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4판타지-121화 (121/135)

LV.? 게이머들 - [4]

“뜨자.”

가온의 힘없는 목소리, 기어가듯 작았지만 엘프의 귀에 들리기는 충분했다.

NPC 가온과 이쪽 가온의 눈이 마주쳤다.

NPC 가온은 저번에 상대해본 이 적수를 알아본 눈치였다. 이쪽을 상대할 만한 대결 상대로 인정한 듯, 싸움에 응하려는지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렇다고 저쪽에서 먼저 다가와 주는 성의를 보이지는 않았다.

NPC 가온은 특유의 철저한 오만함으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재가 일렁이는 검을 바닥에 닿도록 아래로 늘어뜨린 채 도전자를 기다렸다.

“이제 다들 비켜봐······.”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물러나는 가운데, 이쪽 가온은 최대한 천천히 다가갔다. 아군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한참이 지나서야 가온은 또 다른 자신 앞에 섰다.

“야, 우리 사이좋게······”

그리고 NPC 가온이 칼을 한 번 휘둘렀다.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여파만은 확실하게.

검광 대신 재가 허공을 뒤덮는다. 가온의 시야에 그것은 마치 세상이 재에 뒤덮이는 것으로 보인다.

가온은 가까스로 뒤로 뛰어 재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그 순간, 다시금 날 선 재가 덮쳐온다.

찌르기가 날아온다.

일찍이 소드마스터가 아닐 적에도 신성한 괴물들을 단번에 죽여온 위대한 찌르기. 그 찌르기는 극한으로 빠르고 예리하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만이 아니라 거기 담긴 힘과 속도 면에서도 그렇다.

음속을 넘어선 대구경 탄환을 인간의 몸으로 상대할 수 없듯, 저 역시 제대로 상대할 방법은 없다. 절대 없다.

그 사실을 잘 아는 가온은 온 힘을 다해 찌르기를 피했는데, 그러면서도 애써 반격을 해보았다.

역으로 칼을 찔렀다.

기술적으로는 상대보다 훌륭한 찌르기였다. 칼끝은 정확하게 쏘아져 NPC 가온의 유일한 약점인 안면을 노렸다.

그러나 기껏 멋지게 공격한 보람이 없다.

NPC 가온은 이쪽 가온의 공격을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다만티움으로 된 건틀렛으로 대충 얼굴을 가려 공격을 걷어낼 뿐.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계속되었다.

수십 초가 수십 시간처럼 느릿느릿하게 흘러갔다. 가온은 피하고, 피했다.

「맞상대할 수 있다더니 빈말이 아니었구만!」

이 와중에 멀리서 지켜보던 군인들의 환호가 뒤따랐다. 다수의 희생 없이는 조금도 붙잡아둘 수 없던 저 반신을 홀로 상대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저들에게는 가히 초인의 위업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돌격! 날래날래 돌격!”

수호자가 묶여있는 지금. 이 지역을 점령하면 승리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만의 병사들이 대차원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외쳐댔다.

“새끼 잘생겼다!” “마스타가 따로 없네!”

영웅에게 보내는 찬사들이 귀를 간지럽힌다. 가온은 찬사받기를 즐기지만, 이 싸움 중에 즐길 수는 없다.

가온은 지금 영웅이 아닌 일개 일반인이 된 심정이다.

또다시 재가 덮쳐온다. 이번에도 가온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바위에 계란을 마구 내리쳐야 하는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나 뭐 이렇게 세니······”

자신의 모든 공격수단이 먹히지 않는다. 목숨만을 연명하기만도 버겁다.

가온은 검기와도 맞상대할 수 있는 아다만티움 칼이 있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고물에 불과하다.

저 반신과 정면으로 칼을 부딪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코끼리와 몸통박치기로 대결했을 때보다 참혹한 결과가 나올 테니까. 중량에서는 모자랄지 몰라도 근력으로 따질 때 반신은 아프리카 코끼리보다 더한 괴물 아닌가.

조금이라도 맞붙었다간 팔이 골절되거나 아예 뜯겨나가고 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온은 계속해서 회피에 급급하다.

그러면서 간혹 조심스럽게 공격하여 견제하는 것이 고작인데, 이마저도 이쪽이 저쪽의 동작에 아주 익숙하기에 겨우 가능한 일이다.

가져온 권총을 기습적으로 쏴보았지만 역시 소용이 없다.

가온은 그레이엘프 반신답게 초인 소드마스터 중에서도 가장 우월한 동체시력을 지니고 있다.

가뜩이나 지금 NPC 가온은 헤이스트 주문까지 사용한 마당이라, NPC 가온은 영거리 사격을 별로 어렵지 않게 건틀렛으로 잡아내더니, 붙잡힌 그 총알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검을 든 다른 손으로는 찌르기를 날리면서.

예의 찌르기를 피하느라 되돌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없었다.

발사되었다고 표현해야 마땅할 그 총알은 가온의 가슴을 관통했다.

‘아······’

가온은 핏발 선 눈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치유 주문으로 황급히 출혈을 막으면서,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고자 뒷걸음질 치던 그때였다.

이 실랑이마저 지겹게 여긴 모양이다. 슬슬 끝내기로 맘먹은 것일까?

NPC 가온은 발을 땅을 지면에 찧었다. 반신의 힘을 담아서.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현상이 뒤따랐다.

폭발과 같이 흙먼지 폭풍이 피어오르더니, 주변으로 파문이 번졌다. 가까이서 저 파문에 닿았다간 그 충격을 몸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가온은 어쩔 수 없이 도약했는데, 또 다른 가온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나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칼을 찔러왔다.

몸이 공중에 뜬 마당이라 피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칼을 들어 막아야 했다.

양쪽의 칼이 부딪친 그 순간, 가온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쪽 칼로 저쪽 칼을 막았을 뿐이지만 그 충격마저 견디기 어렵다.

‘억······’

방어한 것이 아니라 전차에 치인 것 같다.

가온은 저 멀리 날아가 지면에 부딪혔다. 그대로 땅을 구르면서 피를 토했다. 현실이었다면 내장 조각을 잔뜩 토해냈을 것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지만, 몸을 일으킬 틈은 없었다.

어느새 보니 NPC 가온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마무리였다.

그르륵 하는 소리.

칼끝이 가온의 목에 꽂혔다. 당연히 끝이었다.

움찔하던 가온의 몸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 적수를 끝장낸 NPC 가온은 바로 텔레포트했다. 무엄하게도 자신이 지키고 있던 영역에 침범한 적도들을 치워내고자.

「아······ 제발 조금만 더······」

무전기에서 탄식이 들려온다.

약속했던 이십 분은 어찌어찌 벌어준 마당이지만 내심 그보다 오래 싸워주길 기대했던 것 같다. 하기야 고작 이십 분 만에 한 지역을 점령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니.

게임오버 당한 가온은 게임을 나와서는 한숨 쉬었다.

24시간 뒤에는 부활할 수 있겠지만 상황은 썩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악화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또 다른 자신이 수만 명 병사를 썰었을 것이요, 불사왕의 언데드 군단은 거의 지척에 이르렀을 것이니.

역시 독재자 흡혈귀는 엘프가 되지 못할 모양이다. 엘프가 되는 것은 독재자 소드마스터일 것 같다.

사실, 그것은 가온이 막으려던 결과가 아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가온이 이미리의 부탁대로 참전을 결정한 목적이 그것이었다.

모두의 패배를 앞당기기.

알고 지내던 게이머들의 헛된 고생을 가온은 어떤 형식으로든 빨리 끝내길 원했다.

물론 그들로서는 승리를 원하겠지만, 패배 또한 끝내는 한 방법일 것이다.

‘말했지. 고작 게임에서 이겨봤자 아무 소용없다고. 그저 아스의 독재자를 화나게 하고 끝날 뿐이라고.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으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가온은 저들이 모르는 사실들을 안다.

그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저들의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닌 수학 공식과도 같은 사실이다.

그리 확신하는 가온이 보기에 저들이 금전과 열정을 쏟아붓는 것은 정말이지 두 눈 뜨고 못 봐줄 일이었다.

방관자나 단순한 친분 있는 사람으로서가 아닌, 깊이 감정 이입하여 지켜보는 처지이기에 특히.

이 강렬한 감정 이입을 뭐라 불러야 할까. PTSD? 아니면 현실에 겹쳐지려는 것 같은 악몽의 기시감?

가온은 저들에게서 예전에 자신이 돌봤던 소년들을 겹쳐본다.

빛이라곤 없는 약 다른 세계로, 한 무리의 인간이 사명감을 품고 들어갔다. 지금은 죽고 없는 그들. 어리거나 젊었던 그들.

그들은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고생할 각오였지만, 그 의지는 보답받지 못했다.

거기에는 오직 어둠과 낭비되는 시간만이 있었다. 소년들은 그것에 짓눌려 죽어갔다. 어둠에 갇혀, 의미 없는 고생을 거듭하며 삶을 마감했다.

소년이었던 자신들을 이 어둠 속으로 보낸 어른들을 원망하면서.

그렇다면 이 모든 고생이 의미 없다는 게 드러날 경우 저 한국인들은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저들은 이미 어른이니, 헛된 행동을 결정했던 그 자신들을 원망해야 할 것이다.

그러게 두지 않을 것이다. 가온은 그 실패의 원인이 되어줄 것이다. 기껏 초빙한 칼잡이가 약해서 실패했노라고 탓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노력한 젊은이들이 자책하는 대신 원망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리라.

그리하여 한국인 게이머들의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헛짓거리였음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노력했으나 실패한 미담으로 끝날 것이다.

결국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나마 가장 나은 결과이리라 생각했다.

우울한 마당에 웹서핑이나 하고자 스마트폰을 켰다.

그러자니 웬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류시범 : 저 좀 살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15:35)

류시범의 메시지였다. 그런데 살려달라니? 썩 긴급한 문장은 아니지만 어쨌건 SOS 신호인 것 같다.

가온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텔레포트했다.

*******

4판타지 온라인, 이 가상세계에서 백골부대는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를 차지했다. 한국인 게이머들의 영토에서 아린 벌판의 중심으로 곧장 이어지는 길이 이 길드의 영역이다.

우연히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땅이니 차지하고 있으면 절로 스폰서들에게서 후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직접 많은 경쟁자들과 싸워 이겨서 얻어낸 것이다.

그 사실에 백골부대 길드원들은 나름의 자부심을 품고 있다. 그들은 결전의 날 자신들이 가장 큰 역할을 하리라고 믿었다. 마침 오늘이 그날이었다. 결전과 그 결전을 지휘할 자기네 지도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비스 종료가 확정된 이 망겜에 길드원 모두가 접속한 채 대기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길드장님! 편찮으시다면서요? 전화도 안 받으시더니······.”

쉬지 않고 왜 접속하셨느냐? 더 쉬셔야 하는 거 아니냐? 하면서 걱정하는 척하면서도 부관은 길드장의 접속을 열렬히 반기고 있었다. 그 옆 길드원들도.

류시범은 멋쩍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워있을 때가 아니더라구.”

한편 게임에 들어온 류시범을 백골부대의 모두가 바라보고 있었다.

기대에 찬 얼굴. 자기네 길드장을 기다리던 그들은 이제 그 지시를 기대했다.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길드장님? 상황 알고 오신 거 맞죠?”

“응? 응.”

“정말 잘 됐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지금이 길드장님이 말씀하신 ‘그때’인 것 같은데······”

그리 말하며 부관은 말을 흐렸는데, 류시범이 정신병자처럼 굴 때의 버릇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당시 류시범의 부하들은 하급자로서 타당한 의견을 내놓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아니면 요새 언제 나가 싸우냐고 애들이 독촉할 때마다 있는 대로 짜증 낸 탓일지도······.’

새삼 죄책감을 느끼며, 류시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지금이 그때야.”

“그럼?”

“출진한다.”

모두가 이 지시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모양이다.

“얼마나 갈까요!”

부관의 기운찬 물음에 류시범은 호통쳤다.

“지금 본진 지켜서 뭐해? 보급할 놈들만 남기고 싹 다 가. 싹 다!”

“길 열어달라는 애들 요청은!”

“당연히 열어줘야지, 그럼 계속 막아? 아니, 이참에 다 차량에 태워! 걔들도 우리랑 같이 간다!”

곳곳에서 함성이 울려 퍼진다.

류시범의 귀가 울리는 가운데, 가슴마저 울린다.

‘아······’

지금 이 순간, 류시범은 신의 존재를 느낀다.

칼과 전쟁의 신, 자신이 받들기로 했던 그 신이 지금 노성을 터뜨리고 있다.

전쟁 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니다. 하찮은 인간이 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 류시범이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신의 분노, 오로지 분노뿐이다.

그리고 류시범은 그 신이 단순히 화만 내고 그냥 넘기지 않으리란 것을 안다.

손발을 떨리게 만드는 울렁거림을 류시범은 애써 무시했다.

그 부하들은 출격 준비를 이미 마쳐두었다. 다들 순식간에 차량에 탑승해서는 군장까지 올려놓았다.

류시범도 차량에 올라타서는 부관에게 물었다.

“지시 다 내렸고 차량탑승도 했으니, 나 잠시 로그아웃해도 되겠냐?”

떨리는 목소리. 그것을 부관은 건강 문제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정말 많이 아프신가 보네······ 예, 어차피 이동하려면 시간 걸리니 쉬고 오십시오!”

그리고 류시범은 로그아웃했다.

이제 한시가 급했다. 가상현실 기기에 나오자마자 핸드폰을 조작하여 구조신호를 보냈다. 한국에 호의적이며 일찍이 자신을 구해준 적 있는 그 엘프에게.

놀랍게도 그 엘프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즉시 나타났다.

“시범이? 불렀냐?”

방에 나타난 가온에게 류시범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그래, 왜 불렀니? 살려달라더니 당장 위급한 것 같지 않은데.”

“곧 위급해질 예정입니다. 그 전에 여길 벗어나고 싶은데요······”

“왜? 한국에서 또 너 암살하겠대?”

“그게······”

류시범이 말을 흐리는 가운데, 가온은 주변을 살폈다. 방에 놓여있는 전쟁 신의 신상, 참마황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류시범이 변명하려던 차 가온이 물었다.

“뭐 자세한 건 됐고. 그래서 어디에 숨을래? 예히나탈?”

류시범은 조금 고민하고는 말했다.

“신전에 숨을 수 있겠습니까? 여신님의······”

가온이 잠시 기도를 올려 그래도 될지 여쭈었더니, 너그러우신 화로의 여신께서는 괜찮노라고 쾌히 응하시었다.

“자, 그럼 내 손 잡고······”

“아, 잠깐······ 이런 부탁까지 드리긴 심히 죄송스럽지만, 혹시 저 가상현실 기기도 같이 옮겨주실 수 있을지요······”

마법에 문외한인 류시범도 저런 중량의 물건을 지니고 순간이동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주하는 처지에 부탁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류시범으로서는 자기가 부탁해놓고서도 화내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어쩐지 가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아. 더 챙겨갈 물건은 없고?”

잠시 후, 가온과 류시범은 화로의 신전에 있었다. 망명해온 도피객들을 숨겨주는 방.

“정말이지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맨날 도움을 받기만 하고······ 대체 어찌 보답해야······”

류시범의 말에 가온이 대답했다.

“감사는 됐고, 시범이? 어른으로서 말해줄 거 있는데.”

“예?”

“애들 속여먹는다고 괜히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내가 매번 말했듯이 게임에서 뭘 한다고 해결되는 거 하나도 없으니까. 죄짓는 거 아니다, 결코.”

난데없는 위로에 류시범은 놀라 눈만 크게 떴다.

어쩐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순순히 옮겨주더라니, 전쟁 신의 신상을 보고 목적을 추리해낸 모양이다.

“저는······”

류시범은 뭐라 해명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진짜 의도가 어떻다느니 말하기엔 아직 떳떳하지 않았다.

“뭐 정 보답하고 싶으면, 나 너희 길드에서 차 좀 공짜로 얻어타도 되지? 나 이번에 죽어서 한국인들 도시에 리젠돼갖고 너희 영역 좀 지나쳐야 할 거 같은데.”

“예, 물론······”

가온은 류시범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방을 나섰다.

이제 류시범은 혼자 남겨졌다. 가상현실 기기와 함께.

기기는 겉에는 먼지가 덮여있었지만, 내부는 깨끗했다.

류시범은 그 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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