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4판타지-59화 (59/135)

LV.17 길드장 강주석 - [2]

“그래! 부길마랑 그 추종자들이 갑자기 들고 일어나서 강주석이를 쏴죽였다는데······”

지존무쌍의 말에 가온은 의문을 표했다.

“그래봤자 24시간 뒤에 되살아나지 않나? 아예 죽이는 게 불가능하잖아. 겜 속에서 죽여봤자 현실에서 연락이 가능하고. 대체 이 겜에서 어떻게 쿠데타가 가능한 건지 모르겠는데.”

“그건 잘 모르겠는데? 뭐 방법이 있지 않나······”

가온은 잠시 로그아웃하여 인터넷을 켜보았다.

팬사이트에 강주석이 글을 하나 올려두었다. 도움을 절실히 호소하고 있었다.

「한국 게이머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한국 게이머들의 방패, 백두 길드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백두 길드의 부 길드장이었던 오상덕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회의 중에 급습하여 저를 비롯한 길드 수뇌부들을 죽이더니, 부활하지 못 하는 24시간 동안 길드의 주요시설들을 장악했습니다.

부 길드장 오상덕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이유입니다.

원래 오상덕은 길드 자금을 횡령하여 축출될 예정이었습니다. 거기에 불만을 품은 것입니다.

하위 길드원들은 오상덕과 그 간부들에게 억제되어 있으며, 길드장인 저는 죽었다 살아나면 로그인 장소에서 그 즉시 살해됩니다. 다시 게임에 진입할 수 없는 마당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백두의 항일 투쟁에 함께했던 한국 플레이어 여러분, 설령 함께하지는 않으셨더라도 그 투쟁을 기억하는 한국 플레이어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이건 단순 우리 길드의 위기가 아닙니다.

어찌 보면 한국 전체의 위기입니다!」

강주석은 자신이 로그인할 예정 위치, 예정 시간 등을 적어놓았다.

그때 그 장소로 와서 자신을 구출해달라고. 도와준다면 사례하리라고 적혀있었다.

가온이 로그인해보니 지존무쌍이 애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어쩔래요, 가온 씨? 난 안면도 있고 하니 도와줬음 좋겠는데······”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돕죠.”

“잘 생각했어!”

바로 지존무쌍이 차를 끌고 왔다. 원래는 평범한 트럭이었지만, 지금은 전차용 철판으로 완전히 덮여있었다.

“와, 이제 제법 프로게이머 티가 나네?”

“개조 좀 했지. 이거 철판 붙이는 데만 현금으로 이백만 원 넘게 들었다?”

지존무쌍이 어깨를 으쓱거렸는데, 이복동이 보기에는 어이가 없었다.

‘이거 개조 일주일 전에 했지 아마?’

이상할 정도로 지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월세 낼 돈도 없을 지경이라더니.

어쨌건 개조한 보람은 충분했다. 장갑까지 달아 더욱 무거워진 트럭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빨라진 속도로 평야를 달렸다.

그리하여 인터넷에 올라온 그 위치에 도달했다. 바다에 인접한, 백두 길드의 본진.

인터넷에 올라온 대로라면 곧 강주석이 부활하여 로그인할 예정이었다. 도움에 응한 사람들이 쳐들어가 부활한 강주석과 그 측근들을 구출해야 했다.

“그런데 도우러 온 사람이 우리밖에 없는 거 같은데?”

가온의 말에 지존무쌍이 대답했다.

“그러게요. 강주석 그 인간, 생각보다 인망이 없었나? 이상하네······  그럼 우리끼리만 구출해야 하는 건가?”

아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구출 작전에 앞서, 가온은 강주석이 부활하리라 예정된 건물과 그 주변을 바라보았다.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이 그 건물을 둘러싼 채였다.

백두 길드 부 길드장 오상덕이 지휘하는 무리였다.

“이제 곧 강주석 부활 예정 시간인데······ 돌격?”

지존무쌍의 물음에 가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저리 진치고 있으면 소드마스터도 대놓고 못 쳐들어가요.”

“권능 써 권능! 가온 씨, 화약무기 못 쓰게 하는 권능 있잖아!”

“나 그 가온 아니라니까?”

“정말? 여신께 맹세코?”

가온은 잠시 여신께 합의를 시도했다. 가뜩이나 투표의 결과로 심란하시던 여신께서 더욱 노하시게 만들고는 외쳤다.

“맹세코!”

이복동과 지존무쌍이 동시에 혼란스러워 하는 가운데, 가온은 칼과 권총을 뽑았다.

여기 있는 자신에게 투명화 주문을 걸어 모습을 숨겼다.

“지존무쌍 아잰 저기서 차 끌고 대기. 그리고 복동이, 여기서 대기······”

“엄호나 저격은 필요없어요?”

“당장은?”

그리 대답하더니, 모습이 사라진 가온이 달려나갔다.

이복동은 가온이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빠르게 가는지 파악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소리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복동은 신음하며 생각했다. 역시 도움이 필요없을 만도 하다고.

한편 가온은 순식간에 포위를 무시하고 건물 내부에 잠입했다.

“강주석 그 새끼, 인터넷에 앞으로 4분 뒤에 부활할 거라고 예고했다. 다들 대기······”

건물 안에도 플레이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강주석이 로그인하자마자 쏴죽이려는 걸까?

그 한 가운데에서, 가온은 연막탄을 터뜨렸다.

“뭐야!”

기겁한 소리들이 여기저기 울렸다.

폭발하듯 연막이 퍼져나갔다. 연막으로 가득 찬 건물 내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독했다.

어쩔 수 없이,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이 와중에 연막 속에서 기척 하나가 늘어났다. 누군가가 로그인한 것이다.

“이게 뭔······”

강주석의 목소리.

그 손을 붙잡고, 가온은 텔레포트했다. 강주석과 함께.

건물 밖,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강주석은 갑자기 시야가 변하자 당황했지만, 가온을 보고서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가온 씨? 절 구하시러······”

“공주도 아닌데 보람없게도.”

“저 말고 딴 사람들은요? 딴 사람들은 로그인 안 했습니까? 저만 죽은 게 아니라 다른 간부들도 죽어서 로그인 못하는 상황인데요. 걔들도 로그인했음 구출해주시면······”

가온은 벽에 귀를 대더니 말했다.

“딴 간부들? 아무도 없는데?”

“뭐지, 같이 죽었는데 왜 로그인을 안 했지······ 같이 구출돼야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이러고 있을 시간없는데 빨리 튀지?”

강주석은 조금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온은 강주석에게도 투명화 주문을 걸어주었고, 둘은 열심히 뛰어 차량이 대기하는 곳에 도달했다.

“좋아! 가자!”

지존무쌍이 차를 달리던 그때였다.

곧바로 추격이 따라붙었다. 이쪽을 쫓아오는 일단의 군용차량들을 보며 모두 당황했다.

“뭐야. 어떻게 알고 와? 구출 과정은 안 들켰는데?”

가온의 말에 강주석이 사과했다.

“아, 길드원 연락 시스템에 지금 나 지금 접속 상태로 떠있어요······ 그거 보고······”

모두 싸울 준비를 했다.

몇 달 전과 달리, 이제는 모두 이런 상황에 능숙해졌다.

이복동이 트럭의 짐칸에 엎드렸다. 가까이 다가온 차량의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숨을 참았다.

그리고 쏘았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운전수를 잃은 차량이 옆으로 미끄러졌다. 순식간에 적들을 낙오시킨 것을 가온이 보고 감탄했다.

“오, 복동이 개쩌는데?”

별 거 아닌 칭찬이지만, 이 순간 이복동은 순수한 감동을 느꼈다.

이 아스인에게 인정받다니?

한 달 전,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되어 저격수 노릇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그때 느껴본 그 감동이 다시금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말 자신은 성장한 것이다.

이후로도 이복동은 트럭에 용접된 철판 위로 총구만 내놓고는 계속 쏘았고, 그중 절반이나 명중했다. 움직이는 적들을 상대로 쏜 것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명중률이었다.

이 와중에 가온은 권총만으로 이복동보다 많은 적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이대로 정말 다 죽이겠는데!”

모두 기뻐하던 와중이었다.

능선 너머로 적들의 증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들의 본대쯤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수가 천 명이 넘어보이는 것을 보고 이복동은 신음했다.

지존무쌍도 기겁하여 옆에 있던 강주석에게 따졌다,

“아니, 강주석 씨. 부길마랑 일부 인원만 쿠데타 일으킨 거 아니야?”

“아마······”

“백두 길드가 한 만 명 가까이 된다고 알고 있는데? 그중에 일 할이 한꺼번에 길마 잡으러 오는 거네. 사실 길드 자체가 저쪽에 장악된 셈 아냐? 그렇다면 이건 단순 간부 몇 명의 쿠데타가 아니라 길드원들 자체의 반란······”

강주석이 뭐라 변명하려던 그때, 저 멀리서 무언가가 회색 연기를 남기며 날아왔다.

로켓탄이었다.

모두가 비명지를 시간조차 없이 눈만 껌벅이던 그때, 가온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날아온 로켓탄은 트럭의 철판에 맞고는 튕겨나갔다. 폭발하는 게 아니라.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지존무쌍이 환호했다.

“아, 가온 씨! 드디어 여신님 권능 썼구만! 진작 쓰지 그랬어요!”

“아, 불발탄이야!”

권능이 맞았다. 여신께서 한탄하시었다.

‘가온아, 그럴 거면 아예 검기도 쓰란 네 여신의 조언을 잊었느냐?’

가온은 대답할 여유도 없이, 방금 로켓포를 쏜 적을 향해 권총을 쏴 죽였다. 그 주변에 있던 적들도 모조리.

지금 가온은 평소보다 몰입하고 있었다.

가온이 생각하기에, 반란은 사악한 일이다. 다수가 원해서 일어난 반란이라도 만찬가지다.

모름지기 초인은 다수의 뜻을 혼자서 꺾는 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법이다.

게임이고 뭐고, 제대로 도와줄 생각이다.

가온이 적들 한 가운데로 텔레포트했다. 그러고는 칼과 총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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