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쥐를 잡는 법
쥐라는 동물은 인간과 대단히 유사한 면을 보인다.
일단 인간에 대한 임상 실험을 하기 전에 의약품들의 안전성 검사 및 임상 실험의 대상이 되는 대표적인 동물이 쥐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그 쥐란 동물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번식력이 뛰어나서 세대가 빠르게 진행이 될 뿐만 아니라 크기가 작아 보관이 쉽고 연구하기에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흡사할 뿐만 아니라 인관과 비슷한 습성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인간들은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인간 또한 지구 상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짐승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쥐는 생각보다 머리가 똑똑한 동물이었다.
거기에다가 인간의 생활 반경과 쥐의 생활 반경은 대단히 밀접했다.
하지만 인간은 쥐와의 공존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상대적 강자인 인간은 쥐를 자신들의 눈 앞에서 제거하려고 했다.
당연히 쥐들은 인간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만 했고 오랜 인간과 쥐들의 전쟁은 지금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인간은 아직 쥐들을 자신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쥐를 잡는 인간의 방법 중에 대단히 재미있는 방식이 있었다.
이 방식은 단순히 쥐를 잡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들의 사회 습성에 대한 아니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에 대한 행동 변화 양식을 연구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는 법이었다.
그 무척이나 재미있는 방식은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 커다란 드럼통을 땅에 파묻어 두고 그 드럼통 안에 쥐의 먹이를 놓아줌으로 인해 시작된다.
찍찍찍!
쥐들은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시기에 드럼통 내부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있는 것에 기꺼이 먹이를 먹기 위해 드럼통 속으로 빠져든다.
툭! 툭!
그렇게 한 마리 두 마리 쥐들은 빠져 나올 수 없는 드럼통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오랜만의 포식을 즐기게 된다.
수십마리의 쥐들은 그렇게 식사를 마치게 되고 결국에는 먹이가 바닥이 나게 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드럼통의 쥐를 모두 잡아 버리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쥐를 잡으려는 이들은 굳이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찌찍!
부족해진 먹이.
아니 이제는 사라져 버린 먹이들 속에서 쥐들은 드럼통을 빠져나가려고 노력을 하지만 미끄러운 드럼 통 속에서 빠져나오기란 쥐들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쥐들은 먹이가 없는 것에 배를 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먹이를 목표로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찌찍! 찍!
극심한 배고픔에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그 결말은 두 마리의 쥐가 남을 때에야 끝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의아스럽게도 두 마리의 쥐는 서로를 잡아먹지 않은 채로 대치만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두 마리의 쥐는 서로를 향해 공격을 하지 않은 채로 배고픔을 감내하며 굶주리는 것을 선택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자! 이제 놓아 주마. 자유롭게 나가거라.”
쥐를 잡는 이들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쥐들에게 자유를 준다.
그들이 인정이 많아서도 아니고 자신들이 야기한 죄업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더욱 더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더 사악한 결말을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
찌찍!
자유롭게 풀려한 쥐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동족을 잡아먹을 필요가 없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상태였기에 먹을 것이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얼마든지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유로워진 쥐들은 더 이상 그 먹이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쥐들의 먹잇감은 오직 자신의 동족뿐이었다.
그렇게 쥐들은 쥐들에 의해 사라져가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는 결말이었지만 인간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소름이 돋을 일이었다.
생존게임 속의 인간들도 그런 쥐들처럼 쥐를 잡아들인 존재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보다는 눈 앞의 희생자들을 사냥하는 것에 열중을 하고 있었다.
“사…살려 줘요.”
“흐흐흐흐!”
차가운 칼날을 손에 쥔 채로 광기에 찬 남자는 자신에게 진 상대를 향해 칼을 찌르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죽음을 눈 앞에 둔 남자는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남자의 손목을 볼 수 있었다.
“뭐…뭐야? 이러지 마! 이러지 말라고! 이럴 필요 없잖…!”
죽음을 당할 위기에 쳐한 남자는 자신의 죽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에 극심한 저항을 하려고 했다.
푸욱!
“크윽! 큭! 으윽!”
하지만 그런 저항은 아무런 부질없는 것이었다.
날카롭고 차가운 금속이 연약한 살을 파고들어 왔고 그 차가움에 따뜻한 붉음은 차디찬 푸름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왜? 왜? 왜!”
남자는 자신의 생명이 끊어져감을 느끼면서 자신을 죽이려고 하던 이에게 외쳤다.
대답따위는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 또한 그를 죽이려고 했고 그 이유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죽어가고 있는 자신은 눈 앞의 남자와 같이 지독하지는 않았다.
“제길….”
“히히! 히히히!”
죽어가는 남자를 지켜보는 남자의 두 눈에서는 기쁨이라는 일차원적인 감정이 비쳤다.
눈 앞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이에게 원한 따위는 없었다.
아니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 처음 보는 이였다.
처음 보는 이에게서 원한 따위가 생길 리가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피를 흘린 채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심장이 완전히 멈추고 나자 광기에 찬 살인자의 손목 타이머가 반짝였다.
-168-
다른 이들에게는 별 다른 의미없는 숫자에 불과했지만 이 지옥의 섬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이 숫자는 그들에게 있어서 전부인 숫자였다.
자신이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시간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 168이라는 숫자가 마치 100이나 10과 같이 모든 것이 채워진 숫자로 여겨졌다.
그 숫자가 줄어들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것과 같은 강박관념을 느끼는 것이었다.
물론 그 시간에서 한 두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안절부절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백단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은 과도한 불안감에 휩싸이는 이들은 드물었다.
하여튼 그렇게 가득 채워진 숫자는 안도감과 함께 자신의 신체의 안전에 더욱 더 관심을 보이며 숨을 곳을 찾기 마련이었다.
“히히! 흐흐흐흐!”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숫자를 가득 채운 사냥꾼은 그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안전한 곳으로 향하는 것은 아닌 듯이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같은 모습이었다.
계속된 생존게임 속에서 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죽이고자 하는 것으로 변질이 되어가고 있었다.
“최후까지 살아남는다라.”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중년의 인상 좋아보이는 남자의 입에서 자소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들 살아남아서 자유를 얻으면 다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딱히 이제는 그러지도 않을 것 같군.”
남자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신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이런 정말이지 불경스러운 말이군. 오! 신이여. 이 어리석은 죄인을 용서하소서.”
중년 남자는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기도를 하 듯이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신이 그런 그의 용서를 받아 줄지…아니 그의 기도를 들어 주기나 할지 의문이었지만 중년 남자는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거행하듯이 기도를 했다.
중년 남자는 성직자였다.
성직자로서 살인은 씻을 수 없는 죄악이나 다를 바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서 숨을 쉬고 그리고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손에 가득 피가 묻어 있다는 것이었다.
“흐음! 기도를 했으니 죄를 용서 받았다.”
중년 남자는 심각한 듯이 기도를 하다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의 중년 남자는 미소와 함께 쥐 사냥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자신 또한 쥐라는 것을 이제는 잊어버린 채로….
[작품 후기]
죄송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연중을 했었네요.
미스터 에디터 완결 후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다시 작업에 들어가는데 이토록 힘들지 몰랐습니다.
둘째도 태어나서 뭔가 할 여유도 없었구요.
일단 매일 연재는 어려울 것 같고 일주일에 한 두편 정도 연재를 하면서 미스터 에디터 이후의 신작 작업을 해 보려고 합니다.
연중을 한 것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 드리며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