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강철의 대장장이 오스온(4)
'예상대로야.'
퀘스트를 예상하고 있던 크론이였기에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스승님!"
"끌끌끌! 자고로 남자는 목소리지. 어디 그 우렁찬 배포만큼 실력도 뛰어날지 궁금하군."
오스온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크론을 바라보았다.
"실력이야말로 대장장이의 근원이라 할 수 있지만 재료 또한 중요하지. 지금 당장 배럴 광산으로 가도록. 경비병들에게는 이걸 보여주면 될게야."
-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
- 오스온의 증명서를 습득하였습니다. -
[강철의 대장장이로서의 길I(연계 퀘스트)]
- 강철의 대장장이 오스온의 인정을 받기위한 첫걸음입니다. 오스온을 만족시킬 만한 재료를 가져오십시오. 그의 만족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
난이도 : E+
보상 : ?
실패시 : 파문
@ @ @
까앙! 까아앙-! 푸스스스슥!
노련한 솜씨에 단단하기 그지없는 광맥들이 무너져내리며 광물을 쉴새없이 드랍했다.
"대체 뭔데 저거?"
"굴착기 아이템이라도 착용한거야?"
배럴 광산에서 채광하던 유저들은 신기에 가까운 채광 실력에 놀라 그저 입만 떡 벌렸다.
그러나 그들이 알까.
저러한 채광 속도를 보이는 유저가 '광부'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유저라는 것을 말이다.
'일단 캐고보자. 캐다보면 뭐라도 나온다.'
오스온의 첫 퀘스트.
질 좋은 재료를 가져오라는 퀘스트에 크론의 선택은 물량공세였다.
물론 내용 그대로 철광석을 수 만 뭉치 모아서 가져갔다가는 오스온에게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퀘스트의 요점은 오스온을 만족 시킬 재료를 가져오라는 것이지, 만족할 만큼의 양을 가져오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크론은 쉴새없이 광맥들을 파냈다.
광산 깊숙히 들어가서 은이나 금광석같이 희귀한 광석을 채광하는 것이 좋은 판단일 수 있다.
실제로 크론은 초보 마을 시절에 깊숙한 곳에서 채광을 주로 했으니까.
하지만 높은 체력과 +15강의 곡괭이. 그리고 그것을 보정해주는 채광IV까지 곁들여졌다.
그 뿐 아니라 113에 도달한 행운 스탯 덕분에 크론은 굳이 희귀한 광석을 찾아서 캘 필요성을 가지지 않아도 됐다.
철이나 구리 광맥을 캐다보면 높은 확률로 석탄과 주석 광석이 함께 채광되었다.
게다가 간혹 은광석과 금광석이 나왔는데 물량으로 승부를 보다보니 쌓인 양이 상당했다.
'이게 다 돈이지 돈!'
딱히 돈에 환장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게다가 빈약한 숫자의 광맥을 내세우던 초보 마을의 광산과는 달리 배럴 광산은 광맥이 상당히 풍족했다.
까앙-! 깡!
- 광물의 결에 집중적인 타격을 입히는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진행도 90% -
- 성공적인 타격으로 인해서 잡석이 상당량 소실되었습니다. 순도율이 2.3%상승합니다. -
- 채광에 성공하셨습니다. 철광석 뭉치 4덩이를 획득하셨습니다. -
- 대박! 철광석 뭉치 속에서 석탄 2뭉치가 발견되었습니다. -
- 대박! 철광석 뭉치 속에서 은광석 1뭉치가 발견되었습니다. -
높은 행운 보정 덕분에 쉽게 안터지는 채광 보너스도 뻥뻥 터져주었다.
낮은 상태에서의 행운 스텟은 쓸만한 거리가 없는 잉여 스텟이다.
허나 그 수치가 상당히 높아지자 무구제작시 행운이 깃든다던지 무슨 행동을 취했을때 이벤트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그 영향력을 뽐냈다.
"흠흠~"
콧노래를 부르면서 캐던 크론은 잠시 숨을 돌렸다.
늘 즐겨먹는 육포를 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이 지역의 광맥은 거의 바닥이 났군.'
군데군데 광맥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덩어리들이 뭉쳐있는게 아니면 작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
좀 더 광산 깊숙히 들어가기 위해 크론은 이동을 결심했다.
"저런 이기적인······."
"가게 냅둬.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러게. 저 앞이 사지인것도 모르고."
광맥이란 광맥들을 전부 쓸어가버린 크론을 유저들이 곱게봐줄리 없었다.
세상사 살아가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새삼스럽지만 배럴 광산은 안전 지역이 아닌 PK가 일어나도 아무런 문제 없는 전투 지역이다.
초입에 나오는 광물들은 대체적으로 순도가 형편없고 값이 저렴한 철과 구리만 있어서 서로 드잡이질은 하지 않지만 깊숙한 내부부터는 유저들의 자세가 달라진다.
스윽!
"뭐하자는거죠?"
"풋내기 광부인가? 여긴 우리 백호 길드 소속이 아니면 못지나가. 뒤지기 싫으면 돌아가라."
칼을 들이밀면서 하는 경고.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이 하나같이 윤기가 좔좔 흐르는 걸로 봐서는 나름 위치가 있는 길드일 터였다.
하긴 어지간한 대형 길드가 아니라면 이런 광산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겠지.
그렇지만 크론이 그런 통제를 따라줄 의양은 전혀 없다.
"죄송하지만 저는 광물을 캐러 왔습니다."
"하, 말귀를 못쳐듣는거냐? 귓구멍이 쳐막혔나. 꺼지라고 새끼야!"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
말같지도 않은 기득권을 주장하는 얼척없는 이들이.
크론은 본래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은 사절이다.
하지만 그 귀찮음이 자신에게 손해를 발생시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멍청이도 아니고 피해보는 일을 받아들일 턱이 없었다.
"흰둥이 새끼들이 정신나갔나봐?"
"뭐? 희, 흰둥이?"
"그딴 길드 마크달고 다니지 좀 마라. 니들 길마도 어지간히도 취향 독특한가 보다."
자신들의 자랑인 백호 길드 마크를 흰둥이로 깎아내리자 녀석들도 뿔이 단단히 났다.
"너 이새끼 뒤졌다."
카오가 되는 것이 꺼림칙했던 퍼그도 더 이상은 참지 않았다.
스걱!
- 유저 퍼그에게 피해를 입으셨습니다. -
- 유저 퍼그가 카오 상태로 전환됩니다. 퍼그의 파티원에 대한 정당방위가 성립됩니다. -
캐릭명이 피를 머금은듯 시뻘겋게 변하는 것을 본 크론이 씨익 웃었다.
"이제 내 차례네? 행운의 요정. 행운의 동전. 행운의 정령."
샤라라랑-
핑그르르르 탁!
후우우우욱!
II로 승격된 행운의 요정 덕분에 행운이 20증가한 크론의 행운은 133.
당연히 행운의 동전은 앞면을 가리켰다.
심지어 행운의 정령까지도 민첩이 50증가하는 형태의 버프를 적용시켜주었다.
"잘가라."
말 그대로 바람같이 날아간 크론의 검이 퍼그의 몸을 갈랐다.
"무, 무슨······."
믿기지가 않는듯 눈을 치켜뜨는 퍼그가 경직된 상태로 무릎을 꿇는다.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퍼그는 크론의 밥이나 마찬가지.
"커헉!"
몇 번의 공격을 추가로 가하자 퍼그의 몸이 회색빛깔로 물들었다.
이 광경을 구경하던 다른 백호 길드원들도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너 뭐하는 새끼야!"
"적대 길드냐!"
"지들이 먼저 공격해놓고 뭔 소리야."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웃은 크론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3명이라······.'
크론은 유저를 상대로한 PK는 지금이 처음이였다.
자신이 PK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채광과 대장장이 일에 주력하다보니 아무래도 유저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될거 같은데?'
보스 한 마리를 혼자서 상대하기도 했었던 크론이다.
게다가 지금은 그 때보다도 강해진 상태다.
20강의 초보자용 검과 갖가지 유일 스킬을 적용시킨 결과 크론은 몸에서 느껴지는 충만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파바바밧!
몸을 박찬 크론은 앞을 막아선 기사 클래스의 탱커를 지나쳤다.
전투에도 포지션과 클래스가 나뉘어진다.
1:1이라면 모를까 1:3의 숫자적으로 불리한 승부다.
탱커랑 드잡이질을 하는 것은 크론이 아무리 능력치가 뛰어난다 하더라도 좋은 전투방식이 아니다.
그리고 다대일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해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원거리 견제 및 보조다.
요컨데, 성직자와 마법사. 혹은 도적이나 궁수 등과 같은 클래스다.
퍼그의 경우에는 암살자류의 도적 클래스인듯 했지만 제 성질을 못이긴 덕분에 손쉽게 처리할 수가 있었다.
"헉!"
"이, 이 자식!"
스걱! 푸욱!
별다른 공격 스킬이 없는 관계로 크론이 취하는 행동은 횡으로 베는 것과 찌르기 정도다.
허나 유일 스킬의 버프와 20강의 초보자용 검의 막대한 공격력은 맷집이 취약한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였다.
"쿨럭!"
"마나의 방패가 나를 보호할지니, 실드!"
깡! 쩌저정!
"꺄아아악!"
당황한 틈을 타 궁수로 보이는 1명을 베어넘겼지만 이어지는 공격은 마법사의 빠른 대처에 막혔다.
시전된 실드가 부셔지면서 충격에 마법사가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나뒹굴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위치를 되찾은 탱커가 마법사와 크론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백호 길드도 나름 대형 길드로서의 저력이 있다.
크론이 너무 막강해서 쉽게 보일 뿐이지 나름 실력도 있기에 상황대처에 따른 판단은 빨랐다.
"무색의 화살이여. 적을 꿰뚫어 징벌하라! 매직 애로우!"
마법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와 크론의 어깨죽지에 깊게 박혔다.
생명력은 2%정도만 줄어들었지만 특유의 경직이 발생했다.
"크크큭! 넌 이제 뒤졌어! 베쉬!"
그것을 기회로 생각한 것인지 전사가 검을 내리그었다.
그런데 과연 그는 알까?
크론의 보유 스텟중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체력이라는 사실을.
생명력이 쥐꼬리만큼 줄어든 크론은 피식 웃고는 목을 뚜둑 푸는 시늉을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줄게."
사실 매직 애로우도 피할 수 있었다.
행운의 동전과 민첩을 극도로 상승시켜준 행운의 정령이 가져다준 버프로 크론의 속도는 상상이상이다.
하지만 일부러 맞아준 것은 과연 자신이 어느정도 버틸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론의 예상대로 데미지는 극히 저조했다.
너무 시시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사, 살려······."
그제서야 자신들이 건드려선 안되는 이를 건드린 것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을 죽이려한 이들을 살려줄 정도로 크론은 심성이 곱지 못하다.
"좋은 거 떨구면 생각해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