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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마법사의 회귀-124화 (완결) (41) (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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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연합2

*

웅웅.

마나의 공명음은 레지앙의 서쪽 숲에서 들려왔다.

목책의 너머 울창하게 드리웠던 나무와 험한 골짜기는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그 대신 그곳에 보이는 것은 나무와 넝쿨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만들어진 반구형의 건축물이 있을 따름이었다.

이곳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사실은 레지앙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극히 일부였고, 그들은 국가 마법사라고 불리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공장.

그곳은 그렇게 불렸다.

웅웅대는 공명음은 그 건물 안쪽에서부터 흘러나왔으니, 반구의 기묘한 형상을 한 그곳 내부에서는 저마다의 구역에서 마법사들이 모여 마법술식을 전개하고 있었다.

술식 자체는 따로따로 놓고 보자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공정이 모이게 되면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최상급 마석.

그랬다. 이 공장은 제드가 오랜 시간 전부터 구상해왔던 대규모 정제공정술식이 돌아가는 공방이었다.

파지직! 파직!

사방에서 퍼지는 번갯불.

마석의 불순물이 터지며 발생하는 광경이었다.

제드는 공정의 마지막 결과가 나타나는 곳에 서 있었다.

국가 마법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후로 열흘.

모든 공정은 이제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그동안 멈춰 있었던 최상급 마석의 정제는 아주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추가 마석도 필요하겠군. 당장 급한 일은 아니겠지만.’

오히려 그것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계속 모여드는 마법사가 더 문제다.’

제드는 국가 마법사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어떤 명확한 목적을 두고 만든 게 아니라, 관리와 통제를 위해서 붙인 적당한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 국가 마법사라는 직위가 생각지도 못하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각지의 떠돌이 마법사들이 다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 소문이 워낙 자극적이었던 까닭이다.

-국가 마법사가 되면 골렘 마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잖아도 레지앙에는 이미 많은 수의 마법사가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주로 용병 마법사들이었는데, 왕국에 전쟁의 기운이 만연하였으므로 상황을 지켜보다가 한쪽 편에 껴서 참전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국가 마법사에 관한 소문이 돌면서 상황이 변했다. 마법을 배울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골렘을 조종할 기회를 말이다. 비록, 그 조건이라는 것이 기존 마법사들의 전통적 가치에는 크게 반하는 충성과 헌신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그들에게는 썩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제드로서도 다소 예상 밖의 일이었으나, 그는 이것을 오히려 호기로 보았다.

‘물이 들어오고, 순풍이 등을 밀고 있는데, 나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제드는 늘어만 가는 마법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 답을 찾았다.

“마법사 사관학교를 만든다.”

마법사 사관학교는 아직 이 시대에는 개념조차 없는 말이었다. 그 존재가 처음으로 역사에 등장하는 건 동부왕국 토르가가 제국 선포 이후의 일이었다.

당시의 제국에서는 앞으로 전쟁 양상이 마법사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임을 미리 내다보았다. 그리고 마탑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제국군에 마법사를 귀속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 마법사 사관학교의 기본 기틀이 만들어지게 됐는데, 그 주축은 당시 전선에서 활약하던 마법사들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그들 사이엔 제드도 있었다.

머잖아 마법사 사관학교가 만들어졌고, 기존의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국가의,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고위 군인으로서 거듭나게 됐다.

‘그 결과는 제국군의 승리였다.’

당시 승승장구하던 공화국의 군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제국 골렘의 앞에서 지리멸렬했다.

골렘을 조종하는 이가 마법사라는 점을 생각해보자면 그들이 전문 군인이 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충격적인 제국의 힘 앞에 마법사 사관학교는 머잖아 각국에 도입되었으니, 머잖아 경쟁하듯 골렘 마법사를 육성하게 된 것이다.

‘역사는 변했지만, 골렘이 차세대 전쟁병기라는 점은 전혀 변한 게 없다. 그렇다면 한 발 먼저 진행해야겠지.’

크고 작은 문제는 산재해 있었다. 하지만 제드는 그런 것들은 개의치 않았다. 길이 만들어지면 그 길을 따르는 자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

꿀꺽.

마법사 루카스는 긴장한 표정을 했다.

그를 포함한 열 명의 마법사가 이곳에 서 있었다.

“그대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겠나?”

“모르겠습니다.”

마법사들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정말로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지난 며칠간 그저 하라는 것만 했다. 처음엔 국가 마법사라기에 특별한 마법을 배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실상 그들이 한 것은 단순한 마법술식을 계속 반복해서 전개한 것뿐이었다.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들 열 명은 느닷없이 수석마법사에게 불려 온 것이다. 눈앞의 젊은 청년은 나이는 어렸지만,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기백의 소유자였다. 이름은 몰랐다. 그는 그저 자신을 수석마법사라고 할 따름이었으니까.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을 때, 수석마법사가 입술을 뗐다.

“그대들은 국가 마법사로서 직무에 충실히 이행하였고, 소기의 성과를 냈다. 따라서 지금부터 그대들에게 골렘 마법을 가르칠 것이다.”

“······!”

열 명의 마법사들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골렘 마법을 알려주겠다니.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마법사들의 시선이 수석마법사에게 꽂히는 가운데, 곧 그들의 시선이 그 너머로 향했다. 저 숲 속의 너머에서 4미터의 바위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쿠웅.

땅이 진동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꿀꺽.

마법사 열 명은 깜짝 놀란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눈앞에 나타난 스톤 골렘은 그들이 이전에 줄곧 봤던 우드 골렘보다 훨씬 더 컸고 육중해 보였기 때문이다.

“너희에게 가르칠 마법은 간단하다. 하지만 골렘을 움직여 목적을 완수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이 배워야 하는 건 바로 골렘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될 것이다.”

국가 마법사 열 명이 발탁되어 골렘을 조종하는 마법을 익혔다는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그들이 뽑힌 이유가 실력이 아니래.”

“흥! 당연히 그렇겠지. 거기 루카스라는 놈은 나보다 마법실력이 떨어진다고.”

“근데 그러면 뽑힌 이유가 뭐지?”

작금에 이르러 이 레지앙에 국가 마법사가 된 이들의 수는 수백 명에 육박하였다. 근데 그들 중에 단 열 명이 뽑힌 것이다. 어떤 명확한 기준에 관한 얘기도 없이 말이다.

“학파인가?”

“그게 아니면 어떤 끈이 있는 거라고 볼 수밖에.”

저마다 여러 추측이 오갈 때였다.

“모두 틀렸어.”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마법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 열 명 중의 한 사람으로 당당히 뽑힌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루카스였다.

“내가 뽑힌 이유는 내가 맡은 임무를 누구보다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모두 잊었나? 국가 마법사라는 이름을 짊어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말이야. 국가에 충성하고 헌신한다. 그 마음가짐이 먼저라는 거다.”

“하. 지금 무슨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야?”

마법사 중 한 사람이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 소리쳤다. 그는 루카스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소리쳤던 인물이었다.

“어이, 루카스. 그딴 헛소리나 지껄이려고 직접 여기까지 온 거냐? 운 좋게 그 열 명에 뽑혔다고 네가 뭐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야.”

몹시 공격적인 말투였다.

그러나 다른 마법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루카스가 그들을 기만하려고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리석군. 답을 알려줘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자격을 얻지 못하는 줄 몰라.”

“네가 겁을 상실했구나, 루카스.”

마법사가 적개심을 드러내며 마나를 개방했다.

금방이라도 마법전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이 팽배해질 때였다.

쿠웅.

별안간 땅이 진동하였다.

그 자리에 있던 마법사들이 조금 전 진동의 진원지로 시선을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그곳에 거대한 바위가 흡사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골렘이었다.

모여있던 마법사들이 깜짝 놀라서 주춤주춤 그 자리를 물러나는 사이, 골렘은 루카스의 바로 지척까지 다다랐다.

“국가 마법사의 이름을 짊어질 자격이 없는 자는 그 어떤 권리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루카스가 서슬 시퍼런 어조로 말하며 손을 뻗은 순간, 스톤 골렘은 녹색의 안광을 빛내며 주먹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헉! 이, 이봐! 자, 잠······ 잠깐······!”

조금 전까지 적개심을 드러냈던 마법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골렘은 멈추지 않았다.

쾅!

땅이 푹 꺼졌고 먼지가 높이 피어올랐다.

주변 마법사들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벌벌 떨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똑같은 처지였다.

그러나.

보라, 지금 저 루카스의 모습을. 그는 지금 골렘을 조종하고 있었다. 그들과는 처지가 달라진 것이다.

머잖아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았을 때, 내리친 주먹의 바로 옆에 게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마법사 한 명이 있었다. 오줌을 지린 듯, 파헤쳐진 땅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루카스는 싸늘한 얼굴로 그들을 일별하고 몸을 돌렸다. 골스톤 골렘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 충격적인 사실은 금방 국가 마법사들 사이에 퍼졌다.

모두가 그제야 알았다. 충성과 헌신. 국가 마법사라는 이름과 함께 따랐던 그 말은 단순한 고지가 아니었음을 말이다.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평가의 잣대라는 것을.

“이제 선택을 해야 할 거야. 정말로 충성을 바치고 헌신하며 국가 마법사로서 거듭날 것인지, 그게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를 말이야.”

그 소요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수석마법사, 제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열 명의 마법사. 그들은 앞으로 국가 마법사의 규격이 될 터였다. 성실하며 의지가 있으며, 책임감이 있는 자. 제드가 그들 열 명을 뽑은 기준은 바로 그것이었다.

제드는 그들에게 마법을 가르쳤고, 진실로 충성심을 보이는 자를 선별하여 골렘의 명령권을 공유해주었다.

루카스는 그중에서도 첫 번째였다. 처음부터 유독 남다른 충성심을 드러냈던 그가 골렘의 선택을 가장 먼저 받았다.

제드는 단순히 골렘의 명령권을 공유하는 것을 ‘골렘의 선택’이라는 이름을 통해 신앙적인 영역까지 확대하여 그들을 사로잡았다.

제드는 충성심이라는 것이 일종의 신앙적인 영역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조건 없는 믿음이 결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충성과 헌신. 그 마음가짐이 골렘의 선택이라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저것이었다.

지금 국가 마법사로 다시 태어난 루카스는 주저가 없었다.

그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할 이유가 없다. 자신이 골렘을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제드의 입가에 드리운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잘 맞물려 돌아가는 바퀴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은 법이었다. 지금 제드의 마음이 그러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을 때, 남부 귀족들은 마침내 움직였다. 그들이 라이곤 귀족연합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렌토의 총독인 제드 크레인을 즉각 파면 및 교수형에 처할 것. 여왕이 즉위 이후에 진행한 모든 행정법안을 무효로 돌릴 것. 그리고 위의 요구에 왕정이 응하지 않을 시, 귀족연합은 그 어떤 군사적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는 선언.

통합력 1642년, 1월.

라이곤 전역에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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