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4판타지-60화 (6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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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번쩍일 때마다 적들이 두셋씩 쓰러지는 것을 것을 이복동은 멀리서 지켜보았다.

실제 소드마스터도 총을 든 적들 수백명 사이에서는 날뛰지 못한다더니? 몇 초마다 순간이동하는 검사라면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존무쌍은 입을 떡 벌리더니 중얼거렸다.

“소드마스터 가온 아니라면서 저게 뭔······ ”

이 틈에 차를 끌고 도주하려던 마당이었다.

확성기를 썼는지, 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만! 가온 씨? 가온 씨지요? 전 백두 길드 새로운 마스터인 오상덕입니다. 그만 싸웁시다! 안 쏠 테니 그만 싸웁시다. 안 쏠 테니 그만 싸우고 대화를 합시다!」

대화하자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총격이 그쳤고, 가온은 나머지 일행과 함께 반란군과 마주했다.

오상덕이 중얼거렸다.

“가온 씨였으면 진작 말씀하시지. 혼자 몇 명이나 죽이신 거야? 정말 대단하셔······”

현재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엘프와 사생결단을 내기는 싫은 모양이다. 오상덕의 목소리가 비굴한 가운데, 가온은 무표정했다.

한편 강주석이 으르렁거렸다.

“횡령범 새끼, 어디서 뻔뻔하게.”

“횡령범보다 더한 새끼가 뭐래······ 가온 씨, 강주석 이 새끼랑 현실에서 친분 있습니까?”

가온이 대답했다.

“아니.”

“그럼 왜? 도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횡령범이 쿠데타 일으켰는데 그걸 내버려두나?”

오상덕은 가온이 이상할 정도로 적대적이라 당황했다. 얼른 해명에 나섰다.

“아, 그 글 보셨나본데······ 강주석이 특기죠. 자기한테 맞서는 놈들 쓰레기로 만들기. 실제로는 선동에 불과합니다.”

“그럼 횡령범 아니라고?”

“제가 약간 횡령을 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강주석은 그보다 더러운 놈이에요. 그래서 길드원들이 아무도 이놈 안 도와주는 겁니다. 강주석 이 인간이랑 몇 번 만나보셔서 아시죠? 이 인간은 평소에 애국자 행세하길 좋아합니다. 분명 겜 시작할 때만 해도 정상이었는데, 쪽바리들이랑 싸우더니 진짜 자기가 독립운동가인 줄 알게 됐어요.”

이복동이 속으로 긍정하는 가운데, 오상덕이 말을 이었다.

“이런 자칭 애국자들이 짜증 나는 게 뭔지 아십니까? 남들에게 애국적인 무언가를 강요하려 든단 겁니다. 그리고 이 새낀 얼마 전에 길드원들에게 한 가질 금지했는데요. 한 달 전에 추가된 그 시설 뭐냐······”

“몽마관?”

“그래. 그 매춘시설에 못 가도록 금지했어요. 갈 때마다 골드 빠져나가는데, 외화마냥 한국인들이 지닌 골드를 보존해야 한다나요?”

“잘했네. 그래서?”

“그래놓고 이 새끼는 길드원들 몰래 이번 주에만 세 번 갔습니다. 남들은 못가게 해놓고 자기만 간 게 딱 녹화됐어요.”

아까부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가온은 눈을 크게 떴다.

“어······”

오상덕이 말했다.

“가뜩이나 통제당해서 불만 가득하던 길드원들이 들고 일어났죠. 횡령이고 뭐고 내로남불보단 덜 역겨웠다 이겁니다.”

이 순간 가온은 심히 당황했는데, 반란군에 포위당한 군주를 도우려던 비장한 분위기가 망가진 까닭이었다. 비장함을 유지하기엔 너무 추잡한 이유 아닌가.

가온은 문득 강주석의 얼굴을 보고는 신음했다.

강주석의 얼굴이 수치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방금 오상덕의 말이 사실임을 눈치채기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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