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던전 탐사(2)
물론 그 만큼 얻어지는 보상은 더욱 후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두 명의 일행이 더 있다고. 만만치 않은 폐인 녀석들이지."
"누군데?"
"가보면 알아."
'수상한데.'
어릴때부터 종수를 보아오던 제화다.
왠지 불안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녀석은 아니였다.
게다가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일행의 필요가 불가결하다.
자신이 아무리 고강화 무기를 착용하고 있고 체력올인으로 튼튼하다지만 등을 맡길 동료는 필요했다.
그렇게 믿고 소렌을 따라서 도착한 곳에는 소렌의 말대로 두 명의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두 명의 유저도 크론 또한 알고있는 이들이였다는 점이다.
더 리셋 월드의 캐릭터의 기본 베이스는 자신의 현실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몰라볼 수가 없었다.
아마 두 유저 역시 자신을 알아봤을 터였다.
"자자, 서로 인사들 나눠. 여기는 크론. 너희들도 알다시피 요번에 복학한 김제화야. 나의 절친이자 너희들의 까마득한 슨배님이시니까 공손히 모시도록 해라!"
"······."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소렌의 말투에 할말을 잃은 크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식으로 소개를 해버리면 크론의 뭐가된단 말인가.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인데 말이다.
기다리고 있었던 두 명의 유저.
밝은 이미지의 둘은 자신과 같은 학과에 속해있는 후배인 강만덕과 천진수였다.
인사성 밝고 싹싹한 후배들이였기에 특별히 기억에 많이 남아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21레벨의 마법사 만덕찡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만덕이라고 불러주세요."
"소렌 형님의 친구분은 처음 뵙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 22레벨 성기사 뿌뿡뿌입니다! 뿡이라고 불러주십쇼!"
"아······그래. 잘 부탁한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요번에 복학한 제화야. 캐릭터 명은 크론이고, 16레벨 대장장이야."
"16레벨이요?"
"대장장이시라고요?"
일순간 둘의 표정에 꺼림칙한 감정이 어렸다.
하긴 당연한 일이다.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던전 공략.
필시 높은 전투력을 요구하는 파티인데 난데없이 생활 직업이 끼었으니 곱게 볼래야 볼 수가 없다.
솔직히 나같아도 곱게 안볼 것 같다.
"야. 니들 표정이 그게 뭐냐?"
"······."
그들의 표정을 본 소렌이 싸늘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건 진심으로 화난 표정이다.
만덕과 뿡이는 특출난 꼰대인 소렌이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있다.
서로를 힐끗 쳐다본 둘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굴 한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형님 오늘 하루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나도 잘부탁할게."
학과의 분위기 메이커들 답게 금방 쌀쌀한 분위기가 풀렸다.
감정 조절 하나는 끝내주는 소렌 녀석도 언제 화를 냈다는듯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 녀석이 낯을 많이 가려서 그래. 뭐 무뚝뚝하기도 하고. 그래도 편해지면 금방 말트니까 그 부분은 걱정들하지말고 가볼까?"
"좋죠!"
"지난 번에는 탈탈 털렸다지만 레벨업을 빡세게 한 지금은 오히려 박살을 내버리자고요!"
셋의 대화로 보아하니 첫 던전의 시도는 무참하게 깨진 것 같았다.
현질을 밥먹듯이 해대는 소렌도 그렇지만 현재 오픈한 더 리셋 월드의 모든 유저들의 기준으로 상당한 레벨을 갖춘 저 셋이 뭉쳐서 실패한 던전이다.
클리어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절로 생기게 만들었기에 크론은 호승심이 끌어올랐다.
@ @ @
던전의 입구는 숲 속의 수풀 속에 숨겨져 있었다.
보통이라면 잘 들춰보지도 않을 위치에 숨어있는데다가 고의적으로 감춰져있기에 발견하려면 감정류에 해당하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했다.
"용케 이런 곳을 잘도 찾아냈네?"
"아, 이거 내가 찾은거 아니야. 내가 알고있는 몇몇 심부름꾼한테서 정보를 산거거든."
"······."
새삼 소렌이 금수저라는 사실이 다시금 되새겨지는 순간이다.
무언가 부러우면서도 굳이 이렇게까지 게임을 하고싶은건가 싶었지만 각자의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있는 법이였기에 크론은 존중하기로 했다.
"일단 던전에 들어서기전에 간단하게 이야기할게. 만덕이랑 뿡은 복습한다고 생각하고 들어줘."
던전을 한 번 경험했는가, 안했는가의 차이는 확실히 크다.
특히 던전의 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것은 유저로서 기본 상식이자 준비성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크론은 귀를 기울였다.
"이곳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공통적인 특성으로는 전부 독을 보유하고 있어."
"심한 독이야?"
독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일정시간 동안 꾸준한 피해를 입히는 독부터 시작해서 이동속도를 늦추거나 몸을 마비시키는 등 뭐가됐든간에 독은 까다로운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독한건 아니고 그냥 짜잘하게 피해를 입히는 정도야. 그리고 어차피 전투가 끝나면 성기사인 뿡이가 해독시켜주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을거야."
"저만 믿어주세요!"
뿡이 가슴을 팍치면서 자신감있는 표정을 과시했다.
그나저나 성격은 참 좋은데 왜 저런 괴상망측한 아이디를 네임으로 삼은건지 모르겠다.
"몬스터의 종류로는 일단 짐승류인 독뱀이랑 독을 품은 박쥐가 등장하고, 몬스터는 고블린이랑 그렘린이 주를 이루고 있어. 사실상 독 말고는 딱히 위험하지도 않을거야. 실제로 우리가 던전 클리어를 실패한 것은 보스인 시독 트롤 때문이였으니까. 주변에만 가도 저릿저릿할 정도로 역한 독을 품고있어서 아주 보기좋게 깨졌었지."
"형님. 그거 자랑아니거든요."
"커흠. 어쨌든 경험이 중요한 거니까. 그리고 참고로 시독 트롤은 몸집만큼 탱킹력도 뛰어나서 여간해서는 흠집도 안나서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야. 그 때 당시에 만덕이가 가장 강력한 마법을 100%로 캐스팅해서 직빵으로 먹였는데 기스 하나 안 날 정도니까."
"형님.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제 마법의 위력을 실험해봐도 될까요? 어느정도나 성장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전에 네가 뒤질지 내가 뒤질지 실험해볼까?"
"엇험험!"
"콩트라도 하는거냐······."
저렇게 놀면서 어떻게 저 정도의 레벨에 이른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자자, 이제 대충 예습은 됐으니까 이제부터는 포지션을 정해줄게."
잘 돌아가는 머리를 활용하듯이 소렌은 각 직업과 특성에 맞춰서 적절하게 포지션을 배정했다.
마법사의 특성은 강력한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지만 방어적인 측면이 취약하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만덕이의 포지션은 가장 후위에서 엄호하는 역할이 제격이였다.
"나는 던전에 자리잡고 있는 함정을 해제하고 몬스터의 접근을 미리 파악하도록 할게."
소렌은 비전투 상황일 때에는 가장 선두를 자처했고, 전투가 벌어지면 만덕이의 곁으로가서 호위겸 부족한 딜링을 충원하는 형태가 적절했다.
그 다음으로 방어적인 능력이 탁월한 성기사를 직업으로 삼고있는 뿡은 당연하게도 선두를 점했다.
또한 각종 신성마법을 다룰 줄 알았기에 회복 및 버프의 적용도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