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쥐를 잡는 법
얼마 동안 잠에 빠져 들었던 것인지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너무 흘러 버려 고통 없이 폭발을 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다만 자신의 잠을 깨운 것이 나무 넝쿨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햇살임을 알고서는 지금이 낮이라는 것을 알았다.
밀러와 선혜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인지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동굴 속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강준은 밀러와 선혜의 가슴 부분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깊은 한숨과 함께 그냥 그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로 있었다.
머리 속으로는 움직여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움직여야만 할 것을 알고 있었다.
“으윽!”
강준은 선혜의 신음 소리에 한숨을 쉬고서는 결국 몸을 일으켰다.
비록 몸 상태가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밀러와 선혜 보다는 몸 상태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준은 몸을 일으켜서는 선혜와 밀러의 몸을 최대한 편하게 눕혀주고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들어온 것까지는 기억을 하지만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동굴 내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고 동굴 밖에 대해서도 그다지 아는 바가 없었다.
“…….”
선혜는 신음 소리를 내었지만 쉽게 깨어나지는 않을 듯 보였다.
독을 먹은 밀러와는 달리 선혜의 몸 상태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정신적인 데미지가 커서 신체의 상태가 최악일 뿐이었다.
그런 정신적인 충격은 어느 정도 시간이 가야만 해결 될 문제였기에 강준은 선혜를 깨우지 않았다.
“밀러. 제길! 무슨 독인지 알 수가 없어.”
그런 선혜보다 밀러의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피를 토하고 죽은 미셸처럼 밀러도 아그네스가 만든 죽을 먹은 상태였다.
다만 많은 양을 먹지 않은 것인지 죽음에 이를 정도까지는 안 온 모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 불능의 상태였다.
이런 죽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이런 행동 불능의 상태는 곧 죽은 것이나 다를 바가 없은 일이었다.
강준으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어떤 독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강준은 밀러가 중독된 독을 중화 시키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우! 감초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더운 열대 지방에서는 있지도 않을 것이고.”
강준은 독에 대한 해독 작용에 탁월한 감초를 떠올렸지만 시베리아나 중국의 북동부 및 한반도에서나 자라는 감초를 열대 지방과 같은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제길! 알고 있는 해독초라고는 민들레나 감초 그 것도 아니면 대추인데. 한냉 지방에서나 구할 수 있고.”
해독제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그나마 독에 대한 제독 작용을 하는 식물들은 존재한다.
산에서 뱀에 물렸을 때 민들레를 입으로 씹어서 상처 부위에 붙여주는 것은 대표적인 민간 요법 중에 하나였다.
물론 완전한 치료법이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독을 중화 시킬 수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기에 강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물 밖에 없는 건가?”
강준은 밀러의 독을 제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고작해야 다량의 물로 위 속에 들어간 독을 희석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
강준은 밀러를 살리기 위해 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동굴 속 내부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동굴 내부로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동굴의 밖에서 물을 찾아야 할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동굴 밖이 더 위험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당연히 동굴 내부 쪽보다는 물을 구할 확률이 더 높았다.
‘다만 지금의 내 몸 상태가….’
강준은 자신의 몸 상태로 밖을 돌아다닌다면 위급 상황에서 어찌 될지 예상을 할 수 없었다.
덜! 덜! 덜!
그리고 강준은 미쳐 못 느끼고 있었지만 강준의 신체는 겁을 집어먹고 있는 상태였다.
스스로 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강준이었지만 신체는 위험에 노출이 되지 않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런 신체의 반응에 강준의 뇌와 무의식도 밖보다는 동굴 내부를 먼저 탐사해 보자고 판단을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동굴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안 깊을 거야.”
강준은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위험한 밖보다는 안전한 동굴 내부부터 확인하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동굴 내부는 빛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어둠에 익숙해 진다고 해도 인간의 감각으로는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터였다.
결국 강준은 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에 점차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불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는 강준이었다.
다행히 동굴의 구조상으로도 연기가 밖으로 나가기 보다는 동굴의 내부로 들어갈 듯 싶었기에 강준은 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동굴 밖의 입구 부분만을 돌아다니며 불을 붙일 방법을 찾았다.
“불 붙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으니 이 정도면 됐고 횟불로 쓸 것도 이거면 되겠고.”
강준은 조금이나마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야생 열매를 얻은 것에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아쉽게도 물은 못 찾았어.’
근처에 물이 있었다면 더욱 더 좋았을 것이지만 물은 구할 수 없었다.
평소의 강준이었다면 좀 더 멀리 탐색을 해 보았을 것이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때문에 10미터만 더 가면 먹을 수 있는 식물을 보았음에도 가지 못하고서는 돌아온 강준이었다.
고작해야 동굴이 시야에 보이는 곳까지만 나갈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만큼 강준의 심리 상태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모든 위험을 헤쳐 나간다는 것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일이었다.
인간인 이상 공포에 휩싸이게 되면 평소와는 달리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법이었다.
다만 그 것을 이겨내느냐 이겨내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그릇의 크기가 결정이 되는 법이었다.
물론 그 그릇이 부서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은 비극이었다.
그렇게 강준이 동굴 밖을 탐사하고 들어왔을 때 강준은 동굴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는 흠짓 놀라야만 했다.
“아! 서…선혜! 일어났구나.”
강준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에 놀랐다가 그 것이 선혜임을 알고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강준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만약 선혜임을 알아보지 못했다면 동굴 밖으로 도망을 가 버렸을지도 몰랐다.
두근! 두근!
강준은 자신이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선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왜 이러지? 내가 왜 이러는 거야?’
강준은 자신이 왜 이리도 조심스러우면서 가슴에 커다란 돌덩어리를 올려놓고 있는 것 같은지에 대해서 의아스러웠다.
설마 그 것이 겁이라고는 아직까지는 생각지 못하고 있는 강준이었다.
아니 알았다고 하더라고 부정을 했을 것이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특수부대에서의 훈련에서도 겁을 내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강준은 그 보다 더욱 더 혹독하고 참혹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
그렇게 강준이 다가오는 것에 선혜는 멍한 눈으로 그런 강준을 바라보았다.
한 발짝! 한 발짝!
점점 가까워져 오는 강준에 선혜는 동굴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채로 강준을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올렸다.
흠짓!
말 없이 손을 드는 선혜의 행동에 강준은 몸이 움찔 떨렸다.
살기나 위험한 위기감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조심스럽기만 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닫혀버렸다.
“무…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