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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를 리셋한다-24화 (24/122)

# 24화.

보조 직업(1)

"쳇."

첫 죽음을 경험한 제화는 혀를 차며 캡슐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든 버텼지만 숫자가 숫자다 보니 승부의 결론은 제화의 패배였다.

제화가 아무리 능력치적으로 우월하다지만 공격 스킬을 하나도 익히지 못한 상태인 점도 한몫했고 말이다.

자신이 보유하고있는 유일 스킬들도 전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용되었다.

거기에 자신의 회심적인 스킬인 행운의 소환으로 소환한 녀석은 48레벨을 자랑하는 은빛갈기의 웨어 울프.

비록 보스 몬스터는 아니지만 끽해봐야 30레벨을 겨우 넘긴 백호 길드가 상대하기에는 까다로운 상대다.

자고로 레벨은 유저나 몬스터나 깡패인 것은 진배없으니까.

행운의 소환은 이토록 강력한 랜덤성 힘을 갖추고 있지만 단점도 존재했다.

말그대로 소환을 하는 것 뿐이기에 소환된 생명체는 제화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게다가 아군으로 설정되어 있지도 않기에 제화를 공격해도 할 말이 없다.

아니, 오히려 제화를 더욱 노릴 수 밖에 없다.

아닌 밤낮에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소환되었으니 기분이 좋겠는가?

그래도 백호 길드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웨어 울프는 제화보다는 백호 길드 쪽으로가서 날뛰어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녀석의 손에 죽어나간 백호 길드원들의 숫자가 두 자릿수는 넘어갈거다.

"지금쯤이면 많이 빡쳤겠지?"

제화가 기분좋게 웃었다.

행운의 소환으로 등장한 몬스터는 죽이더라도 전리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험치와 아이템을 아무것도 드랍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망 패널티는 그대로 적용되니 녀석의 손에 갈가리 찢겨나간 백호 길드원들은 발을 동동구르며 성질을 낼 것이다.

제화 역시 녀석들 중 4명을 처리하는데 성공했고 말이다.

허나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

제화 역시 죽어서 사망 패널티가 그대로 적용되었다.

1시간의 접속 제한 패널티와 기껏 올려둔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가 일정량 하락한다.

거기에다가 재수가 없으면 귀중한 아이템을 드랍하기까지 한다.

다행히 카오 상태는 아니었다지만 만약의 경우라는게 있다.

혹여라도 시초의 망치나 20강의 초보자용 검이 드랍되었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끔찍하다.

"어떻게든 되찾아올거지만."

제화의 집념은 생각외로 질긴 편에 속한다.

남주는거 아까워하는 사람이 자기 것을 빼앗기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그나저나 종수 녀석은 아직도 게임중인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늘은 토요일이다.

사실 수업이 없었으니까 배럴 광산에서 무려 6시간 가까이 채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불효자야, 불효자. 집에도 안올라가고."

종수가 들었다면 사돈 남말하고 있네라면서 투덜댈 터지만 못들으니 상관없다.

"일단 좀 씻을까."

머리라도 식힐겸 제화는 욕실로 향했다.

사망 패널티 1시간이 짧으면서도 길다는 것을 느끼면서 몸을 씻은 제화는 출출한 배를 달랠겸 자취방 앞의 분식집으로 향했다.

@ @ @

"킁. 이거 완전히 황금 고블린 역할을 해줬네."

디메른 마을의 부활석에서 몸을 일으킨 크론은 가방을 살피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다행이라면 착용 장비 중에서 중요할 수 있는 무구들은 드랍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속이 쓰리기는 했다.

쉽게 얻으면 쉽게 잃을 수도 있다고 했던가?

백호 길드 패거리들을 패죽이고 얻었던 홉 고블린 갑옷을 드랍해버린 것은 나름 뼈아프다.

잘만 판매하면 족히 2만 골드는 받을 아이템이였으니까.

그래도 갈기의 눈물은 건졌으니 나쁜 결과는 아니다.

그 밖에도 주구장창 채광했던 광물들 중에서 대략 15%에 해당하는 물량과 골드도 23,890골드나 드랍해버렸다.

이 부분은 완전한 크론의 실수였다.

더 리셋 월드에서는 가방에 대한 제한이 없다.

많은 아이템들을 대량으로 가방에 넣더라도 전혀 문제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대신에 패널티는 존재한다.

사망시 가방내에 아이템과 골드가 많이 있다면 그만큼 드랍하는 양도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당분간은 괜찮겠지."

쉬지 않고 광맥의 산을 털어준 덕분에 쌓인 양을 처분하려면 적어도 하루는 지낼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뒤통수가 깨진 백호 길드 녀석들은 배럴 광산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 시켰을 터다.

실제로 부활석에서 부활한 크론을 지켜보는 몇몇 눈이 있었다.

딱히 살펴보지 않아도 백호 길드의 유저들이란 것을 알아차린 크론은 어쩔꺼라는듯이 째려보았다.

안전 지역인 디메른 마을에서 영주의 허락도 없이 PK를 벌이는 정신 나간 유저는 없을 터였으니까.

"저 쪽이였지."

크론은 곧장 오스온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초보 마을 같았으면 그냥 이곳에서 간이 대장간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허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주에게 허락을 맡아야한다.

디메른에서 가장 거대하다고 할 수 있는 오스온의 대장간을 사용할 수 있을 터인데 굳이 간이 대장간을 이용할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백호 길드의 눈에 계속 감시당하고 싶지는 않다.

"여, 사제 왔는가!"

오스온의 대장간에 도착하자 광물가루를 잔뜩 묻힌 거무튀튀한 드워프가 껄껄 웃으며 크론을 맞이해주었다.

오스온의 4번째 제자 듀크는 드워프다운 호탕함을 보였다.

성격이 나쁘지는 않은 것인지 아니면 맥주가 담긴 오크통 1개를 통째로 선물로 준 영향인 것인지 듀크는 크론을 좋게 봐주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듀크 사형."

"껄껄껄! 그래, 나도 잘 부탁하지. 비실비실해보여서 조금 걱정됐었는데 눈빛은 진짜배기같군. 앞으로 잘부탁하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테크룬 사형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치켜세우지 않아도돼. 오스온님을 스승님으로 모신지 아직 3달도 안됐으니까."

막내 기질이 다분한 것인지 뒷머리를 긁적이는 테크룬의 모습에 크론이 고개를 저었다.

"차이가 적더라도 저보다 앞 수 이신 것은 사실입니다. 관계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오히려 제가 불편합니다."

"그, 그래? 그렇다면야 뭐."

테크룬이 베시시 웃었다.

생긴건 오크가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우락부락한 성인 인간인 테크룬이였기에 귀엽기 그지없는 행동이다.

"다른 사형 분들은 작업중이신가 보군요?"

"아아, 그렇지 뭐. 나랑 테크룬도 필요한 물품이 있어서 장을 보고 온거거든."

듀크가 대장간 한 구석에 잔뜩 쌓인 광물을 가르켰다.

뼛 속까지 대장장이인듯 보통의 사람이라면 언제 쓸지 진지하게 고민할 만한 물량을 헤실거리면서 좋아라했다.

"혹시 대장간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암 당연한 소리를. 오스온 님의 제자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고."

혹시라도 텃세라도 부린다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좋게 풀리자 크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애초에 이러한 상황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맥주를 오크통째로 뇌물로 준 것 아니었던가.

듀크와 테크룬이 작업을 시작하기 시작하자 크론도 작업을 위해 용광로로 다가섰다.

간이 대장간의 용광로와는 화력부터가 달라보이는 시퍼런 불길.

곁에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몸이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열기에 크룬의 눈이 빛났다.

[최상급 용광로]

- 상급 대장간에 설치할 수 있는 최상급 용광로입니다.

* 작업시 광물의 순도율을 상승시켜줍니다.

'호오······.'

용광로에도 이러한 효과를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였던가.

탄성을 내뱉은 크론은 혹시나 싶어서 작업에 쓰일 도구들을 전부 살펴보았다.

집게나 풀무질에 쓰이는 도구들은 하나같이 효율이 간이 대장간과는 비교가 안되었다.

모루같은 경우에는 무구의 품질을 상승시켜주는 형태의 고급적인 옵션까지 겸비되어 있다.

이래서 대장장이는 자신만의 대장간을 차려야하나보다.

"일단 시작은 철로 하는게 좋겠지."

크론은 곧바로 용광로에다가 철광석과 석탄을 집어넣었다.

제련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합금 강철.

철광석과 석탄을 3:1비율로 집어넣어서 완성되는 강철은 뛰어난 강도와 경도가 그 특징이다.

그 영향으로 많은 무구에 두루두루 쓰이는 합금이였기에 많이 만들어둔다고 해서 손해가 발생될 일이 없다.

실제로 크론이 가장 많이 채광한 광물이 철과 구리이기도 했고 말이다.

3:1의 비율이라고는 해도 석탄이 제법 희귀한 광물에 속했기에 강철을 다 만들어도 철광석이 아직도 널널하게 남아있었다.

강철만큼의 강도는 아니지만 철만으로도 제법 쓸만한 무구는 만들 수 있기에 크론은 남은 철광석을 철괴로 제련했다.

경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흠이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것을 전부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휴. 1시간 정도 흘렀나."

체력이 아무리 팔팔하다고는 하지만 한계는 있다.

크론이 무슨 오우거도 아니고 쉬지않고 작업에 몰두할 수는 없는 노릇.

1시간 동안 절반 가량의 광물을 녹여낸 크론은 휴식을 취하면서 대장간을 둘러보았다.

땅- 땅- 땅! 치이이이익-!

지치지도 앟는지 오스온의 제자들은 쉴새없이 무구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덜렁이 기질이 다분한 테크룬 조차도 작업을 하는 순간에는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강철의 대장장이 오스온의 제자가 될 정도의 실력이였으니 테크룬도 보통내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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