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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어 라이프-145화 (145/161)

##145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품 안에서 한참을 펑펑 울더니 긴장이 풀린 듯이 잠이 들어 버린 밀리나를 보며 강준은 이제 길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도 없이 넘다 보면 왠지 모를 묘한 감각이 생겨난다.

아니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있던 능력을 지금껏 잊어버렸다가 떠오르는 것일 지도 몰랐다.

그렇게 강준은 밀리나에게서 자신의 마지막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녀를 버리고서 떠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고통없이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러면 자신의 온 몸을 옭아맬 족쇄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이 섬에서 강준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사실 그다지 많지는 않았기에 지금처럼 굳이 위험을 안을 필요는 없었다.

“…….”

하지만 강준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이 잠이 든 밀리나의 머리를 거친 자신의 손으로 몇 번 쓰다듬다가 멈추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온기였다.

그렇다고 성적인 욕망이 솟구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사람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물론 얼마 전까지 헉스와 테일러와 함께 있었기에 사람의 향기를 못 느낄 새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생존 경쟁자들이었다.

그에 반해 밀리나도 이제는 같은 생존 경쟁자였지만 그 강도가 약했다.

아니 강준에게는 일말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도 봐줄 수 있는 상대였다.

물론 그 것이 언제까지가 될지는 강준도 알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인간은 반드시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결코 같은 인간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새근새근!

어린 아이가 곤히 잠든 것처럼 조금의 방비도 없니 잠이 들어 버린 밀리나에 강준은 미동도 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글에서 야생에서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다.

자신이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곳이 야생이었기에 강준은 처음이다시피 배를 곯고 있었다.

아무리 강준이라고 해도 식량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외로 인간이 하루에 소비하는 식량은 상당했고 그 소비량은 야생에서 생산량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 모든 힘을 다 쓰는 것이었다.

그나마 집단을 구성하면서 식량 수집을 못할 때도 어느 정도의 식량을 다른 이로부터 얻을 수는 있었다.

‘배고프다.’

하지만 강준은 다른 이로부터 식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지금 배가 고프다는 것에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이미 강준이나 섬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몸의 지방질은 거의가 태워져 없어지다시피 했다.

생존을 위해 몸의 근육과 지방질들은 조금씩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열량을 만들어서 생명 유지를 해나가고 있었다.

하루라도 섭취한 열량이 소비한 열량보다 많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쉽게 피로해 지고 피로가 회복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움직여지는 것이 신기하기는 하네.’

군대에 있을 때 특전사 훈련을 받았을 때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극한의 상황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강준은 그 때보다 지금이 더욱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적어도 그 때는 내 옆에 동료들이 있었으니까. 내가 버려졌다는 느낌은 없었으니까.’

그 상실감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어 버리고 있었다.

자살자는 현재의 상황이 힘들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었다.

자살자는 미래의 희망이 사라졌기에 생겨나는 것이었다.

삶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하기에 삶을 놓아 버리는 것이었다.

그 삶의 이유가 모든 사람마다 각자가 달랐지만 그 이유가 사라졌다는 상실감은 다들 자살이라는 한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만 끊을까.’

강준도 새로운 생존자들이 유입되었을 때 그 마지막 삶의 이유를 상실해 버렸다.

자신을 위해 죽었던 이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삶의 질긴 끈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가족들에게 적어도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릴 의무가 강준 자신에게는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데일리, 엘리, 데런, 젠트, 데일리, 미셸, 밀러 그리고 선혜. 아! 이름 모를 그 친구도….”

자신과 함께 했던 이들이 하나 씩 떠오르는 강준이었다.

이제는 살았는지도 죽었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곁에서 죽은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마지막조차도 그들의 가족에게 알릴 수 없게 되었으니 강준이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아등바등 살아남으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희망을 잃어버리려고 할 때 자신의 품 안에서 밀리나가 움직였다.

꿈틀꿈틀!

“…….”

자신과는 달리 아직 삶의 활력이 왕성한 밀리나의 움직임은 강준에게 대단히 신기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냥 그렇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르륵!

하지만 몸이 주는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배 고프다.”

강준은 눈을 감고서는 최대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잠에 빠져들었다.

너무나도 무방비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죽으면 죽는다는 심정일 뿐이었다.

그렇게 강준과 밀리나가 서로를 껴안고서는 잠이 들었을 때 다시 두 사람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흐음! 저기란 말이죠? 그가 있는 곳이 말이에요.”

“예! 예! 그렇습니다. 분명히 그 자입니다.”

잔득 겁에 질린 남자는 한 여인의 말에 대답을 하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하…하지만 그 자가 아직 있을지는….”

워낙에 신출귀몰하고 조심성 있는 사내였기에 자신이 있던 장소가 다른 이에게 들켰음에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알고 있어요. 그 남자. 내가 선택한 남자이니까.”

여인은 다름 아닌 제니퍼였다.

남자는 제니퍼의 옆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에 잔득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 달콤한 냄새에 식욕과 성욕이 끓어올랐지만 그 냄새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이미 몇 차례 직접 보았었다.

새로운 이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섬에서는 유일한 여인이었던 제니퍼였다.

여자의 몸으로 살아남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두 말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녀는 살아남는 것에서 벗어나 절대 강자의 축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무서운 존재였다.

생존자들은 어디선가에서 묘한 냄새가 난다면 즉시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냄새의 주인이 바로 제니퍼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제니퍼가 강준을 마침내 찾아낸 것이었다.

“수고하셨어요.”

“예? 예! 가…감사합니다.”

남자는 제니퍼가 더 이상 자신을 필요치 않는다는 듯한 모습에 자리를 피해 주려고 했다.

어차피 자신은 사냥에 방해만 될 뿐 일 터였다.

그렇게 자리를 치하는 남자를 제니퍼는 쳐다보지 않은 채로 강준이 숨어 있다는 넝쿨 쪽을 바라만 보았다.

“후훗! 당신을 이제야 다시 보게 되다니. 가슴 떨리는데요.”

제니퍼는 넝쿨더미 속에 강준이 그대로 있는 것을 알았다.

그녀도 강준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강준이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인의 품이 그리웠나요? 후훗! 그랬으면 진작 나에게 부탁을 할 것이지 말이에요.”

제니퍼는 흥분된다는 듯이 달뜬 표정으로 강준이 있은 곳을 향해 한 걸음 옮겼다.

“후우!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네요.”

잔득 흥분한 표정을 짓던 제니퍼는 순식간에 차가운 표정으로 바꾸고서는 자신의 오른 쪽 수풀 쪽을 바라봤다.

“아아! 그녀석이 반항을 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좀 참아 줬으면 하는데요.”

“…….”

수풀에서 나온 남자의 손에서는 피가 흘러내리는 단검이 들려져 있었다.

사람 좋은 아니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 남자의 모습에 제니퍼는 표독스럽게 노려보았지만 그녀조차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끝난 사이 아니었나요? 데런씨.”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강준의 동료였던 데런이었다.

죽은 엘리의 시체를 안고서는 떠났던 데런이 제니퍼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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