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죽음으로 가는 열쇠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고 비명소리가 난무하고 있었다.
살기 위해 도망치는 사람들과 정신을 결국 놓아 버리고 미쳐버린 사람들.
그리고 죽고 죽이는 사람들.
지옥이 이 곳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광기에 찬 공간 속에서 인간성은 존재할 수 없었다.
탕!
아무런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은 새끼 손톱보다 조금 더 큰 탄두가 자신보다 수천배는 더 큰 몸을 헤집어 버린다.
고작 그 것으로 사람이 죽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보잘 것 없는 물건이었지만 단 몇 백원에 사람 목숨과 교환이 가능했다.
“생각보다 피해가 큽니다! 지원 요청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원 걱정은 하지 말고 최대한 죽여. 고통 없이 보내버리란 말이야!”
해결사 팀의 팀장들은 자신들의 팀원을 다독이며 생존자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갔다.
“사…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뭐든지 다 할 테니까 제발 살려 주세요.”
인간의 살고자 하는 욕구는 강렬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지막 희망을 놓지 못하고서는 매달리길 주저 하지 않았다.
“미안해.”
하지만 들려온 대답은 감정 없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죽음이었다.
그나마 고통 없이 죽여주려는 것인지 머리를 겨냥하고 단 발에 즉사를 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혼자 돌출 되지 말고 움직여. 당한 팀이 제법 있다고 하니까.”
“알겠습니다.”
우월한 장비와 체력 및 훈련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해결사들도 인간이었다.
더욱이 아무리 지형지물에 대한 사전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지형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는 이들보다 통달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 나가는 것은 분명 생존자들이었다.
생존자들은 점점 조여 오는 해결사들의 공격에 구석으로 몰리며 차근차근 사냥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강준과 제니퍼 그리고 데런이 날 뛴다고 하더라도 대세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일개 개인들에 불과했다.
정면으로 맞닥뜨린 다면 한 둘 정도는 제압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오직 기습으로 게릴라성 공격만이 피해를 입힐 수 있었지만 상대가 정석대로 차근차근 움직인다면 그 것도 그리 신통치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초반의 피해를 강요하던 생존자들은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밀리고 밀려 한 쪽 구석으로 대책 없이 밀리던 이들은 이내 눈에 익은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빌어먹을 놈을 이제야 만나는 군.”
“…….”
강준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죽여 버리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니 강준도 마음 같아서는 쳐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 불쑥 불쑥 들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긴장이 가득했지만 한 쪽 팔에 총상을 입은 것인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데런의 말에 그 긴장감은 떨어져 내렸다.
“지금은 우리 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 저 놈들 먼저 찢어 죽여야 할 때지.”
왜소해 보이고 연약해 보이던 데런이 아니었다.
광기에 찬 연쇄 살인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당장에라도 수틀리면 자신들의 동료들까지도 죽여 버리겠다는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팔루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이를 악물었다.
‘설마 저 놈이 이 곳에 있을 줄이야. 혹시나 싶었더니.’
벤의 파티에서 강준을 꽤나 괴롭히던 팔루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었다.
마피아의 중간 보스였던 팔루는 꽤나 잔인한 자였지만 데런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죽인 사람의 몇 배는 넘는 사람들을 죽인 이가 데런 일 터였다.
강준이 아무리 전투 경험까지 있는 특전사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살인을 밥 먹 듯이 했던 데런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강준이나 데런이나 팔루 모두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상태였다.
“보통 놈들이 아니야.”
“정규군에 특수전 훈련들도 받은 이들인 듯 하더군.”
데런의 말에 강준은 저들이 자신과 같은 특수전 능력을 가진 이들임을 말했다.
더욱이 팀장급이라면 강준 자신보다 경력이나 작전 수행 능력이 더 뛰어날 터였다.
처음의 기습으로 팀 하나를 제거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곧바로 후속하는 팀에 의해 발각되어서는 속수무책으로 밀려 버렸다.
일단 위치가 들통 난다면 강준도 어쩔 수 없었다.
최후의 발악으로 몇 명 정도는 저승으로 같이 갈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이리 저리 휩쓸려 나가다가 차가운 시체가 될 터였다.
그리고 그런 최종 결말은 세 사람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다.
“흥!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간다. 이 왕 이렇게 된 거라면 말이야.”
다시 유입된 생존자 집단을 모아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고 했던 팔루는 그 생존자 집단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사냥 당해 버린 상태였다.
팔루로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하지만 결국 벌어지고 말았고 이제는 한 놈이라도 더 같이 죽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 것 조차 힘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쾅!
총격과는 비교가 안 되는 폭음 소리가 들렸다.
강준은 잔득 굳은 표정으로 그 소음의 정체를 밝혔다.
“수류탄이다.”
자동 소총도 벅찬 상황에서 등장한 수류탄은 더욱 더 최악의 상황으로 몰기에 충분했다.
“제길! 이 미친 놈들! 그냥 이 손목의 폭탄을 터트리면 될 걸 왜 이 짓을 하느냐는 말이다!”
“……?”
“……!”
강준과 데런은 팔루의 외침에 놀란 표정을 짓고서는 자신들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게 터지면 될 일인데 왜?’
자신들을 죽이고 싶다면 속목의 폭탄을 터트려 버린다면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크큭! 설마 그 놈들 최후의 한 명은 정말로 살려 주려고 그러는 건가? 혹시 그 놈의 돈 때문에?”
데런은 팔의 통증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웃음을 터트렸다.
모종의 사건 때문에 자신들을 빠르게 제거를 해야 하지만 분명 이 생존 게임에 돈을 건 이들을 무시 할 수 없기에 마지막 우승자를 가리려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결국 지극히 운이 좋은 단 한 명이 될 터였지만 돈을 건 이들은 불만은 있어도 결국에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방식일 터였다.
데런의 말에 팔루는 힐끔 강준과 데런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런 상황이라면 납득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걸었고 나는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거겠지.’
물론 팔루는 데런과 강준에게도 돈을 건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자신들의 손목의 폭탄이 터지지 않고 있을 터였다.
한 번에 전부 다 터져 버리든 선택적으로 하나하나 터져 버리든 돈을 건 이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것이 단지 유희에 불과할 뿐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었다.
팔루는 마피아 생활을 해 오면서 이런 종류의 인간들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자신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이 곳을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복수는 꿈에도 꿀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쥐 죽은 듯이 살아야만 했다.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오르고 앞으로의 삶이 정상적으로 될 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살아야만 했다.
‘난 죽을 수 없어.’
팔루는 죽고 싶지 않았다.
아니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 모두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강준이나 데런 조차도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살고 싶다는 생존 본능은 여전했다.
하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푸욱!
“……!”
데런은 자신의 등을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느낌과 함께 숨을 쉬는 것이 힘들다는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제길! 쓸모없는 말을 해 버렸군.’
데런은 자신이 멍청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자신을 찌른 것이 팔루임을 보며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데런!”
강준은 스르륵 무너져 내리는 데런을 보며 소총으로 팔루를 겨냥했지만 팔루가 한 발 더 빨랐다.
탕!
권총을 들어 강준을 겨냥하고서는 그대로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