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10 초보자용 검(1)
나는 어릴적부터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초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떻게 얻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초등학생이 되던 해에 마치 사람이 숨을 쉬는 것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쉴 수 있듯이 알게 된 초능력은 무려 시간 역행!
거창하기 그지없는 시간을 다루는 이 힘을 깨우친 나는 쾌재를 부르짖었지만 강력한 힘 답게 제한력이 존재했다.
우선 첫 번째로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딱 5초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지만 5초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찰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하루에 20번 이상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강제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이상으로도 가능은 했다.
다만 패널티라고 해야할까?
누군가에게 피를 한트럭이라도 뽑힌 것마냥 빈혈 증세가 올라왔다.
세 번째는 연속적으로 5초의 시간을 되감아서 5초 이상의 시간을 되감는 행동이다.
이 행동 역시 가능은 했지만 마찬가지로 빈혈 증세를 가져오는 패널티가 존재했다.
이처럼 제한력만 없다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능력이였지만 5초의 시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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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의 시간 역행.
나는 간단하게 타임 리프라고 부르는 이 능력으로 소소한 용돈 벌이를 한 덕분에 '가난'에서는 거리가 먼 편에 속했다.
고작 5초의 타임 리프로 할 수 있었던 용돈벌이.
그것은 다름아닌 '강화'였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강화란 별 의미없이 말그대로 게임에서의 강화를 뜻했다.
단순하게 게임에서 강화를 시도하고 실패하면 타임 리프를 통해서 장비가 터지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제한력이 있었기에 많은 시도는 불가능했지만 남들과는 달리 일종의 '보험'이 있었기에 고강화 무기를 많이 뽑아낼 수가 있었다.
그 덕분에 학창시절 '강화의 신'이라는 별명도 붙었으며 운 하나는 기가막히다고 많은 소리를 들었었다.
뭐 정확히 따지자면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꼼수라고 볼 수 있겠지만 딱히 밝힐 생각은 없었다.
"야 김제화!"
수업을 끝마치고 돌아가던 길.
나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고교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이자 '고객'인 한종수가 나를 불러세웠다.
"이 녀석아 복학했으면 나한테 먼저 보고 해야되는거 아니냐?"
"상사도 아니고 무슨 보고 체계라도 있던 거였냐?"
"뭐 그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오랜만에 봐도 너는 여전하구나."
"그건 너도 마찬가지 일거다."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 종수였기에 인사를 마치자마자 본론을 꺼내들었다.
"요번에 나온 더 리셋 월드 같이 할래?"
"아······그 가상현실게임?"
제화도 나름 게임 죽돌이였기에 알고는 있었다.
3일 전에 오픈한 최초의 가상현실게임.
학교 내에서도 남자 학우들은 물론 여자 학우들도 꽤나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제화는 섣불리 승낙할 수가 없었다.
첫째로 최초의 가상현실게임이라는 타이틀 답게 게임을 시동하는데에는 특수한 장비인 '캡슐'의 존재가 필요했는데 보급형만 해도 그 가격이 5백만원을 호가하는 꽤나 큰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게임의 강화를 통해서 용돈벌이를 한다고는 해도 5백만원의 돈은 적은 편에 속하는 금액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막 복학했기에 지금은 공부와 대학 성적에 좀 더 몰두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야 일단 고민하지말고 따라와봐."
"밥이라도 사줄거냐?"
"더 좋은걸 보여줄게."
킥킥 웃어보인 종수는 제화를 이끌고 곧바로 자신의 자취방으로 끌고왔다.
금수저답게 학교의 바로 앞이 종수의 자취방이였다.
"이게 뭐냐?"
자취방에 들어서자마자 제화는 얼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자취방의 한 켠에 위치한 거대한 두 개의 물체.
그것은 다름아닌 더 리셋 월드에 접속하는데에 필요한 캡슐이였다.
보급형이 아닌 천 만원을 호가한다는 최고급형으로 두 대.
새삼 종수가 금수저라는 것을 체감하면서 눈을 흘기자 미소짓고 있는 종수를 볼 수 있었다.
"뭐 보다시피 이곳에서 나랑 같이 게임이나 하자고. 응?"
"목적이 뻔히 보인다. 이 새끼야."
제화가 고 강화 무기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을 구매하는 것은 종수의 역할이였다.
게임 폐인인 종수는 아이템에 있어서는 욕심이 상당하다.
어떻게든 제화를 구워삶아서 더 리셋 월드를 시키고 제화가 만들어낸 고 강화 아이템을 구매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그렇지만 제화로서도 쏠쏠한 돈벌이였기에 둘은 친구이자 일종의 거래를 하는 사이인 셈이다.
제화는 돈을. 종수는 아이템을 얻는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였기에 제화로서도 그 속셈에 넘어가주기로 했다.
"접속해서 소렌 친추해라. 원하면 어느정도 지원은 해줄게."
이제 오픈한지 3일이다.
3일의 차이가 게이머들한테는 나름 크다지만 지원을 해준다고까지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안봐도 뻔하다.
평범한 이들은 꿈도 못꿀 돈을 현질해서 게임머니를 샀을 것이다.
"됐다. 내가 언제 돈 빌리는거 봤냐."
"하긴 그렇긴하지. 얼른 성장해서 운빨좀 보여달라고."
말을 끝맞친 종수는 곧장 캡슐로 달려가서는 게임으로 접속했다.
"저렇게 게임만하면서 성적은 어떻게 뽑는건지 원."
종수는 집안이 좋은만큼 부모님의 기대도 큰 편에 속했다.
보통 게임만한다면 부모님께서 크게 경을 칠 일이였지만 학교에서 종수의 성적은 상당히 높다.
A랑 A+를 안받는 수업을 못봤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에 비해서 자신은 C+과 B의 향연이였지만······.
"쯧."
짧게 혀를 차보인 제화도 캡슐에 몸을 실었다.
3일을 다른 유저보다 늦게 시작하는 셈이였으니 더욱 서둘러야했지만 제화는 타임 리프라는 남들과는 다른 초능력이 있으니까 그것을 활용하면 된다.
"푹신푹신 하니까 좋군."
괜히 최고급이 아니라는듯 침대에 누운듯한 포근함과 편안함에 제화는 조금 놀랐다.
이 정도면 장시간 게임을 하더라도 몸이 찌뿌둥하거나 뻐근할 것 같지는 않았다.
대충 캡슐에 탑재되어있는 접속 방법 설명서를 읽어본 제화는 그대로 행했다.
"계정 생성."
- 스캔을 시작합니다. -
우우우웅.
캡슐이 번쩍이며 제화의 육체와 홍채를 스캔했다.
캡슐에 자신의 계정이 등록된다면 앞으로는 굳이 입력할 필요없이 몸만 실으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될 터였다.
-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 -
- 캐릭터를 생성해주십시오. -
안내음성에 따라서 제화는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했다.
캐릭터명은 늘 쓰던대로 크론으로 지었다.
딱히 큰 의미는 없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줄임말 정도랄까?
-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어서 빛무리와 함께 제화는 크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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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용 검과 호밀빵 5개 3번 충전이 가능한 최하급 마력물통 1개와 100골드가 현재 크론의 전재산이였다.
"그래도 초기 지급용 돈이 있어서 다행이네."
크론은 돈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는 앞에서 고블린을 사냥하고 있는 이들을 무시한채 곧장 대장간으로 향했다.
크론이 대장간에 들어서자 드워프로 추정되는 조그마한 땅딸보 NPC가 크론을 반겼다.
"코흘리개 모험가로군. 무슨 일이지?"
"강화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초보자용 검을 꺼내보이자 뚫어지게 크론을 쳐다보던 스펜서가 콧방귀를 뀌었다.
"초보자용 검은 강화해봤자 별로 차이도 없어. 조금 더 수련하고 좋은 장비를 가지고 오는게 나을거다."
"괜찮습니다."
"노말 등급의 강화는 10골드야."
크론은 곧바로 골드를 꺼내서 스펜서에게 초보자용 검과 함께 건냈다.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 초보자용 검을 얻었습니다. -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2 초보자용 검을 얻었습니다. -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3 초보자용 검을······. -
운이 좋았던 것인지 5강까지 실패없이 성공을 할 수가 있었다.
"허험. 제법 운이 좋은 코흘리개로군."
"더 강화 부탁드릴게요."
"진심이냐? 이 이상으로는 실패하면 장비가 소멸할 수도 있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실패해도 크론한테는 타임 리프라는 보험이 존재했다.
- 강화를 실패했습니다! +5 초보자용 검이 소멸하였습니다. -
"쯧, 이럴 줄 알았······."
혀를 차는 스펜서를 무시하고 크론은 타임 리프로 시간을 되돌렸다.
다시금 강화를 말리는 스펜서를 무시하고 강화를 속행했다.
- 강화를 실패했습니다! +5 초보자용 검이 소멸하였습니다. -
역시 강화는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