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16화 (116/161)

##116 파국으로 향하는

죽음이란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는 것이었지만 막상 그 죽음이 다가오자 다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두려움과 공포는 그 자체만으로 표현이 되기도 했지만 분노와 적개심으로 표출이 되기도 한다.

지금 강준의 파티 구성원들의 상태가 그러했다.

강준은 정글 속으로 데이브를 끌고 들어와 데이브를 달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 거 놔! 저 년을 죽여 버릴 거야!”

“데이브 조금만 진정을 해! 진정을 하란 말이야.”

어지간해서는 흥분을 잘 하지 않던 데이브가 이성을 잃은 듯이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런 데이브에 강준마저도 점차 흥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실 데이브는 젠트가 죽은 것으로 이리 이성을 잃고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준과 같이 데이브도 엘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다만 그런 충격을 해소할 길이 없던 중에 젠트의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강준과 엘리의 관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데이브로서는 자신보다 강준이 더 충격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강준에게 마냥 화를 낼 수는 없었고 그 것이 선혜에게로 쏠려 버린 것이었다.

선혜가 여자이든 뭐든 그런 것은 데이브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답답하면서도 터져 버릴 것 같은 마음을 진정시킬 희생양으로 삼기만을 원할 뿐이었다.

하지만 강준으로서는 그런 데이브를 막아야만 했다.

설사 선혜가 젠트를 죽였다고 할지라도 선혜가 죽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선혜마저 잃을 수는 없다. 아니 더 이상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

죽은 자는 되 돌아 올 수 없는 법이었다.

비록 가슴이 저리도록 아프지만 그렇다고 산 자들보다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강준이었다.

이미 이주 밖에 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몇 명의 사람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강준이었다.

정말이지 스스로에게 모멸감이 들 정도로 절망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을 살려야만 했다.

결코 일반인들로서는 이해를 할 수 없는 감정 상태였지만 그 것은 강준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재였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을 모두 살리는 것이다. 이들을 살리는 것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야.’

어설픈 영웅심이 강준의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지옥의 섬 밖에서라면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자신의 가족이나 절친한 지인들에게서나 할 생각들이 고작해야 몇 일 몇 주 밖에는 안면을 뜨지 않은 이들에게로 확장되어져 있었다.

지독한 희생정신이 지금 강준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가 하나씩 정신질환을 가지게 되었다.

오히려 멀쩡한 사람이 비정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고 오직 자신의 생각과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 하에 힘으로 그 모든 것을 관철 시키려고 했다.

“으아아아아악! 막지마! 막지 말라고! 강준! 그 년이 엘리를 죽였어! 죽였단 말이야!”

데이브는 결국 강철이 자신을 막는 것에 엘리를 죽인 것이 선혜라며 고함을 내질렀다.

데이브의 본심이 드러난 것이었다.

“흐어어엉! 불쌍한 엘리! 그녀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 그녀는 정말이지 아무런 잘못도 없단 말이야!”

데이브는 땅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절규를 했다.

데이브로서는 이 지옥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존재가 강준도 아닌 엘리였다.

비록 사랑이라는 감정까지는 아니었지만 끈끈한 유대감으로 엘리와 자신이 한 몸이라는 생각마저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데이브의 절규에 강준은 고개를 숙인 채로 데이브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내가 지켜 주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 엘리를 집에 데리고 가 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정말이지 내가 잘못했다.”

강준의 사과에 데이브는 이를 갈며 외쳤다.

“웃기지마! 니 놈이 뭘 했는데! 엘리는 널 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너를 찾는 것이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고! 그런데 왜 니 놈을 찾자 마자 엘리가 죽어야만 하는 거야!”

데이브는 납득을 할 수 없었다.

데이브도 강준을 꽤나 중요한 인물로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인물로 여기고는 있었지만 그 것은 엘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였다.

강준은 그런 데이브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로 말 없이 자신에게도 향하는 모든 비난을 받아들였다.

마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듯한 자기희생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 오직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고 내가 했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 강준의 모습에 데이브는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지금이라도 강준을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그러면 엘리가 화를 낼 것만 같았다.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하는 여자였다.’

문득 강준과 엘리가 몸을 섞으면서 땅바닥을 뒹굴 때도 느껴지지 않던 질투심이 지금 불연듯 느껴지는 데이브였다.

“후우! 후우! 엘 리가 없는 이상 나는 더 이상 이 파티에 있을 이유가 없다.”

“뭐? 안 돼! 데이브!”

강준은 데이브가 떠나겠다는 말을 하는 것에 놀라며 데이브를 막으려고 했다.

“엘리가 없는 이상 무의미해. 강준 너도 분명 뛰어난 리더이지만 엘리는 아니야. 그녀를 대체할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나는 떠난다.”

데이브는 강준의 손을 뿌리치고서는 정글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을 했다.

“아…안 돼, 데이브. 혼자는 너무 위험하다!”

강준은 혼자서 정글 속을 버티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데이브를 만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데이브를 막을 힘이 강준의 몸에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강준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히 떠오르는 것이었다.

“강준. 다음에 만날 때는 우리는 적이 될 것이다. 살고 싶다면 나를 죽여야만 할 것이다.”

살기를 풍기며 싸늘한 눈빛으로 뒤돌아 보는 데이브에 강준의 몸의 털들이 솟구치며 반응을 했지만 강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강준의 몸은 상대를 위협적인 적으로 보았지만 강준은 데이브를 적으로 여기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강준은 데이브가 떠나는 것을 그냥 지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홀로 떠나는 데이브에게 한마디의 말을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향기.”

“뭐?”데이브는 정글 숲 속으로 들어가려다가 강준이 한 말에 몸을 멈추고서는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향기를 조심해라. 엘리가 당한 건 그 향기 때문이다.”

“…….”

데이브는 강준의 말에 향기라는 말을 머리 속에 새기듯이 읍조렸다.

엘리를 죽인 존재가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이었다.

씨익!

그렇게 고개를 돌려버린 데이브의 얼굴에서는 마치 악귀의 미소같은 것이 걸렸다.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향기. 죽. 인. 다.’

데이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에 만족을 하며 엘리의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머리 속으로 가득 채웠다.

“데이브. 미안하다.”

데이브가 정글 속으로 떠나버리고 나자 강준은 데이브에게 사과를 했지만 강준은 따라 갈 수가 없었다.

아직도 강준에게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왜 인지 모르게 강준은 무척이나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워. 왜 이리 추운 거지?”

몸은 더위로 인해 땀이 끈적끈적하게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강준은 오한을 느끼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