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모래알
“커억! 컥! 커윽!”
아그네스는 정말이지 죽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살고 싶어했고 그녀의 남은 삶이 살아온 삶보다는 분명 짧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삶의 욕망이 강했다.
그렇게 선혜로부터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셸의 마지막 배웅을 하고 있는 선혜를 보며 도망을 가기 위해 몸을 바둥거리며 정글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흐흐! 어딜 가려고?”
“……!”
하지만 그녀는 정글 속에서 마치 지옥의 사자와도 같은 목소리의 남자에 온 몸이 전기에 감전을 당하기라도 한 듯이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그리고 곧이어 넝쿨이 자신의 목을 감아쥐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나쁜 할망구이구만. 저렇게 예쁘고 착해 보이는 여자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니 말이야.”
“크윽! 큭!”
그녀는 남자의 목소리에 정신이 점차 아득해 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보이는 것에 덜컥 겁을 먹었다.
‘아아! 아! 아니야! 아니라고. 그…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말아요!’
그녀는 목이 졸려서 숨이 막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남편이 눈 앞에 보이는 것 때문인지 온 몸을 부들 부들 떨었다.
공포에 잔득 질린 듯한 아그네스의 얼굴표정은 점차 일그러지고 있었다.
‘아니야! 난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야. 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고! 당신도 알잖아! 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어! 당신보다 내가 사는 것이 그 것이….’
-넌 날 죽였어! 혼자 살려고 남편인 날 죽였다고. 그렇게 살고 싶었나? 그래서 저 어린 여자 아이를! 앞으로 살 날이 그렇게 많은 아이를 죽이려고 한 건가?-
그녀는 자신의 죽은 남편이 자신을 원망하는 것을 들으며 고개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저 년이 뭔데! 그리고 당신이 나한테 해 준 것이 뭔데! 웃기지마! 난 살 거야! 살거라고! 모든 년 놈들을 다 죽이고 나만 살거라고!’
그녀는 두 손을 들어올렸다.
“크르륵! 크윽!”
햇살이 나무에 가리워 져서는 희미하게 비춰 들어오고 있었다.
“꽤나 요동을 치는 군. 그냥 고통없이 죽어.”
남자는 생각보다 오래 버티는 아그네스에 두툼한 넝쿨을 쥐고 있는 두 손에 더욱 더 힘을 주었다.
그렇게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던 아그네스는 완전히 숨이 끊어져야만 했다.
“크윽! 지독한 년!”
하지만 살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었는지 하늘 위로 뻗고 있던 아그네스의 손은 여전히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아그네스를 죽인 남자는 그런 아그네스의 지독함에 치를 떨고서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미셸을 가슴에 안고 있는 선혜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다가가기 시작을 했다.
간만에 욕정을 충분히 풀 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는 것에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찰칵!
차가운 금속성 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에서는 권총의 총구가 선혜에게로 향했다.
“흐흐흐! 이 봐 여자! 이제 혼자 남은 것 같은데 엉덩이를 잘 흔들어서 날 만족시켜 준다면 살려 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남자 아니 지금까지 강준과 엘리들을 은밀하게 주시하고 있던 팔루는 지금의 상황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비록 자신들의 파티는 박살이 났지만 어차피 나중에 가서는 부서질 모래성이 될 파티였다.
다행히 작은 균열이 유리창을 산산조각 내 듯이 엘리의 파티가 부서져 버렸고 강준의 파티도 부서져 버린 상태였다.
이대로 선혜를 능욕하고 난 뒤에 강준을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을 하는 팔루였다.
“겁에 질려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건가? 흐흐흐!”
“미친 놈.”
선혜는 팔루의 듣기 거북한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욕설을 했다.
모든 것이 허탈해지는 느낌에 몸에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입 밖으로 욕설은 쉽게도 튀어나왔다.
척!
그렇게 팔루의 권총이 선혜의 뒷통수에 닿았다.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거야.”
팔루는 선혜의 어깨를 붙잡고서는 몸을 거칠게 돌려서는 선혜를 바라보았다.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의 선혜의 눈에 순간 소름이 돋았지만 미셸이 입에서 토해낸 피가 선혜의 앞가슴에 묻어 있는 것에서 묘한 성욕을 느끼는 팔루였다.
‘제길! 내가 굶기는 많이 굶은 모양이군.’
팔루는 이색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선혜를 보며 아랫도리가 묵직해 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아. 딱히 죽은 시체하고 하는 취미는 없지만 지금 견딜 수가 없거든.”
“…….”
선혜의 머리에 권총을 대고서는 선혜의 윗옷을 거칠게 찢기 시작하는 팔루였다
찌지직!
팔루의 손길에 선혜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렷지만 선혜는 자신의 머리에 겨누어진 권총 때문인지 반항을 하지는 않았다.
덥썩!
그렇게 하얗게 들어난 선혜의 젖가슴을 움켜쥔 팔루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짝!
손바닥이 뺨에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넘어져 버린 선혜를 보며 팔루는 한 손으로 그녀의 바지를 벗기기 위해서 손을 놀렸다.
“이익! 왜 이리 안 벗겨지는 거야?”
마음이 조급해서인지 선혜의 바지는 여간해서는 잘 벗겨지지 않았다.
“벗어! 당장 벗으라고! 안 벗으면 머리에 총알 구멍을 내 줄 테니까!”
결국 선혜를 위협하여 바지를 벗으라고 외치는 팔루였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바지를 벗으려고 하는 팔루였다.
피식!
그런 모습에 선혜는 피식 웃으면서 이 애처로운 인간의 흉물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범해질 위기에 처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두려움보다는 부나방처럼 욕구에 발버둥치는 인간들이 너무나도 불쌍해 보이고 안타까워 보였다.
자신의 바지를 벗은 채로 흉물스러운 물건을 꺼내놓은 팔루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선혜를 제압하고서는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선혜가 여타의 여자들보다 강인하다고는 하지만 남자의 힘을 당해내기란 어려웠다.
결국 선혜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태초의 상태로 변해 버렸고 그런 하얀 도화기 같은 그녀의 몸을 본 팔루는 낙서를 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끼면서 그녀의 몸 속으로 자신의 것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하아! 하아! 천국을 보내 주지. 저런 녀석 보다는 확실히 더 좋을 거다.”
“미친 놈.”
역시나 돌아오는 것은 욕설 뿐이었지만 팔루는 상관을 하지 않았다.
자신은 살아남은 승자였고 그 승자가 전리품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선혜의 몸 속에 자신의 몸을 넣으려는 순간 팔루는 이제는 익숙한 살기를 느끼고서는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
그리고서는 입가에 피를 흘린 채로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밀러를 보자마자 급히 몸을 옆으로 굴러야만 했다.
선혜를 인질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밀러의 눈빛에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죽이겠다는 필살의 의지를 엿본 팔루였다.
저런 자에게는 인질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만약 강준을 인질로 잡았더라면 달라졌겠지만 선혜를 인질로 잡아 봐야 지금의 밀러에게는 둘 다 사살을 당할 뿐이라는 것을 팔루는 직감했다.
탕!
밀러는 선혜를 범하려던 팔루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고서는 팔루를 향해 다가가며 연달아 총을 쏘았다.
탕! 탕!
“크윽!”
팔루는 화끈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자신의 권총을 들어서는 밀러를 향해 겨누고서는 마주 총을 쏘았지만 그 것이 맞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채로 급히 정글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위협용으로 쏘아진 총알에도 밀러는 몸을 움찔 거리지도 않은 채로 팔루를 향해 총을 쏘았다.
‘어째서? 분명 먹은 것을 봤는데!’
밀러 또한 죽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었다.
“제길!”
그제야 팔루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힐끔 본 밀러의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았기에 자신을 쫓아 오지 않음을 알고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이대로 끝내지는 않겠다. 니 놈들을 모두 죽이고서는 마지막까지 살아남겠다.’
팔루는 자신이 최후의 생존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은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아그네스를 죽이면서 자신의 시간이 다시 리셋이 되었기에 시간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