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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어 라이프-148화 (148/161)

##148 찾을 수 없는 길

“후우! 역시 잘못 보았던 것인가?”

강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뭘 말하는 건데요?”

밀리나는 강준의 한숨에 의아한 듯이 물었지만 강준은 어차피 그녀에게 말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무런 말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결국 자신이 잘못 보았다는 결론을 내려 버린 것이었다.

“가자! 밥이나 먹으러.”

“아! 밥이요? 예!”

밀리나는 강준이 밥 먹으러 가자는 말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는 느낌에 얼굴을 붉히며 강준을 따랐다.

사실 오는 중간 중간에 강준이 준 먹을 것들이 상당했지만 그 것이 식사라는 생각은 지금까지 들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강준이 밥 먹으러 가자는 말에 왠지 모르게 기대가 드는 밀리나였다.

쏴아아아아!

그렇게 강준을 따라 밀리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을 발견했다.

“아! 물이다!”

그다지 깨끗한 강은 아닌 듯 싶었지만 지독한 목마름에 그녀는 강에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나 물도 한 모금 못 마셨잖아. 이거 마실 수 있을까?’

도시의 강이었다면 마시기 꺼려졌겠지만 이런 정글이나 오지라면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그만 둬야만 했다.

“가까이 가지마라. 자살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야.”

“예?”

강준의 말에 밀리나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이내 강준이 나뭇가지로 무언가를 만들고서는 강물의 수면을 두들기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아!”

그리고 나뭇가지를 물어뜯으려는 물고기들이 사정 없이 강물 위로 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반짝!

날카로운 이빨이 반짝이면서 강준이 수면을 때리던 나뭇가지는 이내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있었다.

“뭐에요?”

“피라니아.”

영화로도 나왔던 식인 물고기의 이름이 나오자 밀리나는 강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인간만이 두려운 존재로 여겼는지 그 것이 전부가 아님을 그제야 느낀 것이었다.

‘무…무서워 여기!’

주변이 온통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별 것 아닌 작은 상처 하나도 소독약이 없어서 곯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곳이 이 세계였다.

다닥! 다닥!

강준은 익숙한 솜씨로 모닥불을 만들어서는 피라니아를 손질해서는 불에 굽기 시작했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너무나도 능숙한 움직임이었고 이내 피라니아는 맛있는 향기를 풍기면서 구워지기 시작했다.

꿀꺽!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날카로운 이빨이 공포스럽게만 보였지만 허기짐이 극심한 밀리나의 입 안이 군침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준이 피라니아를 굽고 있을 때 밀리나는 그런 모닥불의 옆에 쪼그려 앉아서는 구워지고 있는 피라니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 여기 타요! 타!”

“…….”

“앗 뜨거! 이거 돌려요! 탄다구요!”

“…….”

호들갑을 떠는 밀리나에 강준은 역시나 여자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잘 구어진 피라니아를 밀리나에게 내밀었다.

“아! 이제 다 된 거에요. 와!”

김이 모락 모락 나면서 군침이 도는 향기까지 퍼지니 잠시 전까지만 해도 공포스러웠던 주변이 왠지 모르게 즐거운 공간으로 변하는 듯 싶었다.

간이 되지 않았기에 그다지 입 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밀리나는 뜨거운 피라니아를 입으로 호호 불어가면 뜯어 먹기 시작했다.

“앗! 뜨거! 아! 소금하고 후추 있었으면 좋았겠네요. 앗! 뜨거! 와! 고기가 물고기라기보다는 육고기 같네요. 와! 맛있다.”

“…….”

강준은 밀리나가 생각보다는 말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식사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몸을 움직이기 위해 먹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강준은 무언가를 먹더라도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허기진 배를 채울 뿐이었고 그렇게 끝낼 뿐이었다.

“응? 맛이 없어요? 아저씨?”

밀리나는 아무런 무표정으로 피라니아를 먹고 있는 강준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만큼 강준의 표정이 심각했고 아니 오히려 힘겨워 하는 듯 보일 정도였다.

‘마치 억지로 살고 있는 사람 같아. 지금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충분히 이해는 갔다.

밀리나 그녀 자신이었다면 미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가혹한 환경이었다.

물론 이제 막 들어온 밀리나였기에 아무리 강준으로부터 실상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강준이 겪은 것들을 이해하기란 무리였다.

그렇게 먹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듯한 강준의 모습에 밀리나도 입맛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반쯤 먹은 피라니아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먹어둬.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아! 예! 알았어요.”

아무리 강준이라고 해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수시로 조금씩 끝임 없이 먹는 강준이었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식량을 저장할 수 없고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지끈!

문제는 그 것이 몸에는 더욱 더 부담을 많이 준다는 것이었다.

신체의 내부도 육신의 일부인 이상 휴식이 필요했기에 끝임없이 먹는 행위는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당장 죽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지금의 상태는 점점 자신의 수명을 깎아 나가는 일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오히려 지금가지 버틴 것이 신기할 정도야.’

강준은 자신 때문에 침울해져 있는 밀리나를 힐끔 쳐다보고서는 마저 피라니아를 먹기 시작했다.

아직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생각에 조금만 더 힘을 내려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까 뭘 그리 보고 있었던 거예요? 나 아까 볼 일 보고 있을 때 아저씨가 본 곳에서 막 이상하게 흔들리는 거 봤는데 아저씨는 못 봤어요?”

“……?”

강준은 밀리나의 말에 놀란 듯이 고개를 들어서는 밀리나를 바라보았다.

“아지랑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뭐가 모자이크? 하여간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뭐가 깨진 듯이 막 그렇게 보이던데 말이예요!”

밀리나는 피라니아를 다시 먹으면서 아까 보았던 이상한 현상을 강준에게 말해 주었다.

“앗! 어디 가요! 아저씨! 아저씨!”

밀리나는 강준이 먹던 것도 내팽겨치고서는 어디론가로 달려가는 것에 화들짝 놀라서는 급히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강준을 놓친다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사력을 다해서 강준을 따라 달렸다.

“하아! 하아!”

하지만 애초부터 강준의 움직임을 그 것도 정글에서 따라 잡을 수 없었기에 점점 멀어지는 강준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아! 안 돼! 안 돼!”

그렇게 밀리나는 사라져 버린 강준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강준은 되 돌아 보지 않은 채로 정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결국 강준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나자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는 숨을 거칠게 쉬며 강준이 사라져 버린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덜! 덜! 덜!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준에게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밀리나에게 견디기 힘들게 하고 있었다.

“아…아아! 아!”

몸을 부르르 떨면서 강준을 부르고 싶었지만 그 부르는 행동 자체도 이제는 너무나도 위험해졌다는 생각에 애써 참아내는 밀리나였다.

부스럭!

“……·!”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온 소리에 밀리나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고 그 곳에 검은 그림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 비명을 질렀다.

“까아아아악! 가…강준!”

그녀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사라져 버린 강준의 모습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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