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멘데스 - [3]
1950년대는 우울한 시대였다.
은퇴한 나치 지도자들이 마법이나 익히며 귀족적 생활을 즐기는 가운데, 분노에 가득 차 이스라엘에 모여든 유대인들은 독일보다 만만했던 주변국에 울분을 터뜨렸다.
끝내 다른 세계에서 식민지를 얻지 못한 프랑스는 기존의 식민지에 집착했다. 그들의 지배를 거부하는 독립운동에 맞서, 아스에서 돌아온 프랑스 군인들은 지구에서도 싸워야 했다. 디엔비엔푸에서의 패배는 그들의 집착을 더욱 커지게 했을 뿐이다.
미국이 핵을 공유해주지 않자 화가 난 영국은 마법사 인간병기 육성에 나섰다. 육성과정에서 정신병에 시달려 목을 맨 초인 후보생들은 비애국적 겁쟁이들로 매도당했다.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독립한 한국인들은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 전쟁에 주변국 모두가 끼어들었다.
만주국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를 자기네 영향에 두려던 일본제국은 망설임 없이 징병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또다시 전장에 끌려가 죽어 나가는 가운데, 그들과 싸우던 중국의 젊은이들은 해골 서기장의 손짓 하에 죽은 뒤에도 속박되었다.
이 와중에 기독교계는 때아닌 십자군 전쟁에 나섰다. 중세에도 문화로 존중했던 그리스 신들의 유물들을 파괴하고, 유물들이 보관된 박물관을 때려 부쉈다.
이번 이교 배척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절보다도 극단적이었다.
아스의 종교가 기독교 왕국을 잠식하고 있었다.
이 교단의 위기 속에서 관용을 외치는 것은 배교로 간주 되었다. 끝내 개종을 거부한 후긴 사람들이 자국민들에게 학살당하는 중, 그들보다 이성적이었던 성직자들은 신자들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후긴 공화국에 파견되었던 목사와 사제들은 교단의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신자들에게 이교의 사원에 쳐들어가 신상을 참수하도록 우울한 목소리로 권유해야 했다.
그리고 1957년, 그들의 우울함은 공포가 되었으니, 재의 왕자가 돌아왔다.
지구의 최종병기였던 핵은 왕자를 죽이지 못했고, 후긴 공화국은 뱀파이어들의 왕국이 되었다.
교회와 몇몇 국가는 복수 당하리란 공포 속에 아마겟돈을 떠올렸다.
소드마스터 하고가 재의 왕자를 무찔러 지구의 수호자로 등극한 후에도, 한동안 영국과 프랑스의 채권은 휴지보다 값쌌으며 그들의 강은 수많은 자살자를 삼켰다.
두 식민제국이 몰락하리란 희망에 힘입어, 식민지들은 기어이 독립에 성공했다. 지금도 몇몇 식민지 출신 국가들은 재의 왕자를 반쯤 신으로 숭배하고 있는데, 이 회색 엘프가 반신임을 고려하면 꽤 적절한 숭배다.
그와 동시에 화로의 교단은 지구에서도 확장을 시작했다. 여신께서 돌아오신 데다 강력한 대전사까지 얻은 그들의 교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완전히 전의가 꺾인 가운데, 기독교 교회는 성전을 중단했다.
그리고 역으로 공격받기 시작했다.
실패한 성전의 대가로, 지금까지도 기독교계는 온갖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바티칸의 경비가 삼엄한 것은 그 때문이다.
관광객인 척, 조지는 바티칸을 둘러보았다.
성 베드로 광장에 우뚝 선 스위스 근위대는 험악한 표정으로 관광객 모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소총과 할버드를 함께 장비하고 있었는데, 할버드는 예장용이 아니었다. 열병기를 무력화하는 회색 엘프가 들이닥쳤을 때 성직자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날 세운 무기였다.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를 보이면 저 흉기는 바로 겨누어질 것이다.
이곳에 침투해야 하는 조지가 보기에 좋은 일은 아니었다.
조지는 특유의 마법적 공감각으로, 시설 곳곳을 살폈다. 그리하여 파악한 사실에 신음했다.
‘텔레포트 방지 장치, 주요시설마다 깔아놨고. 투명화와 폴리모프에 대비한 마법 해제 유물도 CCTV만큼이나 잔뜩 깔려있어.’
유독 마법에 관한 대비책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주로 아스인들의 테러를 대비한 까닭이었다.
이 와중에 마법사가 교황을 암살하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교황의 침실부터 교황 알현이 이루어지는 바오로 6세 홀까지, 마법 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텔레포트는 안 되고. 직접 걸어서 침투해야······’
그 역시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마법을 방해하는 유물은 너무나도 귀해 모든 곳에 깔아둘 수 없다. 중요한 위치에만 군데군데 깔려있을 것이다.
그 깔린 위치를 알 수만 있으면 침투를 시도해볼 수 있다.
침투를 시도하기에 앞서, 조지는 주변의 생쥐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한 마리 한 마리와 정신적으로 접촉했다.
이제 수십 마리 생쥐들은 사역마가 되었다. 마법사와 시야를 공유하는 마법사의 종.
너무 많은 생쥐를 사역마로 만들어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오랜 훈련의 성과로 참아낼 수 있었다.
사역마 생쥐들을 건물에 들여보냈다.
“뭐야? 지진인가?”
복도에 사람들이 질겁하는 가운데, 생쥐들은 계속 달렸다.
달리다가 마법을 해제하는 유물 근처에 접근하곤 했다. 사역마 주문도 마법이며, 그때마다 해제되었다.
계속해서 생쥐들과 조지의 정신적 연결은 끊겼다.
그 자체로 정보가 되었다. 연결이 언제 어디서 끊겼는지 앎으로써 어느 곳에 유물이 있는지 알 수 있으니.
그런 식으로 정보를 계속 습득하며, 시설 지도를 그려나갔다.
그리하여 조지가 어디서 마법을 쓸 수 있는지, 어디로 침투하면 될지 알아내기까지는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암살하면 될지만 결정하면 되었다.
*******
멘데스 부부는 갑작스러운 엘프의 방문에 약 삼십 분 동안 들떠있었다. 겨우 진정한 뒤에야 은혜를 갚으러 왔단 말에 대답을 꺼냈다.
“확실히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드디어 일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단 생각에 가온은 속으로 반색했다.
“뭡니까?”
“어머니께서 아직 살아계십니다. 작고하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실 것 같군요. 그런데 그분은 지금 다른 곳에서 요양 중이셔서 말입니다. 어머니를 여기 모셔와야 하는데, 그때까지 머물러 주실 수 있습니까?”
그 말에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는 요한나와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미 은혜를 갚을 다른 방법이 생겼음에도 요한나는 자신에게도 은혜를 갚으라 주장했는데, 가온은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어쨌건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파티에 가서 관심이라도 받는 것이 나았으므로. 가온도 가온 나름대로 나날을 즐겼다.
그리 일주일이 흘렀고, 멘데스 부부는 더욱 호의적으로 가온을 바라보게 되었다.
“마법도 쓰신다고요?”
“약간 주문을 쓸 줄 알긴 합니다.”
“그거 대단하군요, 가논 씨. 혹시 엘프 귀족이십니까?”
멘데스 씨의 질문에 가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엘프들 사이에선 마법 쓴다고 상류층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내실 때는 그 사실만으로 귀족이라 주장하셔도 될 겁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마법을 익히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맨드레이크 사겠다고 큰돈을 들인 보람이 있었어요. 파티에 갈 때마다 마법사들이 서로 교류하는데, 거기 껴서 사업 관련 얘기를 하는 게 제 일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는지 모릅니다.”
어떻게든 존경을 표하려는 모양새였다. 가온은 쓰게 웃으며 물었다.
“파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평소에도 자주 가십니까? 당최 집에 돌아오질 않으시던데. 그 탓에 따님도 방치된 것 같고······”
“말씀드렸다시피 파티도 사업 일부라서요.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건데, 이곳저곳 가자니 보통은 집을 비워두죠. 말씀대로 딸도 그 탓에 신경 써주지 못했습니다. 요샌 뭐 애도 다 컸고 하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탈선해버릴 줄이야······”
“구체적으로는 약 말씀하십니까?”
“예. 그걸 알고선 얼마나 울화통이 터졌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끊은 모양이군요? 가논 씨께서 오신 이후로는 눈이 맑은 게······”
“제가 따라다니면서 못하게 감시하고 막긴 했지요.”
가온의 말에 멘데스 씨는 웃었다. 기분 좋게 웃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력하신 보람이 있습니다그려. 아무튼 요새 보니 딸과 아주 잘 어울리시던데요. 그래서 여쭙는 건데······ 혹시 앞으로도 교제하실 마음이 있습니까?”
가온은 당황했다.
“예? 어렵습니다. 제집은 카르세 숲에 있는데요. 여기서 계속 사셔야 할 따님과 어찌······”
“정착을 최대한 돕겠습니다. 제 회사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좋은 봉급을 드릴 수 있어요. 우드엘프라고 돈의 가치를 낮게 보는 건 아니잖습니까? 요즘도 우드엘프들은 열심히 돈을 모은다고 아는데요.”
우드엘프들이 상실한 땅들을 다시 사 모으고자 종족 차원에서 돈을 버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가온은 우드엘프가 아니었고, 돈이 탐나지도 않았으며 요한나와 계속 교제할 마음도 없었다.
“혹시 가계에 엘프의 피를 섞고 싶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그런 맘도 있긴 합니다. 가문의 격이 올라갈 테니까요.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딸애한테도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서요. 애가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는 건 몇 년 만에 봤습니다. 그러니 가논 씨만 원하신다면······”
가온은 굳은 얼굴로, 최대한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 대답을 골랐다.
“어렵습니다. 따님께서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아서는 아닙니다.”
“그럼?”
“아시다시피 독일은 예전에 아스와 전쟁을 치렀지요? 나중에 편을 바꾸긴 했지만, 그 탓에 아직 독일은 아스 사회에서 제국주의 국가로 분류됩니다. 함부로 독일인과 관계를 맺었다간 우드엘프들 사이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힐 겁니다.”
“아······”
“그리고 사실, 따님도 교제를 쭉 이어나갈 마음은 없을 겁니다. 그저 즐기시기만 하는 것 같던데요? 진지한 마음은 없이······.”
그 말에 멘데스 부부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워낙 개방적인 애라서.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툭하면 남자를 바꿨는데 이번도 그럴 것 같긴 하군요.”
어색한 대화를 나눈 뒤에도 가온은 며칠 더 그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기다린 끝에, 로베르트 멘데스의 아내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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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멘데스의 아내는 당연히도 늙어빠진 노파였다. 게임 속 로베르트와 달리.
노파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이를 아는 분이 왔다고?”
노파는 실종된 남편이 대체 뭘 했는지, 지금도 살아있다면 뭘 하고 지내는지 알려주길 바랐다.
가온은 말로만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가온은 텔레포트하여 가상현실 기기 두 개를 구해왔다.
사람들이 놀라는 가운데, 그가 게임 속에서 검술 교관 노릇을 하고 있다느니 어쩌느니 설명을 간추려서 했다. 원한다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만나길 원하십니까?”
“예, 원해요.”
노파가 기기에 들어갔다. 노인이라 조작에 서투를 것에 대비해서 회사는 전용계정을 따로 마련해주었다.
게임 내 세상에 들어섰을 때, 노파는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둘은 시내를 가로질러 걸었다.
“가온 경! 일주일 넘게 접속 안 해서 얼마나 걱정했는······”
가온에게 부탁할 것이 있던 한국인 게이머들이 접근했다. 가온이 제지했다.
“딴 일 하러 온 거니까 조용히.”
평소와는 다른 그 태도에 게이머들이 입을 다물었다. 길이 열린 가운데, 가온은 노파를 안내했다.
검술 교습소에 도달했다.
그 안에서는 독일인 검술 교관이 훈련하고 있었다. 제자들을 가르칠 겸, 자기 자신의 실력을 드높일 겸.
그러다 말고, 옛 인연과 마주했다.
“로베르트, 당신.”
자신의 전 아내를 교관은 알아보았다.
“당신? 왜 그렇게 늙었······”
교관은 당황하다 말았다. NPC로 쓰기 위해 대충 조작해둔 기억, 그 기억이 충격을 받아 흔들렸다.
혼란에서 풀려난 교관은 자신이 지금 어느 상태인지 깨달았다.
“아니, 내가 이상한 거로군.”
노파가 흐느꼈다.
“그놈의 위버멘쉬가 그리도 되고 싶었어? 이런 데서 노예 노릇이나 할 정도로······”
“그러고 싶었지. 자식이고 아내고 다 내버릴 만큼.”
“대체 왜?”
“범인(凡人)으로서의 모든 게 지겨웠어. 전쟁에서 소모품처럼 굴려지는 것도. 기껏 제대했더니 명문가 딸이랑 억지로 혼인하게 된 것도. 젊을 적에도 그랬는데 나이 들어서도 사회의 부품인 것마저 모조리 지겨웠어. 그 모든 평범한 삶에 환멸을 느꼈어. 날 가둔 사회를 벗어나는······ 초인으로 거듭나고 싶었어.”
“지금도?”
“아니, 그럴 자격이 없었단 걸 알겠어. 허송세월한 모든 세월이 모두 죄악으로 느껴지는군. 이렇게 늙은 당신을 보니. 이상을 향해 달리는 게 꼭 현실에 서 있는 것보다 나은 건 아니었는데······.”
“나는······”
“당신에게 돌아가고 싶지만 이젠 그러지 못하겠어. 이제야 알겠군. 예나 지금이나 헛된 노력만 하고 있었어. 타르타로스에 갇힌 시시포스처럼······ 계속 죗값을 치러야 할 거야.”
교관이 속죄하는 가운데, 가온이 선언했다.
“아니, 아닙니다. 이젠 자유입니다. 선생.”
여신께 따로 그 영혼의 해방을 부탁해두었다. 여신께서는 천상에서 내 대전사의 선생에게 특혜를 주도록 요청하시었다.
대신격의 요청은 즉시 이루어졌다.
천국에 다시 태어나도록 특혜를 줄 순 없었지만 천상의 권한으로 그 영혼을 풀어줄 순 있었다. 그렇게 했다.
“아······ 가온 경? 당신이······”
이 순간, 교관은 해방감을 느꼈다. 지극한 해방감. 화학신호 이전의 무언가.
정확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이 삶의 마지막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교관이 가온을 바라보았다. 면목이 없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보잘것없는 기술 몇 개 가르쳐드렸다고 이런 은혜를 받다니요. 대체 어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마지막으로 뭔가 조언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교관의 말에 가온이 대답했다.
“새겨듣겠습니다. 뭡니까?”
“긴장을 푸십시오. 마스터.”
“긴장을?”
“예. 매번 훈련하시는 거 보면서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않았지요.”
“왜?”
“저보다 월등한 실력자께 조언하는 건 주제 넘는다 생각했지요. 게다가 이미 마스터로 의심될 만치 대단하신 분인데, 거기서 더 실력을 늘리게 하자니 질투가 났던 것도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감히 말씀드리자면······”
가온이 경청하는 가운데, 교관이 말을 이었다.
“긴장을 푸십시오. 가온 경. 아십니까? 매일 열 시간 넘게 훈련하는 그 어깨는 언제나 딱딱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랬나?”
“예. 무슨 생각으로 훈련하시기에 그리 긴장하고 계셨는지 모르지만, 그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긴장한 상태에서는 완벽한 기술을 내지 못합니다. 좋은 자세와 기술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옵니다. 맘을 편히 가지셔야 합니다. 맘속 응어리와 집착을 내려놓으셔야······”
“선생도 못 그랬던 것 같은데?”
“예, 저도 그래서 끝내 마스터가 되지 못했지요. 선생께서는 더 나으시길 바랍니다.”
로베르트 멘데스는 다시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만 가겠소. 정말 미안했소. 정말······”
그 말을 끝으로 검술 교관의 모습은 사라졌다.
영혼의 해방과 데이터 삭제가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이 연출을 도왔다.
그리 여러모로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 노파는 게임을 나온 뒤에도 내내 흐느꼈다.
“감사를······ 정말 감사를······”
그로써 은혜 갚기는 끝났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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