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강철의 대장장이 오스온(2)
허나 그러한 신분증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증명서 같은 경우에는 무역을 시작할 정도로 성장한 상인들이나 발급받을 수 있었고, 용병패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종류의 의뢰를 완료해서 승급을 한 유저쯤은 되야 받을 수가 있다.
"거기 당신 멈추······헛!"
다가오는 모험가들을 제지하던 경비병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NPC가 모험가를 대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분증도 영향이 있다지만 당장 초면에는 명성이 가장 중요한 수치이다.
더 리셋 월드에서는 NPC나 유저나 차림새가 비슷하기에 알아보기가 상당히 어려운 편에 속한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보통 NPC를 알아보는 방법중 하나로서 유저들은 서로 간에 명성의 수치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NPC는 유저들의 명성 수치를 확인할 수가 있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명성 수치는 따지고 보자면 유저보다는 NPC를 상대할 때 그 쓰임새가 남다른 영향을 끼친다.
그럼으로 디모른 마을을 다가오는 모험가 크론에게 NPC는 깍듯이 대할 수 밖에 없다.
각종 최초 업적들을 쓸어담은 크론의 명성 수치는 3,285로서 전체 유저들을 감안해도 크론보다 높은 명성을 지닌 유저는 없을 것이였다.
"그대가 스케인 마을의 소문 자자한 모험가로군."
보통의 유저라면 지금 시점에서 1천에 해당하는 명성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명성 수치가 3천이 넘어가는 크론의 등장은 경비병으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내는 것이 당연한 의례였다.
오는 말이 고우면 가는 말도 고운 법이다.
경비병이 먼저 자신을 존중해주었으니 크론으로서도 나쁘게 갈 이유가 전혀 없다.
"과찬이십니다. 톰슨 님이야말로 디메른 마을을 수호하는 멋진 터줏대감이지 않으십니까."
"허허허, 자네야말로 과찬이군. 나는 보잘것 없는 일개 경비병인데 말이야."
"아닙니다. 톰슨 님이 없다면 디메른 마을이 이토록 평화를 누릴 수 없었을 겁니다. 또 이건 별거 아니지만 친우분들끼리 함께 나누시도록 하시지요."
한껏 경비병의 기분을 올려준 크론은 동시에 소정의 뇌물을 찔러넣었다.
안주로 쓰기에 적절한 양꼬치와 맥주를 건내주자 톰슨이 입이 헛기침을 하며 받아들었다.
"큼큼. 역시 명성다운 씀슴이로군 그래. 버릇없는 모험가랑 비교할 바가 안되는군."
- 톰슨의 호감도가 소폭 올랐습니다. -
알림음에 크론이 속으로 씨익 웃었다.
경비병의 호감도를 샀으니 이제 본론으로 넘어갈 차례엿다.
"혹시 스펜서님을 아십니까?"
"음!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 명성이 자자하신 대장장이시지 않나?"
"실은 이러한 일로 디메른 마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스펜서에게 받은 오스온을 찾아가라는 추천서와 함께 1,000골드를 뇌물로 챙겨주자 톰슨의 눈이 번쩍 뜨였다.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는 대장장이인 오스온의 내용이 명시되있으니 놀라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자그마치 1,000골드를 뇌물로 받았다.
크론으로서는 생각 이상의 출혈일 수 있겠지만 이른바 투자라고 보면 그리 큰 타격도 아니다.
일개 경비병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레벨은 유저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초보 마을의 자경단이 각각 50레벨의 유저와 비슷하다면 디메른 마을의 경비병들은 기본이 80레벨이다.
NPC라고 해서 결코 얕볼 존재가 아닌 것이다.
"자네같은 모험가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지. 내 직접 대장님께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지."
- 추후부터는 추가적인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디메른 마을에 입성할 수 있습니다. -
"정말 감사드립니다!"
뜻밖의 이익에 크론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었다.
솔직히 경비병들과 안면을 틀 요량이였는데 입장료 면제의 혜택을 받게되는 경우를 겪게 되었다.
매번 마을로 올 때마다 500골드를 굳히는 거라면 1,000골드는 오히려 싸게 먹히는 셈이다.
무역때문에 마을을 왔다갔다하는 상인이 들었다면 그야말로 게거품을 물만한 상황일 것이다.
크론이 얼마동안 디메른 마을에 있을지는 몰랐지만 입장료를 굳혔다는 생각에 함박웃음을 머금은 크론은 초소를 지나 마을로 입성했다.
"파티원 구합니다! 던전 이온의 연금서고에 가실 인원 모집해요!"
"각종 재료 아이템들 최고가에 매입합니다! 대상인 길드연합 거상 소속입니다! 믿고 거래트실분 구해요!"
"함께 웃고 지낼 길드원 분들 모십니다. 아기상어에서 함께합시다."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나는 요리들 판매합니다. 각종 버프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유저들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초보 마을도 나름 파티원을 구하는 이들로 시끄러웠지만 디메른 마을부터는 그 차이가 비교가 안되었다.
아무래도 주변에 공개된 던전도 많이 있고 사냥터도 여러방향으로 갈리게되니 당연한 경우다.
실제로 초보 마을과는 달리 디메른 마을은 솔직히 마을이라고 칭하는 것보다는 도시로 칭하는게 맞았다.
단순한 자경단이 아니라 초소가 존재했고, 경비대원들이 틈틈히 마을을 경호하는 광경은 절로 믿음을 살 수 밖에 없다.
디메른을 통치하는 것은 일반 시민격에 해당하는 촌장이 아니다.
귀족령으로서 자작 레이폰이 영주로서 존재했기에 치안도 좋고 거리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 마을 내부에서의 간이 대장간 사용이 제한됩니다. 사용을 위해서는 일정량의 세금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
또한 좌판의 설치가 디메른에서는 자동적으로 통제된다.
자릿세를 요구하지 않는 초보 마을과는 달리 디메른은 영주에게 일정량의 세금을 지불해야만 좌판을 깔 수 있는 것이다.
그 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거리에서 좌판을 깐 유저가 당장 보이는 것만 4명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닐 것이다.
"얘 꼬마야."
꽤나 넓은 편에 속하는 디메른 마을을 발발 뛰어다니면서 대장간을 찾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무슨 일이세요?"
"오스온의 대장간이 어디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수고비는 주시는거죠?"
"물론이지."
- 찰리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빈민가의 꼬맹이처럼 보이는 찰리에게 50골드를 쥐어주자 헤하고 웃은 찰리는 크론을 이끌고 대장간까지 함께 가주었다.
"고맙다. 찰리."
"헤헤, 아니에요."
성심껏 안내해준 찰리를 보낸 후 크론은 다시금 오스온의 대장간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굉장한 크기다.'
지나오면서 디메른 마을을 둘러본 크론은 오스온 말고도 대장간을 볼 수 있었다.
허나 장담컨데 그 중에는 오스온보다도 커다란 대장간은 하나도 없었다.
하긴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는 대장장이인데 오히려 구멍가게 수준의 크기인게 이상할 터였다.
"실례합니다."
대장간에서는 실력있어 보이는 드워프와 인간들이 쉴새없이 망치를 두들기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다들 바빠보여서 누구에게 안내를 부탁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가장 막내로 보이는 NPC가 크론을 맞이해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스온님을 만나뵙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크론의 답변에 테크룬이 크론을 훑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