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 마법사의 회귀-124화 (완결) (93) (93/124)

강대국의 증명1

일을 끝마친 제드는 대수림을 떠났다.

헤어지기 직전의 순간까지 인도자는 제드가 손에 넣게 된 새로운 힘을 걱정하였고, 제드는 그 말을 경청했다.

인간과 요정. 관점은 다르다고 해도, 정령에 관해서는 제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게 바로 요정이었다.

‘레지앙으로 돌아가면 아우로렐을 정밀하게 분석해봐야겠어.’

물론, 그전에 할 일이 있었다. 요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캄페르로 가는 일이 그것이었다.

요정 파수꾼의 안내를 따라 대수림의 남쪽으로 나온 제드는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탁 트인 평야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을 줄이야.”

요정으로부터 허가받은 존재인 제드는 이제 요정처럼 대수림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

“고맙군.”

길잡이를 도맡았던 파수꾼은 제드의 인사에 무뚝뚝하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돌아갔다.

사아아아.

길이 난 것처럼 열려 있던 제드가 나아왔던 길목은 문이 닫히는 것처럼 무성한 수풀과 우거진 나무에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제드는 불현듯 사일러스를 떠올렸다.

‘그렇게 순순히 돌아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제1의 목표는 하인리 엘스우드란 거겠지.’

어떤 기묘한 예감이 들었다. 사일러스와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말이다. 그리고 그곳은 아마도 전장이리라.

제드는 남쪽으로 나아갔다.

캄페르.

그 도시에서 연금술사 빌헬름 앙드레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오멜 공국.

먼 옛 시기에 제국 사이에서 독립한 북쪽의 나라.

이 나라는 무역과 상업이 크게 발달한 국가였으므로 당연하게도 상인들이 권력을 크게 쥐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마르쿠스 길드연합은 동남부 지대를 주름잡는 거대 상인 길드연합이었다.

그들은 오랜 시간 정계와 귀족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었는데, 그 배경에는 바로 막대한 노예무역이 있었다.

그중 요정족은 돈이 많은 귀족들 사이에서 자주 거래되는 품목 중 하나였으므로 정기적인 구매 수요가 늘 존재했다.

그런데 이번 주요 공급처 중 한 곳에서 아주 큰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또 연락이 끊겼다는 건가?”

상석의 길드 마스터가 꺼낸 말에 장내 인물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특히 남부 오르노벨의 지부장은 고개도 아예 들지 못하고 있었다.

“기이한 일이로군. 대수림의 요정족이 그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보유했다는 보고는 들은 적이 없는데.”

“대수림 요정들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것은 맞습니다만, 골렘 부대를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오르노벨 방면으로 투입된 제13 강습대는 전문 훈련을 거쳐 본 길드의 주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런데도 연락이 모두 끊겼단 말이로군. 내가 들은 바로는 이번 대수림에 투입된 골렘의 수만 15기라던데. 맞는가?”

“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니지. 아니야. 그래서는 안 돼, 지부장. 계속 어깨 위에 있는 걸 보존하고 싶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확히 설명해.”

꿀꺽.

오르노벨의 지부장 루퍼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잘못 대답했다가는 오늘 그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거, 거래는······ 줄곧 연금술사와 해왔습니다.”

루퍼는 그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지금 이 자리에서 일의 경위를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은 이 일의 문제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었다.

골렘 한 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더군다나 골렘만이 아니라, 골렘에 탑승하는 기사급 실력자까지 금액으로 환산하자면 길드연합이 본 손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설명이 다 끝난 직후, 백발이 성성한 길드 마스터는 물끄러미 루퍼트를 바라보았다.

“요정은 아니다. 그렇다면 따로 짚이는 바는 있는가?”

“그, 그게······. 아직 확실하지는 않기에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착각하지 마라, 루퍼트. 그대에게 또다시 기회가 돌아올지 누가 장담할 수가 있을까? 지금 이 자리가 그대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도 지금 그런 식으로 말하겠는가?”

쿵.

루퍼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고개를 처박았다.

“사, 살려주십시오! 기,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반드시 만회할 것입니다.”

“일단 말해라. 그 후에 처우는 생각해볼 것이다.”

“······제, 제가 짐작하는 바로는 라이곤 왕국이 이 일의 배후에 있을 것입니다.”

“음, 라이곤 왕국이라.”

늙은 길드 마스터는 놀란 기색이 없었다. 처음과 같은 얼굴로 하얀 수염이 드리운 턱을 가볍게 매만질 뿐.

“묘한 일이로군. 대수림은 예로부터 본국과 라이곤 왕국 사이의 중간지대. 어느 국가의 땅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허나, 그 역학이 바야흐로 지금에 이르러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인가.”

“당장 일의 경위를 파악해보겠습니다.”

“음, 알아보는 것은 좋아. 그런데 만약 정말로 라이곤의 왕실이 이 일에 개입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때는?”

“그것은······.”

“쯧쯧. 그렇게 근시안적이어서야 어떻게 이 길드연합을 이끌어나간단 말이냐! 그러고도 이 길드연합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단 말이냐!”

노쇠한 것처럼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고함을 지르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소리. 좌중은 긴장한 듯 고개를 조아렸다.

“똑똑히 들어라. 이 일은 허투루 접근할 일이 아니야.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만약 라이곤의 왕실이 정말로 대수림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이런 과감한 일을 벌였다고 한다면 이 일은 비단 우리 길드연합만의 일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길드에서는 득이 없는 일이니까 끼어들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머저리 같은 소릴 하는군. 끼어들 수밖에 없게끔 해야지. 일단 상세히 알아보도록 해. 그리고 이 일이 정말로 라이곤 왕실과 연관된 일이라면 그때 다음 수를 쓸 따름이다. 이를 테면 대공 전하를 이 일에 끼어 들이는 게지. 국경의 분쟁이라면 수수방관하고 있진 못할 것이야.”

“마스터, 이 일이 잘못된다면······.”

“전쟁이 발발하겠지. 하지만.”

길드 마스터의 눈빛이 스산하게 빛났다.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 끝난다면 마르쿠스라는 이름의 가치를 어떻게 지킬 수가 있겠나. 이 로커스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런 꼴은 절대로 못 본다.”

*

캄페르의 영주는 깜짝 놀랐다.

여느 평화로운 오후였다.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아니, 평소보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다는 것 정도가 조금 다른 점이었을까.

‘근데 이게 갑자기 무슨 날벼락인가!’

필립 클라인 자작.

호리호리한 얼굴에 염소수염을 한 그는 평소에는 결코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머리칼이 흐트러지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이 캄페르의 영주성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귀빈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똑똑.

숨을 고르고 문을 두드린 필립은 천천히 접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예절을 갖추어 인사를 하였다.

“왕립 육군의 원수이시자, 렌토의 총독이시며, 국서인 크레인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대답은 없었다.

필립은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로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어째서 이토록 갑자기 이런 거물이 찾아왔단 말인가.’

크레인 대공. 중앙권력의 중심부에 선 존재이자 군부의 정점. 그의 말 한마디면 필립의 목은 그대로 날아갈 수도 있었다. 설사 세습 영주가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당대 왕정의 힘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였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때였다.

“자리에 앉지.”

“가, 감사합니다.”

겨우 목소리를 들은 필립은 속으로 안도하며 제드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제야 겨우 그의 모습을 눈에 담는 필립이었다.

‘으음, 듣던 그대로구나.’

제드 크레인. 그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많았다. 대외적인 곳에는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그가 추남이라는 얘기부터 심각한 상처가 얼굴에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까지.

그러나 그것들 대부분은 뜬소문이었다.

실제로 그의 외관은 평범하다고 했다.

‘겉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예절은 크게 중시하지 않고, 꾸미는 면이 없고 아주 자연스럽게 카리스마를 뿜어낸다고 하였는데, 과연 그 말대로인가.’

필립은 긴장했다.

상인의 감각으로 세상을 살아온 그가 볼 때, 제드는 돈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그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필립 클라인 자작.”

“예, 옛! 말씀하십시오, 대공 전하.”

“내가 갑자기 찾아온 게 많이 불편한 것 같군.”

“그, 그렇지 않습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 그건 기만에 불과하다. 그대가 나를 불편해하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야.”

“······.”

“자, 그러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군. 경이 나를 불편해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그, 그것은 오해······.”

필립이 다급히 말하다가 말을 멈추었다.

제드의 저 무거운 시선 때문이었다.

“대, 대공 전하!”

필립이 두 눈을 굴리다가 이내 주저 없이 땅에 무릎을 꿇었다. 제드가 좋은 뜻으로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님을 직감하였기 때문이다.

“제가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고 왕가를 위해 충성을 바칠 수 있도록 부디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쿵.

이마를 소리가 나도록 찧는 필립.

제드는 침묵을 지키다가 높낮이가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귀하의 건실함과 왕가를 위한 충성을 의심한 적이 없다. 폐하께서도 클라인 자작가의 눈썰미를 높이 평가하고 계신다. 기만은 진실을 잠깐은 덮을 수 있으나, 능력은 감추기가 어려운 것. 캄페르의 인사 발탁은 수도 행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건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

“기쁘기 그지없는 말씀입니다! 왕가를 향한 저와 클라인 가문의 충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하지만 최근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드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 말을 끊는 순간이 어찌나 절묘했는지, 겨우 조금 풀리는 듯했던 분위기가 다시금 얼어붙었다.

“나의 두 눈과 귀로 전부 확인하였으니, 혹시라도 거짓을 늘어놓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클라인 자작, 이 도시에서는 아주 공공연하게 노예무역이 이루어지는 것 같더군. 분명히 노예업은 본국에서 허락지 않는 일일 터인데도 말이야.”

“그, 그것은······.”

고개를 처박은 필립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제드는 이미 자신이 보고 들었다고 말했다.

‘설마, 얼마 전의 대수림의 그 기괴한 소문들. 사냥꾼들의 몰살과 대수림의 불꽃······. 그 일련의 사건들이 크레인 대공과 연루되어 있었던 일이란 말인가!’

눈앞이 아찔해지는 느낌이었다. 괴이쩍은 일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그리 깊이 생각지는 않았었다.

“왕국의 법령을 어긴 자, 엄하게 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욱이 영주나 되는 이가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방관하였음에야 더 말할 것도 없는 일.”

“······.”

“달리 할 말은 없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부디 그 죄는 저 혼자 감당할 수 있도록 선처해주십시오.”

필립은 구차한 변명은 늘어놓지 않았다.

그게 통할 상대가 아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모범적인 행동은 클라인 가문 일가가 절멸하지 않도록 자비를 구하는 것. 왕가와 제드에게 대항했던 귀족들이 어떤 식으로 파멸했는지, 그는 잘 알았다.

“죄를 곧장 인정하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드는군. 눈감아주도록 하지. 이 일은 누구도 모르는 일로 삼겠다.”

“······!”

당황한 듯 필립이 고개를 들었다가 곧장 이마를 땅에 쿵 찧었다.

“시, 실로 관대한 처분! 이 필립 클라인, 목숨을 바쳐 왕가에 충성을 맹세하고 평생 왕가에 은혜를 갚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니 분명하게 말해두지. 대수림의 요정족과는 협약을 맺었다. 이제부터 대수림은 본국의 영토이고, 요정은 폐하의 백성이다.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해가 미칠 경우, 나는 캄페르가 폐하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판단하겠다.”

“며, 명심하겠나이다!”

필립은 당혹스러웠다. 요정이 왕국의 신민이 되었다고?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노예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노예업을 전면금지한다면 반발도 반발이었고 막대한 적자가 발생할 터였지만, 일단은 목숨이 우선이었다. 바로 그런 그의 고민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제드가 말을 덧붙였다.

“클라인 자작, 군수산업엔 관심이 없는가?”

“군수산업이라 함은······.”

“간단한 이야기다. 대수림이 본국의 영토가 된다면 자연히 이 캄페르는 국경의 영지가 되는 셈이다. 변경의 방비는 든든해야 하는 법이지. 골렘의 생산에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다. 그리고 현재 이 나라의 군수산업을 통제하는 수뇌부는 아직 마땅찮다.”

“아!”

필립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듯 머리를 굴렸다.

국경의 영지는 군수산업에 제약이 없었다. 거기다가 제드는 지금 그 캄페르가 그 군수산업을 통제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왕정의 지원을 받는 마당에야 무엇을 못할까.

무엇보다도.

‘그건 돈이 된다.’

필립은 금방 그걸 알 수 있었다.

“폐하께서는 자국 영토에 눈독을 들이는 자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시지.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일세.”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대공 전하의 혜안을 따라 지금부터 변경을 지키는 영주로서 막중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아주 든든하군. 전쟁이 나지 않는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세상의 일이라는 것은 알 수가 없는 법. 더욱이 전쟁이라는 것은 더더욱 그런 법이야.”

제드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웅은 필요 없다. 내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은 오직 경만 알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단호하게 배웅을 뿌리친 제드는 그대로 성을 나섰다.

갑자기 나타났던 것처럼 그는 그렇게 금방 사라졌다.

“······.”

필립은 한동안 얼이 빠져 있었다.

그런 그가 정신을 차린 건 얼마 뒤의 보고 때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레지앙으로 대규모 화물 상단이 움직였다고?”

“맞습니다. 화물의 양도 양인데, 그 출처가 대수림인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그 화물의 내용이 아무래도 골렘인 모양입니다.”

“골렘이라고.”

필립이 미간을 모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설명은 계속 됐다.

“뭔가 일이 이상한 듯하여 앞뒤 경위를 알아보았는데, 그 엄청난 양의 화물을 도심 북쪽까지 가져온 것도 아무래도 골렘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대지에 찍힌 발자국이 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파괴된 골렘인 듯한데, 대수림에서 교전이······.”

“······.”

필립은 멍청한 얼굴로 그 이야기를 듣다가 별안간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짝 후려쳤다.

“아, 아니 갑자기 왜······.”

“후. 이제야 좀 정신이 드는 것 같군.”

머리가 차가워졌다.

‘······크레인 대공, 대수림, 요정, 골렘, 그리고 오멜 공국까지. 허! 이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겠군. 이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북부를 잘 감시하도록.

마지막에 이 방을 나서기 전, 제드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적의 동태를 살피라는 말이 아니었다.

언제고 쳐들어올지 모를 적의 침공에 대비하라는 말이었다.

오싹.

필립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