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찾을 수 없는 길
문명의 이기가 가득 들어 찬 방 안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화면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들의 생각과는 달리 다른 상황들의 연속에 당황을 하는 듯도 싶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버티는 걸.”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괜찮나 모르겠습니다.”
물론 당황을 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표정에는 그다지 들어나지는 않았다.
마치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일 뿐 그 이상의 우려를 하고 있지는 않았고 재미있는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였다.
그렇게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면서도 조금씩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뒤 쪽에 앉아 있는 검은 양복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꽤나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며 쉽사리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그래도 이번 것은 조금 무리였지 않습니까?”
“그래도 위에서 시키는 걸 어떻게 하겠나? 하라면 해야지.”
자신들도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이 이제는 몇 남지 않은 생존자들에 새로운 이들을 대거 집어넣었다.
물론 새로 들어간 생존자들은 지금 살아남은 생존자들처럼 대규모는 아니었다.
그 정도는 자신들의 조직이라고 해도 무리인 상황이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은 숫자가 들어갔다.
물론 들어가자마자 기존의 생존자들에게 빠르게 죽어 나가기는 했지만 그런 상황이 그다지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뭐 이 속도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꽤나 돈도 많이 들어 온 것 같던데요.”
돈이라는 말에 힐끔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본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고 있을 걸.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뭐 덕분에 프로젝트는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나쁘게 볼 일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후우! 일이나 하자고.”
“예.”
두 사람은 모니터에 집중을 하며 자신들에게 떨어진 작업들을 계속 해 나가고 있었다.
무수한 데이터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으며 그 것 만해도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
그리고 그런 직원들의 모습을 뒤 쪽에서 바라보고 있던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분위기의 남자는 중앙의 거대한 모니터들을 보고서는 자신의 손에 들린 서류를 정리했다.
그렇게 서류 정리가 끝이 나자 남자는 몸을 일으켜서는 상황실의 밖으로 나섰다.
꽤나 두툼했던 서류들은 이제는 상당히 얇아져 있었다.
매일이다시피 보고를 올리는 서류에 이제는 익숙할 법도 했지만 여전히 힘들기만 했다.
똑똑!
자신이 보고를 올린 상관의 집무실의 문을 두드린 남자는 이내 문 안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커피 한 잔 할 텐가?”
“아닙니다.”
자주 마신 커피로 속이 쓰릴 정도였기에 사양을 하자 상관인 듯한 검은 뿔테 안경의 장년인은 자신의 컴에 뜨거운 블랙커피만을 타서는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 보고서입니다.”
“그 쪽에 놔. 어차피 이제는 볼 것도 없잖아. 더 이상은 의미 없는 일이기도 하고.”
장년 남자의 말에 남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이제는 별 다른 의미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들의 권한 밖의 일이었고 자신들이 이렇게 밥 먹고 사는 것도 다 그들 덕분이니 불만이 가득하더라도 참을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알게 모르게 지지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문제가 되겠지. 문제가 될 거야.”
장년의 남자는 쓰디 쓴 블랙 커피를 마시며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다른 직원들의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과는 업무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한 조직이었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특히나 새로 유입은 조금 무리 수 같습니다.”
남자의 말에 장년의 남자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못 하겠다는 건가?”
“그…그 건 아닙니다.”
장년 남자의 말에 남자는 당황을 한 듯이 대답을 했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해. 뒷감당은 어차피 위에서 할 일이고 우리들은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거야.”
“…….”
그 말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려는 남자에 장년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해결사들이 들어갈 거다. 위에서도 이제 뽑아 먹을 만큼 뽑아 먹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처리 할 거야. 그들을 빼내 오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도 잘 아니까.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어.”
해결사라는 말에 남자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지막 생존자는 어떻게 하실 거랍니까?”
“마지막 생존자? 당연히 예정대로 해 줘야지. 뭐 효력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비밀 엄수도 받아내고 상금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것도 줘야겠지.”
장년의 남자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남자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삶이 될까?’
그냥 보기에도 정상적인 심리 상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극한의 상황들의 연속이었고 그 정도라면 인격 자체가 부서져 버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살아나더라도 정산적인 삶이 되지 않을 터였기에 남자는 마지막 생존자가 오히려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3주가 지났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이론적으로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생존 게임이 벌어질 터였지만 각종 생존 전문가들의 판단으로는 서로 죽고 죽이지 않는다고 해도 한 달 이상은 버텨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당연히 서로가 죽고 죽이는 상황 속이라면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해결사들이 들어간다고 했으니 이런 역겨운 상황들을 안 지켜봐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상황실로 돌아간 남자는 자신의 책상에 새롭게 죽어 있는 사람들의 자료가 올려져 있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500달러인가?”
서류에 사인을 하고서는 한 쪽으로 치워 버린 뒤에 아직까지 살아남아서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몸 값이 수백만 달러를 넘어 천만 달러에 육박을 하는 이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 몸 값은 지금도 계속 올라가고 있었고 그 이상으로 많은 돈들이 흘러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끝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얼마 후, 생존자들의 섬 상공으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살았다! 살았어! 헬리콥터다! 우리를 구하려고 사람들이 온 거야!”
“이 봐요! 살려 줘요! 이 봐요! 살려 줘!”
생존자들도 헬리콥터의 로터 소리를 듣고서는 손을 벌려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렇게 헬리콥터에 기뻐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몇몇 존재들은 더욱 더 몸을 숨긴 채로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것은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신이었다.
자신 이외의 존재를 결코 믿지 못하게 되어 버렸기에 설령 구조대라고 할지라도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봐요! 여기에요! 살려!”
퍼억!
개활지에 나와 손을 흔들던 남자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었고 섬의 곳곳에서 그렇게 사냥이 시작되자 비명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사…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역시나 우려를 했던 대로 생존자들을 전부 죽이기라도 하려는 듯이 해결사들이 헬리콥터에서 섬 곳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동하면서 전부 제거해 나간다. 시작해.”
그 다지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중무장을 한대다가 훈련받은 해결사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생존자들을 하나 둘씩 사살해 나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