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비밀의 열쇠
이 섬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은 테일러 뿐만이 아니었다.
강준 또한 점점 이상하믈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나 어느 순간 나타난 배낭에 그런 의심은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억의 일부가 사랒 버린 것 같다.’
강준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미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였는데 사실 이미 몇 차례 정신적으로 미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기억 속에 몇 가지가 사라져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에도 수긍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본능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느끼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자신들이 이렇게 사람을 죽이며 살아가는 생존 게임을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고 이 것을 통해 누군가가 이익을 보고 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 강준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기척을 느끼질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인간의 인식이라는 것이 싸구려 카메라만도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주변을 꼼꼼하게 뒤져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것에 더욱 더 혼란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너무나도 이상함에 강준은 오랜 시간 자신의 기억을 뒤지고 뒤져서 자신의 기억 속에 무언가 하나가 빠져 있음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정말이지 대수롭지 않은 기억의 파편이었지만 그 것이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법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국 강준은 섬을 전부 뒤져서라도 새로운 배낭이 있는지를 찾아내기로 했다.
탕!
“……?”
바로 그 순간 무척이나 오랜만에 들려오는 총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들었던 총 소리였지만 어느 순간 부터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던 소리였다.
물론 다급한 상황에 아껴두었던 총알이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연속으로 들려온 소리에 강준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탕! 타탕!
계속된 총 소리에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배낭을 찾아내었고 그 속에서 총과 총알을 다시금 입수했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었다.
“누가?”
강준은 자신의 시선을 피해서 배낭들을 가져다 놓은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헬기인가?”
강준도 군대에서 특전사로 복무를 해왔기에 몇몇 헬기들이 정말이지 소리도 없이 눈 앞에 나타나는 식은땀 나는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헬기는 굉장히 시끄러운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공격용 헬기들은 소리 없이 움직인다.
헬기 조정석의 조종수와 눈이 마주칠 때에 처음 헬기의 위치를 알 수 있기도 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강준은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역시나 풀리지 않은 의문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총소리가 들리고 난 뒤에 강준은 상당한 수의 인기척을 느껴야만 했다.
“뭐? 뭐지?”
섬이 상당히 넓은 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죽다보니 이제는 생존자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특히나 짧은 시간에 워낙에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녔던 관계로 흔적을 통해 생존자들을 추적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누구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성이 완전히 마비가 되었다고 여겼던 강준이었지만 극심한 혼란에 머리 속이 미친 듯이 회전을 하고 있었다.
“누구지? 어디서 온거야?”
강준은 처음 본 사람이 허겁지겁 섬을 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강준이라고 해서 모든 생존자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허겁지겁 겁에 잔득 질린 채로 무언가로부터 도망을 가고 있는 사람은 지금 자신과 같은 생존자는 아니었다.
탕!
그렇게 다시 들려온 총 소리.
강준의 눈이 총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하고 난 뒤에 그 곳에는 조금은 익숙한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휘익!”
강준의 입에서 강하면서도 짧은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총을 쏘던 생존자의 몸이 움찔 떨렸다.
“칫!”
그 생존자는 잔득 얼굴을 찌푸리고서는 자신에게 주는 강력한 경고의 소리에 상대가 누구인지를 대충 짐작했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에 총이 있기에 한 번 해 볼만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굳이 그런 위험부담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사냥감은 많으니까.”
사냥꾼만 남은 정글에 사냥감이 풀렸다.
생존자는 그 사실을 알았기에 위험천만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시간이 얼마 없네. 키킥! 빨리 잡아야지. 다른 놈이 잡기 전에. 하! 저건 아쉽지만. 그 놈 꺼니.”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사라져 버렸고 강준은 그런 남자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리지고 난 뒤에 한 쪽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미지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덜! 덜!
차가운 한겨울에 알몸으로 있기라도 하는 듯이 벌벌 떠는 이는 한 여성이었다.
“그녀가 아니다.”
독거미로 불리는 유일한 여자 생존자가 아니었다.
지금의 강준조차도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였으니 다른 이들도 그녀를 만나면 도망가지 바쁠 정도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무언가 약간이나마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즉시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보다 더한 독향들을 추가했으니 그녀의 거미줄에 걸리게 되면 빠져나가기가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었다.
아니 이제는 남녀로 구분을 하는 것이 무의미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생존에 있어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유리했고 남은 여성들은 대부분 남성들의 욕정의 해소 이후에 죽어 나가서는 남아 있는 여성은 없었다.
그런데 강준의 눈 앞에 잔득 겁에 질려 있는 여성이 나타나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쉬운 사냥감이었고 강준이라면 그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은 일도 아닐 터였다.
“왜? 여기 있는 거지? 어째서?”
자신처럼 잡혀 와서는 의도하지 않은 생존게임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몰랐지만 그런 생각은 강준의 머리 속에도 없었다.
단지 참기 힘든 분노만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를 뿐이었다.
그 분노의 방향이 향한 곳은 강준의 눈 앞에 보이는 이름 모를 여성이었다.
나무 밑둥 아래에서 오들오들 떨며 겁에 질려 있는 여성은 강준이 자신의 뒤에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로 자신을 쫓아오며 총을 쏘던 남자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기만을 빌고 있었다.
“읍! 읍!”
그 때문인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서는 소리를 죽이고 있었지만 다른 생존자들에게는 정말이지 한심한 행동이었다.
그 작은 소리마저도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고 있는 꼴이었다.
“…….”
강준은 그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여성의 모습에 더욱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무나도 바보같은 행동에 과연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는지.
이 지옥과도 같은 공간에서 앞으로 격을 끔직한 일들을 감당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
강준의 목소리가 컸던 것인지 덜덜 떨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여성이 겁에 잔득 질린 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있었다.
봐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인간이 가진 그 호기심에 결국 보게 되는 것처럼 그 여성은 온 몸에 분노를 가득 풍기고 있는 강준을 보았다.
“아…아!”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죽을 것이라는 직감만이 그녀를 감사고 있었다.
그만큰 눈 앞의 강준은 무서운 모습이었다.
강준 또한 차라리 지금 죽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또 겪게 될 아픔이 두려운 것인지도 몰랐다.
새로운 인연에 정을 주게 되면 분명 그 정이 떠나갈 때에 겪을 고통을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어싸.
“으윽! 큭!”
“……·.”
강준의 두 손이 어느덧 그녀의 목줄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가늘고 가는 목줄기에 거칠고 거친 강준의 손은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점점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녀는 붉어져 오는 얼굴에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