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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어 라이프-152화 (152/161)

##152 죽음으로 가는 열쇠

팅!

바위 파편이 튕기면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들려오는 소음은 몸을 움츠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타다탕!

권총 소리가 아니었다.

좀 더 날카롭고 오싹한 소총의 발포음이었다.

“제길!”

팔루는 자신을 향해 쏘는 소총탄에 몸을 움츠리고서는 최대한 몸을 낮춰서는 정글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대로 죽을 생각은 없었다.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끝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말이야!’

팔루는 그렇게 허겁지겁 도망을 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자를 죽이지는 못해도 거의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이 만들었다.

“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그 웃음소리에 해결사들이 달려올지도 몰랐지만 이미 온 섬은 소총 소리가 가득해서 자신의 웃음소리는 별 의미도 없었다.

‘그래도 조심해야. 마지막으로 살아남아야 하니까 말이야. 으흐흐흐!’

팔루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자신의 입을 다물며 그렇게 정글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팔루가 사라지고 난 뒤 강준은 피를 흘리고 있는 데런을 등에 업은 채로 해결사들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아무리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정글 속을 돌아다니는 강준이라고는 하지만 부상을 입은 성인 남성을 등에 업고 뛰어다니기에는 힘겨웠다.

더욱이 상처입은 짐승을 사냥하는 것에 이골이 난 존재들을 따돌리며 도망가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웠다.

“날 버리고 가. 하아. 이미 하아! 가망이 없다.”

“……·.”

데런은 허리 아래로 감각이 없음에 팔루가 제대로 자신을 찔렀음을 알았다.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팔루도 꽤나 많은 사람들을 찔러 보았고 어디가 약점인지 정도는 아는 자였다.

방심을 했다지만 너무나도 허탈한 방심이었다.

“크윽! 이대로는 못 도망친다. 그냥 날 버려.”

“못 버려.”

데런의 말에 강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외쳤다.

더 이상 버리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강준 자신 때문에 전부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잠깐의 순간에도 무수한 생각들이 생겼다 사라지고 강준을 뒤흔들고 있었다.

탕!

“으윽!”

강준은 허벅지를 불로 지지는 듯한 화끈한 통증에 몸의 균형이 무너져 버렸다.

안 그래도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해 있는 상황에서 비록 왜소한 몸이기는 하지만 성인 남성을 업은 채로 뛰고 있었다.

“으윽!”

“큭!”

강준과 데런은 땅바닥을 구르며 신음을 흘렸다.

두 사람을 바짝 뒤 쫓고 있는 이들로서는 최고의 상황에 환호를 하겠지만 충격으로 인해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강준과 데런은 암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끝인가?’

강준은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토록 살려고 했던 이유와 시간들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제는 편안해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아! 하아! 뭐 찾은 거 없었어?”

모든 것을 포기 하려고 할 때 쯤 데런이 힘겨운 듯이 물어 왔다.

강준도 몸을 일으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데런의 질문에 멍하니 대답을 했다.

“종이. 그리고….”

“그리고?”

강준의 말에 데런은 이제는 중요하지도 않지만 왠지 강준이 알아낸 비밀을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

“모자이크하고 이상한….”

“이상한?”

탕!

데런은 강준의 말을 듣기도 전에 머리가 터져 죽었다.

소총탄이 머리를 뚫고 지나가 버린 것이었다.

데런의 눈동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도 모르는 것인지 여전히 강준을 바라보며 흔들리고 있었다.

“하아!”

강준은 그런 데런을 보며 안쓰러웠지만 이내 자신도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두 눈을 감아 버렸다.

눈을 감기 전에 숲 속에서 뛰어나온 소총을 든 남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제 곳 데런과 같이 자신의 머리 속에 총알이 박혀 들어와서는 자신의 숨을 끊어 놓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 그 의문들이 말이야.’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강준의 머리를 겨누는 소총의 총구가 곧바로 불을 뿜으려고 했다.

바로 그 때 강준은 묘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냄새?’

매캐한 화약 냄새에 코가 마비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 묘한 냄새는 화약 냄새 속에서 희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의 주인이 누구인지 강준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제니퍼?’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벌써 머리가 터져서 죽었어야 할 자신이었다.

하지만 아직 또렷하게 이성이 남아 있었고 신체의 고통스러운 감각들도 살아있었다.

턱!

“윽!”

강준은 누군가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는 것에 신음을 흘렸다.

“하이!”

장난스러운 듯한 목소리 속에서 강준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였지만 잠시 동안의 삶을 연장시켜 준 것이 누구인지를 알았기에 내색은 안하기로 했다.

아니 어차피 내색을 할 힘도 강준에게는 없었다.

스윽! 스윽!

자신의 사타구니에 대고 움직이는 느낌에 강준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제니퍼는 웃고 있었다.

“흐음! 여기는 여전히 힘이 넘치네.”

제니퍼는 다 죽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조금만 자극을 주자 점점 커지는 강준의 그 곳에 웃음이 나왔다.

사실 인간의 성욕은 죽는 순간에 가장 강렬한 법이었다.

제니퍼도 온통 죽은 시체들과 죽음이 가장 가까운 지금 성욕으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은 강준 또한 마찬가지인지 자신의 그 곳을 자극하는 제니퍼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하아! 너무 참으면 좋지 않아. 기다려요.”

제니퍼는 강준의 바지를 내리고서는 강준의 그 것을 자신의 몸 속으로 집어넣었다.

강준과 데런을 추적하던 해결사들을 자신이 제거했다고는 하지만 언제 다른 이들이 몰려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아! 하아! 너무 흥분되지 않아?”

“으윽!”

앞 뒤로 움직이며 강준에게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는 제니퍼에 강준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제니퍼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더 끌어당기며 제니퍼와의 섹스에 탐닉했다.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답답하던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터트리고만 싶었다.

“으윽! 윽! 아! 좋아! 너무 좋아!”

“허억! 헉!”

도저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지만 강준이나 제니퍼 둘 다 자신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자신들의 피를 잇는 존재를 만드는 행위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마치 종족 보존의 본능처럼 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절정의 순간을 맛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제니퍼는 몸을 강준의 몸 위에 덮으며 강준의 귀에 대고 말을 했다.

“나 임신한 거 같아.”

“……?”

강준은 제니퍼의 말에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제니퍼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제니퍼는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나 이 섬에 들어오고 나서 단 한 사람하고만 했거든.”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강준도 알고 있었지만 그 아기가 자신의 아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 아니었다.

“말해. 나 살아서 아기랑 나갈 거야.”

“…….”

강준은 제니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놀렸다.

제니퍼는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강준의 목소리에 조용히 듣고서는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모든 것을 다 말한 강준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니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꼭 살아서 나가.”

“…….”

제니퍼는 강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준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었다는 것에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놓았다는 생각이 드는 제니퍼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배를 손으로 만지며 제니퍼는 고개를 내저었다.

“미안하지만 못 믿겠어. 못 들은 것으로 할 게. 뱃 속의 아기가 너무 생생하거든.”

고작해야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제니퍼는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이제는 삶을 완전히 놓아 버린 듯한 강준에게서 몸을 일으키려는 제니퍼였다.

탕!

“아!”

제니퍼는 평소의 잔인하던 표정이 아니라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아이를 바라보는 듯한 선한 표정을 지은 채로 강준의 몸 위로 쓰러져 버렸다.

“아…가. 미안…해.”

제니퍼는 졸린다는 생각이 들면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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