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23 랭커 이현우 - [1]
소드마스터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거론되는 요소는 두 가지다.
조건 중 하나는 검기가 발현될 만큼의 마력이다.
옛 지구인들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역사상 훌륭한 검객들이 그토록 많이 있었음에도 아스에서 말하는 소드마스터가 탄생하지 못한 원인이다.
그러나 아스로 통하는 문이 열린 뒤, 수십 년 지나 조선인 소드마스터가 탄생했다. 그 조선인은 지구인 또한 일정한 마력을 얻은 뒤라면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조건 중 다른 하나는 완벽한 기술의 발현이다.
완벽한 수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이 자아낼 수 있는 최고의 수, 최고의 실력자들조차 평생에 한 번 성공하기 힘든 신의 한 수.
소드마스터는 그런 기술을 일상적으로 펼칠 수 있는 달인 중의 달인이다.
그러니까 소드마스터가 되려는 검객 또한 그럴 수 있어야 한다. 평범한 일격이 곧 최고의 한 수가 되어야 한다.
그럴 수 있게 되었을 때, 검객의 칼은 찬란한 에너지를 머금고 빛난다.
전설에 따르면 그 과정은 이와 같다. 어느 검객이 상황을 마주하여 최고의 수를 펼친 뒤, 자신이 어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이해한다면 그 즉시 검기를 방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리는 전자의 요건은 충족했다.
집이 잘 살던 시절, 마법사가 되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이유로 값비싼 맨드레이크 진액을 요구르트처럼 마셔댄 시절이 있었다.
그 결과 공부를 잘하게 되지는 못했지만, 체내에 마력이 쌓였다. 덕분에 가장 기초적인 마법쯤은 쓸 수 있게 되었다. 소드마스터가 되려면 그 정도 마력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제 이미리는 최고의 수니 뭐니 하는 조건만 충족하면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는 셈이었다.
슬프게도, 그 조건을 충족하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리는 헐떡거리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조선인민군으로 이루어진 하이엘프 군대가 방어하는 가운데, NPC로 이루어진 카르세 제국군이 공격해오고 있었다.
양쪽 군이 맞부딪치고 있었다. 그들이 내는 소음은 ‘탕탕’이 아니라 ‘챙챙’이었다.
좀 더 차가운 소리들.
「가온 서북 4km에 출현!」
조선인민군 무전병이 그리 외쳤는데, 무전병이 든 무전기와 어울리지 않게도 그 앞에서는 칼과 창, 폴암과 방패가 현역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현대적 열병기들이 아닌, 옛날에나 쓰이던 냉병기들이다.
이미리도 칼을 들고서 전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원래라면 조선인민군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미리가 여기 있는 것을 허락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리의 칼솜씨가 좋다는 이유로 특별히 이 전장에 끼는 것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조선인민군의 상황이 끔찍하게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정확히는, 그저 잘 싸운단 이유만으로 외부인을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몰려 있었다.
흙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저편에서 전신 갑옷으로 중무장한 기사들이 말을 달려오고 있었다. 기관총의 존재로 완전히 퇴물이 되어버린 기병들, 이 전장에서는 가히 전차에 가까운 위용을 보였다.
“창 들어, 창!”
조선인민군 장교가 명령했다.
숙달된 병사들이 장창을 앞으로 겨누는데, 조선인민군은 나름 이 전장에도 적응이 된 데다 게임에서는 죽음의 공포가 없다. 기병 돌진에 굳건히 서서 버티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순식간에 형성된 장창진이 기병의 돌진을 막는 가운데, 그 뒤에 선 사수들이 AK-47을 들어 적 기병들을 겨누었다.
“일제 발사!”
장교가 외쳤지만 명령은 이행되지 않았다.
명령 불복종이 아니었다.
“악!” “억!”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쏘려던 총기들이 모조리 폭발한 것이다.
정확히는 총기의 내부에 있던 탄약들이 터져버렸다.
장교는 이것이 끔찍한 우연이라 판단하지 않았다. 이 전장에 익숙해진 장교는 이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신의 권능.
물론, 익숙해졌다 해서 태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교가 눈을 크게 뜬 가운데, 무전병이 외쳤다.
「서북 4km 방향에서 가온 소멸!」
수십 초 전만 해도 4km 너머에 있었던 소드마스터 가온은 이제 이 근처에 있었다. 장교가 보기에는 영 허황된, 텔레포트인지 뭔지 하는 요술을 통해서.
그리고 소드마스터 가온의 주변 2.4km으로 화약 무기들은 터지질 않거나 무의미하게 터져 버린다.
불과 화로의 여신의 권능, 그 위대한 신의 힘은 반신의 몸을 통해 이 지상에 거의 온전히 역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총기를 쓰지 않을 수는 없으니, 조선인민군은 최대한 전장을 넓게 잡고서 일부 병력에게 총기를 지급했다. 가온이 없는 곳에서라도 총을 쏘기 위함이다.
그러나 운 나쁘게도 막 격전이 벌어지는 중에 출현하고 말았다.
‘니미.’
아무리 오락 속이라지만 저 소드마스터의 출현은 결코 기꺼운 일이 될 수 없었다.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경험은 현실에서든 오락에서든 불쾌한 법이다.
장교가 이를 악무는 가운데, 기어이 기사들은 코앞까지 돌격해왔다.
“억!”
총이 발사되지 않으니 기사들의 돌진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끝내 장창의 벽 앞까지 다다른 기사들이 하마했다.
기사들은 갑옷의 두께를 믿고 그대로 돌격해왔는데, 막을 방법이 없었다.
순식간에 장창의 벽이 뚫렸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와중에 무전병의 보고마저 계속해서 비명 같았다.
「가온 출현, 까치 전사······ 참새 전사, 거미 전사!」
이어지는 전사 보고들. 당연히 일개 병사들의 죽음을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는다.
지금 죽어나가는 것은 모조리 지휘관들이었다.
약 수백 미터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장교진들이 속속 제거되고 있었다.
“사수들 모두 총 버리고 쇠뇌 들어······”
그것이 여기 있는 장교의 마지막 명령이 되었다.
장교 앞에 소드마스터 가온이 나타났는데, 장교가 파악한 사실은 딱 그뿐이었다.
장교가 보기에, 가온은 아예 움직이지도 않았다.
가온은 처음부터 칼을 뻗으면서 텔레포트해왔다. 그리하여 텔레포트한 순간에 그 칼은 이미 장교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는 살짝 칼을 휘두르면서 다시 텔레포트. 휘두른 칼의 목표는 수백 미터 바깥에 있었다.
칼날은 목표에 명중했다.
다음 순간에 수백 미터 바깥에 있던 장교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그것을 이미리가 보았다.
‘저게 뭔······’
어떻게든 그것을 자기 안에 담아내고자 애썼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리는 저것을 흉내 낼 수가 없다.
방금 언뜻 보인 가온은 검은색에 붉은 테두리로 장식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후긴의 국보, 아다만티움 갑옷이다.
이 전장에서 가온의 이미지는 그 차갑고도 무거워 보이는 갑옷에 걸맞다. 가온의 움직임은 정적이고 묵직해 보이면서도 끔찍하게 빠르다.
이미리가 며칠 관찰하여 파악했기로, 가온의 발은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다. 텔레포트가 발 대신 움직임을 대신하는 덕이다.
가온이 칼을 쥔 오른손도 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 손은 언제나 10cm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작은 움직임들은 어김없이 주요한 지휘관이며 포병의 죽음을 동반한다.
이렇듯 지휘관을 골라 제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조선인민군은 장교들에게 일반 병사들과 같은 군복을 입혀보았다.
소용 없는 시도였다.
이미 경험해보길, 소드마스터 가온은 특유의 청력으로 누가 명령자인지를 수백 미터 바깥에서도 완벽하게 파악해내고는 어김없이 제거했다.
지금처럼.
“걱······”
이번에 죽은 것은 무전병이었다. 흔들리는 잔상처럼 그 앞에 나타난 가온이 아주 살짝 칼을 움직였다.
거의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작은 동작과 함께, 가온은 그 자리에 약 0.4초만 존재했을 뿐이다.
그러나 무전 장비와 무전병의 목은 한꺼번에 칼에 찔려 관통되었다.
그리 목적을 이룬 뒤, 가온은 또다시 살짝 칼을 움직이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씨발······’
이미리가 보기에 저것은 공포 영화의 연출 같았다.
공포 영화의 귀신은 느릿하게 걸어오는 듯하면서도 불현듯 희생자의 앞에 있다. 그런 식으로 귀신은 경망스레 뛰지 않지만 언제나 희생자보다 빠르다.
그리하여 귀신의 모든 동작은 정적이면서도 상황 자체는 속도감이 넘치게 된다. 그 모순에 생겨나는 초현실적인 긴장감. 그리고 존재감.
저 끔찍한 존재감······.
가온은 지금 이 전장에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끔찍할 만치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존재감은 너무 초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것이라서, 이미리는 감히 저것을 재현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이를 악물며 더 만만한 적들을 노려보았다.
“카르세에 영광을! 아린에 자유를!”
정해진 대사를 외치며, NPC 기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스에서는 소드마스터의 존재로 말미암아 칼이 지나칠 정도로 숭상받는다. 과연 아스인 기사들의 무장은 거의 다 칼이었다.
그 솜씨는? 고증이 훌륭한 이 게임답게, 끔찍하게도 좋을 것이다. 중세 기사란 모름지기 인간 병기들 아닌가. 수많은 시간을 단련에만 쏟아부은 괴물들.
카르세 기사가 칼을 내리쳤다.
‘씹······’
충돌의 순간, 이미리는 기사의 검격에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힘만 센 것이 아니라 기술 또한 정교했다. 어그러진 박자 속에서 목을 노리고 찔러 오는 칼날.
아스의 기사들은 거의 다 소드마스터가 되기를 소망하는 구도자이기도 하다.
이미리는 그 기사를 기술에서도 당해낼 수 없었다.
이 기사만 유독 강한 것이 아닐 것이다. 다른 기사들도 이 기사 못지 않게 강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 엑스트라일 뿐이다.
역사에서도 증명했듯, 저런 놀라운 실력자들조차 소드마스터가 되지 못했다. 거센 훈련과 전투의 연속마저도 저들을 초인으로 만들지 못했다.
저기 저 칼잡이들은 그저 연습하고 싸우다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죽어 사라졌다.
아마 나도.
그럴 가능성이 너무 높다. 이미리가 되길 원하는 소드마스터란 초인중 초인이고, 초인은 인간이 가닿을 수 없기에 초인인 법이다.
이미리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듯 행동하지만, 이런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불안해지고 만다. 이 모든 노력이 결국에는 시간 낭비로 끝날까봐.
불안을 이겨내고자 공격적으로 외쳤다.
“죽여 봐, 거지 같은 아스 새꺄!”
그리 외친 뒤 불과 오 초 만에 이미리는 죽었다.
그 와중에 326명의 조선인민군이 소드마스터의 칼날에 죽었는데, 골라 죽일 만한 장교들이 죄다 죽어버린 상황이었다. 지금 가온은 뭉쳐있는 병사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 결과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그날, 조선인민군의 전선은 수백 미터 뒤로 밀려났다.
*******
좋은 검객은 그저 검을 잡기만 해도 평정하는 법을 익히곤 한다.
소드마스터는 물론 최고의 검사요, 소드마스터인 가온은 어떤 순간에도 평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가온이 로그인함과 동시에 듣게 된 질문은 기어이 가온을 당황하게 했다.
“형 정말 소드마스터 아니에요?”
이복동은 가온이 로그인할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대뜸 그리 물어왔다.
가온은 어물어물 대답했다.
“아니, 내가 왜?”
“왜, 인터넷에서 분석 글 올라왔는데 형 분명 소드마스터일 거라던데요? 그렇지 않고서야 총알 튕겨내는 반사신경이며 흉턴 상대로 유인극 벌인 위업을 설명할 수가 없다고······”
“헛소리.”
“그럼? 애초에 이름도 가온이면서······”
“그 가온이랑 난 다르지! 소드마스터 가온은 오른손으로 칼 휘두르잖아. 난 왼손으로만 칼 휘두르고. 딱 봐도 다른 거 몰라?”
가온이 게임에서 일부러 왼손으로 칼을 잡는 이유가 그것이었는데, 식견 있는 칼잡이들이 그 검술을 판별할 수 없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복동은 그 차이를 판별할 재주가 없었다. 그저 미심쩍은 양 물어왔다.
“아무튼 소드마스터 아니시라고?”
“그렇다니까?”
“그럼 소드마스터랑 붙으면 져요?”
“지지 물론! 소드마스터가 얼마나 위대하고 강력한 존잰데, 일개 칼잡이가 대체 어떻게 이기겠니?”
“지금 자화자찬하는 거 아니죠?”
“아니, 위대한 무예의 선도자께 마땅히 바쳐야 할 존경을 보내는 거지! 소드마스터란 그렇듯 숭상받아 마땅한 존재야! 나 같은 범속한 칼잡이는 고개 숙여 그분들을 존경해야 마땅하고!”
그리 외치던 가온은 방금까지만 해도 없었던 기척을 느꼈다.
당황한 채 고개를 돌려보니 요으가 저기 있었다.
방금 로그인한 모양인데, 소드마스터의 입에서 나오는 소드마스터 찬양을 들은 모양이었다. 웃지 않으려고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세상의 종말이다! 지금 당장 뿔나팔을 불어 지상을 불과 물로 휩쓸어야 하리!’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여신께서 비명 지르시는 가운데, 가온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이복동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그럼, 형이 소드마스터랑 붙으면 무조건 박살 나요? 잠시도 못 버티고?”
이복동의 질문에 가온이 대답했다.
“음, 잠시는 버티겠지.”
“버텨요? 얼마나요?”
“글쎄······ 아다만티움 제 칼 들고, 잘하면 10분쯤?”
“그거 확실해요?”
“아마. 근데 그건 왜?”
이복동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희가 얼마 전에 계약맺었잖아요. 그쪽에서 사람들 보냈거든요? 소드마스터 잡을 팀이요. 거기 우리가 낄 예정이라······”
“소드마스터 잡을 팀? 그게 뭐야.”
“랭커들이요.”
“랭커들?”
“예. 게임 내 레벨도 높고 실력도 좋은 수백 명을 그리 부르는데요. 그 사람들이 팀을 이뤄서 작전 나설 예정인데, 이번에 형 실력을 알아보고 싶다고······”
“내 실력을 알아봐? 어떤 식으로?”
그리 중얼거린 순간, 대답이 돌아왔다.
등 뒤에서.
“이렇게.”
그리고 울려 퍼지는 총성.
목표물, 가온의 등 뒤에다 기습하면서 이현우는 이번 ‘실력 테스트’가 너무한 게 아닌가 걱정했다. 이러라는 지시가 있긴 해서 따랐지만, 새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도 랭커니 뭐니 하지만 갑자기 등 뒤에다 쏘는 걸 어찌 대응한단 말인가.
그러나 다음 순간, 이현우는 자기 공격이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확실히 솜씨 좋네.”
목표물은 눈앞에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는 등 뒤에서 들려왔다.
가온이 말을 이었다.
“정확히 허벅지 노렸어. 어쭙잖게 머리 노리면 그냥 고개만 돌려도 피해지는데, 하반신쪽 노리는 게 오히려 피하기 까다롭지. 확실히 랭커니 뭐니 멋지게 불릴 만한데?”
LV.23 랭커 이현우 - [2] - 여기부터 유료화 시작입니다
실력을 평가하려다가 역으로 평가당하는 상황, 이런 상황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현우는 얼이 빠져서는 중얼거렸다.
“어떻게······”
“그야 숨소리 듣고 알았지.”
“숨소리?”
“나 엘프거든. 인간 소드마스터였음 당했을지도 모른다?”
로그인 장소, 지금 가온이 있는 장소는 조그만 건물 안이었다.
방 구석에 숨은 저 총잡이의 존재를 가온은 진작 눈치챘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었다. 기습해오면 제압하고는 잘난 척하기 위해서.
의도대로 잘난 척할 수 있어 좋았다.
가온은 슬쩍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총알을 보더니 말했다.
“BB탄이네? 실탄 쏴도 되는데 기특하게.”
이현우가 이를 악물더니, 씹어내뱉듯 물어왔다.
“정말 실탄 써도 됩니까?”
“되지 물론. 왜, 실탄으로 다시 덤벼보게?”
“아뇨, 저 말고 딴 사람이.”
딴 사람? 다른 인원이 더 있나? 그 말이 들리기 무섭게 가온은 경계했다.
과연 다음 순간, 창문이 깨졌다.
거기서 날아든 총알 하나. 가온은 왼손에 든 칼로 쳐냈다.
캉 하는 소리와 함께 총탄이 떨어져내렸다. 그것을 본 이현우가 중얼거렸다.
“이걸 또 막네······”
한편 가온도 나름대로 놀라고 있었다. 소드마스터라 해서 총알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저격은 소드마스터를 죽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소드마스터가 위치를 노출해놓고 제자리에 서 있는 경우가 흔치 않아 저격할 기회가 적을 뿐이다.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위험했을 것이다. 그리 긴장하면서도 가온은 태평한 얼굴을 유지했다.
총성이 난 시점과 총알이 들이닥친 시점을 통해, 저격수의 위치를 계산해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여유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1.1km 거리에서 쐈다고? 대단한데······”
이현우는 이제 굴욕조차 느끼지 못했다.
“거리도 알 수 있습니까?”
“알지 물론. 아무튼 테스튼지 뭔지라고 했나? 이제 내가 뛰쳐나가서 저격수 양반 때려잡으면 끝나는 건가?”
“예? 그건 잘······”
그 순간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벽을 관통하여 총알들이 무더기로 날아왔다.
가온은 그것을 시합 개시 신호로 받아들였다.
입술을 달싹여 텔레포트했다.
MP가 대폭 늘어난 덕분에 쓸 수 있는 마법의 한계도 늘어났다. 단숨에 3층 높이를 이동할 수 있었다.
지붕 위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방금 그 총잡이와 같은 편으로 여겨지는 자들이 보였다.
값비싼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인원 여섯.
저 여섯 명도 랭커인가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 랭커는 과연 실력자 집단이었다. 목표물이 텔레포트하여 사라진 황당한 순간에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았다.
“저기 지붕 위에 있다. 사격!”
곧바로 가온을 찾아내고는 공격을 개시했다.
총알을 피해내거나 쳐낼 수 있는 초인 소드마스터를 상대하려거든 촘촘한 화망을 형성해야 한다. 총알 한두 발을 쳐내는 것으론 소용이 없게, 피할 장소조차 없게.
랭커들은 그 기본을 완벽하게 지켰다.
‘오.’
정말 완벽히 구성된 화망이었다. 가온은 이 순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으며, 칼 좀 휘두르는 것으론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텔레포트로 피할 수 있지만, 막상 그러자니 뭐든 마법으로 해결하는 것 같아 멋없다. 그리 생각하고는 다른 행동을 취했다.
헤이스트 주문을 자신에게 걸고는, 오른손에 든 권총을 연달아 쏘았다.
탕, 탕, 탕, 탕 하고 네 번 울린 총성.
그리고는 여덟 발의 총알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총알을 총알로 쏴서 맞혔음을 랭커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왠지 목표물이 죽지 않았음에 기겁했을 뿐이다.
“다시 쏴······”
연발로 쏘려는 가운데, 가온이 먼저 총을 쏘았다. 아까 이현우에게서 가져온 비비탄 총을 여섯 번 속사했다.
여섯 발의 비비탄 총알이 여섯 랭커에게 가 닿았다.
명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그 사실을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가온이 외쳤다.
“니들 다 죽은 거다! 알지?”
가벼운 통증에 랭커들은 이를 악물면서도 패배를 인정했다.
“예······”
그 와중에 또 한 번의 저격이 있었다.
거대한 총성, 총알 한 발이 가온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예상한 타이밍이었기에 가온은 아슬아슬하게나마 머리를 젖혀 피해낼 수 있었다.
저격수 놈이 보스인가?
가온은 씩 웃더니, 그 저격수를 향해 돌격했다. 지붕 위를 뛰어넘고 뛰어넘으며 도시를 가로질렀다.
위치를 들킨 저격수가 제자리에 있을 리는 없었다. 이미 부리나케 이동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도시는 시끄러웠지만, 당장 가온의 청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온은 한 상가 건물에 숨어있던 저격수 앞에서 인사했다.
“체크메이트?”
저격수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잠시 후, 혼미한 가운데 랭커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저쪽과 계약을 맺은 장본인들, 이복동과 지존무쌍도 어색하게나마 그들과 함께했다.
원래라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 두 명과 한 팀이 되는 것을 랭커들은 꺼렸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명에게 패배한 지금, 그리 자존심을 내세울 정신들이 없었다.
“아무튼 자네들 실력 잘 봤어.”
가온의 말에 이현우가 대답했다.
“예?”
“확실히 괜찮더라고. 특수부대 출신들인가? 다시 말하지만 정말 괜찮아. 충분히 실력 합격이야. 진짜 소드마스터 잡겠다고 나설 만한데.”
랭커들 또한 이현우와 같은 심정이 되었다. 입장이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라니.
이현우가 겨우 대답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뭘, 실력대로 평가하는 건데. 그래서 어느 소드마스터를 잡게? 바로 가온?”
“아뇨, 가온 경은 최종보스니까 나중에 잡을 거고······ 이번에 잡으려는 건 다른 소드마스텁니다. 반지성이요.”
“반지성?”
“예, 그렇습니다. 가온 경······.”
어쩐지 말투가 지나치게 공손했다. 가온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왜 날 가온 경이라 부르니?”
“아무래도 소드마스터 같으시니까······”
“소드마스터 아니니까 그냥 가온 씨라 불러, 응? 아무튼 반지성 잡겠단 말이지······”
그리 말하면서 가온은 표정을 찌푸렸는데, 이현우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뭔가 맘에 안 드시는 점이라도? 아, 확실히 가온 경께는 친우 분을 잡겠단 셈이니 확실히 불편하실지도······”
“아, 그 가온 아니라고!”
가온은 짜증 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반지성을 공략하겠다고?
확실히 자신은 소드마스터를 상대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떠벌렸다. 그러니까, 저쪽은 소드마스터인 반지성을 상대하는 것 또한 가온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온은 반지성을 쓰러뜨리고픈 마음이 없었다.
그 조선인이 자기 친구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성이 그 친구는 내가 이미 여러 번 이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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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시련의 여정을 마치고 소드마스터 가온이 다른 세계에서 돌아왔을 때, 이 역사적 엘프는 혼자가 아니었다.
가온은 다른 인원들과 함께 다른 세계에 들어섰다. 그때 그 일행이 귀환에 함께였다.
처음 떠났을 때와 같은 수의 인원이 돌아오지는 못했다.
다른 세계에서 그들은 약 이백 년의 세월을 보냈다. 엘프를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이미 두 번쯤 늙어 죽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러니까 가온과 함께 돌아온 인원 중에 인간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조선인이 있다는 사실은 세상을 경악시켰다.
엄밀히 말해서 그 조선인은 순수한 인간이 아니게 된 바였다.
수백 년 이어진 다른 세계에서의 사투의 시간, 신성한 괴물들이며 이성을 잃어버린 고대 신들과 싸우던 시간. 그 기나긴 고난의 세월은 평범했던 조선인의 몸과 영혼을 완전히 변질시켰다.
지구로 돌아온 그 조선인은 불로의 반신이요, 초인 소드마스터였다.
이름은 반지성이라고 했다.
반지성은 자기가 없을 동안 고향이 분단되었음을 깨달았다. 그 사실에 탄식하더니, 자신이 돌아갈 고국으로 남쪽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이제는 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된 나라를.
그 순간,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선택받았다고 느꼈다. 그 어느 때보다 민족적 고양감에 들떠 환호했다.
한국 신문 기사의 표현에 따르면, ‘한반도 역사에 한국이 이토록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은 날이 없었다. 이토록 세상 사람들 앞에 자랑스러워 했던 적도 없었다’.
반지성의 합류에 한국의 미래는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정말이지, 소드마스터란 초인은 단 한 명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법이었다.
강경하게 굴던 김일성은 은근슬쩍 남한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는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했다. 그 독재자가 갑자기 남한에 생겨난 인간형 비대칭 전력에 겁을 먹었음을, 그 비대칭 전력이 자기 목을 따러 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이 일본에서 독립하는 조건으로 갚아야 했던 독립배상금마저 한국인 소드마스터의 존재로 사라졌다.
반지성이 베트남전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대신 갚아주었다.
수십 년에 걸쳐 이자와 함께 지불해야 했던 끔찍한 부채가 소멸한 것이다. 몇몇 이들은 이로써 한국의 경제성장이 이십 년은 앞질러졌다고 주장한다.
그리 반지성이 베트남전에 참가한 가운데, 이후 전쟁의 진행을 한국인들은 무슨 즐거운 스포츠 경기쯤 되는 것처럼 기사로 써냈다.
위대한 한국인 소드마스터가 어찌나 베트콩들을 잘 잡아내는지, 놈들의 추잡하고 사악한 게릴라전을 어찌나 효과적으로 제압해내는지.
그리 반지성에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한국인들은 막걸리라도 한 병 들이킨 것처럼 고무되었다.
한국인 소드마스터의 성씨가 중국계 귀화 성씨라는 것이 불쾌했는지, 어느 방송국에서 반씨가 고조선 시대에서부터 내려오는 한민족의 성씨라는 역사 왜곡 방송을 내보냈더니 거의 모든 국민이 그 내용에 박수쳤을 정도였다.
결국 한국인 소드마스터가 투입된 지 불과 이 년 만에, 베트남전은 미국과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다.
몇몇 사람들은 반지성이 없었더라면 전쟁이 훨씬 늘어졌으리라고, 위대한 미국이 이기지 못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주장을 비웃으면서도 반지성의 공로가 대단히 컸음을 인정했다.
물론 한국인들은 그 주장을 믿었다. 세계적인 전쟁영웅, 자유주의자들의 수호자가 된 한민족 최고 영웅의 귀환을 진심 어린 기쁨으로 찬양했다.
그러나 반지성은 한국인들과 같은 기쁨을 공유하지 못했다.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반지성은 반쯤 미쳐있었고, 미친 사람다운 행보를 시작했다.
반지성은 연쇄 살인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마구 죽여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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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가온과 두 명, 그리고 랭커들은 이동을 시작했다.
랭커들도 각자의 차량이 있었다. 총 여섯 대의 트럭이 일사불란하게 이동을 시작했다.
지존무쌍의 트럭마저 출발하기 전, 가온은 요으에게 물었다.
“요으 넌? 따라올래?”
“아뇨으. 전 여기 좀 있을게요으. 지구 진영 구경도 좀 해보게.”
요으는 그리 대답하더니, 도시에 남았다. 가온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얘는 안 들러붙네.’
이쪽에서 싫어할 줄 알고는 대뜸 떨어진다. 우락부락한 오크들 사이에서 왜소한 약자로 살아온 오크다운 처신이다.
한편 가온은 자신의 처신은 어찌 해야하나 고민했다.
반지성과는 이백 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친구다. 사람과 겨룰 일이 거의 없었던 가온에게는 드물게나마 직접 검을 섞어본 상대이기도 했다. 반지성이 천둔검법이라 주장하며 쓰던, 지금 생각해보면 실전성은 별로 없었던 이상한 검술을 기억했다.
그 검술과 맞붙을 때의 결과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이길 것이다. 반지성과 맞붙을 때면 거의 다 자신이 이겼으니까. 그 덕에 가온은 그동안 자기 검술이 다른 소드마스터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소드마스터랑 맞붙어서 이겨버리면 꼼짝없이 소드마스터인 거 탄로 날 텐데. 가뜩이나 이 친구들, 내가 소드마스터 가온 아닌가 의심하는 상황인데······’
고민스러운 상황에 가온은 신앙심 깊은 대전사답게 행동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여신께 기도를 올렸다.
‘여신이시여. 제가 반지성을 막 욕하면 소드마스터 가온 같지 않아 보이겠지요? 설마 그 가온이 제 친구를 비난할 리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여신께서 경기하시었다.
‘지금 수백 년 지기를 팔겠다고······ 아니다. 내 대전사는 그 설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모시는 신까지 팔아치우거늘 벗을 팔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이랴? 일관적인 모습이 참으로 진실 되기 그지없어 대전사의 격에 합당하도다.’
‘뭐, 지성이 그 친구도 허락해줬을 겁니다.’
여신께서 탄식하시는 가운데, 가온이 이현우에게 물었다.
“반지성이면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마잖아. 완전 인간 쓰레긴데, 한국인들 입장에 그 양반이 게임에 나오는 게 불편하진 않나? 아직도 그놈한테 죽은 희생자들 유족들이 살아있는 마당인데.”
“뭐 그렇긴 하죠. 그것도 이 게임에선 그 양반이 무슨 영웅처럼 독립투사로 나오니······”
“반지성이 이 게임에선 독립투사로 나온다고?”
“일본군 담당 일진이죠. 조선 독립 만세, 외치면서 일본군 상대로 싸웁니다.”
가온에게는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지성이 그 친구, 매번 하던 말이 그거였지. 얼른 나가서 일본놈들 때려잡아 대한독립 이루겠다고. 자신도 소드마스터 됐으니까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그리 중얼거리던 가온은 사람들의 묘한 시선을 느꼈다. 이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온 경?”
“아, 농담이니까 경 붙이지 마라. 그 가온 진짜 아니니까. 아무튼 그게 사실이면 진짜 심각한 상황이네. 수천 명 죽인 살인마가 무슨 민족 영웅인 것처럼 포장된 셈이잖아. 한국인들 입장에 그래도 괜찮나?”
“뭐, 안 괜찮죠. 그러니까 얼른 해치워서 제거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죽이면 게임에서 영영 사라지나?”
“아마도요. 흉턴도 해치운 다음 아직 어디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그런 특수 NPC는 한 번 죽이면 영영 소멸하는 거 아닐까 하더군요.”
한창 대화를 나누던 와중이었다. 저 너머에서 엔진음이 들렸다.
가온이 그 소리를 감지하고는 말했다.
“저기서 웬 무리가 오는데?”
이현우가 망원경으로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진짜네······ 도적들 같은데요.”
“도적? NPC야?”
“아뇨. 플레이어들이요. 소규모 무리가 보이면 단체로 덮쳐와선 가진 물건들 털어버리는 놈들입니다.”
“나쁜 놈들이네. 그래서 큰일난 건가, 지금?”
“그건 아닙니다.”
“수가 우리보다 세 배쯤 많은 거 같은데?”
가온의 말에 이현우는 씩 웃었다.
“그래봤자 어중이떠중이죠.”
이현우와 랭커들은 자신감을 증명했다. 각자 탄 트럭을 운전해서는 사방으로 흩어져서는 전투를 시작했다.
그것을 자신의 트럭에서 지켜보며 이복동은 충격을 받았다.
랭커들의 트럭은 단순히 철판을 용접한 것을 넘어 전차 장갑판을 떼어다 붙인 건트럭이었다. 그 장갑판을 방어벽 삼아, 그들은 달려오는 도적들을 향해 마주 달려가며 총을 쏴댔다. 도적들 또한 차량을 통해 달려오며 총을 난사해댔다.
그 충돌의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이현우가 총을 쏠 때마다 적들이 쓰러졌는데, 그 적들이란 저 멀리서 차량 안에 숨은 데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까지 하는 적들이었다. 쏴맞히기 극도로 까다로운 목표물들.
다른 랭커들도 이현우 못지않은 실력들이었다. 총알 네 발을 쓰면 그중 한두 발은 명중탄이었다.
결국 충돌의 결과는 순식간에 나왔다. 도적들의 멈춰선 차량과 그 안에 실린 시체들. 랭커들은 별 감흥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이 트럭들 팔면 돈 좀 되겠는데······”
“버려, 말아?”
“버릴 건 없고. 연락해서 딴 사람들이 대신 팔아주게 하지 뭐.”
전리품 분배마저 순식간에 끝났다. 그 놀라운 승리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랭커들은 다시금 차량을 움직였다.
이 광경을 이복동은 충격 속에서 바라보았다.
가온 한 명에게 단체로 패배하여 내심 우습게 보았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 특수부대원이란 표현으론 모자란 괴물들 아닌가.
거기에 소드마스터로 의심되는 아스인까지 같은 편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정말 소드마스터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기대했지만, 일은 시작부터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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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 잡겠다고? 와 씨발, 친일파 새끼들이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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