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47화 (147/161)

##147 찾을 수 없는 길

“흐음! 음!”

밀리나는 몸을 뒤적이다가 손으로 느껴지는 거친 땅바닥의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점차 불쾌함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쾌함이 참기 힘들어 질 때 쯤 두 눈을 떴다.

부르르!

그리고 느껴지는 공포에 두 눈을 질금 감으려고 했지만 감을 수 없었다.

“아! 아저씨.”

자신을 죽이려고 했지만 밀리나에게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할 존재가 지금 자신의 두 눈에 보이지 않았다.

마치 공기나 물 속의 잡을 수 없는 허상을 붙잡는 듯이 손을 내 저어 보았지만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는 절망감만이 다가올 뿐이었다.

“으윽! 윽!”

비명을 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고 오직 생존을 위해 살인마저도 저질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알고 있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지만 지금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지금도 어디선가에서 죽어가는 이들보다는 한 걸음 더 앞에 나와 있는 밀리나였다.

“사…살려주세요. 제발. 살려….”

하지만 밀리나는 자신이 강준과 같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른 이에게 죽음을 당하든지 그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다 되어 손목의 빛을 내고 있는 폭탄이 터져 죽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지질한 인간들을 비웃었지만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자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아니 어쩌면 그들보다 더 한심하며 다른 이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몸을 잔득 웅크리며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만 일어나 그냥 그대로 죽겠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고 싶다면 말이야.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어?”

밀리나는 놀란 눈으로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넝쿨에 가려져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한 말소리였다.

원어민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어딘가 동양 쪽의 특이한 악센트가 들어있는 하지만 알아듣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는 그래서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드는 말이었다.

“아저씨!”

강준은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는 밀리나를 바라보며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가 선택한 길이기에 별 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먹어! 이 곳은 이런 것 밖에는 먹을 것이 없으니까.”

진우가 내민 것은 그냥 잡초같아 보이는 풀이었다.

한국인들이야 그런 생채소들을 익숙하게 먹지만 서양인들은 채소들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

밀리나도 잡초 같은 것을 한 주먹 주는 강준에 멍하니 그 것을 바라보았지만 강준도 한 입 입에 불고서는 씹는 것에 조용히 받아들고서는 익숙하지 않게 씹을 수 밖에 없었다.

‘써.’

무슨 맛인지도 모르게 쓰디 쓴 맛이었지만 지독한 허기짐에 밀리나는 강준과 같이 풀을 뜯어 먹어야만 했다.

“아! 이거!”

“먹는 거 아니야.”

“예.”

자신이 먹는 것과 비슷한 풀을 발견하고 좋아했지만 강준의 말에 이내 시무룩해야만 했다.

전문가가 보는 것과 비전문가가 보는 것의 차이는 생존을 가르는 것만큼 컸다.

그렇기에 밀리나는 강준의 눈치를 보며 졸졸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 가는 건가요?”

“갈 수 없는 곳.”

“예?”

갈 수 없는 곳이라는 말에 밀리나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이 곳의 지리는 강준이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오직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발을 놀려야만 했기에 더는 질문을 할 여유조차도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뒤처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사력을 다해서 발을 놀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내 숨이 턱 밑에까지 차오르면서 더는 못 가겠다고 몸이 거부를 하려는 직전에 밀리나는 강준의 등에 머리를 붙이치고 말았다.

“아아! 허억! 허억! 헉! 허!”

땅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숨을 몰아쉬는 밀리나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힘겨웠다.

강준이 이대로 멈추지 않았다면 더는 강준을 따라 가지 못했을 터였다.

밀리나가 그렇게 땅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강준은 물끄러미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광경이었지만 강준은 밀리나가 숨을 다 고를 때까지 계속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후우! 뭘 보시는 거예요?”

“몰라.”

정말 허탈하게도 밀리나는 강준의 대답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있다면서 와서는 모른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후우!”

하지만 그렇게 오랫 동안 한 곳을 주시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한 것인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드는 강준이었다.“내가 잘못 보았던 건가? 하지만 분명….”

인간의 감격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강준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과거 특전사 훈련을 받았을 때도 자신의 감각을 완전히 믿지 말라고 무수하게 들었던 강준이었다.

아무리 맨 정신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의 머리는 객관적인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물건이 결코 아니었다.

결국 자신이 아는 것과 진실은 절대 100% 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진실에 한 없이 다가가려는 존재였기에 강준은 결코 포기 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는 계속 한 곳만을 주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밀리나도 그런 강준의 행동에 의아해 했지만 이 번에는 강준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자신이 봐도 아무 것도 없는 이상 할 것이 없는 곳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밀리나도 강준과 같이 땅바닥에 주저앉아서는 멍하니 한 곳만을 바라만 보아야만 했다.

“…….”

“…….”

그렇게 두 사람의 기묘한 행동이 시작되었지만 다행히 누구 하나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또 시간이 지나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밀리나가 머뭇거리면서 강준의 팔을 붙잡았다.

강준은 자신의 팔을 붙잡으면서 얼굴이 붉어지면서 머뭇거리는 모습에 의아해 했다.

“뭐지?”

“화…화장…실.”

어린 아이도 아닌데다가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기에 밀리나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강준은 그런 밀리나의 말에 주변을 두리번거리고서는 한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주변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 알아서 봐. 그리고 큰 거라면….”

강준은 자신의 오른 쪽에 나 있는 잎사귀들을 한 웅큼 뜯었다.

“다른 거 사용하지 말고 이 걸로 처리해. 잘못하면 독 옮으니까.”

“예.”

밀리나는 왠지 모르게 서운한 듯한 복잡 미묘한 느낌을 받으면서 조심스럽게 강준이 가리킨 수풀 속으로 향했다.

“아…크…큰 건 아니에요!”

강준에게 그렇게 외쳤지만 강준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여전히 뭐가 먼지 모를 곳만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칫! 정말 뭘 하는 거야?’

그렇게 수풀로 자신의 몸을 가리면서 강준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강준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아무런 변화는 커녕 정혀 이상함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볼 일을 마치고서는 뒤처리를 하고 난 뒤에 찝찝함을 느끼며 옷을 입으며 몸을 일으킬 때 밀리나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

‘응? 뭐지?’

순간 잘못 보았나 싶었지만 너무나도 생생하면서도 이질적인 변화였다.

밀리나는 자신 뿐만 아니라 강준도 보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강준을 바라보았다.

“…….”

“뭘 봐요!”

밀리나는 그제 껏 보다가 자신이 옷을 끌어올리며 일어나는 광경을 보고 있던 강준에 역시 남자들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며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강준은 사과도 없이 다시 고개를 돌려서는 역시나 같은 곳만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