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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어 라이프-153화 (153/161)

##153 죽음으로 가는 열쇠

지독한 허무함에 강준은 자신의 몸 위로 쓰러진 제니퍼를 품에 안은 채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크윽! 큭!”

“도…독이다.”

그녀의 마지막 선물인지 강준마저 죽이려고 다가오던 해결사들은 독에 죽어갔다.

“이 봐.”

강준은 마치 편안한 잠에 빠져든 듯이 눈을 감고 있는 제니퍼의 몸을 흔들었다.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의문만을 자신에게 만들어 주고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그녀였다.

자신조차 그녀를 결코 죽일 수 없을 만큼 강인하고 무서웠던 여인이었다.

“이 봐. 일어나. 일어나라고.”

강준은 고약한 장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을 찡그리며 제니퍼의 몸을 흔들었다.

아직 따뜻했다.

피조차도 차가울 정도로 냉혹하고 차가울 것만 같은 제니퍼의 몸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아니 오히려 뜨거울 정도여서 강준의 몸조차도 같이 태워 버릴 것만 같았다.

강준 자신의 몸 위에 올라가 연신 열기를 뿜어내고서는 자신의 몸의 열기마저도 다 빼앗아 가서는 태워버릴 만큼 뜨거운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죽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방금 무슨 소리를 했던 거야? 마저 이야기 해 줘야지. 나 대신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일어나 봐.”

강준은 제니퍼와 자신이 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희생자임도 알고 있었다.

그녀와 몇 번의 사랑을 나누었지만 강준은 그녀가 실상은 겁에 잔득 질려 있었음을 마지막 사랑의 행위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아! 그래. 나도 곧 갈게. 그리 외롭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강준은 눈을 감은 채로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는 제니퍼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가 했던 말이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분명 강준은 들을 수 있었다.

“아가야. 미안하다.”

그 아기가 자신의 아기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고 정말로 제니퍼가 임신을 한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은 그냥 그렇게 시작도 하지 못한 생명에 미안해했다.

강준은 한참을 제니퍼의 몸을 쓰다듬어 주다가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걸어서는 죽어 있는 해결사들의 옆에 놓여져 있는 총을 들어올렸다.

“뭐 때문에 이리도 발버둥이었는지 이제는 모르겠네.”

한국에 남아 있던 가족들 때문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죽고 싶지 않다는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삶에 대한 욕망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절망적이고 끔찍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정말이지 죽기 싫었다.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는 생각도 결국에는 자신이 살기 위한 생각에서 나왔다.

결국 강준은 그 누구보다 살고 싶어했고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강준의 생각대로 강준은 남들보다 좀 더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 보였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강준은 더 이상은 살고 싶지 않았다.

철컥!

그렇게 강준은 소총을 재장전하며 누런색의 탄환이 약실에 장전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작은 탄환 하나라면 자신의 힘겨움을 덜어줄 수 있을 터였다.

강준은 그렇게 총구를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소총으로 자살을 하는 것이 권총에 비해서 상당히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면 끝날 일이었다.

그러면 먼저 떠난 동료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강준은 더 이상 힘겨운 표정이 아닌 개운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타앙!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탄환이 회전을 하며 총구를 향해 발사되었다.

연약한 인간의 피부와 뼈 따위는 그대로 관통해 버릴 정도의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강준은 자신의 죽음을 예상했지만 이내 자신의 두 눈에 보이는 광경에 인상을 찡그려야만 했다.

“뭐지?”

“하아! 하아! 그…그만 둬.”

강준은 자신의 몸을 밀어낸 것이 자신의 친구인 밀러임을 알아 보았다.

총구가 발사되기 전에 자신의 몸을 밀어 넘어트렸고 총알은 허공을 가지고 지나가 버렸다.

강준은 다시 만난 밀러에 반가울 법도 했지만 괜한 짓을 저질렀다는 듯이 밀러를 노려보고 있었다.

“강준. 뭐하는 짓이냐?”

“그러는 너는 뭐하는 짓이지.”

강준은 자신의 몸을 붙잡고 있는 밀러를 무심하게 쳐다보고서는 그대로 발을 들어 밀러의 배를 걷어차 버렸다.

“크윽! 쿨럭! 쿨럭!”

밀러가 강준보다 덩치가 더 컸지만 밀러의 몸은 형편없이 튕겨져 나갔다.

아직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듯이 밀러는 거친 기침을 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아저씨!”

강준은 곧바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뒤돌아보았다.

“밀리나?”

아직 살아있는 것이 의외였지만 그런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아니 어차피 연약한 그녀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든 말든 강준에게는 더 이상의 관심도 없었다.

고작해야 행운을 빌어주는 것 말고는 할 말도 없었기에 강준은 땅바닥에 떨어진 소총을 다시 움켜 쥐었다.

“안 돼요! 아저씨!”

밀리나는 강준이 다시 자살을 하려고 하자 눈물을 흘리며 강준에게 매달렸다.

“저리 비켜!”

강준은 자신의 몸에 매달리는 밀리나를 거세게 밀어 버렸다.

별다른 힘도 없는 그녀로서는 강준의 힘을 이기기란 어려웠다.

“아앗!”

밀러와 마찬가지로 땅바닥을 구르며 넘어진 밀리나는 강준이 원망스러웠다.

강준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여전히 없었지만 강준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죽음은 해결이 되지 않는 도피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 것이 주제넘은 간섭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당사자의 심정을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밀리나가 아무리 말을 해 본다고 해서 강준의 마음이 변할리는 없었다.

강준은 다시금 소총을 자신의 복부에 대고서는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강준! 지금 죽으면 안 된다니까!”

“…….”

밀러의 고함에 강준은 잠시 멈추고서는 밀러를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밀러였지만 여전히 강준은 여전히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인해 죽고 싶다는 마음만이 강했다.

“그래. 너도 뭔가 알아차린 모양이구나.”

강준은 밀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밀러는 그런 강준의 말에 표정이 굳은 채로 말했다.

“너도 알고 있었던 거냐? 그런데 왜?”

밀러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외쳤다.

알면서도 지금 자살을 하려고 하는 것이 정말이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난 자신이 없다.”

강준의 말에 밀러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서는 강준을 향해 걸어와서는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얼얼할 정도로 통증이 났다.

강준은 또 다시 넘어져서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밀러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동안 패기 처분 당한 사람들은 뭔데.”

“…….”

강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후우! 후우! 나는 봤다. 그 놈들을 그리고 알겠더라. 우리가 자진해서 이 곳에 들어왔다는 것을 말이야.”

밀러의 말에 밀리나는 꽤나 놀랐다.

아니 강준도 조금은 놀라고 있었다.

“우리가 이 곳에 자진해서 들어왔다고?”

강준은 너무나도 리얼하고 생생한 감각이 진실이 아닌 거짓임을 알았다.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았다.

강준이 본 광경.

그 것은 현실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이 지워진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거짓임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생생해서 그 어떤 결정도 쉽사리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가짜 세계.”

“그래. 가짜 세계야. 그런데 말이다. 가짜 세계라고 해도 진짜야. 여기서 죽으면 정말 죽는다.”

강준은 인상을 찡그리며 밀러를 바라보았다.

강준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쩌면 가상현실과 같은 세계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이 곳에서 죽으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밀러가 해준 말은 조금은 의외였다.

“너 어디서 뭘 본 거야? 아니 너 죽었던 거 아니었나?”

강준은 분명 밀러가 살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었다.

사실상 죽은 상태였기에 강준도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다시 나타나서는 마치 꿈이라도 꾼 것처럼 무언가를 보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강준이 조사를 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죽었었지. 나 밖에 나갔다 왔다.”

밀러의 말에 강준은 꽤나 충격적인지 멍하니 밀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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