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15화 (115/161)

##115 갈등의 폭발

“강준?”

데런이 본 반가운 손님은 다름 아닌 강준이었다.

비록 데런으로서는 얼마 같이 있지는 않았지만 강준을 몰라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강준의 품에 엘리가 잠이든 것처럼 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준의 옆에서 있던 데이브는 부들거리는 몸을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이를 악물고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강준조차 입을 다문 가운데 엘리를 안고만 있을 뿐이었다.

강준은 그렇게 모닥불이 피워 오르는 중앙에 엘리의 몸을 내려놓고서는 엘리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

창백한 피부가 모닥불의 열기에 조금 따뜻해지는 듯 싶었지만 그녀가 눈을 뜨고 일어나기에는 열기가 부족하기만 했다.

죽음과 무척이나 가까운 곳에 위치를 하고 있는 세상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동료가 죽어있는 것은 익숙해지려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데이브는 지금이라도 강준의 멱살을 붙잡고서는 엘리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행복한 듯이 미소를 짓고 있는 엘리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그런 힘이 나지 않았다.

강준의 품에서 죽었기에 저리도 행복한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행복하게 미소 짓고 있는 엘리였다.

그 누구도 엘리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오기 시작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간 곳에서 나온 사람은 선혜였다.

“어! 강준! 왔구나!”

선혜는 강준이 와 있는 것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강준에게로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함께 강준이 한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인상을 찡그리는 선혜였다.

“그 여자는 또 뭐야!”

잔득 질투가 난 선혜는 엘리의 옆에 앉아 있는 강준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강렬한 소유욕과 질투가 선혜를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앙칼진 목소리를 내며 누워 있는 엘리에게 다가간 선혜는 엘리의 발을 자신의 발로 차며 외쳤다.

“야! 넌 또 뭐하는 애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선혜야! 그만 둬!”

강준은 갑작스러운 선혜의 돌발 행동에 당황을 하고서는 선혜의 몸을 밀쳤다.

“까악!”선혜는 설마 강준이 자신의 몸을 밀어낼 줄은 몰랐다는 듯이 뒤로 넘어져서는 멍하니 강준을 바라보았다.

잔득 화가 난 듯한 강준의 모습을 본 선혜는 잠시 멍해졌다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이…이! 감…히 나를!”

또 다시 찾아온 배신감에 몸이 떨리던 선혜는 이를 갈며 강준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내 미셸의 울먹이는 말에 선혜는 놀라야만 했다.

“엘리 언니 죽었어요. 흑! 흐윽!”

“뭐?”

죽었다는 말에 선혜는 놀란 눈으로 엘리를 바라보았다.

강준의 품에서 안겨 잠이 든 것이 아니라 창백하게 죽어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아 본 것이었다.

그러면서 선혜는 다른 이들의 눈빛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에 인상을 찡그리며 외쳤다.

“몰랐어! 죽었는지 말이야! 정말 몰랐다고!”

정말이지 선혜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였다.

젠트와의 일로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은 와중이었는데 강준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고 있는 듯했다.

그녀가 비록 죽은 시체라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수 많은 살인 속에 감정이 무디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 것은 딱히 선혜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선혜도 상당히 절박한 상황이었고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강준에게 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배려를 할 여유 자체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선혜를 배려할 여유가 다른 이들에게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직 동료의 시체에 모욕을 한 자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강준은 그런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자신이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데이브의 목소리가 먼저였다.

“응? 데런. 젠트는 왜 그런 거야?”

데런의 어깨에 기대어져서는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젠트의 모습이 그제야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죽었어.”

그렇게 자신에게 시선이 가득 몰리자 데런은 젠트를 땅바닥에 가지런히 내려놓고서는 말을 했다.

“살해당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데런이 말을 하자 다들 기가 막힌다는 듯이 거듭 불행이 휘몰아쳐 오는 상황에 할 말을 잃어갔다.

“도…도대체 누구에게?”

강준은 엘리 뿐만 아니라 자신은 잘 모르는 이였지만 엘리의 동료였던 젠트까지 죽은 상황에 불길함을 느꼈다.

문언가 크게 잘못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강준의 질문에 데런은 젠트를 잠시 바라보고서는 이내 선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런 데런의 시선에 다른 이들도 선혜를 바라보기 시작을 했다.

“뭐…뭐야? 왜 나를 쳐 다 보는 건데?”

선혜는 모든 이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아지는 것에 인상을 찡그리며 화를 냈다.

마치 지금의 상황은 젠트를 자신이 죽였다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아까 전에 저 여인과 젠트씨가 싸웠어요.”

“……?”

지금까지 모임에는 속해 있었지만 별 다른 말을 해오지 않았던 노인인 아그네스가 선혜를 가리키며 말을 했다.

그녀는 선혜와 젠트가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운 것을 보았다.

“뭐야? 이 늙은 년이! 그래! 싸우긴 싸웠어! 죽인다고도 했어! 하지만 내가 죽인 건 아니란 말이야!”

선혜는 아그네스의 말에 자신이 죽인 것은 아니라고 외쳤다.

그리고 젠트와 선혜가 싸운 것은 아그네스 이외에도 데런도 본 것이었다.

“나도 저 여자와 젠트가 서로를 죽이려고 한 것을 봤어요. 그런데 어디에 갔다 온 거죠?”

데런의 말에 다들 마지막에 홀로 돌아온 선혜를 떠올렸다.

선혜로서는 억울할 상황이었지만 자신이 범인이 되기라도 한다면 곤란할 수 밖에 없었기에 적극적으로 변명을 해야만 했다.

“화장실에 갔어! 화장실에 말이야! 설마 내가 죽였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강준! 나 저 사람 죽이지 않았어! 저 놈이 날 음탕한 눈으로 봐서 버릇을 고쳐주기는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선혜는 강준을 바라보며 그렇게 고함을 질렀다.

자신은 억울하다는 외침이었지만 다른 이들의 머리 속에서는 지금의 상황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저 여자가 젠트를 죽였어.’

‘불쌍한 젠트.’

동료에 대한 유대감과 적에 대한 증오심이 이 장소를 휩쓸기 시작을 했다.

“흥! 어디서 거짓말을 하는 거야!”

특히나 데이브는 엘리의 죽음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그 화를 강준에게 풀지 못하다가 선혜에게 풀 수 있게 되자 선혜에게로 달려가서는 선혜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대로 선혜를 죽여 버리겠다는 기세였다.

“죽여버리겠어!”

“데이브! 그만 둬!”

강준은 선혜의 목을 움켜잡고서는 그대로 꺾어버릴 듯한 데이브의 행동에 놀라서는 급히 데이브에게로 달려가서는 제지를 했다.

“이 거 놔! 이거 놓으라고! 저 년 때문이야! 저 년 때문이라고!”

“데이브!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만 해! 그만 하란 말이야!”

강준은 데이브에게서 선혜를 때어놓고서는 데이브를 제지했다.

그리고서는 선혜를 바라보는 강준이었다.

“커억! 컥! 쿨럭! 가…강준. 나 아니야. 정말 아니라고.”

선혜는 강준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강준조차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무작정 선혜를 두둔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밀러. 선혜를 감시해.”

결국 강준은 선혜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리고서는 밀러에게 선혜를 감시하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데이브나 데런 그리고 다른 동료들을 납득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아울러 자신도 납득을 해야 만이 이 사태를 해결 할 수 있었다.

“강준?”

다만 선혜만이 그런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서는 멍하니 강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강준은 잔득 화가 치밀어 오른 데이브를 붙잡고서는 정글의 안 쪽으로 끌고 갔다.

그런 강준을 보며 선혜는 넋이 나간 듯이 자신의 눈가가 흐릿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강준. 나 아니야. 정말이야. 믿어 줘. 나 정말 아닌데. 정말 아니란 말이야.”

선혜는 밀러가 자신의 팔을 붙잡고서는 한 쪽 구석으로 끌고 가는 것에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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