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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마법사의 회귀-124화 (완결) (37) (3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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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볼4

*

두 동강 난 코어.

거기서 느껴지는 요동치는 감각.

제드에게 그건 꽤 익숙한 느낌이었다.

정령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평상시의 상태가 아니라 끓어오르는 화산처럼 폭주하는 상태.

제드는 그것을 폭주 현상이라고 불렀다.

전생의 제국의 골렘은 대륙 전역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수적으로 많았고 성능이 빼어났으며, 진보된 마도공학 기술력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제국의 골렘에도 결함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주 드물게 결함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것이 바로 폭주 현상이었다.

제드도 그 현상이 왜 발생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건 마법이 아니라 정령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여러 전장을 겪은 골렘들은 별안간 어떤 징조도 없이 폭주 현상을 일으켰고, 이때 폭주하는 골렘들은 오직 파괴와 살육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르다. 전쟁의 피로도가 쌓였다고 하기에는 그들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골렘이었어. 과거와 지금의 차이점이 무엇이지?’

제드는 미간을 모았다.

조금 전 눈앞을 스쳤던 광경. 그것은 정령의 관점이었으므로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조금 전 그게 계기라는 건 명확한데.’

바로 그 순간, 한 가지가 뇌리를 스쳤다.

제드가 관청 건물을 눈에 담았다. 정확히는 어떤 방을 말이다. 그 방은 바로 얼마 전까지 회의실로 쓰였던 곳이었고, 반역을 꾀했던 귀족들을 한꺼번에 벤 장소이기도 했다.

‘그렇군. 조금 전에 폭주한 골렘은 그 둘이었어.’

그러자 앞뒤가 맞아떨어진다.

전생과 지금의 차이.

소형화된 골렘은 전생에는 없었다. 만든다고 해도 실력이 빼어난 척탄병이나 강습병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의 골렘을 만들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통상적인 골렘을 만드는 게 이득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골렘은 적의 골렘과 전열을 만들어 충돌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적 골렘은 살아있는 유기체도 아니었고, 제국의 골렘처럼 정령이 깃든 존재도 아니었다. 고도의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기술력의 집합체였다.

다시 말해서 실질적으로 전생의 골렘들이 사람들을 죽이는 살육전에 노출되는 상황은 극히 적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 시대에 제드가 만든 아이언 골렘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들의 상대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었고, 바로 얼마 전의 숙청은 일방적인 학살이라고 해도 좋았다.

‘조금 전에 내가 봤던 기억은 그때가 틀림없다.’

제드는 조금 전 기억의 장면 중 몇 가지 패턴을 조정하였다. 그러자 기억 속의 그 광경이 전혀 다르게 펼쳐졌다. 그건 여전히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지만, 사람을 연이어 죽이는 광경이라는 건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런 건 전생에도 겪지 못한 일이다. 지금의 나는 정령의 친화력이 더 높은 건가? 전생에선 그토록 알고 싶었던 것들이 지금은 손쉽게 보이고 들린다.’

어쩌면 바뀐 것은 단순히 역사뿐만이 아닐는지도 모른다.

“이보게, 제드!”

제드가 상념에서 헤어나왔다.

베른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잠깐 생각 중이었습니다.”

“아니, 대체 이런 상황에 무슨 생각을 그토록 깊이 하는가? 아니, 그건 됐고 그보다는 대체 조금 전의 상황은 다 무엇인가? 아니지. 지금은 설명보다는 해결이 우선이야. 나도 돕겠네. 내가 뭘 하면 되겠나.”

“그럴 필요 없습니다. 금방 해결될 문제입니다. 자크 경이 움직였으니, 금방 잡을 겁니다.”

두 기의 골렘이 폭주했고, 하나는 기동을 정지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마석이 아깝기는 해도 골렘이 폭주하여 도시의 시민들을 학살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됐다.

제드 크레인이라는 렌토의 총독은 귀족에게는 잔혹할지언정 평민에게는 그런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됐다.

‘조금 전부터 마나 소모가 커졌다. 거리가 너무 멀어졌군.’

자그마치 오십여 기의 골렘이다. 그들이 제각각 전력으로 기동하면 마나의 소모량은 막대하였다.

“말을 가져와라.”

“예, 옛!”

제드는 저편에 사색이 되어 엎어져 있는 시종에게 지시하였다.

“그 골렘을 쫓을 참인가?”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마나의 소모가 커집니다. 금방 상황이 종료될 테니, 잠깐 이곳에서 기다리시죠.”

“알겠네. 돌아오면 설명을 좀 해주게나.”

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시종이 흑마를 데려왔고, 고삐를 건네받은 제드는 능숙하게 말 위에 올라탔다.

“이랴!”

*

도심을 가로지르던 제드가 별안간 미간을 모았다.

‘마나의 소모가 갑자기 줄어들었어. 벌써 상황이 종료됐다는 건가?’

블라르를 통해 도심을 하늘에서 확인하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교전의 현장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블라르의 시야가 골목의 한 곳을 포착했다. 다수의 골렘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도시 외곽을 지키던 경비대도 빠르게 집결 중이었다.

‘연결이 끊어진 골렘이 없다. 혹 폭주가 그치기라도 했다는 건가?’

현장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사태의 추이가 좋았다.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거리에 사람이 없었던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만약 도시가 평상시와 같았더라면 폭주한 아이언 골렘은 거리에서 보이는 족족 사람들을 베었으리라.

“워.”

제드는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춰 세웠다.

푸르륵.

말이 거친 숨결을 뿜어대는 가운데, 제드는 말에서 내렸다.

“총독 각하.”

현장엔 이미 빌이 와 있었다.

“일찍 도착했군요.”

“예, 저들이 무엇인가를 쫓고 있다는 걸 파악한 후에 바로 현장으로 왔습니다.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요?”

“약간의 사고가 있었습니다만, 정리가 끝난 것 같군요. 빌은 이제 근무지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신속한 대응, 인상 깊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빌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경비대 병사들을 데리고 물러갔다. 적막이 가라앉은 거리. 제드는 골목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자크 경, 이게 어떤 상황이지?”

[내가 이 골렘을 찾았을 때는 이미 이런 상태였소.]

자크의 대답에 제드가 미간을 모았다.

지금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폭주했던 골렘이 가만히 서 있었다. 투구 속 녹색의 안광은 차분하였고, 폭주할 때의 정령이 내뿜는 포악한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드가 다가서려고 하자, 자크가 팔을 뻗었다.

[주군, 다가가는 건 좋지 않소. 일단 얌전하기에 베진 않았지만, 또 폭주할 가능성이 있소.]

그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제드는 확인해야만 했다.

폭주한 골렘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이건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야만 한다.’

제드는 골렘에게 명령을 내렸다.

상체 갑옷을 열고 코어를 드러내라는 명령이었다.

골렘은 곧장 그 명령을 이행했다.

코어는 가슴의 위쪽에 붙어 있었다. 그것은 흡사 생물의 심장처럼 공명하면서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제드가 손을 뻗었다. 그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혹시라도 관청의 그 골렘처럼 어떤 광경을 보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코어는 멀쩡하다. 아무 문제가 없어. 정말로 아무런 이유 없이 멀쩡하게 돌아왔다는 것인가?’

제드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을 때였다.

아주 희미하게 어떤 감각이 잡혔다.

‘······그래, 이유가 없을 리 없지.’

제드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골목의 퀴퀴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이내 그 후각의 영역 너머, 형언하기 어려운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정령의 잔향······ 그렇게 표현해야 할까.’

낯선 정령이 남긴 희미한 흔적.

놀랍게도 그걸 느낀 순간부터 제드는 조금 전까지 알 수 없었던 그 잔향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었다.

제드가 차분한 얼굴로 주변을 눈에 담았다. 이 일대를 탐색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머잖아 제드의 눈에 이채가 드리웠다. 생각지 못한 존재가 지금 이 도시에 들어온 듯했다.

*

“으음. 그랬군.”

관청에 돌아온 제드는 베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째서 이런 마법적 결함이 발생하는지를 굳이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베른은 마법사이기에 잘 알았다. 세상에 완벽한 마법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해결이 어려운 결함인 모양이군.”

“그런 셈입니다. 앞으로 계속 개선해야겠죠.”

“자네라면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걸세.”

베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가 보기에 제드는 불세출의 천재였다. 당장 결함과 맞닥뜨렸다고 해도 수년 이내에 반드시 결과를 찾아낼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겠나? 금방 돌아온 걸 보자면 썩 심각한 결함은 아닌 듯한데.”

“아뇨. 이번 상황이 다소 특별한 겁니다. 폭주 사태를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참에 분명히 해두지요. 기본적으로 골렘이 제어를 벗어나 폭주하면 무조건 파괴해야 합니다.”

“무조건 파괴라. 으음, 알겠네.”

베른은 여전히 많은 게 궁금했다. 하지만 더 묻진 않았다. 마법적 결함에 관해 더 캐묻는 것은 아주 무례한 일이었다.

“그럼 이제 슬슬 가기로 하죠.”

“갑자기 어딜 말인가?”

“새로운 골렘을 깨울 겁니다. 베른이 조종할 골렘들을 말입니다.”

베른이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차가 덜컹대며 나아갔다.

북쪽으로 나아가는 길.

어느새 해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남부 귀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더군. 자네도 이미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응하지 않는 연유는 자신감인가?”

“그들이 모이게 두는 것이 제 대응입니다.”

“응?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대응책이란 말인가?”

“하나씩 정리하는 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한둘이 무너지면 나머지는 고개를 조아립니다. 그러면 명분이 약해지고 뿌리를 뽑기가 어렵습니다.”

“허허. 보통은 반대가 아닌가?”

“힘이 부족하거나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때는 각개격파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힘을 합친들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다면 이게 훨씬 더 낫습니다.”

남부 영주들이 하나로 힘을 모은다면 그 병력은 1만을 가볍게 넘었다. 한 나라를 뒤집어엎기엔 부족함이 없는 대군이다. 근데 제드는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골렘의 전투 능력이 아무리 빼어나다고 해도 그 수가 100기도 되지 않는데, 대체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러는 사이, 저 멀리 황야 너머로 암석지대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이미 여러 인부가 보였고, 옆에는 여러 물자가 쌓여 있었다. 그것들은 딱 보기에도 채석장에서 쓰일 것들은 아니었다.

“어떻게 오셨소?”

채석장 입구에 서자, 햇빛에 몸이 검게 그을린 사내가 억센 말투로 불쑥 물어왔다.

“제드 크레인. 렌토의 총독이다.”

“총독 각하이시라고? 흐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사내가 의심스러운 표정을 하더니, 이내 안쪽으로 가서 누군가를 데려왔다. 그는 바로 리아드였다.

“엇! 오셨습니까.”

뒤뚱거리며 뛰어온 그는 헤헤 웃으며 안쪽으로 제드를 안내했다.

“말씀하셨던 대로 준비는 모두 해두었습니다. 이 모든 준비에 필요한 경비는 크흠! 제가 이 토바스의 인맥을 적절히 동원하여 싼값에 잘 처리하였습니다.”

“좋군. 그렇게 계속 능력을 증명하도록 해. 더 많은 걸 원한다면 말이야.”

리아드가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빛냈다.

토바스와 전쟁을 벌인다고 했을 때만 해도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제드 크레인. 그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돈줄이었다!

‘내가 정말 사람을 보는 눈은 타고났다니까. 흐흐흐.’

곧 그들은 채석장 안쪽에 다다랐다.

넓은 안쪽 공간은 원래 가공 전에 캐낸 돌을 쌓아두는 용도로 쓰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런 것들이 정말 골렘의 재료란 말인가?”

“예, 맞습니다.”

돌과 흙, 그리고 철. 구하기 썩 어렵지 않은 재료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총 다섯 세트로 준비된 그것들은 언뜻 봐서는 그냥 잡동사니처럼 보였다. 하지만 암석의 크기와 질량, 준비된 흙과 철의 양을 보니 정확하게 비율을 맞춘 것이었다.

“바로 시작하죠.”

제드는 그렇게 말하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저편에서 정령의 잔향이 느껴졌다. 기척을 감추고 있었지만 정령의 존재감으로 알 수 있었다.

‘어디 언제까지 숨어서 지켜보는지 볼까.’

제드가 손을 뻗었다.

마나가 개방되면서 그의 로브가 펄럭였고, 중지의 디바이스가 빛을 내뿜었다.

드드드드.

바위가 떨리기 시작하였고, 흙이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바닥에 마법진이 이중삼중으로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흙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가 되었고, 철이 액체처럼 녹아서 바위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전생에 수도 없이 봐왔던 공화국의 양산형 스톤 골렘.

그 설계는 눈을 감고도 완벽하게 그릴 수 있을 정도였다.

빠른 속도로 형태는 만들어졌으니, 이제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명확한 골렘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형태만 갖췄을 뿐.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골렘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

“일어나라.”

제드가 정령을 불렀다. 그러자 저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의 존재가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놀라움인가? 그렇잖으면 분노인가. 어느 쪽이든 머잖아 모습을 드러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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