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종결
좁지 않은 공간이지만 갇힌 공간.
실험실의 쥐처럼 불안에 떨며 점차 공격성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못했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
“…….”
아무런 말 없이 서로가 서로를 죽인다.
“까아악! 살려 주세요! 제발요! 아저씨! 죄송해요! 제발!”
2차 실험자들은 저항을 하기보다는 용서를 구한다.
그런 2차 실험자들을 무참히 죽일 뿐이었다.
“씨발! 이 개자식들아! 그만 해! 그만하라고! 으윽!”
2차 실험자들 중에 저항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1차 실험자들은 저항하는 자들부터 차근차근 죽여 나갈 뿐이었다.
이미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 따위는 없는 이들이었다.
그 작은 마음의 각오가 거침없이 흉기를 휘두르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인지 아니면 바란 것인지 해결사들은 움직이지 않은 채로 이 지옥같은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후우! 담배 하나 있었으면 좋겠군.”
강준은 중년 남자의 말에 호주머니에서 종이 조각을 하나 꺼내었다.
그리고서는 근처에 있던 마른 풀 잎 몇 개를 땅바닥에서 주었다.
“응? 허!”
중년 남자는 강준이 주운 풀 잎을 보고서는 어이 없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풀 잎 위의 식물의 싱싱한 이파리들을 보고서는 그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챈 것이었다.
정말이지 상상도 못한 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강준은 그 풀 잎을 짓이겨서는 종이로 둘둘 말았다.
제대로 말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데로 모양은 만들어졌다.
그리고서는 근처의 마른 풀들을 모아서는 불을 지피려고 하는 것이었다.
“도와 주시겠습니까?”
“그…그러지.”
주변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끔찍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강준과 밀러 그리고 이름 모를 중년 남자는 정말이지 한가한 짓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불까지 피우고서는 강준이 만든 대마초 담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대로 말린 것도 아니고 질이 대단히 좋지 않습니다. 건강에 대단히 안 좋습니다.”
“그렇군.”
중년 남자는 강준의 말에 정말 걱정이라는 듯이 대답을 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강준이 만드는 대마초 담배에서 시선을 때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죽을지 모르는 판국에 건강 걱정을 하는 것이 웃기기도 했지만 다들 장난을 치거나 할 여유나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담배 하나 피려는 것 치고는 과도하게 시간을 소모해서 어설픈 담배 하나를 만들어낸 강준은 조그마한 모닥불에 종이로 싼 대마초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욱!
불어 타는 대마초 담배를 입에 물고서는 살짝 빨자 독하디 독한 연기가 입 속으로 그리고 폐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핑!
강준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에 두 눈을 깜빡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정말이지 강렬한 느낌에 몸서리가 쳐졌다.
“쿨럭! 쿨럭!”
거기에 독한 연기에 기침이 연신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강준은 다시 한 번 대마초 담배를 빨았다.
“후우!”
몸이 나른해지며 긴장감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강준은 그렇게 두 번을 빨고서는 밀러에게 내밀었다.
꿀꺽!
밀러는 강준이 내민 대마초 담배에 침을 삼키고서는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얼마 만에 피는 담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기쁨이었다.
“쿨럭! 쿨럭! 쿨럭! 제길 드럽게 맛없네.”
밀러는 기침을 하면서도 몇 번 더 빨면서 대마초 담배 연기를 폐 속에 집어넣었다.
머리 속이 핑핑 도는 느낌과 함께 몸의 통증이 완화 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몇 번 흡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만이라도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밀러는 무심코 다시 흡입을 하려고 했지만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중년 남자의 시선에 몸을 움찔 떨었다.
정말이지 살인을 해서라도 빼앗겠다는 느낌에 밀러는 미안한지 머리를 끄덕이고서는 기다리고 있던 중년 남자에게 건네었다.
“고맙소.”
중년 남자는 대마초 담배를 피우고서는 담배 연기를 입 밖으로 뿜어내었다.
확실히 질이 좋지 않아서 대마초의 효과를 본다기 보다는 이산화 탄소나 일상화 탄소를 흡입하는 느낌이었다.
단지 행위로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정도였다.
“진작 알았으면 이 곳이 마냥 지옥 같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
나름 즐길 거리가 찾아보면 있었다.
띠! 띠! 띠!
중년 남자의 손목에서 손목폭탄이 점멸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여유가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중년 남자의 속목 시계는 시간이 다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일주일 동안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흐음! 이제 다 된 건가?”
타이머는 경고를 하는 듯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후우! 정말 깜빡했구만. 깜빡했어.”
깜빡을 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지만 중년 남자는 아무래도 좋았다.
우연찮게 담배도 하나 피어 보았고 어차피 살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남에게 피해도 안 주고 피해도 안 받고 죽을 수 있는 상황이 좋았다.
“쿨럭! 쿨럭! 독하네. 그래도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닌가 보우.”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며 두통 등의 통증이 사라지는 대마초의 효능에 점점 중년 남자는 빠져들고 있었다.
강준이나 밀러는 남자의 손목 시계가 점점 줄어들어 깜빡이는 것을 보았지만 중년 남자의 선택을 막지 않았다.
아니 막을 수 없었다.
“고맙소.”
중년 남자는 그 말과 함께 손목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남자는 두려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펑!
폭음과 함께 중년 남자의 머리가 날아가 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퍼져서는 주변을 적셨다.
강준과 밀러는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중년 남자의 피와 함께 뼛조각이 날아온 것인지 강준의 뺨에 붉은 실선이 그어졌지만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땅바닥에 떨어진 대마초 담배의 연기를 바라보았다.
덥썩!
대마초 담배를 집은 것은 강준도 밀러도 아니었다.
“하아! 하아!”
덩치 커다란 남자 한 명이 피를 흘린 채로 거의 다 타가는 대마초 담배 꽁초를 입에 물었다.
“후읍! 후으!”
이제는 손가락 끝으로 붙잡아야 겨우 붙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 꽁초였다.
“후아! 살겠다. 살겠어!”
뭐가 그리도 살겠다는 것인지 웃음까지 지으며 말하는 것이 웃겨보였다.
“고통 없이 보내 주쇼.”
덩치 커다란 남자는 점점 타들어 가는 대마초 담배가 아깝다는 듯이 손가락이 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대마초 담배를 빨았다.
“호! 호!”
우득!
커다란 덩치와는 달리 귀여운 모습으로 담배를 피던 남자의 목이 단숨에 꺾여 버렸다.
강준은 수십명은 넘을 것 같은 시체들을 바라보며 덩치 커다란 남자의 몸을 내려놓았다.
도망가던 이들은 이 곳을 포위하고 있던 해결사들에게 전부 사살 되었을 것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강준과 밀러 단 둘 뿐이었다.
“이제 끝이네.”
“그래. 이제 다 끝났다.”
밀러의 말에 강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이라고 대답을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 사람이었다.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먼저 가 있어라.”
“훗! 내가 니 시다바리가? 니가 가라.”
“……?”
밀러의 말에 강준은 언젠가 본 영화 속의 대사를 했다.
당연히 밀러는 강준의 말이 뭔 소리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강준이 하고자 하는 말은 알 수 있었다.
“니가 먼저….”
밀러는 자신보다 강준이 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강준을 설득하려고 했다.
밀러 자신도 강준이 자신을 살리고자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밀러는 두 눈을 크게 뜨고서는 강준을 바라보았다.
주륵!
자신의 손에 쥐어진 날카로운 단검과 밀러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강준의 단단하지만 따뜻한 손이 느껴졌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아!”
“멍청하게 그런 눈 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 테니까. 맥주에 소세지 준비해 놔라.”
강준은 그 말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몸이 무너졌다.
“강준! 이 새끼야! 이게 무슨 짓이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밀러는 쓰러지려는 강준의 몸을 붙잡으며 흔들었지만 강준의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안 돼! 안 된다고!”
밀러는 비명을 질렀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
“미션이 끝났습니다. 예! 최종 생존자는 1차 실험자입니다.”
밀러의 뒤에서 군인 복장을 한 남자가 누군가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