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 소드마스터 흉턴 - [1]
그 칼의 검신(劍身)은 비정상적으로 길고 얇다. 길이 2.5m에 폭 2.4㎝. 찌르기뿐만 아니라 베기 또한 염두에 두었는지 양쪽에 날이 서 있다.
그러나 그 칼로 누군가를 베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검신에는 충분한 무게가 있어야 한다. 무게가 실리지 않은 칼로 무언가를 베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칼의 주인은 검신의 무게가 필요하지 않다.
이 칼의 주인은 흉턴 경이고, 소드마스터다.
소드마스터에게는 검기란 무기가 있다. 칼에 초월적인 절삭력을 부여하는, 초인만의 전유물.
칼날이 벽돌을 파고든다.
그대로 선을 긋는데, 마치 식칼로 두부를 자르듯 부드럽다.
검기 씌운 칼날이 벽의 한 부분을 소리 없이 잘라냈다.
잘린 부분이 아직 뒤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칼을 회수한 뒤, 잘린 부분의 중앙에다 찔렀다. 검신이 벽돌을 파고들자마자 검기를 걷어냈다. 검신에서 절삭력이 사라졌다. 벽돌을 관통한 검신은 잘린 벽 일부와 고정되었다.
그대로 살며시 밀어 조용히 넘어뜨렸다.
벽에 사람 하나 들어갈 통로가 생겨났다.
그 안에 들어가니 병영이었다.
이 안의 예순네 명, 모두 곤히 잠들었다.
그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찌르거나 벨 시간이 없다. 보다 효율적으로.
흉턴은 다시 칼에 검기를 씌운 뒤, 칼끝을 아래로 향해서 칼을 늘어뜨렸다.
검기 씌운 칼끝이 바닥에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칼끝이 바닥에 파고든 그대로, 흉턴은 조용히 걸었다. 병영의 끝에서 저 끝으로.
먹물 묻힌 거대한 붓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쭉 걸으면 길쭉한 선이 하나 그어진다. 끊김이 없는 일직선. 지금 흉턴이 만드는 선 또한 그와 같다.
칼이 닿는 병영 끝에서 끝으로, 하나의 절단선이 그어진다. 바닥과 사람의 몸이 모두 동시에 잘려나간다.
선 하나를 다 그었으면 반대편에 한 줄 더.
약 사십 초 만에 병영에는 선 두 개가 생겨났다. 머리와 몸이 떨어져 나간 시체 육십사 구, 혹은 백이십팔 구가 비린내를 풍기기 시작했다.
비린내가 더 강해지기 전에, 어서 다른 방에도 같은 작업을 치러야 한다.
불침번이 복도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복도에는 나가지 않는다.
굳이 정해진 통로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없다.
다른 병사들이 잠자고 있을 다른 방, 그 방과 이 방을 구분하는 벽에도 아까처럼 문을 만들었다.
벽을 칼을 휙 그어서 잘라낸 뒤 그 안에 들어섰다. 잠자던 예순네 명을 모두 둘로 나누어주었다.
다시 벽에 문을 만들고,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오백사십 명이 잠들던 병영이 궤멸하기까지는 불과 팔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일반 건물처럼 위장한 탄약고. 방금 도시에 들어온 흉턴이 그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화약고 벽을 자르고 안에 들어갔다.
온갖 인화성 물질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저기에 파이어볼 주문을 쓸 줄 알면 좋을 텐데. 평생 검을 휘두르기만도 바빠서 마법을 배울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흉턴은 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찢었다.
파이어볼 주문이 담긴 마법 스크롤. 봉인이 풀린 마법이 양피지를 뚫고 나와 쏘아졌다.
시뻘건 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구(火球)가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
흉턴이 몸을 숨긴 그때, 화약고가 폭발했다.
화염을 등지고 다음 표적을 향해 나아가던 때였다.
화약고의 폭발을 듣고 출동한 것일까? 이쪽으로 뭔가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
장애물을 짓밟으며 달려오는 거대한 무언가, 티거 전차였다.
대처가 놀라울 만치 빠르다. 처음부터 소드마스터의 침입을 기준으로 훈련한 모양이다.
흉턴은 감탄하지 않는다.
티거의 주포가 불을 뿜었다. 발사된 포탄.
흉턴은 지구인들과 수십년 째 오래 싸워왔고, 그게 고폭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으며 폭발 범위도 바로 짐작해냈다.
약 6미터 반경. 뛰어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범위다. 실제로 예전에 피하려다가 휘말려서 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 안다.
사고는 찰나의 순간에 끝나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흉턴은 대각선으로 풀쩍 뛰어 직격을 피했다. 하지만 폭발과 충격파는?
예전 경험으로, 흉턴은 방패를 들고 왔다.
방패를 세차게 바닥에 내리꽂아 그 뒤에 몸을 숨겼다.
쾅 하는 폭발.
방패 뒤로도 충격이 느껴진다. 이 와중에 방패가 찌그러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것은 아다만티움 제인 덕분이다.
방어에 성공한 다음에는 반격할 차례다.
흉턴은 방패를 뽑아내고는 돌격했다. 전차 장갑을 향해 칼을 찔렀다. 두꺼운 장갑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검기 씌운 칼날은 아무런 저항 없이 내부로 파고들었다.
뽑아낸 칼에 피가 묻어나왔다. 전차가 멈췄다.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전차 운전수가 죽기 전에 무전을 해낸 모양이다. 시끄러운 발소리, 한 무리의 병력이 다가오고 있었다.
“비상! 소드마스터! 소드마스터! 화망 유지해! 간격 벌려! 최대한 여기저기서 쏴! 한곳에서 쏘면 안 되고 최대한 넓은 방향에서 쏴야······”
다 들킨 이상 기도비닉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휙 하고 휘두른 칼이 옆에 있던 벽을 잘라냈다. 잘린 벽을 몸으로 밀쳐내며 흉턴은 그 안에 들어섰다.
“어디 갔······”
몸을 숨긴 것은 잠시, 곧바로 벽을 자르고 뛰쳐 나와 여기 모인 병력을 향해 돌격했다.
접근한 동시에 검기 씌운 칼을 휘둘렀다.
길게. 아주 길게.
흉턴의 칼은 원래부터 검신의 길이가 2.5m로 충분히 길었다. 그러나 간단한 조작으로 그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었다.
단추를 누르면 검신 안에 숨겨진 더 얇은 칼날이 뻗어 나와 최대 11m 길이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일단 검기를 씌우기만 하면 칼날이 아무리 빈약하더라도 닿은 부분을 모조리 베어낼 수 있음에 주목한, 드워프들이 만들어준 기계장치다.
팔과 칼이 연결되어 거대한 폭을 그려낸다. 그 12m 범위가 곧 죽음의 범위다.
한 번의 칼질이 12m 반경에 있던 모든 인원의 몸에 가닿았다.
게임 오버로 인한 로그아웃의 연속. 현실이었다면 내용물이 지저분하게 쏟아졌겠지만 이것은 게임이다. 순식간에 생겨난 스무 구 시체들은 깔끔하게 동강이 났다.
그렇다고 태연할 수는 없다.
“뭐야!” “억!” “씹······”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지휘관은 반쯤 공황상태에 빠져 마구 외쳤다.
“그냥 쏴! 아군에게 맞아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막······”
또다시 칼이 거대한 폭을 그렸다. 뭐라 외치던 장교의 목은 다른 네 명의 목과 함께 허공을 날았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반격 비슷한 것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쏴! 총알 아끼지 말고 막 쏴!”
겁에 질린 플레이어들이 마구 쏴 갈기는 가운데, 흉턴은 미리 뚫어둔 벽의 통로로 숨었다.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십 초 뒤, 흉턴은 다른 벽에서 뛰쳐 나와 칼을 휘둘렀다.
*******
이복동과 지존무쌍은 자발적으로 야간 경계근무를 섰다. 이복동은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눈치가 보여서, 지존무쌍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지존무쌍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아, 옛날 생각난다! 군 복무할 땐 이러면서 막 노가리 까고 그랬는데. 우리 복동이는 경계근무 처음 서보겠다? 이제 복동이도 군필자네 아주.”
“아, 예······”
이복동은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대답하기 귀찮아서는 아니었다.
가슴이 심히 콩닥거리는 탓이었다.
오늘 번 돈을 생각해보았다.
가난한 아스 NPC들을 처치한 것이라 비싼 장비들을 노획하지는 못했지만, 노획한 양이 대단히 많았다. 트럭을 가득 채울 정도로.
‘총 한 자루에 사만 원씩만 쳐도 한 사람당 충분히 삼백만 원······’
고작 하루 만에 번 돈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석 달 내내 해야 벌 수 있는 돈.
자고 일어나서 또 싸울 테니, 비슷한 수익을 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놀라운 일이라서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줄은 잘 섰어. 그지?”
“예, 정말······”
심지어 경계근무도 이미 알고 있는 지존무쌍과 함께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섰더라면 어색해서 죽고 싶었을 텐데.
정말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다. 정말 인생에 봄이 찾아온 것인가,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던 때였다.
찌이잉 하고, 도시 여기저기에 설치된 확성기가 진동했다. 이복동이 섬찟한 가운데 방송이 울려 퍼졌다.
「비상! 비상! 소드마스터 출현! 경계근무자 포함, 자는 인원 깨워서 모두 각자 집결지로!」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드마스터?” “아니, 뭔······”
아직 위험은 느끼지 못하면서도 일단 시킨 대로 따랐다. 이복동을 포함한 경계 근무자들은 일제히 총을 들고 집결지로 향했다.
그러면서 전투현장을 보았다.
정확히는, 인간이 도살되는 참극을 보았다. 소대 하나가 갑자기 뛰쳐나온 사람 한 명의 손에 분리되는 장면을 보았다.
“저기 소드마스터!”
건물의 옥상 위, 지원 사격하려던 네 명의 사수들은 총을 쏘다 말고 멈췄다. 적이 사라졌다. 어디 갔나?
저 멀리서 보던 이복동의 눈에는 보였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 벽을 밟고 뛰어오르는 남자를 보았다. 그것이 검기 씌운 칼을 건물 벽에 박아서는 바로 검기를 사라지게 만들어 검을 벽에 고정, 지지대 삼고 벽을 박차는 과정의 반복이란 것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끔찍하게 비정상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억······”
순식간에 옥상까지 오른 흉턴이 검을 휘둘렀고, 사수 네 명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그리 일을 마친 흉턴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멀리서 볼 때는 마치 순간이동을 연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흉턴이 휙 하고 나타날 때마다 비명이 울린다.
도저히 한 사람의 존재감이 아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초인이다. 혼자서 수백 수천의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인간.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명백히 격이 다른 일인. 그 앞에서 평등이니 뭐니 하는 말은 전부 개소리가 되는 존재.
하기야 시가전에서 소드마스터는 거의 무적이다. 모든 건물이 소드마스터의 엄폐물이요, 그 탓에 사격 범위는 극히 제한된다. 참호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제한된 조건에서 소드마스터를 죽일 수는 없다.
이복동은 지원사격 해야겠다는 생각도 잊었다. 그저 들키기 싫어 납작 엎드려서는 몸을 떨었다.
위아래 턱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고작 게임에 과몰입이니 뭐니 해도 공포를 느낀다. 공포 게임에서 귀신을 보면 무서운 것처럼, 도저히 태연할 수가 없다.
언뜻 보니 지존무쌍도 덜덜 떨고 있었다.
지존무쌍이 중얼거렸다.
“내 돈······”
그 말에 이복동도 퍼뜩 하고 놀랐다.
아, 맞다. 지금 죽으면 끝장이다. 오늘 노획한 아이템들은 환전은커녕 경매장에 맡기지도 못했다. 지금 죽으면 트럭째로 모조리 잃고 만다.
“나, 나나나, 나는, 바로 트럭 갈게······ 튀어야······”
지존무쌍의 말에 이복동이 중얼거렸다.
“아니, 모여서 싸우라 했는데······ 그거 명령인데요······.”
“명령이고 뭐고······ 번 돈은 건져야지······”
지존무쌍이 달려나가는 가운데, 이복동은 차마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집결지로 향하던 이복동은 괜히 말리지 않았나 후회했다. 자기 재산이라도 챙기겠노라 결심한 사람은 지존무쌍 혼자가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플레이어들이 도주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전투에서 다른 플레이어들도 제법 많은 전리품을 건졌다. 그 모든 것을 잃게 생긴 지금, 여기 모인 그들은 군대가 아니었다.
마치 진짜 전쟁처럼, 모든 것을 잃게 생겨 겁에 질린 불쌍한 사람들에 불과했다.
그동안의 전리품을 챙기고자 도주하는 플레이어들. 심지어 이 지경에 아이템 도둑질을 시작한 플레이어도 있었다.
“다 실었음 빨리 달려! 이러다 성문 막힌다, 빨리, 빨리!”
혼란 중에 지휘관이 여기저기 총을 쏴갈기며 외쳐댔다.
“헛짓 말고 모여서 싸우라고 새끼들아!”
그러나 소용이 없다.
짐을 실은 차량들이 마구 달리는 가운데 저기선 비명이, 저기선 총성이 울리는 아비규환이 계속되었다.
“성문 닫혔어! 절대 안 열어줄 거고! 싸워서 이겨야 재산 챙긴다고 새끼들아! 싸워야······”
외치다 말고, 맥이 풀린 지휘관이 주저앉았다. 표정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이복동도 덩달아 울고 싶어지는 가운데, 지휘관이 이복동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말을 걸었다.
“댁······ 그······ 좆나 센 아스인 양반. 어디서 자는지 알죠?”
“예? 아, 예······”
“그럼 가서 깨워요. 불러와.”
“예? 왜······”
“그 양반 뭔지 몰라도 좆나 세잖아! 이름부터 가온이고······”
논리라곤 없는 지시였지만 이복동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은 그 판타지 주민뿐이다.
이복동은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겨우 병영에 도착했다. 그러나 안도는 들지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비린내.
들어가 보니, 병영은 이미 피바다였다. 이복동은 기가 막혀 주저앉았다.
이제 희망은 없다. 오늘 번 돈은 전부 사라질 테고, 내일 번 돈도 마찬가지다.
‘내 인생이 뭐 이렇지.’
자포자기로 가온이 잠든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시체들이 즐비했지만, 그 와중에 가온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혹시?
이복동은 부랴부랴 가온의 짐을 챙기고는 병영을 뛰쳐나갔다.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일단 달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계속 달린 그곳에 가온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인가, 아니면?
“뭔 일 일어났냐면······”
이복동의 말을 가온이 가로막았다.
“알아. 소드마스터니 뭐니 소리 다 들었거든.”
여긴 소리가 들릴 만한 위치가 아닌데.
그 사실은 지금 신경 쓰지 못했다. 가온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장비 챙겨주러 온 거지? 고마워.”
“저 여기 오는 거 알았어요?”
“발소리 듣고. 발소리로 평소보다 무거운 거 계산해보니 검뿐만 아니라 포션도 잘 챙겼더라. 잘했어.”
이복동은 울 것 같았다.
*******
‘설마 내 대전사가 오락에서조차 제때 자지 않고 딴짓을 할 줄은 가장 뛰어난 예언자조차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심지어 네 여신 또한 이 비극을 예상하지 못했나니, 참으로 놀랍고도 참담한 일이로다.’
여신께서 한탄하시자 가온이 대답했다.
‘노여움을 푸십시오, 여신이시여. 사죄의 의미로 여신께 영광스러운 승리를 바치겠습니다······ 제 적수가 찾아왔습니다.’
가온은 이복동이 가져온 짐에 섞여있던 오거 포션을 마셨다.
복용자에게 일정 시간 괴력을 부여해주는 포션. 혼자서 중기관총을 드는 등의 쓰임새가 있어 상당히 비싼 물건이었지만, 오늘의 전투을 위해 몇 개나 사두었다.
아다만티움 칼을 뽑아 들고, 전투의 현장으로 나아갔다.
비명이 가온을 목적지로 안내해주었다.
계속 걸은 끝에 저기 소드마스터가 보였다.
기습을 준비했다.
세간에는 불가능하다 알려진 일이었다. 멀리서 쏜 총알도 알아채고 피하는 소드마스터에게 기습을? 어떻게?
가온은 소드마스터의 전투 감각이 어찌 작용하는지 안다. 간혹 예지 능력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그 능력은 실제 예지는 아니다. 그것은 오랜 전투로 다져진 감각이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발휘하는 본능적인 추리요, 판단이다.
그러니까 위험을 알아챌 자그마한 단서조차 없으면 전투 감각은 발동되지 않는다.
투명화, 완벽하게 소리 없는 발걸음이면 소드마스터를 상대로도 기습을 성공시킬 수 있다.
가온은 그렇게 했다.
“한꺼번에 쏘라고 씨발!”
흉턴이 칼을 휘두르고, 울부짖던 장교의 목이 하늘을 나는 가운데, 그 등 뒤에 가온이 칼을 찔렀다.
파고드는 감촉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