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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마법사의 회귀-124화 (완결) (114) (114/124)

추격2

*

······좌표 수정. 단일 대상 이동속도 및 거리 계산.

매 순간 변하는 정보를 대입하여 정밀하게 계산하여 먼 거리의 적을 단번에 해치우는 마법.

그것은 마탄을 극한까지 압축하여 나선으로 쏘아내는 형태변환의 극에 다다른 경지였다.

4써클의 마법사인 베른 바일이 전생에 붉은 재앙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마법의 특수성 덕분이었다.

곧 마법은 완성되었고, 뻗은 손가락에서 붉은빛이 번쩍 터졌다. 바로 그 순간, 1킬로미터 밖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적 마법사는 영문도 모른 채, 머리가 터지며 널브러졌다.

“베른 경! 각하께서 전진하고 계십니다. 아직 사각지대의 마법사들은 처치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각하께서 판단하신 일이다.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겠나? 지금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때일세.”

“알겠습니다. 다음 적 마법사의 위치 판별이 끝났습니다. 좌표값······.”

보조 마법사가 옆에서 관측한 좌표값을 전달하는 가운데, 베른은 그 좌표에 따라 마법을 다시 영창하였다.

그랬다. 의심은 필요하지 않다.

이 정도의 상황을 홀로 감당할 정도의 역량을 가진 위대한 마법사. 그게 바로 제드였다.

따라서 지금 걱정해야 하는 건 제드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었다.

‘앞으로 최대 다섯 번. 그 이상 마법을 썼다가는 잡힌다.’

욕심을 부리면 꼬리가 밟힌다. 그러면 제드를 구하려다가 그들이 잡힌다.

번쩍. 또다시 붉은 광망이 터졌다.

뻐억!

“히이익!”

별안간 눈앞에서 터지는 마법사의 머리!

수백 미터 밖에서 대응할 새도 없이 날아드는 베른의 마법 앞에서 공화국 마법사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대, 대체 어디서 이런 마법이 날아드는 거냐.”

마법사들은 대경실색하여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그러는 사이, 대로를 따라서 아우로렐이 거침없이 기동을 시작했다.

쿠우웅.

제드 역시 몸을 날려 그 아우로렐의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노, 놈이 움직입니다.”

“쯧. 이대로 놓칠 것 같으냐!”

제드가 모퉁이를 나와 뛰기 시작한 순간부터 공화국의 마법사들이 곧장 마법을 영창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베른의 마법에 마법사들이 몸을 움츠린 순간, 이미 제드는 그들의 대략적인 위치를 판별하였기 때문이다.

“숨을 곳은 없다.”

제드가 적 마법사들의 마나의 유동을 느낀 순간, 아우로렐은 즉각 반응했다.

콰아아앙!

육중한 팔뚝이 건물을 한꺼번에 휩쓸었고, 와르르 무너지는 건물파편 속에서 마법사들은 그대로 깔려 죽고 말았다.

“끄아아악!”

제대로 마법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산 채로 매장당하는 광경이 일어나자, 공화국 마법사들도 섣불리 손을 쓰지 못했다. 마법을 쓰는 게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도심을 벗어난다. 머잖아 관문이야.’

아우로렐이 기동에 속도를 붙였다.

쿵. 쿵. 쿵.

70톤의 무게에 잘 포장된 뉴레이그의 대로가 쩍쩍 쪼개져 부서졌고 육중한 몸에 휩쓸린 건물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도시, 공화국 제2의 수도 뉴레이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우로렐이 지나온 길에는 파괴의 흔적만이 가득하였다.

남은 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일뿐이었다.

그러나.

‘끝까지 시간을 끌 셈이군.’

관문의 앞에는 공화국 수비대가 단단히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블라르를 통해서 먼저 앞의 상황을 살핀 제드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나아가는 아우로렐의 속도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그대로 돌파할 참이다.

지축이 뒤흔들리는 가운데, 아우로렐이 마침내 관문의 코앞까지 다다랐다.

그 순간.

“발사!”

관문에 모인 군대의 지휘관이 우렁찬 고함을 내질렀고, 좌우의 건물과 길에 날개를 펼치듯 늘어서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활의 시위를 당겼다가 놓았다. 밤하늘을 가득 수놓는 화살의 비.

하지만 화살 따위는 골렘에 통하지 않는다.

제드가 화살막이 마법을 전개하며 과감하게 나아갈 때였다.

콰콰콰콰쾅!

별안간 아우로렐의 몸에서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닥과 벽, 제드가 있는 곳까지 쏟아지는 화살이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화살막이의 마법으로 몸을 보호한 제드였지만, 아우로렐의 몸 위에선 새빨간 불꽃이 작열하고 있었다.

‘마법? 화살촉에 마법처리를 했구나.’

제드가 작게 탄성을 토했다.

공화국의 대 골렘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전생과 달리 그레지안 산맥을 손에 넣지 못한 공화국은 마석 확보가 쉽지 않을 터인데, 잘도 이런 일을 벌였군.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아우로렐은 쓰러지지 않는다. 못해도 화포는 가져왔어야 했어.’

우우우우.

아우로렐의 울음이 나직이 울려 퍼졌고.

콰콰콰콰쾅!

양팔에서 뻗어나온 거대한 나뭇가지가 관문의 일대를 휩쓸어버렸다. 그 압도적인 파괴의 앞에서는 제아무리 많은 병사도 훈련된 진형도 폭발 화살도 무용지물이었다.

굉음 속에 비명조차 묻혀 지워졌고, 여러 겹으로 길을 틀어막았던 관문도 완전히 박살이 났을 때였다.

드드드드드드.

또다시 저편에서부터 대지가 진동했다.

“쯧. 또 나타났나.”

제드가 혀를 차며 어둠의 저편을 노려보았다. 편대를 짜고 달려오는 검은 골렘들의 모습이 보였다.

“단숨에 해치우고 돌파한다, 아우로렐.”

우우우우.

*

“적 골렘, 한 기입니다!”

“뭐야? 두 기라고 그러지 않았나.”

“둘이 싸워서 한 기가 쓰러진 모양입니다.”

“흥. 웃기는 놈들이로군. 남의 땅에서 지들 멋대로 싸우고 말이야! 반드시 잡는다. 놈들을 놓치면 우리 수비대의 명성이 뭐가 되겠나!”

“옛!”

새로 만들어진 탑승형 골렘 슈발리에 급은 신형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기존의 초기형 골렘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성능 발전을 이룬 공화국의 주력 골렘이었다.

공화국 수비대에 보급되는 골렘들은 이 슈발리에 급이 기본이었다. 마력은 자그마치 약 140에 육박하였으니, 초기형 골렘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두 배에 달하는 차이라고 해도 좋다.

물론, 그 출력은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 탑승형 골렘은 탑승자의 역량에 따라 출력의 폭 높낮이가 크게 달랐던 까닭이다. 하지만 고등급 마석이 부족했기에 선택지가 없었다.

거기다가 상대적으로 마법사보다 실력이 빼어난 검사들이 많은 공화국이었다. 젊은 실력자들이 대부분 혁명군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탑승형 골렘의 효율은 매우 높았다.

다섯의 골렘들은 미끄러지듯 날렵하게 기동하며 단숨에 관문을 초토화한 아우로렐을 포위하듯 포진하였고, 방패를 앞세워 서서히 압박을 해왔다.

전통적인 방법이었으나, 그만큼 다수의 이점을 살리는 전술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체급 차이가 압도적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콰아앙!

“으아악!”

“큭! 이 자식!”

별안간 쥐고 있던 랜스에 방패를 두들겨 맞은 골렘 한 기가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졌다.

다급히 나머지 네 기의 골렘이 단숨에 방패에 칼을 붙이고 쇠몽둥이와 같은 칼을 찔러왔다.

그러나 아우로렐은 기다리지 않고 하나가 쓰러지면서 열린 진입로 방향으로 견갑을 앞세워 달려드는 두 기의 골렘을 그대로 튕겨내고는 오른팔을 재구축, 나뭇가지 같은 넝쿨을 쏜살처럼 뻗어서 단숨에 두 골렘의 가슴팍을 깨부쉈다.

순식간에 두 기가 침묵한 순간이었다.

“이, 이놈은 대체 뭐냐······.”

출력도 출력이었지만,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싸움의 방식을, 수비대는 쫓아갈 수가 없었다.

그들이 어찌 알았으랴.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저 북쪽의 대수림의 재앙. 그것이 바로 그들이 상대하는 골렘이라는 것을.

그 순간부터 그건 더는 싸움이 아니었다.

그저 일방적인 사냥에 불과하다.

우우우우.

거듭되는 전투 속에서 경험을 쌓아나가는 아우로렐은 매 순간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기세 좋게 나타났던 공화국 수비대의 슈발리에 급 골렘 다섯 기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에 널브러져서 더는 일어나지 못했다.

우우우우.

피어오르는 먼지. 자욱한 어둠.

그 속에서 타오르는 녹색의 안광.

그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은 훗날 그날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녹색의 악마가 그곳에 있었노라고 말이다.

*

새벽이 다 끝나갈 즈음이었다.

하늘이 파랗게 물들어가는 시간.

뉴레이그 북쪽의 길로 뒤늦게 수십 기의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새까만 골렘은 이윽고 왜곡장의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지만, 그 형상은 알려진 슈발리에 급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곧 이십여 명의 검은 제복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널브러지고 쩍쩍 갈라진 길을 따라 들어와 전투가 있었던 현장을 눈에 담았다.

“······.”

탑승부가 완전히 부서진 골렘을 정리하는 보급부대와 상황을 통제하는 수비대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이 대로변의 이 광경에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바로 그때, 저편에서 제복 군인 한 명이 다가왔다.

“대장님.”

“상황 파악은 끝났나?”

“그게 앞뒤 상황은 명확합니다만······. 이걸 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타난 골렘은 둘. 그런데 어느 쪽도 공화국의 골렘이 아니었다는 건가.’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꼬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사실이 있었다.

“나무 형상을 한 골렘이라고. 그건 확실하겠지.”

“예, 이야기만 듣자면 그게 골렘인지는 좀 애매합니다만, 어쨌든 그놈이 발뭉 관저에서 테스트 타입의 골렘과 비슷한 형태의 골렘을 한 기를 쓰러뜨렸고, 그 이후에 증원을 나온 골렘 다섯 기를, 관문에서 또다시 다섯 기를 쓰러뜨리면서 슈발리에 급 골렘만 열 기가 대파되었습니다.”

“괴물 같은 놈이군. 10기나 되는 골렘을 차례로.”

검은 제복군인들의 대장. 삼십 대 사내의 얼굴에 그림자가 깊이 드리웠다.

잊을 수 없는 수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던 까닭이다.

라이곤 왕국의 콜렉 남작령.

공화국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을 작전을 진행하면서 그는 흑사자 부단의 부중대장으로서 그 자리에 있었다.

작전의 실패 따위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그 무렵의 라이곤은 공화국의 행사를 막을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성공적으로만 풀린다면 유혈사태 없이 공화국의 미래를 뒤바꿀 군사자원을 손에 넣을 기회였다.

하지만 그 작전은 실패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적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나무 거인. 그리고 유령 기사들······.’

흑사자 기사단의 일원인 알바스 호플리테스.

그가 그때의 순간을 어찌 잊으랴!

-경은 흑사자 기사단의 핵심이다. 내가 없어져도 정예병력인 기사단은 절대로 무너져서는 안 돼. 그대들은 본국의 칼이자 방패야.

알바스는 근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악몽처럼 그때 그 순간을 꿈에서 보았다. 그 꿈은 언제나 그가 그곳으로부터 도망치며 끝났다.

흑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공화국을 이끌었던 영웅, 알프레드를 그곳에 남겨두고서 말이다.

빠드득.

이가 절로 갈렸다.

“······이 일에 어떤 식으로든 라이곤 왕국이 껴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앞뒤를 확인하고 조사해보도록 해. 어떻게 적국의 골렘이 공화국의 심장부까지 들어올 수 있었는지 말이야.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수상쩍은 접점이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전원은 그 괴물 같은 골렘을 쫓는다. 그 정도로 눈에 띄는 골렘이다. 본국의 땅을 쉽게 벗어날 수는 없어. 반드시 잡는다. 흑사자 기사단······, 아니, 흑사자 척탄병 부대의 명예를 걸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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