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무구 제작(3)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겨서 크론은 상당한 따가움과 함께 살갖이 타들어갈 것 같은 열기를 고스란히 얻어맞았다.
하지만 크론은 망치질을 멈추지 않았다.
속마음으로는 조금이라도 행동을 멈추고 쉬고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몸은 망치질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서 망치질을 멈춘다면 제대로된 튼튼한 검은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내 첫 작품을 망칠 수는 없지.'
크론의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리면서 크론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했지만 크론은 특유의 인내심으로 버텨냈고 그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상당히 멋드러진 철검의 형상에 크론은 담금질을 위해서 철검을 물통에 담구었다.
치이이이익-!
상당한 온도와 망치질을 견뎌낸 철검이 물통에 담겨서 급냉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소리와 수증기를 동반하면서 철검의 강도와 경도는 크게 상승되며 마침내 크론의 첫 무구가 완성되었다.
- 행운이 깃든 쓸만한 철검이 완성되었습니다. -
[행운이 깃든 쓸만한 철검(노말+)]
- 어느 운 좋은 대장장이가 만든 철검입니다.
* 착용제한 : 레벨 5이상
* 내구도 : 21/21
* 공격력 +37
* 힘 +2
* 민첩 +1
* 20%확률로 2배의 데미지
기대했던 것보다 월등히 좋게 나온 철검의 모습에 크론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못해도 2천 골드는 족히 받아낼 수 있는 물건이였다.
"그런데 행운이 깃들었다니?"
예상치 못한 접두사에 크론은 의아함을 품었다.
현재 자신은 마력을 부여할 정도로 뛰어난 대장장이가 아니었지만 어째서 접두사가 붙을 수가 있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크론의 행운 수치가 영향을 끼쳤을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접두사 역시 '행운'을 표시하였으니까.
"행운은 강화 확률을 올리는 용도로만 쓰일 줄 알았는데 이런 효과도 있었던 건가."
행운 스텟은 솔직히 많은 유저들에게는 잉여 스텟중 하나였다.
딱히 전투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가 생산직에게도 손재주나 체력처럼 척보기에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텟을 올리지 순수하게 운에만 맡기는 행운 스텟을 올리지는 않는다.
허나 그러한 행운 스텟이 크론에게는 두 번째로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하는 스텟이였다.
크론으로서는 딱히 행운 스텟을 올린 적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강화를 통해서 얻은 칭호들이 행운 스텟을 크게 올려주다보니 자동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더 리셋 월드의 전체 유저를 뒤져봐도 현재 크론의 행운 수치보다 높은 유저는 없을 터였다.
"행운 스텟······이거 다르게 보면 대박이잖아."
스펜서가 팔고있는 쓸만한 철검이랑 비교해도 크론의 행운이 깃든 쓸만한 철검이 한 수 위였다.
"행운이 무구 제작에 영향을 끼친다면 사용을 안할 수 없지. 행운의 요정."
현재 크론이 소유하고 있는 유일 스킬 중에서 행운의 요정은 유독 쿨타임이 짧은 편에 속했다.
단순하게 행운만 증가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에 비교될 만큼 많은 양의 마나를 잡아먹어서 여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크론은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었다.
허나 행운이 무구 제작에 영향을 끼친다면 사용을 안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나 다름이 없다.
어차피 무구 제작에 마나를 사용할 일은 없었기에 크론으로서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상승 작용과 더불어서 겸사겸사 스킬 숙련도도 올릴겸 무구 제작에 행운의 요정을 활용했다.
"인생은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지."
기운을 회복한 크론은 다시금 무구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 @ @
델리에게 있어서 가상현실게임은 하나의 신세계였다.
온 몸이 굳어버리는 전세계에 10명 안팎만 걸린 희귀병에 걸린 그녀는 9살 이후로는 자신의 의지로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아예 처음부터 자유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면 모를까, 자유를 만끽하다가 희귀병에 걸려서 날개가 꺾이자 그녀는 늘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새롭게 오픈한 더 리셋 월드의 세계는 그녀에게 자유라는 날개를 다시금 달아주는 기적을 선보였다.
비록 가상세계라고 하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희망이 벅차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으으, 정말이지!"
한참 고블린과 늑대들을 사냥하던 델리는 짜증을 냈다.
홀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곁에는 늘 곰들(?)이 존재했다.
물론 진짜 짐승인 곰은 아니고, 곰과 같은 덩치를 지닌 건장한 남성 유저들이 지켜 선채로 델리가 위험에 빠질때면 늘 달려들어서 몬스터를 처리해버렸다.
그녀.
현실의 차예리는 무려 기업을 이끄는 총수라고 할 수 있는 대한 그룹 회장의 외동딸이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조치였다.
"해팔 아저씨! 저는 혼자서 이곳을 즐기고 싶어요. 물론 죽는건 싫지만 이렇게 도움을 계속 받다가는 저는 응석받이가 되어버린다고요!"
"죄, 죄송합니다. 아가씨. 하지만 회장님의 명령이십니다. 거부하면 저희들의 모가지가 날아갑니다. 제발 선처를······."
"끄으응!"
덩치있는 남성들이 자기들의 가슴팍에도 안되는 키를 가진 소녀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은 나름 진풍경이라고 볼 수 있었다.
예리도 그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나긴 세월 끝에 얻은 자유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럼 멀리서만 지켜보지말고 다들 어느정도는 흩어져서 성장부터 하세요. 아시겠지만 이건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에요. 저만 지켜보다가는 레벨들이 저보다도 밀리실걸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가씨께서 식사를 하시거나 수면을 취하실때 틈틈히 교대로 레벨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 그렇군요."
새삼 경호원들의 놀라운 체력과 인내력에 감탄하는 예리다.
"아, 그리고 회장님께서 자유를 얻어서 기쁘다고 하시면서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선물을요? 아버지가요?"
아버지가 선물을 보냈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예리는 선물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더 크게 화들짝 놀랐다.
내용물에 물품은 별로없었다.
다만, 100만 골드라는 현 시점에서는 말도 안되는 수치의 금액이 동봉되어 있었다.
"저한테 이 정도의 금액은 필요 없어요!"
빽하고 소리를 내지르는 예리를 해팔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랬다.
"조금이라도 좋습니다. 회장님의 부탁을, 저희들의 모가지를 지켜주세요!"
"······."
예리는 그 놈의 모가지라는 표현을 좀 순화시켰으면 좋겠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해팔 아저씨는 저 말이 입에 착착 달라붙어서 바꿀 수가 없다고 말했었다.
결국 깊게 한숨을 내쉰 델리는 골드를 받아들면서 질문했다.
"조금이라면 받을 용의가 있어요. 근데 지금 몇 명이 경호를 하고 있는 건가요?"
"지금은 저를 포함해서 7명입니다. 그 중 2명은 지금 레벨업에 힘쓰고 있는 중이지요.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부르겠습니다."
"아뇨,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저는 이 정도만 있으면 되니까 나머지는 해팔 아저씨께서 보관하시면서 다들 아이템을 갖추는데 사용해주세요. 저를 지키려면 충분히 강해지셔야 할테니까요. 하아, 게임 속이기는 하지만요. 하여튼 아버지는 걱정이 너무 많으셔서 탈이라니까."
"외동이시지 않으십니까. 회장님께서 늘 일을 하면서도 걱정이 된다고 난리십니다."
금지옥엽과도 같은 외동딸이 우울증을 겪었을때 회장 차준호는 탈모증상까지 겪을 정도로 예리를 걱정했었다.
그리고 늘 바쁜 와중에도 하루를 빠지지 않고 자신의 병문안을 올 정도로 딸바보인 것은 대중이 아는 사실이였다.
"저도 알아요, 그건."
예리가 희귀병을 앓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울증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차준호의 존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