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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마법사의 회귀-124화 (완결) (19) (1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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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3

*

“이봐, 그 이야기 들었는가? 전날 피바람이 불었다던데.”

“아침부터 난리가 났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공작가 저택의 일을 말하는 게지?”

“거참. 조만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일 줄이야.”

“헌데 믿기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녀 전하가 말이야.”

“음, 의외이기는 하네만, 정황상 그렇게 보는 게 타당하지 않겠나.”

“으음, 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큰일이 뒤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행렬 곳곳에서 전날 그레즈에 있었던 일을 두고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수년 안팎으로 케미트로스 공작은 실권을 잡았다. 그가 왕위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는 전부터 공공연하게 들려왔던 이야기다.

아직 어수룩하고 어린 왕녀와 노련한 케미트로스 공작.

이 싸움의 승자를 예측하는 건 썩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결론이 나는가였다.

그런데 전날, 그 모든 게 한꺼번에 뒤집혔다.

누군가는 전쟁을 걱정했고, 누군가는 이 레지앙의 행렬이 왕녀의 결단과 무슨 연관이 있을 거란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는 추측일 뿐이었다. 진실을 아는 이는 소수에 불과했고, 그 소수는 진실을 말하지 않을 터였다.

[주군,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소?]

“무엇을.”

[주군의 정체가 무엇이오?]

“뜬금없군. 갑자기 그걸 묻는 연유는?”

[처음에는 그냥 좀 많이 특별한 마법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옆에서 지켜볼수록 알 수가 없소. 유령으로 긴 시간 떠돌며, 더 궁금할 것도 없는 몸이오만, 주군은 특별하오.]

“내가 뭔가 특별한 사람이어야 할 것 같군. 근데 나는 그냥 평범한 평민 출신의 무명 마법사일 뿐이야.”

[대답하기 싫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좋소. 굳이 알아야 할 사실도 아니니. 다만, 한 가지만 조언하겠소. 계속 자신을 숨기고자 한다면 조금 더 능숙한 게 좋을 것이오.]

“내가 미숙하다는 말인가?”

[그렇소. 겉은 아무리 봐도 대단할 게 없어 보이나 공용어의 말투는 동부의 짙은 귀족 억양이 배어 있소. 그리고 사람을 부리는 게 능숙한 그 태도는 일개 무명 마법사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오.]

“하하하.”

제드가 웃었다. 전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딱히 뭔가를 숨길 생각은 없지만, 그 조언은 고맙게 받아들이지.”

자신을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은 외골수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들이 생긴다. 조금 전 자크가 한 말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물론, 제드는 그걸 굳이 교정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그런 것들은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설명할 필요도, 바꿀 이유도 없는 일들. 제드 결과로 모든 설명을 대신할 것이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근데 경은 어땠나. 공작가의 기사들은 버겁지 않던가?”

[생각했던 것보단 어렵지 않았소. 이 라이곤 왕국의 기사들이 예전부터 별 볼 일 없다는 건 알았지만, 내가 죽은 이후로 200년이 흐르는 동안, 더 실력이 형편없어진 모양이오.]

“신랄하군.”

[냉정한 평가일 뿐이오. 내가 살아있었을 때면 그들은 기껏해야 견습 기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오. 그 많은 이들을 상대하면서 나는 그저 조금 베이는 것에 그쳤소. 완전한 역량을 펼칠 수 없었음에도 말이오.]

로브를 덮고 있었지만, 자크의 육체인 골렘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제드의 통제 아래에 있었다.

그가 어딜 어떻게 베였는지, 제드는 보지 않아도 안다.

가슴 왼쪽과 어깨, 그리고 팔뚝.

각각 골렘으로서의 기동에 문제를 줄 만큼의 타격은 아니다. 하지만 자크가 가죽과 근육으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더라면 허용한 공격들은 치명상이었을 것이다.

‘특히 가슴의 상처는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심장을 관통했겠지. 지금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자크가 골렘인 이상 고통을 느끼는 일은 없다.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일도 없고. 일정 마나를 공급받는 이상, 몸 내부에 존재하는 노심만큼의 출력을 상시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자크는 모를 테지만, 그의 감각은 이미 살아 있는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앞으로 만나게 될 주군의 적들도 그 정도 수준이라면 많이 실망스러울 것 같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그대가 상대한 이들은 피라미일 뿐이니까. 앞으로는 더욱 험난할 거야. 그때까지 죽음 속에서 깨달은 바를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둬.”

*

레지앙과 그레즈 사이의 도시 토바스.

도시는 몹시 북적였다. 연이은 물자의 호송 때문에 도시에 상인들이 머물면서 토바스는 때아닌 호황이었다.

도시의 거리 풍경은 꼭 수도 그레즈와 닮아있다.

제드는 토바스에 도착하자마자 한 사람을 찾았다.

마탑에서 연락책으로 토바스에 머무르게 해둔 마법사였다.

“귀하가 제드 공이오?”

“예, 맞습니다.”

“몇 가지 확인 절차를 거치겠소.”

확인이라는 건 별것 아니었다. 마탑에서 남긴 계약서. 그 사본으로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다.

쓰스스.

양피지 위에 나타나는 푸른빛을 본 마법사는 안쪽으로 제드를 안내했다. 넓은 저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토바스의 오래된 토호 귀족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마탑에서 사들인 곳이었다. 저택 내부엔 마법사들과 상인들로 보이는 이들이 바쁘게 양피지 서류 따위를 정리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지금까지 레지앙으로 운송된 물자에 대한 현황입니다. 확인을 해보시지요.”

“아뇨.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귀하가 마탑의 명예를 걸고서 장난질을 벌일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이야기가 급할 건 없겠죠. 일단, 앉는 게 어떻습니까.”

제드가 자리에 먼저 앉아서 자리를 권했다.

마법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제 이름은 이미 아실 테고. 저는 아직 귀하의 이름을 듣지 못했네요.”

“크흠. 저는 베스퍼입니다.”

자신을 베스퍼라고 소개한 마법사는 동그란 안경을 쓴 깐깐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때때로 인상은 그 사람의 성격과 삶을 대변하곤 한다. 구김 없이 말끔한 옷매무새와 잘 정돈된 머리칼.

아마도 그는 아주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으리라. 바로 그런 점에서 마탑에서도 그에게 일을 맡긴 것일 테고.

“베스퍼, 마탑과 저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는 아십니까?”

“모릅니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요.”

“아뇨. 이제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라르곤 마탑에 꽤 중요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제드는 거래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주었다. 지금의 이 모든 상황이 바로 상급 마석을 가지고 한 거래의 일환이라는 것을 말이다.

베스퍼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설마, 눈앞의 제드가 그런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랐다는 듯한 표정이다.

“확실히 말해두는데, 저에겐 더 많은 마석이 있습니다.”

“······.”

꿀꺽.

베스퍼가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이 자리는 마탑의 미래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건 제가 감당할 사안이 아닌 듯합니다.”

“그렇습니까? 아쉽네요. 저는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이야기를 꺼낸 건데, 다른 마탑과 거래를 진행해보도록 하죠.”

제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베스퍼가 진땀을 뺐다.

“헉! 아, 아닙니다. 제, 제 말은 그런 게 아니고······. 저, 저는 단지 그런 중요한 사안을 책임질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위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중간에서 연락책 정도만 해주면 됩니다. 제가 매번 마탑과의 거래를 위해서 그레즈로 갈 수는 없으니까요.”

끄응. 베스퍼는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이건 그가 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싫어도 해야만 하는 거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이 사실을 마탑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아마도 이 소식을 전하면 어떤 식으로든 귀하께서 가지고 있는 마석을 구하겠다는 게 마탑의 방침일 것입니다.”

“제 예상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가 본론이었다.

제드의 제안에 베스퍼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제드와의 이 인연이 아주 길게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 까닭이다.

*

제드는 이튿날 이른 아침 곧장 레지앙으로 향했다.

한동안 너른 평야가 이어졌고, 점심 즈음에는 산세로 접어들었다.

‘길이 넓어졌군. 정리도 좀 된 것 같고.’

레지앙으로 가는 이곳 길목은 완만하기는 해도 좁고 구불구불했다.

그런데 지금은 넓고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마차와 짐수레가 다니기 편하도록 말이다. 그 작업은 아직 이어지는 중이었고, 인부들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제드는 예상했던 것보다 반나절 정도 더 빨리 레지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엇! 제드!”

“뭐, 제드라고?”

“마법사님을 말하는 거야?”

레지앙은 발칵 뒤집혔다.

마을을 나선 뒤로 줄곧 소식이 없었던 제드가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자, 인부들과 마법사, 그리고 상인들은 의아한 얼굴로 이곳을 보았다.

“오오, 돌아오셨군요.”

“예상보다 조금 더 늦었네요.”

“돌아오지 않으시는 줄 알고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잘 오셨습니다.”

마을의 최고령인 디아고가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레지앙의 모든 변화가 전부 제드에 의해서 일어난 것임을 말이다.

꾸벅. 저 멀리 빌이 제드를 발견하더니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해왔다.

그들의 환대에 제드는 묘한 기분이었다. 한 번도 이 레지앙을 고향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듯 마을 사람들의 환대를 받을 줄이야.

레지앙은 입구만큼이나 내부도 크게 변해 있었다. 내부의 길이 잘 다듬어져 있었고, 새로운 가옥이 몇 개 더 세워졌다. 마을은 변화해있었다.

“저곳이 바로 마법사님께서 머무르실 곳입니다.”

“······.”

제드는 마을의 중심부에 있었던 커다란 바위가 있던 자리에 새롭게 지어진 큰 집을 눈에 담았다.

“새집을 지어달라고 말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지금 이 마을의 모든 변화는 마법사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이 집조차도 기실 마을 사람들만의 노력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것이 저희의 마음입니다.”

디아고의 목소리는 간절하기까지 했다.

힐긋 돌아보니 제드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알겠습니다. 집이 커진 만큼 많은 일을 하긴 좋겠군요. 각자 돌아가서 할 일을 해주세요. 그리고 디아고는 저와 이야기를 좀 하시죠.”

“옛, 알겠습니다.”

제드와 디아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레지앙에 들어온 물자를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이 마을에서 일어난 변화들에 관해서 모든 사실을 전해 듣는 시간이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자금과 물자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디아고는 그걸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길목을 넓히고 마을의 부지를 넓혔다고 했다.

“창고를 만들어서 일단 그곳에 전부 넣어두었습니다. 근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마을 사람들 모두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군요. 그냥 이 마을의 미래를 열었다고만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고. 이 늙은이가 쓸데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마법사님께서 그리하셨다면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었을 텐데요. 절대로 의심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시간이 있을 때, 나중에 차분히 나누기로 하죠. 지금은 절 만나기만을 기다렸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야겠습니다.

“아이쿠. 그랬었지요. 나이가 드니 자꾸 깜빡합니다. 곧 불러오겠습니다.”

디아고가 나간 뒤에 방에 홀로 남은 제드는 나무 냄새가 가득한 방안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나쁘지 않다.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볼품없지도 않다. 검소했던 전생의 제드의 집무실과 비슷했다.

‘괜찮군.’

그렇게 평가할 때였다.

머잖아 발소리가 들렸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아는 얼굴이었다.

“헤헤. 오랜만에 뵙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염소수염의 사내.

그는 바로 리아드였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만 해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였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눈앞의 그는 비굴하게 보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제드는 웃었다. 지금 이 레지앙에 이 막대한 부와 변화를 안겨준 장본인을 만났는데 어찌 웃지 않으랴.

“거래의 기일은 아직 멀었을 텐데, 왜 마을에 와 있지?”

제드는 자연스럽게 하대했다.

그것에 기분 나빠할 법도 했지만, 눈앞의 이 영악한 상인은 조금도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잘 알고 있다. 지금 누가 우위에 있는지를 말이다.

“레지앙에서 큰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또 모른 척 두고 볼 수가 있겠습니까. 조금이라도 마을 사람들과 마법사님께 도움을 드리고자······.”

“쓸데없는 헛소리는 거기까지만 하고 짧게 본론만 이야기하도록. 리아드, 그대는 지금 이 레지앙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도 수도에서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돈을 중간에서 챙기고 싶은 거잖아. 안 그래?”

“하하······. 그, 그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기에는 허허. 참.”

리아드가 식은땀을 흘렸다. 두 달 전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이 눈앞에 있는 듯하다.

‘······어쩐지 이 촌구석 마을 사람들이 마법사님이라고 아주 신봉을 하더라니. 이런 이유였구나. 이게 이 애송이 놈의 본 모습이야. 대체 이놈이 수도에서 뭘 했기에 갑자기 이런 막대한 물자가 이런 촌구석으로 밀려 들어오느냔 말이야.’

리아드는 꿈에도 몰랐다. 자기가 가져온 그 마석이 이 모든 변화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을.

제드는 히죽 웃었다.

“좋아, 돈이 가지고 싶으면 주지. 그대에게 앞으로 발전할 이곳의 상권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헉! 감사합니다. 그, 그런 천금 같은 기회를······. 레, 레지앙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서 밤낮으로······.”

“단, 조건이 있다.”

꿀꺽.

“조건이라 하심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묻는 리아드.

“마석을 가져와. 전에 가져왔던 양의 최소 두 배는 되어야 할 거야. 무능력한 이에게 큰일을 맡길 수는 없거든. 일종의 시험이라고 생각해. 그대가 돈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을 확인하는 거다.”

“그, 그거라면 맡겨만 주십시오!”

리아드가 힘차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또 마석인가? 그깟 마석이 대체 무엇이기에······ 설마, 그걸 이용해서 뭔가 하는 건가? 마법사라고 하는 부류니까 말이야. 뭐, 정확한 이유야 알 바는 아니지. 나는 돈만 벌면 그만이니까. 흐흐흐흐.’

그런 리아드를 바라보는 제드 역시 웃고 있었다.

그는 기회를 거저 잡았다고, 그렇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생각처럼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엔 정말로 네놈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거야.’

제드의 생각대로라면 이미 렌시아 공화국은 알게 모르게 라이곤 왕국 내에 애물단지처럼 존재하던 마석을 닥치는대로 긁어모으고 있을 것이다. 콜렉 남작령의 광산이 돌아가지 않고 있었으니, 마석을 수급할 길이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리아드는 고생길이 열린 줄도 모르고 돈을 벌 생각에 싱글벙글하였다. 그는 여전히 몰랐다. 항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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