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시초의 망치(2)
"이런 젠장할."
아니나 다를까.
업적 점수가 통계치를 훨씬 초과해버렸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정우는 스마트폰을 켰다.
"나와라. 오늘부터 야근이다."
요즘들어서 많이 회복된 탈모 증세가 다시금 시작될 것만 같았다.
@ @ @
- 강화를 성공했습니다! +20 초보자용 검을 얻었습니다. -
- 스킬 '강화VII'가 '강화IX'로 랭크업 되었습니다! -
- 세계를 격동시킬 운입니다. 행운을 다루는 정령과 요정들이 당신을 존경합니다. 칭호 '행운 그 자체(행운+30)'을 얻었습니다. -
- 행운의 정령왕 발리란이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어합니다. 발리란과 계약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하지만 행운이 약하기에 아직은 그녀를 만날 수 없습니다. 행운을 올려서 충족 조건을 만족하십시오. (제한 행운 300)
- 행운의 요정왕 헤메시안느가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어합니다. 헤메시안느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하지만 행운이 약하기에 아직은 그녀를 만날 수 없습니다. 행운을 올려서 충족 조건을 만족하십시오. (제한 행운 300)
- 최초로 +20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칭호 '강화의 신(모든 스텟+10)'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1,000증가합니다. -
- 최초로 +20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유일 스킬 '행운'을 얻었습니다. -
[행운?] - 유일 스킬
* ???
상당량의 정보가 출력되는 것을 느끼며 크론은 차례대로 정보를 확인했다.
행운의 정령왕과 요정왕의 계약이 가능해졌다는 글귀와 더불어서 20강을 이루면서 얻은 '행운'스킬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크론은 의아했다.
"스킬의 정보를 알 수가 없어?"
지금까지 얻어온 크론의 유일 스킬은 행운을 포함해서총 5개다.
18강이 되었을때 얻은 '불운 주입'은 자신이 지닌 행운 스텟치만큼 지정한 대상의 랜덤한 스텟을 내리는 디버프를 적용시키는 스킬이였다.
또한 19강이 되었을때 얻은 '행운의 소환'은 랜덤한 소환물을 소환하는 스킬이였다. 운이 좋다면 드래곤도 소환할 수 있지만 운이 없으면 가장 약체인 토끼나 고블린이 소환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런데 최종 형태라고 볼 수 있는 20강화를 성공함으로서 얻은 유일 스킬인 '행운'은 그 스킬 이름 외에는 모든 정보가 비공개로 처리되어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행운을 시전해보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조건이라도 있는건가?"
어떻게 해야 스킬이 공개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러한 조건이 붙어있는 만큼 그 효과 또한 굉장할 것이였다.
모르긴 몰라도 무려 최종 강화 수치인 20을 최초로 달성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은 업적을 충족시킴으로서 얻은 스킬이였으니 말이다.
"발리란이랑 헤메시안느. 행운의 정령왕이랑 요정의 왕에 해당하는 녀석들이니까 스킬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겠지."
크론은 일단 둘을 만나기로 목표를 잡았다.
어찌되었던 간에 둘을 만나야 '행운'에 대한 단서의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행운 300이 좀 문제긴 하네."
레벨업당 주어지는 스텟은 고작 3밖에 되지 않는다.
순수한 레벨업으로는 100레벨을 행운에 전부 올인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수치이다.
그렇지만 딱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목표로 잡았다고는 해도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지금 당장에 급한 것도 아니었고 행운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강화해서 착용하거나 스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그 시간을 절약시킬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이번의 업적 달성을 통해서 스텟을 대폭 올려주는 알짜배기 칭호들을 습득한 덕분에 크론의 행운은 113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행운이 113이면 나름 쓸만한게 나와주겠어."
크론은 가방에서 꺼낸 재료들을 보면서 흡족한 웃음을 머금었다.
젬의 심장과 더불어서 그것을 보조해줄 순도 60%를 자랑하는 금광석과 은광석을 비롯한 갖가지 고급 재료들의 향연은 크론이 준비해낸 비장의 무기였다.
그 동안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벌어들인 골드도 골드지만 무구 제작과 수리 스킬의 숙련도도 상당량 증가시킬 수 있었다.
무구제작V.
현재 크론의 숙련도라면 능히 레어급 이상의 무구를 제작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럼 어디······."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서 간이 대장간을 사용하던 순간이였다.
- 조건을 충족함으로 인해서 아인족 생성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시에 보조 직업 업데이트도 함께 완료되었습니다.(내용이 많기에 편지로 첨부파일을 전달합니다.) -
"잉 업데이트 됐다고?"
"공지사항도 없었는데?"
"아씨! 이제 막 캐릭터 생성했는데 어쩌라는건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알림음이였는지 주변의 유저들이 아우성쳤다.
하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더 리셋 월드가 아무리 유저한테 친절한 게임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어느정도의 선은 지켜야한다.
따지고보면 유저들은 게임을 이용하는 '고객'이라고 볼 수 있다.
편의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공지사항 정도는 띄워서 사전에 알려주는 것은 매너였다.
'뭐 일단 확인 정도는 해둘까.'
[아인족, 보조직업 업데이트]
- 대륙 판게아에는 본래 여러 종족이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본래라면 인간 종족만이 생성이 가능했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인하여 타종족으로 캐릭터 생성이 가능해집니다. 레벨 20이 넘어갈시 또 다른 직업의 가질 수 있게 활성화 됩니다. -
* 아인족에 해당하는 수인족, 엘프, 드워프, 오크, 고블린의 생성이 가능합니다.
* 20레벨 달성시 직업을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확인한 크론은 속이 쓰려오는 것을 느꼈다.
따지고 보자면 아인족 업데이트는 크론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
이미 캐릭터를 생성한 크론에게는 종족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리가 없었다.
'아쉽네.'
만약 종족이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크론은 드워프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철의 후손. 철의 아이라고 불리우는 드워프의 경우 대장장이나 광부같은 직업을 시작했을때 상당량 이득을 본 상태로 시작할 수가 있었을 터였다.
"나 캐릭터 새로 만들러간다."
"에잇. 나는 그냥 이거 키울래. 또 다시 키울 자신없다."
"야, 뭘 또 만드냐. 귀찮은데 사냥이나 가자."
주변의 유저들은 업데이트를 읽고 선택했다.
캐릭터를 삭제하고 새로 만드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할 터였고, 그냥 무시한채 인간 캐릭터로 지속하려는 유저들도 보였다.
전자의 경우에는 저레벨들이 대다수일테고 후자의 경우에는 어느정도 레벨을 올린 경우일 터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 크론은 후자에 속했다.
22레벨이라는 캐릭터를 포기할 정도로 드워프라는 종족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않았다.
버프 효과가 탐이난다고는 하지만 오로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드워프는 몸이 작게 설정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몸이 짧다는 것은 전투에 있어서 상당한 단점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몸보다 큰 무기를 착용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그 어려움은 곧 무기의 리치가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같은 경우에는 본래 현실에 있던 자신의 몸과 비슷하기에 괴리감이 없다.
반면에 리치가 짧은 드워프들은 가상현실게임의 적응에 상당한 고충이 발생할 터였다.
게다가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엘프들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점도 한몫 차지하고 있었다.
'어차피 먹지도 못할 음식. 쳐다보지도 않는게 좋지.'
크론은 아인족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솔직히 이번 업데이트에서 아인족보다 주목해야되는 부분은 보조 직업의 생성이였다.
본래 더 리셋 월드의 시스템에서 직업은 딱 1개만 가질 수 있는 권한이자 제한이였다.
그런데 하나의 직업을 더 가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산직이 전투직을 얻어서 사냥이 수월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생산직을 하나 더 추가해서 생산적인 측면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게임을 더더욱 무궁무진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방향성이 제시된 것이다.
게다가 크론은 꾸준히 채광과 무구 제작을 반복한 결과 22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다.
보조 직업을 얻는 조건을 충분히 충족한 상태였지만 곧바로 얻을 생각은 아직은 없었다.
본 직업과는 달리 보조 직업은 어디까지나 '보조'이다.
급할 필요 없이 천천히 얻어도 큰 패널티가 없을 터이니 충분히 생각을 할 수가 있었다.
'때마침 생각해둔게 있었는데, 잘되었어.'
생각해둔 직업을 생각하며 한차례 미소를 띄었다.
'그나저나 업데이트가 진행된 이유가 조건이 충족된 것이라고 했었지.'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서 발생한 이벤트라고 볼 수 있는 업데이트.
어느정도 생각을 한다면 이번 업데이트가 운영자의 의도에서 벗어난 것이리라 생각할 수가 있었다.
유그드라실이 폐쇄적인 것을 강조하는 만큼 유저에게 친절한 편은 아니다.
애초에 그들의 모토 자체가 '자유를 즐겨라'였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