 부딪쳐서 얼굴 붉히고 싶지는 않다.

크론 혼자라면 능히 빠져나올 자신이 있었지만 길들인 몬스터들은 백호 길드들에게 도주는 힘들 것이다.

애써 키웠는데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우우웅-! 아우우우!"

[펜릴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크론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혈기를 멈추지 못하는 펜릴.

크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용히."

크론이 짐짓 화난 표정으로 명령을 내리자 위로 빳빳히 쳐들고 있던 펜릴의 꼬리가 급속도로 땅으로 추락했다.

[펜릴이 시무룩해합니다.]

[구미호가 펜릴을 위로합니다.]

한순간에 쭈구리가 된 펜릴의 모습이 괜히 불쌍해보였지만 어쩌랴.

낄끼빠빠할 줄 모르는 녀석에게 아량을 베풀 정도로 크론은 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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