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종결
그리고 몇 번이고 다시 수 많은 설정의 생존게임을 경험한 강준이었지만 그 생존 게임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가지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동료였던 이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나타나기도 하면서 강준의 옆에 섰다.
‘익숙한 느낌.’
동료의 죽음이 너무나도 낯설지 않다고 느낄 때 강준은 이상함을 느꼈고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또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이상함을 느꼈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강준과 가상의 세계 간의 괴리감을 점차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은 점차 쌓이고 싸여 기억에 흔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 더 이상 이런 짓 하지 않을 거야. 미안해 강준. 정말 미안해. 나를 이해해 줘.”
“엘리.”
그 것은 강준만이 느낀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점차 어긋나는 부조화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시작했다.
강준도 그런 부조화에 점차 정신적으로 붕괴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준은 끝까지 버텼다.
“왜? 또 나한테 죽으려고?”
“너하고 난 이번에 처음 만나는 건데.”
“응?”
제니퍼가 강준에게 한 말에 강준은 우리 서로 처음 봤다는 말을 했다.
그녀는 그런 강준의 말에 멍하니 강준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순간 나온 말이었지만 그녀도 강준을 지금 처음 보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
“…….”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지만 그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
“데런은 무사히 나간 모양이야.”
“데런? 그 칼잡이? 아니. 그게 누구지?”
제니퍼는 의아해 하면서도 데런이 누군지를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니가 나갈 차례야.”
강준은 미소를 지으며 제니퍼를 향해 검을 내밀었다.
“다음 번에는 나니까 기다리고 있어.”
“…….”
제니퍼는 강준이 내민 날카로운 단검을 받아들고서는 미소를 짓는 강준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니퍼는 강준의 몸을 껴안았다.
“빨리 와. 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익숙하네. 혹시 너 내 숨겨진 애인이었냐?”
“글쎄. 뭐 많이 하기는 했지.”
강준의 말에 제니퍼는 피식 웃으면서 강준의 몸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제니퍼는 모든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강준은 사실 빨리 나올 수 있었다.
기억에는 없지만 몸과 감각이 기억하고 있는 수 많은 경험들 속에서 생존게임에 최적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흐음! 너무 오염이 많이 되어 있는데.”
“그래도 그 정도의 실험체도 없습니다.”
강준의 데이터를 보면서 고민을 하는 연구원들은 당장이라도 폐기를 해야 하는 강준임에도 폐기를 할 수 없었다.
자신들 뿐만 아니라 윗 선에서도 강준을 주시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오염이 되더라도 묵인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있었다.
강준에게서 무언가의 가능성을 엿본 모양이었다.
“보통 이 정도라면 자살을 했을 텐데 어떻게 보면 대단하긴 대단하지.”
“후우!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이런 우릴 이해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내젖는 연구원들이었다.
“진실은 때로는 대단히 가혹한 법이지. 자! 이번이 이 친구에게는 마지막 실험이 될 수도 있으니 준비를 시작하지.”
다시 창조된 세계.
그리고 그 창조된 세계에 떨어져 버린 수 많은 실험체들.
그렇게 치열한 생존을 위해 싸우고 또 싸워서 결국 마지막을 결정했다.
“또 니 놈이냐? 정말 빌어먹을 놈이군.”
“그러게 우리 악연이 꽤나 고약하지. 팔루.”
강준은 이제는 몇 번이나 싸운 것인지 알 수도 없는 팔루를 바라보며 이제는 정이라도 든 것인지 피식 웃었다.
“제길! 니 놈은 도저히 못 당하겠다. 그래. 죽여라. 다음에 나가지 뭐.”
“너도 안 거냐?”
강준의 말에 팔루는 화를 내며 외쳤다.
“그럼 모르겠냐. 빌어먹을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난도 정도 껏 쳐야지. 나가면 그 놈들 전부 죽여 버릴 거다.”
팔루는 이제는 강준에 대한 분노보다는 이 세계의 밖의 존재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사실상 이 실험장은 폐기 처분이 내려질 정도로 오염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오직 강준이라는 실험체 덕분에 유지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다음에 보자.”
“안 아프게 죽여. 기분 더러우니까. 그리고 그 놈들한테 안부 전해 주고. 딱히 악감정이 있었던 건 아니니까. 흐음! 혹시라도 멕시코 올 일 있으면 펜실리아라는 주점에서 내 이름 대면 될 거다.”
팔루는 웃고 있었다.
강준 때문에 지금까지 나가지 못하고 있었던 팔루였다.
팔루도 자신이 살리고 싶은 이들을 먼저 내보내기 위해 자신의 탈출을 막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강준이 마지막으로 나간다니 다음 생존은 자신이 될 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팔루는 모르고 있었다.
강준을 끝으로 이번 실험은 완전히 종료되며 이번 37번 실험체들은 전부 폐기 처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최종 생존자로 실험체 317번이 결정 되었습니다. 37번 실험 전체에 대한 소각 작업이 시작됩니다.-
강준은 몽롱한 상태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미소를 짓고 있던 팔루를 떠올리고서는 다급히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언가 자신의 몸이 단단하게 고정이 되어 있는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고 있었다.
-317번 실험체를 강화 신체에 주입하기 시작합니다.-
‘강화 신체?’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강준은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저항을 하려고 했지만 부질없는 저항인 듯이 강준은 어디론가로 빨려 들어갔다.
“크윽!”
그렇게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과 함께 강준은 몸이 움직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것인지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여…여긴 어디지?”
강준은 자신을 붙잡고 있던 철제 장치가 풀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다지 크지 않은 방이었다.
아니 무슨 컨테이너 같은 느낌의 길고 긴 방 안에 몇몇 기계들과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실험실이라기보다는 어떤 기계를 만들었던 기계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위잉! 철컥!
강준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희미하게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몸을 일으켜서는 그 문 쪽으로 다가갔다.
“무슨 소리지?”
아직 신체가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시끄러운 소음이 가득했다.
강준은 천천히 손으로 문을 밀어서는 열었다.
“으윽!”
환한 빛과 함께 밀려오는 따가운 햇살은 왠지 모르게 지금의 상황이 현실임을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내 보이는 광경에 강준은 멍하니 세상 밖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아직 안 끝난 거야?”
온통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 속에 강준이 들어가 있었던 컨테이너 박스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분명 끝이 났다고 알고 있었는데 끝이 난 것이 아닌 듯 했다.
강준은 이를 악물며 화를 내려는 그 순간 자신의 몸을 붙잡는 느낌에 주먹을 내질렀다.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지만 상대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은지 강준 자신의 주먹을 붙잡는 것이었다.
“워워! 오랜만에 봤는데 주먹질부터야?”
“뭐?”
강준은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에 멍하니 자신의 주먹을 붙잡고 있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밀러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밀러?”
“그래. 이제야 나온 거냐? 기다리기 지루했다고.”
분명 자신보다 먼저 나갔던 밀러가 이 곳에 있자 강준은 이해 할 수 없다는 듯이 의아해 했다.
“말하자면 길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야.”
“현실이라고? 이게 말이야!”
강준은 화를 내며 외쳤다.
온통 파괴된 도시 속에 다시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인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라고 하니 믿기 어려울 뿐이었다.
“강준! 기억해 내라. 그 날의 기억을!”
“뭐? 그 날? 무슨!”
강준은 그 날이라는 것에 인상을 쓰며 말을 하려다가 이내 멍해졌다.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마.”
“그래. 우린 수 많은 인류 중에 선택받은 거다.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그 미친 짓을 해서라도 선택이 되어야만 했으니까.”
밀러의 얼굴은 잔득 굳어 있었다.
강준도 온통 뒤죽박죽인 기억 속에서 인류가 멸망을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밀러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자신들은 실험을 받은 것이 아니라 훈련을 받은 것이며 그 훈련을 통해 인류를 다시 번성시켜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냥 다를 것 없다. 그냥 그 빌어먹을 생존 게임을 계속 해야 한다는 거지. 단 이번에는 정말로 죽는다는 것이고 정신력 약한 이들은 애초부터 진실을 마주 보지 못한다는 거지.”
“너 강해졌구나.”
강준은 밀러가 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으니까. 가자. 동료들이 기다린다.”
강준은 밀러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빌어먹을 이런 걸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고.”
자신의 신체를 바라보았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신체를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 발달은 양날의 검처럼 인간 자체를 파괴할만한 괴물을 탄생 시켰다.
그리고 괴물과 더불어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면서 인류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결국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 곳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을 포기 할 수는 없었다.
그 괴물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전사들이 필요했고 바이러스에 이겨 낼 수 있는 항체를 가진 신체가 필요했기에 수억명이 넘는 인간들은 생존 게임을 통해 괴물들과 싸울 강인한 전사들을 만들어 내서는 세상 밖으로 내 놓았다.
“결국 우리는 도구에 불과했을 뿐인 거냐?”
“아쉽게도 그래.”
강준은 밀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은 너무 가혹했지만 강준은 싸울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누군가가 우리를 속이고 있지는 않잖아. 그러면 된 거지.”
“그래. 그렇군.”
강준은 밀러와 함께 컨테이너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작품 후기]
지금까지 갯어 라이프를 사랑해 주신 독자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