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놀라운 진실
이제 그만 끝을 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강준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아무리 힘을 내보려고 해도 더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의미없는 생존 게임은 생존의 의지조차도 희미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이 턱 아래까지 치솟아 와서는 심장을 두드리고 있었다.
근육 또한 터져 버릴 것처럼 피로감을 보이고 있었다.
부족한 영양과 휴식은 육체를 점차 망가트려서는 이제는 더 이상 회복 불가의 상태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빌어먹을 정도로 리얼하네.”
진짜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라면 이토록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단지 상상 속의 세계이기도 한다면 자각을 하는 순간 힘겨움이 사라질 법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의 세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힘겨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익!”
정신없이 도망가는 와중에 다른 생존자와 마주쳤다.
그도 도망가고 있었다는 듯이 강준과 밀러를 보자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강준과 밀러가 자신과 같은 생존자임을 알아보았지만 강준의 손에 들린 소총에 두려움에 떨었다.
“사…살려 줘. 우리끼리 이제 싸울 필요는 없잖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그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상태였다.
물론 그 것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존자 서로 간에 싸움은 의미가 없으며 차라리 같이 힘을 합쳐서 생존자들을 사냥하는 해결사들에 대항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
강준이나 밀러 모두 그 생존자의 말에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자 생존자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설득이 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죽게 되는 거 억울해서라도 반항이라도 해 봐야 하는 거잖아. 빌어먹을 새끼들.”
그 남자는 정체불명의 군인들을 떠올리며 욕을 했다.
지금까지 자신들끼리 싸우게 만들더니 이제는 필요가 없다는 듯이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강준은 그런 남자의 모습에 때로는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서는 소총을 들어 남자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탕!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죽음이 찾아왔다.
“미안하다.”
더 이상 죽음이 축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강준은 진심으로 미안해 했다.
또 다시 끔찍한 생존 게임을 하게 될지도 몰랐다.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그런 생존 게임이었다.
밀러도 그런 강준의 행동에 말 없이 죽어 넘어진 시체를 보고서는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두렵다.’
강준에게 마지막을 양보해 주겠다고 결심을 하고 또 했지만 죽은 시체를 보며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다시 처음부터 죽고 죽이는 생존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만약 강준이 이 세계를 탈출하면 내 기억 속에 강준은 남아 있는 것인가?’
밀러는 의문이었다.
만약 만들어진 기억이라면 강준이 이 세계를 떠나고 난다면 자신에게 강준이라는 존재가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밀러는 조금은 두려운 듯이 강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좋은 친구였다.
좋은 추억도 함께 나누었고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
밀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잡생각을 떨쳐내었다.
‘어차피 그 만들어 진 기억도 정확한 것이 아니야. 우린 정말 친구였고 알 수 없는 작자들에게 붙잡혀서 이 과정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잖아.’
밀러는 붙잡혀 온 시점부터 기억이 지워지고 계속 무한 반복을 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도 있었기에 자신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강준이 먼저 이 지옥 같은 세계를 빠져나가고 난 뒤 밀러 자신도 반드시 이 곳에서 빠져나와 강준과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마도 자신들을 납치해 낸 자들의 능력이라면 생존 게임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 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니 차라리 그러는 것이 더 나을 거다.’
밀러는 차라리 이 끔찍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고통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타타탕!
“이 쪽으로.”
“그래.”
강준은 총소리에 다시 몸을 움직였다.
자신 혼자라면 포위망을 뚫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부상을 입은 밀러와 함께라면 어려웠다.
더욱이 해결사들을 아무리 죽인다고 해도 계속 올려올 것이 분명했기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쪽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강준은 사냥을 하면서도 점점 한 쪽으로 유도를 하고 있는 듯한 움직임을 느꼈다.
그들은 생존자들을 한 곳으로 모을 생각인 듯 했다.
물론 걸리는 모든 생존자들을 살해하고 있었기에 실상은 포위 섬멸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렇게 강준과 밀러는 쉬지도 못하고서는 바람에 휘말린 나뭇잎처럼 흩날렸다.
그리고 그런 위태로운 나뭇잎들은 강준과 밀러 뿐만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총상을 입은 것인지 옆구리에 피가 흘러내리는 남자 하나가 인상을 찡그린 채로 도망을 가고 있었다.
그런 이들 옆으로도 생존자들이 하나 줄 보이고 있었다.
“크으으으윽! 흐으으흑!”
개중에는 땅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그 동안 볼 꼴 못 볼 꼴 모두 보았음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로 제 정신을 유지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탕!
그리고 그렇게 주저앉은 이들의 머리에는 총알이 관통해 들어가며 더 이상 정신 충격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정말이지 아무리 해도 이 짓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니까.”
“입 다물고 빨리 몰아. 벌써 위험 수치까지 올라왔다.”
“알겠습니다.”
해결사들조차도 정신적인 피로감이나 충격이 상당한 작업이었다.
“저거 막아!”
퍼억!
정신적인 충격이 도를 넘어선 것인지 자살을 하려는 남자를 향해 해결사 한 명이 발길질을 했다.
“크윽!”
얼얼한 통증에 왜 자신이 죽는 것을 말리냐는 듯이 노려보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새끼! 죽어도 우리 손에 죽거나 다른 놈 손에 죽어.”
탕!
머리가 터져 죽는 남자를 힐끔 보고서는 고개를 돌려서는 동료들과 함께 움직인다.
그렇게 차근차근 좁혀 오는 해결사들의 움직임에 결국 자살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 채로 실험실의 쥐들처럼 극도의 혼란 속에 죽어가야만 했다.
-실험은 실패했다. 다시 리셋을 한다. 하지만 규정대로 한 명을 최종 선발한다. 단 1차 실험체에 한 해 진행되니 1차 실험체들이 모두 사망하면 전원 도살 처분하라.-
해결사들은 자신들의 손목에 있는 전술 컨트롤러의 액정에 표기된 문장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차 실험체들보다 2차 실험체들이 더욱 빨리 사망해 나가고 있었지만 1차 실험체들의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죽음의 경계 사이에서 정글에 적응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2차 실험체들이 1차 실험체들보다 움직임이 재빨랐다.
그들 스스로는 자신들이 강해졌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실상은 현실의 건강한 성인들보다 체력이나 힘 그리고 민첩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기는 강준조차도 마찬가지였다.
생존자들이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하면서 시야 자체가 극도로 좁아져 버렸기에 강준의 움직임이 마치 귀신같을 정도로 날렵해 보인 것 뿐이었다.
물론 경험이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짧은 시간 동안의 전투에 있어서는 강준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 할 수 있었다.
타탕! 철컥!
“…….”
강준은 마침내 탄환마저도 바닥이 나 버리자 무기를 버리고서는 자신과 같은 생존자들이 득실거리는 방향으로 밀러와 함께 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