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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를 리셋한다-17화 (17/122)

# 17화.

시초의 망치(3)

하지만 유그드라실도 회사인 만큼 고객이라고 볼 수 있는 유저들에게 아무런 공지도 안띄우고 이러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뚝딱 해치우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나 때문인건가?'

문뜩 크론은 자신이 성공시킨 20강의 초보자용 검을 보았다.

생김새는 허름한 초보자용 검이였지만 그 내용물은 여간한 무구를 가볍게 씹고 가실 고강화 무기님이시다.

그리고 그러한 무기를 크론은 만들어냈다.

그로서 얻게된 업적의 보상은 하나같이 굉장했다.

여간해선 쉽게 올려주지 않는 명성을 무려 1,000이나 증가시켜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면 이번의 업데이트는 자신이 발생시켰을 확률이 높았다.

"쩝. 뭐 생각해봤자 답은 안나오니까."

크론은 보상이 안나오는 생각은 좋아하지않는다.

차라리 이러한 생각에 시간을 낭비할 빠에는 광산으로 가서 곡괭이라도 한 번 휘두르는게 나을 것이다.

"일단은 시작이나 해볼까."

크론은 업데이트에 관해서는 신경을 껐다.

화르르르륵-!

용광로에 불이 거세게 타오르며 용트름을 내뱉었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용광로의 모습에 크론은 즉시 강철을 집어넣고 있는 힘껏 풀무질을 시작했다.

강철은 채광 스킬이 채광IV가 되면서 얻게된 스킬인 '제련I'으로서 철광석과 석탄을 함께 가열해서 얻게된 합금이다.

일반적인 철광석보다도 강력한 강도와 경도를 자랑하는데다가 합금으로 한 번 가열이 거치기 때문에 잡석이 상당량 걸러져서 순도율이 상승한다.

물론 녹인 횟수만큼 양이 줄어드는 패널티가 있지만 어차피 크론의 능수능란한 채광 속도 덕분에 광물이 부족한 적은 없었다.

다만, 철이나 구리같은 경우는 말그대로 부족한 적이 없었지만 은이랑 금광석의 경우에는 다르다.

레어한 금속에 속하는 녀석들은 광산의 깊숙한 곳에도 몇 개 없는 희귀한 광물이다.

게다가 광산은 크론 혼자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슬슬 초보 광부들도 광산에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미 광산을 이용하는 NPC들도 늘어나면서 매장량 중에서 희귀한 금속들은 거의 씨가 마른 상태였다.

그로 인해서 마음 같아서는 순수하게 은과 금광석만으로 제작하고 싶었지만 그 양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합금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후우우욱-! 후우우우욱-!

10분 여의 시간 동안 쉬지않고 풀무질을 가하자 강철의 쇳물이 용광로에서 맑은 소리를 내며 출렁거렸다.

뒤이어서 크론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은광석을 집어넣은뒤 다시금 10분 여의 시간을 풀무질에 투자했다.

용광로에 세 종류의 광물을 한 번에 넣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각각의 광물들은 이름이 다르듯 녹는점도 시간도 각각 다르다.

그러한 광물을 세 종류나 한 번에 용광로에 집어넣고 풀무질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초보 대장장이나 할 법한 실수다.

'지금쯤이면 금광석을 집어넣어도 괜찮겠어.'

쉬지않고 20분을 풀무질을 한 덕분에 턱 밑까지 숨이 차올랐지만 크론은 꿋꿋하게 참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주재료의 투입 시간이였기 때문이다.

한 번 숨을 돌린 크론은 용광로에 젬의 심장과 금광석을 함께 투입했다.

쿠과과과과과-! 쿠르르르르릉!

"우왓! 깜짝이야!"

"뭔데 저건!"

젬의 심장이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면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생명력의 포효성을 내질렀다.

3개의 광물과 젬의 심장을 먹어치운 용광로가 금방이라도 폭발할듯 용솟음치는 모습 덕분에 주변 유저들의 관심이 크론에게로 집중되었다.

허나 시선은 이미 익숙한 크론이다.

지금은 다른이의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울 때가 아니다.

어차피 이곳 초보 마을에서 자경단들에게 붙잡혀서 끌려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자신에게 PK를 시전할만한 간 큰 유저는 없었다.

생산직이라고 하더라도 정신나간 스텟수치와 고강화 무구를 둘둘 말고있는 크론을 상대할 수 있는 고레벨 유저들은 이미 초보 마을을 벗어난 상태일 터였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크론은 발작하듯 열기를 토해내는 용광로를 돋구는 풀무질을 멈췄다.

이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으니 용광로 내부에 있는 광물들과 젬의 심장은 충분히 뒤섞여서 녹아들었을 터였다.

한 방울의 쇳물도 흘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미리 준비해둔 거푸집에 쇳물을 조심스레 채워넣었다.

- 시독을 품은 거푸집(1회 사용가능)에 생명의 기운이 차오른 합금(액체)을 채워넣으셨습니다. 형상을 갖추는데에는 10분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

거푸집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 사용한 거푸집은 대장장이에게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값싼 종류의 물건이 아니다.

무구제작V에 달성하면서 얻은 '거푸집 제작'기능을 통해서 크론이 손수 젬의 시독 주머니와 각종 귀한 연금재료를 섞어서 만들어낸 걸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거푸집이다.

형상을 갖추는 동안 한차례 숨을 돌린 크론은 쉬지않고 가방에 채광해두었던 두 종류의 광물들을 용광로에 집어넣고 풀무질을 가했다.

틈틈히 가열행위를 통해서 합금에 속하는 강철과 청동을 만들어냈다.

자고로 남는 시간을 허투루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초능력으로 시간을 다루는 크론에게 있어서 시간의 중요성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시작해볼까."

5개의 합금 쇳물을 거푸집에 채워넣은 크론은 이마에 차오른 땀을 흘기면서 거푸집을 열었다.

젬의 시독 주머니로 만든 거푸집이 제대로 스며든듯 젬의 심장을 머금은 쇳물은 보라빛깔을 띄며 크론을 맞이해주었다.

만족스러움에 크론은 곧장 모루로 옮긴 크론은 온 힘을 다해서 망치질을 시작했다.

땅- 따앙- 땅!

진짜배기라고 할 수 있을 법한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투자한 무구인 만큼 제대로된 걸작품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크론의 입장에 있어서는 재생의 갑옷을 포기하고 얻은 주재료였기에 적어도 재생의 갑옷 이상의 물품을 제작해야만 크론의 마음이 편할 것만 같았다.

크론의 초능력.

5초의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 리프는 강화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무구 제작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무구제작의 과정은 시간이 대체로 오래걸리는 편이다.

5초라는 시간을 되돌린들 무구에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서는 순수한 크론의 감과 무구제작 스킬을 믿는 수 밖에 없다.

땅! 따아앙!

모루에 올리면서 쉴새없이 두들기자 특정한 모양으로 굳은 형상이 점차 완곡하고 크론의 의도대로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크론은 늘 재료들을 통해 무구를 만들면서 고민에 빠진 적이 많았다.

대체적으로 가장 많이 제작한 것은 무난한 검이였지만 어떤때에는 갑옷을. 어떤때에는 방패도 만든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크론은 젬의 유산을 보면서 늘 고민했었다.

과연 두 개의 재료를 통해 무엇을 만들면 좋을까.

두개를 합쳐서 하나의 무구를 만들지, 아니면 나누어서 두 개의 무구를 만드는 것이 좋을지를 말이다.

그 고민 부분에 있어서는 전자를 선택했었고, 크론은 제작할 물건도 결정했다.

크론이 마음먹은 무구는 공격력을 책임질 무기도 아니었고, 방어를 책임져줄 갑옷도 아니었다.

크론은 유저로서, 또한 자신의 직업인 대장장이로서 깊히 고심했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무구가 무엇일까?

그리고 마침내 결정할 수가 있었다.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효율이 좋은 무구.

그것은 다름아닌 '망치'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고강화의 튼튼한 구리 망치도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매직급 보다는 레어급 이상의 망치가 더욱 좋은 무구를 제작하는데에 효율이 좋을테니 말이다.

탕- 탕!

그렇지만······.

'이거 강도가 장난이 아닌데.'

용광로를 통해서 투입되었던 합금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생명의 근원이라고 불리우는 트롤.

그 중에서도 변이 트롤이라고 볼 수 있는 젬의 심장과 시독 주머니가 합쳐진 영향인지 망치로 쉴새없이 두들겨도 쉽게 형상이 갖추어지지 않는다.

보통의 검이라면 벌써 만들고도 남았겠지만 지금은 고작 20%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오기로, 깡으로!'

허나 한 번으로 안된다면 두 번.

두 번이 안된다면 그 이상을 두들기면 된다.

크론은 체력적인 면으로는 자신있었으니 말이다.

"우와, 저 사람 지치지도 않나봐."

"나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럽다. 벌써 30분째 아니냐?"

"힘내요, 대장장이 아저씨!"

크론의 모습은 어느덧 하나의 구경거리가 되어버렸다.

더 리셋 월드를 플레이하는 유저 수가 상당한 만큼 초보 마을에는 각종 생산직업들이 좌판을 열거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농부들은 각종 작물들을 요리사나 상인에게 판매한다.

현실의 유통업자라고 불리는 상인들은 다양하게 구입한 재료 아이템들을 각종 직업군에게 판매를 하면서 수입을 올린다.

요리사는 그렇게 얻은 재료들과 자신이 사냥해서 얻은 재료들을 토대로 만든 요리를 판매하고, 대장장이들은 무구를 제작해서 판매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진행되는 판매와 구매 구조.

그것이 생산직 유저들의 삶이다.

허나 그들도 사람이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힘들어서 쉴 법한 분량의 작업을 하고도 단 한시도 쉬지않고 무구 제작에 힘쓰는 대장장이가 어디 흔하겠는가?

거기다가 크론은 상당량의 무구를 판매하고 뛰어난 수리 실력을 선보이는 초보 마을의 터줏대감격 대장장이다.

크론이 제작한 무구들은 하나같이 행운이 깃들어있었고, 고강화가 되어있는 상태로 판매된다.

행운 수치가 100을 넘어서고 초능력이 있는 크론에게 있어서 5강이라는 수치는 적겠지만 다른 유저들에게는 5강도 넘기 힘든 벽과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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