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던전 탐사(4)
"키아아아아!"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던 그렘린은 이윽고 자신에게 공격을 퍼부은 만덕을 발견하고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시야에 만덕만이 잡힌 것마냥 뛰어가던 그렘린은 다리가 따끔한 느낌과 함께 그대로 바닥으로 나뒹굴었고, 살라맨더가 그렘린의 목을 강하게 물어뜯어서 마무리를 지었다.
순식간에 3마리의 몬스터를 정리한 파티의 순발력과 파괴력에 몬스터들은 움찔했다.
그 중 1마리의 그렘린이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돌아서 빠르게 달아났다.
"어딜!"
도망치려는 기색에 소렌이 냅다 단검을 던졌다.
직선으로 날아간 단검은 그렘린의 다리를 찢어발겼고, 녀석은 바닥에 나뒹굴며 고통 찬 비명을 내질렀다.
"키아아아악!"
사냥감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인지한 그렘린과 빅 스네이크들은 도주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다.
적 앞에서 등을 보인다는 것은 말그대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설령 살아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부상을 당한다면 무리에서 내쳐지거나 되려 잡아먹히는 것이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몬스터의 생태계다.
"캬아아아악!"
결국에는 이판사판이다.
그나마 가장 레벨이 낮은 영향으로 만만해보이는 크론을 향해서 그렘린들이 단체로 달려들었다.
"와라."
전투는 언제나 환영이다.
전투광의 미소를 지으면서 크론은 달려드는 3마리의 그렘린을 찌르고 걷어차며, 바닥에 메다 꽂아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압도적인 광경에 지원을 하려던 만덕과 뿡은 크론의 전투를 보고는 멍하니 구경했다.
중증 게임 폐인인 그들에게 있어서 탁월한 게임 센스를 지닌 크론을 닮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애들아? 아무리 크론한테서 빛이 난다고는 하지만 멍때리고 있을때가 아니다만?"
당연한 말이지만 던전의 클리어는 빨리할 수록 좋다.
몬스터도 시간이 지날 수록 성장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다른 유저에게 던전의 클리어를 뺏기고 싶지 않았다.
"다들 몸에 이상은 없는거지?"
"응."
"멀쩡합니다!"
"이상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소렌은 다시금 함정 해제 및 적들의 습격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 선두로 위치를 변경했다.
그 뒤부터는 이 행동의 반복이였다.
함정을 해제하고 인기척이 느껴지면 포지션을 변경해서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1층은 비교적 쉬운 그렘린과 고블린. 그리고 뱀 종류의 짐승 몬스터만이 등장했고, 2층 부터는 중형 몬스터인 놀과 오크들이 등장했지만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중형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크론의 가드를 뚫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오른 3층은 바로 코앞에 보스에게로 향하는 보스방 만이 고고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상당량의 몬스터를 사냥한 덕분에 레벨이 2개나 더 오른 크론의 레벨은 18이 되어 있었고, 잔여 스텟은 역시나 체력을 올리는데 사용한 상태였다.
"저번에는 하루 넘게 걸렸었는데 확실히 성장을 한 보람이 느껴지는걸?"
"크론 형님 덕도 아주 톡톡히 봤기도 했습죠."
"고럼, 고럼."
중간 중간 쉬면서 전진했음에도 불구하고 8시간이라는 빠른 시간만에 보스방에 도착한 것이다.
그래도 8시간이 결코 적은 시간은 아니다.
이제 앞서서 가장 강력하고 힘들 보스를 상대해야했기에 일행은 휴식을 취했다.
던전에 존재하는 보스 몬스터.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존재다.
허나 그 강함만큼 보상 또한 값질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거기에다가 소렌 일행은 최초 발견자이다.
크론은 중간에 합류했기에 그 혜택을 모르지만 그 보상이 결코 적지는 않을 것이였다.
"자자, 다들 도핑 시간이다."
여기서 소렌의 금수저 파워가 다시금 드러냈다.
상당한 금액의 현질을 통해서 얻은 골드를 지닌 소렌의 한계는 알기가 힘들 정도다.
물론 게임이 오픈한 사정상 골드의 한계가 어느정도 정해져있었고 값진 아이템을 구하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천문학적인 금액을 소렌은 가지고 있었다.
그야······금수저였으니까 말이다.
현 시점에서 비약과 음식들의 가치는 클 수 밖에 없었다.
제작 레시피를 알고있는 유저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직을 시작한 이들의 스킬 등급 또한 그리 높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딱 하나다.
비싼값을 지불해서 NPC에게 구매하는 방법뿐이였다.
그런 것을 공짜로 받는 것은 아무리 크론이라도 미안할 다름이다.
"미안하면 나중에 내 귀염둥이들좀 강화해줘. 무구도 만들어주면 좋고."
"독심술이라도 배웠냐."
피식 웃어버린 크론은 소렌이 건낸 도핑 품목들을 차례대로 섭취했다.
- 비늘의 비약을 드셨습니다. 20분간 방어력이 25상승합니다. -
- 화염초의 정제수를 드셨습니다. 15분간 공격력이 10상승합니다. -
- 뎅겔의 모듬 음식을 드셨습니다. 30분간 모든 스텟이 1상승합니다. -
- 뎅겔의 특제 음료를 드셨습니다. 30분간 민첩이 5상승합니다. -
역시 도핑의 힘은 위대하다고 하던가.
상당량의 혜택에 크론은 포만감과 함께 충족감을 느꼈다.
"다들 먹었으면 간다. 참고로 바로 달려드니까 그에 대비는 해둬야된다."
단단히 경고를 내린 소렌이 단검으로 보스방으로 향하는 문을 내려쳤다.
지이이잉-!
철커덩!
마치 봉인되어있듯이 굳건히 잠겨져있던 문이 열리면서 찌를듯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 시독 트롤 '젬'이 자신의 던전을 방문한 존재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
"조심해! 달려든다!"
쿠워어어어어어!
거세게 포효를 내지른 젬은 곧장 일행을 향해서 돌진해왔다.
육중한 트롤의 몸체와 더불어서 아름드리나무를 통째로 뽑은듯한 비주얼의 몽둥이를 붕붕 휘두르면서 젬은 곧장 뿡을 향해 내리찍었다.
"홀리 가드! 커헉!"
순간적으로 방어력을 크게 증가시키는 대신 이동 속도를 늦추는 패널티를 가지고 있는 신성 마법인 홀리 가드를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공격에 뿡이 이를 갈아붙였다.
"인간 고기. 맛있다. 너 먹는다!"
쿵! 쿵! 쿠우웅!
덩치에 맞지 않게 상당히 날렵한 젬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뿡을 향해 난타했다.
몇 차례 공격을 막아냈지만 한계치를 넘어선 젬의 공격에 결국 버티지 못한 뿡이 볼품사납게 나자빠졌다.
이대로 젬의 공격이 이어진다면 뿡이 위험한 상황.
메인 탱커인 크론이 나서려고 했지만 소렌이 저지했다.
"보스방에서 너의 역할은 딜러야. 뿡이 최대한 버틸 수 있을때까지 버텨줄거야. 젬의 힘이 조금이라도 빠졌을때 네가 달려들어."
"알았어."
크론은 얻어맞고 있는 뿡의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성바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성기사답게 힐과 각종 방어 버프를 시전하면서 뿡은 오랫동안 버텼다.
"화염구!"
화르르륵!
콰아앙!
뿡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캐스팅을 완료한 만덕이가 화염구를 젬에게 직격으로 명중시켰다.
화염의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사이를 비집고 소렌과 살라맨더가 달려들어서 추가타를 날렸다.
"으으, 귀찮다. 귀찮은 놈 죽인다. 그리고 먹는다!"
짜증이 난 표정의 젬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추가타를 저지했다.
소렌은 도적 특유의 빠른 몸놀림으로 공격 범위를 벗어났지만 살라맨더는 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캬아아아!"
몽둥이에 얻어맞은 살라맨더가 순식간에 역소환됐다.
홀리 가드를 시전하고 방패로 막던 뿡도 나자빠질 정도의 위력이다.
방어에 특화된 대지의 정령이라면 모를까 공격에 특화된 최하급 불의 정령인 살라맨더가 견딜 수 있는 파괴력이 아니었다.
"쉬지말고 공격해야돼!"
독을 품고있는 시독 트롤이라고는 해도 젬의 기본적인 베이스 종족은 트롤이다.
많은 판타지에서 나오는 단골 몬스터인 트롤은 기본적으로 재생력이 어마무시하다.
벌써부터 그을린 피부에서 기포가 피어오르면서 화염구에 입은 화상을 거의 다 치유하고 있었다.
"잠시 몸 좀 가누고 있어."
소렌과 만덕이 젬을 붙들고 있는 사이 부상당한 뿡을 구석까지 옮겨놓은 크론은 곧바로 젬을 바라보았다.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보스 몬스터 젬.
16강에 이르는 초보자용 검과 압도적인 스텟을 지닌 크론으로서도 쉽사리 승리를 점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저도 싸울 수 있어요!"
"회복되면 그 때 도우러 와도 안늦어."
"형님······."
"그 얼굴로 아련한 표정짓지 마라. 소름 끼친다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