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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마법사의 회귀-124화 (완결) (13) (1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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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마법사2

상급 마석은 희소하다.

그렇기에 지금 제드가 꺼낸 이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는 아주 적었다.

대다수는 보석처럼 영롱한 그 빛에 감탄했고, 소수는 마석의 마나 반응에, 그리고 아주 몇몇만이 이게 최상급 마석임을 알아보았다.

마법사들 몇몇이 희귀한 것을 보았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보기도 힘든 걸 가지고 있는 이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자네에게 꽤 충동적인 면이 있군.”

“저에게 시간은 금보다 귀하거든요.”

오만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나저나 정말로 상급 마석이었구나.’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됐다.

······아니, 몇 개나 더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베른은 생각이 깊어졌다. 그렇다면 그레지안 산맥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 역시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러는 사이, 마탑에서 몇 명의 마법사가 헐레벌떡 달려나오는 게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예외는 없다더니, 그 예외가 생긴 모양이군요.”

“크흠. 죄송하게 됐습니다. 어서 안으로······.”

마법사는 헛기침하면서 마탑의 내부로 제드와 베른을 안내하였다.

그그그긍.

문이 열리고 어둠이 드리운 로비의 풍경이 나타났다.

폐쇄적인 마탑은 로비에 많은 것을 두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고, 숨겨진 신비와 지식은 저 높은 탑 위에 존재한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로비 안쪽에 존재하는 푸른색의 문.

‘관문인가. 꽤 고급스러운 마법을 사용하는군.’

높은 층과 이어진 문. 마법을 통해 공간을 왜곡해서 문과 문을 연결하는 것이다.

둘을 안내하는 마법사는 문에 열쇠를 꽂았다.

지이잉.

잠깐의 이명과 함께 마나가 요동치며 맞물리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저 열쇠가 문을 가동하는 디바이스로 작동하는 듯했다.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달칵 문이 열리자, 내부 공간이 일렁였다.

베른도 이 상위 마법에는 적잖이 긴장한 듯했다.

그러나 제드는 아니었다.

앞으로 이런 마법은 훨씬 더 발전하게 된다.

수백 킬로미터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적 마법진의 형태로 말이다.

일렁이는 공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 순간, 아주 잠깐 속이 울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눈앞에 넓은 복도와 비스듬히 열린 문이 보였다. 제드는 저벅저벅 걸어갔고, 베른이 그의 뒤를 바쁘게 따라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어디까지고 뻗어 있는 새까만 공간.

그곳에는 원형의 탁자가 있었고, 하늘에는 푸른빛의 불꽃 몇 개가 둥둥 떠 있었다.

“귀한 손님께서 오셨군. 라르곤에 온 걸 환영하오. 자,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시오.”

제드는 고개를 살짝 숙이곤 자리에 앉았다.

이 원형의 탁자엔 여섯 명이 있었으나, 누구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장막이 그들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 분은 라르곤에 초청된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저는 베른 바일이라고 합니다.”

“남부의 트루엘 학파의 비전을 계승했다지요.”

“아직 많이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렇습니다.”

베른은 겸손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마법사들은 라이곤 왕국 최고의 마법사들이었다.

반면, 제드는 조금도 움츠러들거나 하는 기색이 없다.

“귀한 물건을 가지고 계신 분께서는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자연스럽게 마나의 흐름을 제어하고 있는 걸 보면 틀림없이 마법사인 듯한데······.”

“제드 크레인입니다.”

좌중은 더 기다렸지만, 설명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들은 제드가 어떤 마법사로부터 무슨 학파의 마법을 익힌 것인지를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것을 제드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쓸데없다.’

제드에겐 학파니 계열이니 하는 전통적인 마법사로서의 가치와 의미는 그에게 아무 감흥도 의미도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실리였다.

제드는 말없이 주머니를 꺼냈다.

그 순간, 장내의 시선이 주머니에 꽂혔다.

주머니 안에 들어있음에도 느껴지는 강렬한 마나의 공명.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허. 놀랍군.”

“정말로 상급 마석인가?”

제드는 바로 주머니를 풀곤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허공으로 떠오르는 마석들. 전부 손톱 크기밖에 안 될 정도로 작았지만, 정제되어 순도가 높아진 마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희귀하다.

베른도 점점 눈이 커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마석의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섯 개까진 충분히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 보라. 허공에 날아다니는 것만 열 개였다.

‘허.’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제드가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둥둥 떠올라있던 마석들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들 전부 라르곤 마탑에 전부 팔겠습니다.”

일순 적막이 내려앉았다.

누구도 입을 여는 이가 없는 가운데, 그들 중 한 명이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크흠.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 귀한 상급 마석을 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많이 났소? 아, 이후의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일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말이니, 혹시라도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

뒤늦게 원로가 말을 덧붙였다.

“죄송하지만, 입수 경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제 소유의 물건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겠습니다.”

“으음.”

원로 마법사들이 웅성거렸다. 저들끼리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데 그 목소리가 뭉개진 것처럼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마법으로 대화를 듣지 못하게 한 것이다.

제드는 기다렸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마석의 가치를 아는 한 그들은 애초에 거절할 수가 없는 거래였다.

“이야기가 끝났소.”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라르곤 마탑에서 구매 의사가 없다면 바로 말씀해주셨으면 좋겠군요. 갈 길이 멀어서요.”

“귀하가 가진 상급 마석 전량을 마탑에서 구매하겠소.”

통 큰 발언이었다. 상급 마석 열 개면 웬만한 영지 1년 치 예산은 아득하게 넘어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베른도 그것을 알기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정작 장본인인 제드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금액은 다 어떻게 내시겠습니까.”

“먼저 상급 마석이 몇 개인지, 또 크기와 순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것이오. 구체적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 지불 방법을 논의하는 게 좋겠소.”

“좋습니다. 단, 그전에 안전장치로서 몇 가지 계약을 체결하는 게 좋겠군요. 거래의 내용물의 가치가 막대하니까요.”

“당연한 일이오.”

*

라르곤 마탑의 최심부 회의실.

지금 이곳에 모인 6인의 원로 마법사들의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역력했다.

“틀림없군. 전부 최상급. 크기는 다르긴 해도 이 정도로 순도가 높은 마석을 대체 얼마 만에 보는 것인지.”

“근데 이렇게나 대단한 물건을 대체 그 젊은 청년이 어디에서 얻은 것일까요.”

“절대 그 소년이 개인은 아닐 것입니다. 이후에 그자가 어디로 향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해야겠지요.”

“아니지요! 경거망동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어요. 저런 마석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습니까? 필시 어떤 집단이 있을 테지요. 그렇다면 이런 마석이 더 있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으음, 그와의 관계가 라르곤 마탑에 있어서 기회라고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그는 일개 평범한 마법사가 아닙니다. 마탑의 최심부, 원로 마법사들인 우릴 앞에 두고도 동요는커녕 표정의 변화도 없지 않습니까. 절대로 그와 불화가 생길 여지를 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음, 일리가 있습니다. 저런 최상급 마석을 하나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우린 무엇이든 해야 합니다.”

원로 마법사들이 모두 공감했다.

마석은 마탑의 역량, 그 자체였다.

“일단 그 베른이라는 마법사와 이야기를 좀 나눠 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와 함께 왔으니, 적어도 뭔가를 더 알긴 하겠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불러오겠습니다.”

회의 시간은 약 반나절 동안 이어졌다.

‘논의라고 해봐야 뻔한 것을.’

마석의 출처.

제드의 정체.

마지막으로 추가 마석의 존재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그러나 모두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들이 제드에 관해 알아보려고 해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자체가 없다. 제드는 누구에게도 모든 걸 말한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함께 온 베른에게는 딱 필요한 정보만 전했다.

즉, 그들이 결과적으로 알게 되는 건 렌시아 공화국의 마수가 콜렉 남작령으로 뻗어오고 있다는 사실과 그레지안 산맥에 뭔가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거기다 그들의 계산은 이미 끝났을 것이다. 그들이 마탑의 마법사인 이상, 무엇이 득이고 실인지는 명확했다. 제드는 소위 정통이라고 하는 마법사의 부류를 너무 잘 알았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제드가 눈을 떴다.

드디어 시간이 된 모양이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조금 빠르군.’

문이 열리고 나타난 마법사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원로님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제드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아갔다.

다시금 공간이 왜곡된 회의실이 나타났고, 제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확인은 끝났습니까?”

“그렇소. 모두 진품이라는 걸 확인했소.”

“잘 됐군요. 물건의 대가를 어떻게 지불할지도 논의가 끝났겠지요.”

“일단 양해를 부탁하겠소. 당장 마탑의 수중에는 이만큼의 마석 값을 현금으로 지불할 능력이 없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애초에 다 돈으로 받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 그렇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제드의 담담한 말에 원로 마법사는 살짝 당황스러워하다가 크흠 헛기침했다.

“좋소.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일부는 즉시 지불하고, 나머지는 다른 방식으로 값을 치르겠소. 무엇을 원하시오? 이 정도로 좋은 마석을 다량으로 구매한 만큼, 값은 후하게 치를 참이니 무엇이든 말해도 좋소.”

“이야기가 빠르군요. 저도 미리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제드는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양피지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렸다. 그러자 곧 보이지 않는 힘에 빨려 들어가듯 양피지는 원로 마법사 한 명의 손에 쥐어졌다.

“······.”

원로 마법사의 눈에 이채가 드리웠다.

세 장 빼곡하게 채워진 품목들이 예사롭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병장기 품목이 그러하다.

“귀하는······ 전쟁이라도 할 참이오?”

“예, 그럴 생각입니다.”

제드의 긍정에 순간적으로 회의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지금 전쟁물자를 구하겠다고 말한 것이오?”

“맞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크흠! 라르곤 마탑은 정치적 중립이오. 이 일로 전쟁이 터진다면 대외적으로 마탑이 귀하를 도운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니겠소. 거기다 전쟁을 방조할 수도 없는 노릇이오. 이 품목으로는 안 되겠소.”

“그렇습니까? 그럼 거래를 그만두지요.”

제드가 미련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원로들이 당황했다. 일말의 여지도 없이 바로 그만두겠다고 할 줄은 몰랐던 까닭이다.

“자, 잠깐! 조금 더 논의를 해보자는 말이 아니오. 험험. 대관절 왜 어디와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오.”

“좋습니다. 조만간 전쟁이 터질 겁니다. 여러분께서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든 말든 그건 제 알 바는 아닙니다만, 저는 제 터전은 지켜야겠습니다. 제힘으로 말입니다.”

앞뒤를 빼먹은 이야기였다.

누가 어딜 어떻게 침략한다는 이야기가 전혀 없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그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렌시아 공화국이 왕국에 선전포고라도 한다는 말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징후는 없었소.”

원로들이 한 명씩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들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건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다.

“시대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쟁은 일어날 것이고, 이대로라면 이 나라는 반드시 멸망할 겁니다.”

“무, 무슨 그런 망발을······.”

“망발?”

그 순간, 제드의 눈동자가 서슬 시퍼렇게 빛났다.

“국왕은 사경을 헤매며 매일 다른 이를 왕위계승자로 찍고 있고, 적통의 후계자가 존재함에도 케미트로스 공작의 영향력이 하늘을 찔러 수도에 파벌 나뉘어 정적을 암살하는 난국. 그게 지금의 이 일견 평화롭게 보이는 수도 그레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까? 이런 시국에 외세가 침략해온다면 나라가 안 망하겠습니까?”

“아, 아니······.”

원로 마법사들이 깜짝 놀랐다. 조금 전에 제드가 한 말은 기밀 중의 기밀이었기 때문이다.

“대, 대체 어떻게 그걸 알았소?”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가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요. 지금 여러분은 콜렉 남작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할 겁니다. 정치적 중립? 그런 건 앞으로 시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 힘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겠습니다.”

회의실엔 한차례 폭풍이 헤집고 지나간 듯했다.

지금껏 이런 경우가 있던가. 새파랗게 어린 청년 마법사 하나가 원로 마법사들을 다그치고 압도하다니.

단순히 치기 어린 망상이라고 하기엔 제드가 가져온 물건과 폭풍처럼 나열한 사실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가 않다.

침묵이 얼마간 이어졌고, 제드는 언제 그랬었느냐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정하시지요. 제 요구 사항은 명확합니다.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거래를 그만두려거든 언제든 말씀하시죠. 제게 이곳은 무수한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처음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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