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4판타지-22화 (22/135)

LV.? 소드마스터 흉턴 - [4]

중세에는 검으로 사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멧돼지나 곰을 상대로, 사냥개 몇 마리를 거느린 채 칼 몇 자루 들고 돌격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검은 그런 큰 동물들을 상대하기 좋은 물건이 아니다.

검사들도 그런 짐승과의 싸움을 대비해 검술을 수련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짐승 사냥은 아주 솜씨 좋은 검사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검으로 사냥하는 사람들이 솜씨 좋은 검사보다 무조건 우월했느냐면, 그것은 또 아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세련된 검술과 짐승 사냥에 필요한 솜씨는 다른 법이므로.

그리고 가온이 다른 세계에 있던 시절, 주변의 적들은 거의 다 짐승에 가까운 괴물이었다. 검을 들고 상대해야 할 적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검술을 훈련할 때 가온은 복잡한 기술들은 익히지 않았다. 그저 베기와 찌르기만 반복해서 훈련했다.

그런 기본적인 동작들로 괴물들을 찌르고 베어 죽인 끝에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착실히 검술을 익히고, 인간들을 상대하다가 경지에 오른 다른 소드마스터들과 달리.

그 전통적인 소드마스터와 맞붙는 지금, 가온은 밀렸다.

백색 에너지가 어둠을 사르며 덮쳐온다.

회색빛 재가 물결 치며 충돌한다.

어둠 속에 빛과 재가 서로 섞이며 흩날린다.

흉턴이 찌르기를 날린다. 어둠을 찢어발기는 백색 광선.

가온으로서는 그 강렬한 백색을 굳이 본 뒤에 적의 공격을 파악할 필요는 없다.

가온은 소드마스터고, 그 전투 감각은 그 찌르기의 경로와 목표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해낸다.

덕분에 그 공격을 막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칼과 칼이 부딪쳐 힘겨루기를 하는 순간, 흉턴은 지레의 원리로 칼끝을 비튼다.

백색 광채가 회색빛 재에 섞인다.

자기 칼을 이쪽 칼에 감아 온다. 감아치기. 바인딩 때 쓰기 좋은 기술.

가온이 배운 지 얼마 안 된, 그래서 숙달되지 않은 기술이다.

바로 당하지는 않는다. 본능적인 센스만으로 적절하게 대응해 낸다.

재가 백색 광채를 짓누르며 사방에 잿가루를 퍼뜨린다. 이쪽 검으로 저쪽 검을 내리 누르며 찌르기로 역습.

그러나 가온의 적절한 대응이 곧 흉턴의 노림수다. 흉턴은 반격에 맞서는 반격 방법을, 그 반격에 맞서는 반격에 대한 반격 방법을 안다. 검사들이 오랜 세월 발달시켜온 정교한 체계다. 그것을 기초로 장기적인 전술을 짜내어 싸우고 있다.

흉턴이 역습에 오히려 역습으로 받아친다. 상대 칼을 쳐내면서 그 경로 그대로 찌르기.

재를 관통한 백색 광선이 눈을 노려온다.

가온은 본능적인 감각만으로 그 역습을 피해낸다.

그 상황에는 최선의 수였지만,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 수는 아니었다. 회피 동작을 취하느라 몸을 크게 움직인 탓에 수세에 몰렸다.

백색 광채가 사방을 정복했다. 재는 그 찬란한 광채에 묻혀 존재감이 옅어졌다.

흉턴의 공세가 계속된다.

가온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나 밀린다. 원수 하고와 싸울 때처럼.

그나마 하고와 싸울 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기는 하다.

하고와 싸울 때, 가온은 이쪽이 왜 밀리는지 알 수 없었다.

소드마스터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덕분에 같은 속도로 움직이더라도 모든 동작이 훨씬 빠르다. 그래서 소드마스터끼리의 모든 접전은 지나치게 빠르게,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지고 끝난다.

가온은 그 한 번 한 번의 접전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각각의 접전에서 동등하게 맞서다가도 최종적으로는 패배를 당했을 뿐.

당시에는 그 결과가 우연이거나, 하고의 실전 경험이 많아 뭔가 수작을 부린 줄 알았다.

이제 보니 아니었다.

이쪽이 왜 밀리는지 대강 알 수 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가온은 검술을 배웠다. 교관이 가르쳐준 독일식 롱소드 검술.

일정 수준에 이른 기술은 다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일본 검술의 실전적인 류파와 유럽 롱소드 검술의 기본 자세는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같은 이치에서 독일 롱소드 검술과 카르세 롱소드 검술에는 흡사한 부분이 많다.

덕분에 가온은 흉턴의 검에서 자기가 배운 그 검술을 발견해낼 수 있다.

흉턴이 무슨 의도로 칼을 움직이는지, 본능의 차원이 아닌 이성으로 파악해낼 수 있다.

가온은 흉턴의 검에서 규칙과 무규칙을 발견한다.

수십 년 쌓아온 훈련과 극한의 본능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검의 끝을 본다. 원리와 감각의 조화, 기하학적인 예술.

그 위대함을 아는 순간, 승리해야겠다는 열망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싸움을 이어나가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였다.

저 모든 것을 자기 안에 빨아들이기 위해서.

이미리가 어떤 심정으로 자신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는지 이해할 것 같다······.

아쉽게도 이 싸움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백색 광채는 여전히 찬란한 가운데, 옅어져 가던 재는 점점 더 약해져 갔다.

검기는 마력으로 유지하는 에너지요, 이 게임에서 그 마력의 대체인 MP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었다.

결국 MP가 다 사라졌다. 검기가 사라진 칼은 검기와 부딪치자마자 수수깡처럼 잘려나갔다.

소드마스터다운 센스가 또다시 가온의 목숨을 살렸다. 가온은 뒤로 굴러 자기 목을 베려던 칼을 피해냈다.

뒤로 넘어진 가온이 흉턴을 올려다보았다. 저 흉턴에게 과연 이성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이쪽이 무력화되었음을 파악한 모양이다.

가뜩이나 아까 등에 뚫어준 구멍 탓에 출혈도 심하겠다, 굳이 서두르려 하지 않고 천천히 이쪽에 다가온다.

가온은 다가오는 죽음을 본다.

죽음 직전의 고요······.

아니, 아니다. 고요을 해치는 무언가가 있다.

위이잉, 하고 공기를 진동시키는 소음. 저 멀리 하늘에서 들리고 있었다.

가온은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짐작했다.

‘비행기?’

비행기가 이 위를 날고 있다. 단순히 지나가는 길이 아닌 것 같다.

거기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항공폭탄? 미사일? 아무튼 치명적인 무언가.

그 충돌의 결과, 빛. 아주 강렬한 빛이 생겨났다.

빛에 이어 소리.

엄청난 폭음이 가온의 청각을 마비시킬 만치 강렬하게 주변을 잠식했다. 그래서 소리가 크다기보다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이 와중에 빛은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너무나도 강렬한 빛이 콘크리트 벽 너머에서도 느껴진다.

지진과도 같은 진동.

흉턴이 몸을 가누느라 전진을 멈췄다.

이 순간, 가온은 잠시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

“여신이시여!”

‘오냐, 가온.’

가온은 자신이 모시는 여신의 힘을 빌렸다. 얼마 남지 않은 MP를 전부 소모해서 신성으로 바꾸었다.

모든 온기의 주인, 불과 화로의 여신의 권능이 피부로 퍼져나간다.

이제 열은 가온의 몸을 해치지 못한다. 지구의 소방관들마저 여신을 신앙하게 만드는 놀라운 가호다.

덕분에 이후의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빛과 소리에 이어서 닥쳐오는 열.

너무나도 강렬한 열이 미친 파도처럼 밀려 온다.

가공할 에너지가 철근 콘크리트로 된 건물에 마구 부딪힌다.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이지만, 다행히 벽을 완전히 뚫지는 못했다.

그러나 열은 막혔다고 튕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아 덮쳐온다.

이내 뚫린 모든 공간을 통해 열이 들어와 건물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쯤 되면 비행기가 무얼 떨어뜨렸는지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지구인들이 만들어낸 태양신. 핵폭탄.

신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초인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오······’

가온은 형체를 잃어가는 흉턴을 보았다. 끔찍하게도, 그 전신이 녹아내리다 못해 증발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열에서 보호받는 가온 자신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끔찍한 압력과 진공.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혈관이 마구 터지고 있었다.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는 와중에 핵폭탄 하나가 더 터졌다.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서 터진 모양이다.

가공할 충격파. 여기 있는 콘크리트 벽마저 파괴하며 그 파편을 여기저기 흩날렸다.

강렬한 빛과 폭음에 시각과 청각 모두 마비된 가운데, 상상력을 발휘해 주변 상황을 짐작해보자면······.

온 세상이 흩날리고 있을 것이었다.

「사망 – 24시간 뒤에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지닌 모든 아이템의 소유권을 잃지만, 아스 계정의 게임 시작 시에 주어진 초기 무기는 예외로 소유권을 잃지 않습니다.

현재 시각 : 04:35」

처음으로 겪는 게임 오버.

가온은 한탄했다.

“여신이여. 죄송합니다. 결국 패배했군요.”

여신께서는 여전히 자비로우셨다.

‘아니다. 나의 대전사. 수고했다. 충분히 잘 싸웠노라. 네 여신은 진실로 기껍구나. 정말로 기꺼워.’

‘여신께 승리를 바치겠단 약속을 어겼는데도 말입니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용서하리라. 이로써 내 대전사가 24시간은 이 오락을 못 하게 되지 않았느냐? 이 경사에 온 천상이 축가를 부를 것이요 그 경이의 한 가운데에서 네 여신이 노래하리라.’

가온이 새파랗게 질리는 가운데, 여신께서 기뻐하시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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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플레이어들의 도시 점령계획은 두 개의 목표를 설정한 채 진행되었다.

소드마스터가 오지 않을 경우, 도시를 점령하면 된다. 게임에서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이다.

만약 소드마스터가 올 경우, 이 경우에는 게임 내 이득 대신 장기적인 이득을 취하기로 한다.

플랜 B. 가까운 곳에 몰래 설치해둔 비행장의 모든 폭격기들을 출격시킨다. 도시를 폭격하기 위한 항공폭탄은 물론, 둘 이상의 핵탄두를 포함한다.

플랜 B는 원래 실행할 가능성이 많지는 않았다.

핵탄두는 끔찍하게 비싼 물건이요 낭비할 수 없는 물건이다. 게다가 단순히 핵탄두가 있다고 해서, 거의 예지 수준의 전투 감각을 지닌 소드마스터를 확실히 죽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은 이번 계획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의 경우, 도시에 침입한 소드마스터가 한 위치에서 오래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목표물이 고정된다면 작전의 성공 확률은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법이었다.

“죽였나? 이번에 죽이면 우리가 소드마스터 첫 킬인데······”

“죽인 거 같은데? 흉턴 저 건물 들어가서 안 나왔잖아.”

“나도 그건 아는데, 왜 하필 흉턴이야 재수 없게. 혹시 살아 돌아오는 거 아냐? 그놈 원자로 폭발에서도 살아 돌아온 놈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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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국주의자들은 그 놀라운 위업, 원자로를 터뜨린 그 역사적 복수를 테러라 하더이다. 그분을 헐뜯고자 부르길, 끔찍한 테러리스트라 하고.

그분께서 살아 돌아오신 뒤로는? 조금 다르게 부르던데.

그래, 독재자.

이제 미 제국주의자 쓰레기들은 참마황 폐하께서 독재자라고들 하더군. 그분께서 기껏 피어난 민주주의를 짓밟아버렸다고. 대통령으로 뽑혀놓고서는 황제로 뽑힌 것처럼 행세한다고.

말도 안 되는 모함이오. 그분의 즉위보다 정당한 일은 없었소.

흉턴 경께서는 카르세 제국의 변경백이셨고, 선제후셨소. 황제 선출권과 피선출권을 모두 가지고 계셨단 말이오.

그 와중에 소드마스터가 되셨지.

그즈음에 당대 황제 폐하께서는 노인이셨고 다음 황제 선거가 다가오고 있었소. 당연히, 소드마스터에게 투표해야 제국과 자기네 영지가 평화로우리란 것을 선제후들 모두가 알고 있었어.

다음 황제 선거 결과는 너무나도 뻔했소. 역대 최초로 만장일치로 황제가 탄생할 수 있었단 말이오.

그래, 그대로 시간이 흐르기만 해도 흉턴 경께서는 황제가 되실 수 있었어. 지극히 적법하고 평화적으로.

그대로 시간이 흘러주지 않았지. 그놈의 대마법사! 그놈의 대차원문!

지구 쓰레기들이 쳐들어 왔고, 모든 게 달라졌소.

흉턴 경께서 더 많은 적을 물리치고자 저 멀리 원정을 떠나신 동안, 카르세 제국에 그 잘난 민주주의가 배달되었지.

왜 굳이 다른 곳은 내버려 두고 카르세부터 민주주의를 나눠주었을까?

미 제국주의자들은 카르세 시민들의 자유의지가 승리한 결과라 해. 자기들은 그 뜻을 지지했을 뿐이라고.

그걸 누가 믿나?

고작 수천 명에 불과했던 자유주의자들이 쿠데타에 성공한 것은 자유 정신 덕분도, 국민들의 지지 덕분도 아니었소.

미 제국주의자들이 넉넉히 나눠준 총기와 야포들 덕분이었지. 할버드로 무장한 근위대를 학살하기 충분한 물건들.

민주주의 투사 나리들께 그 흉기들을 공짜로 지원한 이유도 뻔했소. 그네들의 자유 정신을 높이 사서가 아니었지. 카르세 황제 폐하께서 아린 벌판의 양도를 거부했기 때문이야.

카르세 다음에 표적이 된 곳은 후긴이었지 아마. 거긴 왜 민주주의가 배달됐더라?

아, 맞다. 후긴 국왕 폐하께서 오랜 우방인 카르세 제국을 위해 지원병력을 보내려 하셨으니까······.

쓰레기 놈들.

그 모든 과정이 쓰레기였듯 공화니 민주주의니 하는 것도 다 쓰레기요.

참마황 폐하께서는 그 쓰레기 더미 속에 묻힌, 원래 당신의 것이어야 했던 적법한 권리를 되찾으신 것뿐이야.

예나 지금이나, 이 카르세의 정통한 지도자는 단 한 분뿐이오. 현재 미 제국주의자 놈들이 점령하고서 돌려주질 않는, 아린 벌판의 적법한 영주 또한 그분뿐이고.

참마황 폐하 만세.

드래곤과 소드마스터의 고향, 카르세―아린에 영광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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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난 가온이 맨 먼저 한 것은 국제전화였다.

「이미리 그년 전화번호 좀 알아와달라고? 왜요? 아, 예······」

지존무쌍은 우울한 와중에도 시키는 대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온은 이미리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뭐야. 누구야?」

“너 발라버린 잘생긴 오라버니.”

「아스인? 아씨, 아저씨가 전화번호 맘대로 알려줬나보네. 왜? 결투 없던 일로 해주게?」

“그건 안 되지. 결투의 전통은 절대적인데.”

「그럼 왜. 놀리려고 전화했어?」

“아니. 그 도시 떠나서 갈 만한 데 추천하려고. 검술 연습에 도움 될 만한 곳.”

「검술 연습에 도움되는 곳?」

“북한군 싸우는 데 알지? 아린 벌판.”

「아린 벌판? 아······ 북한군이 강제로 냉병기 들고 중세적 전쟁한다는 하는 거기?」

“어. 거기. 총 쏘는 놈 없으니까 칼잡이 날뛰기 좋잖아?”

「거기 막상 칼잡이들이 가보면 활동하기 안 좋다던데? 소드마스터 가온이 0.4 초에 한 번씩 텔레포트해가며 잘 싸우는 칼잡이들부터 골라 죽인다고······」

“그 가온이 넌 직접 안 죽일걸. 딴 놈 시켜서 죽일진 모르지만.”

「왜 그걸 확신해? 당신이 소드마스터야? 그러고보니 후긴의 가온이면, 그······」

“당연히 아니지. 동명이인이야. 이름을 본 딸 만도 하지. 재의 왕자 가온이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하신 분이니? 네이버에는 그분 팬카페도 있단다. 너도 얼른 가입해서······”

「적폐 오브 적폐 찬양은 됐고. 아무튼 거기 가면 칼질 연습에 좋을 거다 이거지?」

가온은 표정을 구기면서 말했다.

“어.”

「북한군이랑 어울리면 국가보안법 걸리는 거 아닐까 몰라······」

그리 중얼거리면서도 이미리는 혹한 기색이었다.

게임 속 카르세 제국의 변경, 아린 벌판.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칼싸움을 하기에 그보다 좋은 장소는 달리 없을 것이다. 확실히 그곳은 냉병기의 천국이다.

그레이엘프 반신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약 2.4km 반경에 열병기의 사용이 엄금되는 그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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