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 마법사의 회귀-124화 (완결) (67) (67/124)

군비증강4

*

라이곤 왕국은 본격적인 군비증강을 시작했다.

각지에서 막대한 인력을 요구하는 국가 산업이 발표되고 진행되기 시작하자, 막대한 자금이 풀렸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돈을 따라 움직였다.

가장 먼저 채석장과 철광의 규모가 대대적으로 확대됐다. 골렘의 재료와 갑주 및 복합적인 재료의 수급을 위함이었다.

수도의 육군 본부에서는 정규군 규모가 점차 늘어났고, 훈련이 끝난 부대는 편성을 마치고 동부 국경전선으로 향했다.

국경을 두고 대치하는 라이곤과 토르가, 두 나라의 긴장감이 더욱 팽배해지는 가운데, 라이곤의 새로운 산업도시로 떠오르게 된 레지앙은 이 순간에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나가고 있었다.

꿀꺽.

수도에서 온 마법부 소속의 마법사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은 지금 레지앙의 국가 마법사 기관의 내부에 만들어진 대규모의 골렘 생산공장을 두 눈으로 목도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하나하나 떼놓고 보면 의미가 없는 마법진의 연속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법진은 각각의 단계를 지나 골렘의 완성으로 이어졌고, 제드는 그 마지막 단계에 다다라서 알 수 없는 작용을 통해서 골렘에 생명을 부여하였다.

공장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던 마법사들은 1에서부터 10에 이르는 그 단계별 마법진의 체계적인 흐름이 곧 이 생상라인의 핵심임을 알았다.

‘놀랍군. 이런 방식으로 하나의 마법을 분해하여 진행한다면 마법사 한 명에게 걸리는 부담은 말도 안 되게 줄어들 것이다. 마법사 하나하나가 빼어난 실력을 갖출 필요가 없는 구조야.’

획기적이다.

아니, 천재적이다!

두 눈으로 보고 느낀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의 마법사라는 것에 자부심을 품고 있는 비교적 젊은 마법사들은 기실 진정으로 이 마법부라는 형태의 체제를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그들은 작금의 체제가 폭정이고 억압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그 중심에 있는 제드 크레인이 만들어낸 국가 마법사 기관도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곳에 온 뒤로 며칠이 지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엄청난 것들을 홀로 해냈지?’

제드 크레인.

왕국 재상이자 육군이라는 새로운 군부체계의 총책임자.

이 나라의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철혈의 백작.

그를 수식하는 말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그는 너무나도 젊었고 국가 마법사들의 마법 수준은 별 볼 일 없었다. 하지만 그런 통상적인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것들을 그들은 해내고 있었다.

골렘의 생산. 골렘을 조종하는 마법사들의 육성. 그리고 기동훈련에 이르기까지. 이곳에서의 며칠은 엄청난 변화와 발전의 연속이었다.

“이건 혁명이나 마찬가지야.”

약 보름을 이곳에서 보낸 마법부 소속 마법사 중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누가 그 말을 부정할 수가 있으랴.

본격적인 군비증강이 국가적 목표가 된 이후 제드는 골렘의 생산설비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골렘을 찍어내듯이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골렘은 교육이 끝난 국가 마법사들에게 지급되었고, 그들은 제2 제3의 기갑중대원으로서 수도의 육군본부로 향했다. 사전에 짠 전략계획에 따라 그들을 전선에 배치할 터였다.

그렇기에 제드는 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쉴 수가 없었다.

‘내 골렘은 오직 나 이외에는 누구도 제작할 수가 없다. 즉, 내가 생산라인에 있지 않으면 생산이 멈춘다는 얘기야.’

제드의 생산공정은 빠르게 다수의 골렘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했고 아주 특별했다.

그러나 제드는 이 마도공학기술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생에 그는 자신의 밑천을 국가에 공개했고, 마지막에 다다라 가치충돌의 순간에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제드는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생에 제드는 권력의 중심부에 섰고, 모든 핵심기술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었다.

즉, 제드가 곧 라이곤의 기술력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전선에 있을 때는 추가로 골렘을 생산할 수 없어. 이건 큰 약점이야. 특히나 전쟁의 양상이 길어진다면 아주 치명적이지.’

골렘은 기본적으로 전쟁병기였으므로 계속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전쟁의 양상이 조금만 길어져도 추가로 투입되는 골렘이 얼마나 많으냐로 전선의 확보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제드는 지금 기술적 우위를 이용하여 미리 골렘을 뽑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라이곤의 자금과 자원은 막대한 속도로 소모되는 와중이었다.

‘마법부가 생산설비를 갖춘다면 그 이후에는 이런 약점도 조금씩 해소되겠지. 물론, 골렘 마법사를 육성하는 게 쉽지 않을 테니 다음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말이야.’

쿠웅.

또 한 기의 골렘이 일어나 저편으로 향했다.

연구소의 옆엔 이제 새로운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그곳은 격납고였다.

골렘은 격납고의 안쪽으로 걸어가서 오와 열을 맞춰 섰다. 그곳엔 무려 100기가 넘는 라인 급 스톤 골렘이 만들어져 있었다.

*

국가 마법사 기관의 부지는 나날이 커졌다.

한둘씩 건물이 들어섰고,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부지 중에서도 격납고만큼이나 큰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대장간이었다.

수개월 전 난쟁이 안톤이 이곳에 온 뒤로 만들어졌고 용광로가 불을 내뿜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단 하루도 불이 꺼진 적이 없었던 장소.

오늘 안톤은 제드를 이곳에 불렀다.

“오, 왔군!”

안톤이 제드를 보더니 씩 웃었다.

득의양양한 얼굴이었다.

“따라오라고!”

열기가 일렁이는 대장간 부지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웃통을 다 벗은 채로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연신 철을 두드리는 작업. 무기는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특히나 이 대장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골렘이 사용할 병장기라는 점을 생각해보자면 그 내구도는 훨씬 더 단단해야만 했다.

“바쁜 와중에 잠을 자는 시간까지 쪼개서 만들었다.”

거대한 병기창의 안쪽. 그곳에 존재하는 건 바로 전신 갑주였다. 검은 광택이 도는 갑주는 2.5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했다.

“마석에 노출된 흑요석을 철로 제련해서 만든 검은 강철갑주다. 요구한 것 이상의 내구도는 보유하게 됐어. 근데 이거 사람이 걸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무게가 1톤이 넘는다고. 정말로 이거면 된 거냐?”

제드는 안톤의 말에 답하지 않고 검은 강철로 만들어진 갑주를 천천히 살폈다.

메탈의 광택이 감도는 갑주는 드워프의 미적 감각이 가미되어 투박한 듯하면서도 용맹한 기상이 느껴진다.

“훌륭하군. 이건 예술에 가까워.”

제드는 낮게 감탄했다. 그걸 들은 안톤은 크흠 헛기침을 하면서 코를 씰룩였다.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건 언제든 기분이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떤가. 자크 경. 이게 그대의 새로운 몸이다.”

[아직 잘 모르겠소. 미적 가치를 평가하자면 훌륭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외부적인 게 아니오.]

“알고 있다. 그러니 똑바로 보라는 거다. 이것은 지금 그대의 갑주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야. 보물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지.”

제드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넓은 공동. 그곳을 향해 트리거를 당긴다.

“나오너라.”

바로 그 순간이다.

“헉!”

옆에서 무슨 혼잣말을 하고 있는가 듣고 있던 안톤은 그야말로 기겁하였다.

별안간 저 넓은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제드의 뒤를 다르던 은색갑주의 기사들이 무수히 나타난 까닭이다. 그 수가 약 100명에 육박하였다.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거나 그런 게 아니었다.

틀림없이 공간의 저편, 어딘가에서 그들은 나타났다.

“이젠 경이 증명할 때야. 한계까지 한번 싸워보겠나? 경이 이 보물을 걸치기에 합당한지 확인하고 싶군.”

[주군의 인형들이 다 망가질 것이오. 그래도 괜찮소?]

“내가 그런 걸 아까워할 것 같나?”

[좋소. 하지만 모습이 같다고 하여 저런 인형들과 내가 같다고 여기면 곤란하오. 나는 자크 안투르프. 나는 인형이 아니라 검사이오.]

절그럭.

자크가 부웅 대검을 휘두르며 100기의 아이언 골렘 앞에 섰다. 나이트 급이라고 명명된 아이언 골렘의 앞에 홀로 선 그의 모습은 무모해 보였다.

“이, 이봐. 이거 괜찮은 거 맞나?”

“괜찮으니까 지켜보도록 해. 지금 그대가 만든 작품을 두고 자크 경이 자신을 증명하는 중이니까.”

“크흠. 뭐, 그 증명이라는 걸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싶기는 하지만······.”

안톤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팔짱을 꼈다.

그 순간, 자크와 아이언 골렘들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콰직!

자크의 대검에 눈앞의 아이언 골렘 한 기의 갑주가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헉.”

안톤이 깜짝 놀라 헛바람을 들이키는 가운데, 자크는 곧장 부우웅 대검을 휘둘러 다음 골렘을 부숴나가고 있었다.

같은 노심에 같은 베이스. 같은 병장기였음에도 교전 능력은 차원이 달랐다.

자크는 다수를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을 모조리 동원했다.

그러나 아이언 골렘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아이언 골렘들을 그동안 이끌어왔던 게 바로 자크였기 때문이다. 아이언 골렘의 코어에 깃든 것은 정령이었고, 그런 자크의 검술과 전술 방침은 아이언 골렘들에게도 학습된 상태였다.

꽝! 카가각!

칼과 칼이 부딪치고 갑주가 갈려나간다.

그리고 그럴수록 제드의 마나도 엄청난 속도로 소모됐다.

자크는 뒤로 밀려나면서 안투르프의 파도검을 펼치며 날아드는 검세를 떨쳐냈지만, 연이어 내구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의 반동이 갑주를 갉아먹으면서 팔뚝부터 가슴팍에 이르는 갑주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그 균열이 자크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었고.

콰직!

쏜살같이 날아드는 대검에 자크의 팔이 떨어졌고, 비어버린 가슴팍이 찢겨나갔다.

바로 그 순간, 아이언 골렘의 움직임이 멎었다.

쓰러진 아이언 골렘의 수는 12기나 됐다.

“충분한 증명이었다, 자크 경.”

[······아니, 나는 아직 부족하오. 인형을 상대로 쓰러질 정도로 나는 약하지 않소.]

자크의 사념이 사나웠다.

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실력을 전부 다 보여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끝나버렸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물론이다. 나머지는 새로운 육체를 통해 펼치도록 해. 그 가벼운 갑주와는 달리 이건 훨씬 더 무겁다고 하지 않나. 적응의 시간도 마침 필요할 거야.”

200킬로그램이 좀 안 되는 아이언 골렘의 무게가 최소 다섯 배 이상은 무거워지는 것이다.

보편적인 골렘과 비교하자면 그마저도 너무나 가벼웠지만, 대인전을 치를 나이트 급 골렘이 1톤이 넘는 무게가 된다면 그 검에 깃드는 힘은 상상을 초월하리라.

반쯤 무너진 몸으로 절그럭대며 다가오는 기사의 안광이 매섭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모습. 그 상처가 그를 전장의 야수로 만들 것이다.

제드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드리웠다.

*

통합력 1643년 7월.

라이곤 왕국 내각이 군비증강을 목표로 잡은 이후로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토르가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신이 도착했다.

사신은 현재 양국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피할 방법을 두고 대단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사신은 내정간섭을 통한 전쟁에 개입했던 것은 철저히 부정하였다. 그리고 만약 토르가의 무장집단이 그런 일을 일으켰다면 찾아내어 일벌백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무릇 전쟁이란 피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겠습니까. 양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국경의 병력을 철수해주신다면 본국에서도 즉시 병력을 철수할 것입니다.”

“과연.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하하. 그러시다면 기한을 정하여 군병력을 철수하고 화친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본국은 지금부터 귀국에 선전포고를 할 참이니까요.”

“······예?”

사신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아,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토르가 왕국에 선전포고를 하겠다는 말입니다.”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그 순간, 와락 일그러지는 사신의 얼굴.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듯,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미, 미친 게로군! 귀하가 무슨 권한으로 감히 그따위 망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단 말인가? 나는 토르가의 외무대신이다! 다른 사람은 없단 말이냐? 이 자리에 걸맞은 이와 대화를 나누겠다!”

“어리석구나. 다른 사람이 오면 뭐가 달라질 것 같으냐?”

별안간 달라진 말투.

사신은 오싹 등줄기에 소름이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시종일관 부드럽게 이야기를 들고만 있던 젊은 외무관의 분위기가 일변하였기 때문이다.

“귀, 귀하는······ 누구지?”

“제드 크레인. 처음에 내가 누구인지는 말한 것 같은데.”

크레인 백작······ 크레인 백작!

바로 그 순간, 사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뿔싸. 왜 그 이름을 듣고도 몰랐단 말인가!

제드 크레인!

당대 라이곤 왕국 최고의 권력자. 두 명의 군주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그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사신은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식보다도 어린 상대가 외무관이라고 나왔기에 어렵지 않은 회담이 되리라고 그렇게만 여겼다.

“표정이 가관이로군. 내가 누구인지가 그리 중요한가?”

“이, 일국의 재상께서 어, 어찌 이런······.”

“유감이야. 이 자리에서 귀하가 토르가 왕국의 대표로서 해야 하는 건 사죄였어. 그게 앞으로의 전쟁을 피할 유일한 답이었다. 그 답을 틀렸으니, 이제 남은 건 전쟁뿐이군.”

“가, 각하. 잠, 잠시만 다시 이야기를······.”

그러나 제드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엔 전장에서 만나게 되겠군, 외무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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