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114화 (114/161)

##114 갈등의 폭발

선혜와 데런에게서 모멸감을 느낀 젠트는 화를 억누르기 위해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나와 정글 숲 속에서 이를 갈며 분노를 누그러뜨려야만 했다.

“으득! 건방진 새끼! 감히! 감히!”

도무지 화를 참기 어려웠지만 젠트 또한 죽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이제 조금만 더 참고 버텨내다가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붙잡기만 한다면 자신은 살아서 이 곳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참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후우! 진정하자. 진정해! 반드시 기회는 온다.”젠트는 자신에게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통해 자신에게 모멸감을 준 선혜와 데런 모두 자신의 발 아래에 짓밟혀서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젠트였다.

씨익!

그런 상상을 하자 젠트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흐흐! 엘리 그 년도 내 배 아래서 숨을 헐떡이며 기뻐 미치겠지. 흐흐흐!”

사실 젠트는 꽤나 신사적인 남자였다.

지금까지 엘리의 파티가 유지되어 왔던 배경에 젠트 또한 나름 노력이 있었다.

나이가 다른 이들보다 많다고 해서 자신의 주장을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주변의 사람들의 의견을 두루두루 존중해 주며 엘리의 조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젠트가 바뀌기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선인 이미지가 지겨워지기 시작한 젠트였다.

다른 이들과 함께 노력을 한다면 안전하게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젠트는 왠지 모르게 스스로가 무척이나 갑갑한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다고 내가 마지막에 살아남을 수는 없다.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부질없는 짓이야. 그리고 저들은 결국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인데 내가 왜 헌신을 해야 하는 것이지?’

의문은 불신을 낳는다.

결국 젠트는 주변에 있는 이들이 동료라기보다는 경쟁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 먹다가 결국에는 제거를 해 버려야 할 사냥감으로 여기기 시작을 한 것이었다.

늑대 무리에서 주변의 식량이 떨어지고 나면 결국 늑대들은 서로를 물어뜯으며 잡아먹기 시작을 한다.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젠트는 데런까지도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분명 뭔가가 있다. 그 놈의 순둥이가 나를 죽이려고 했어. 분명 그건 살기였다. 데이브나 엘리보다 더한 살기.’

젠트는 엘리나 데이브 보다 데런이 어쩌면 더욱 더 위험한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데이브에게 항상 팬이었다며 굽신거리는 데런이었지만 젠트는 자신의 머리 속에서 울리는 위험신호에 긴장을 했다.

하지만 그런 젠트의 생각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커억!”

순식간에 숨이 막히는 느낌에 자신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목을 조여 오는 무언가를 붙잡아 풀어버리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강한 힘에 그럴 수도 없었다.

뻑! 뻑!

결국 자신의 손가락으로 목을 조이는 것을 풀기 위해 자신의 목덜미를 끌어대기 시작을 했다.

주륵!

얼마나 세게 끌어대는지 목의 피부들이 손톱에 벗겨져서는 피가 흐를 정도였지만 역시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흐흐! 잘 가라고. 이 지옥에서 벗어난 걸 축하 해.”

젠트는 소름이 끼치는 그 목소리에 몸이 덜덜 떨렸다.

마치 지옥에서 온 사신의 목소리처럼 자신의 몸과 영혼을 옮아 매는 듯했다.

‘안 돼.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어.’

젠트는 결코 죽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마지막 생존자여야만 했다.

반드시 그렇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의 생각과 몸부림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다.

삐삑!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은 소음과 함께 젠트의 몸이 축 늘어져 버렸다.

완전히 숨이 끊긴 것이 확인된 젠트는 그렇게 땅바닥에 버려져야만 했다.

홀로 안전한 곳에서 벗어난 것이 문제였다.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지만 동료를 적으로 여기기 시작한 다음부터 젠트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결과일 뿐이었다.

그렇게 죽음을 당한 젠트를 슬쩍 바라본 이는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한 놈은 죽였고. 다음은 어떤 놈이 될 것인가.”

젠트를 죽인 것은 놀랍게도 벤의 파티의 생존자인 팔루였다.

강준과 악연을 이어가고 있던 팔루는 홀로 떨어져 나와서는 엘리의 파티를 노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강준을 발견한다면 곧바로 죽여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엘리의 파티를 주시하던 중 홀로 정글 속으로 들어온 젠트를 볼 수 있었고 이렇게 젠트의 목을 질긴 넝쿨로 조여 버린 것이었다.

“기회는 오기 마련이야. 단 그 기회를 붙잡지 못한다면 곧 위기가 되어 버리는 법이지.”

팔루는 기회와 위기란 결국 하나라는 것을 말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 서기 시작을 했다.

적을 한 명 제거했다는 기쁜 마음에 날 뛰다가는 자신이 잡아먹힐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다시 기회를 포착해야만 했다.

그렇게 팔루는 마치 거미지옥처럼 먹잇감을 기다리며 숨어들어갔고 젠트는 그 거미지옥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겨져서는 버려진 것처럼 땅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고온 다습한 주변에 썩어가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런 젠트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

그는 젠트가 죽어 있는 모습과 목에 난 상처들을 확인하고서는 피식 웃었다.

“젠트 아저씨. 그렇게 살려고 바둥거리신 것 같은데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뭐 나중에 제가 그 복수는 해 드리도록 하지요. 한 때는 동료였으니 말입니다.”죽어 있는 젠트를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데런이었다.

데런은 어디엔가 숨어 있을 데런을 죽인 존재를 찾으려는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피식 웃고서는 젠트의 몸을 끌고서는 보금자리로 향했다.

“역시 만만치 않은 놈이다.”

그런 데런을 숨어서 지켜보던 팔루는 잔득 긴장을 한 채로 점점 멀어져 가는 데런을 바라보았다.

방금 자신이 느낀 살기는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팔루 또한 마피아로 살아오면서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마냥 여길 정도로 험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살기보다 더한 존재에 온 몸이 덜덜 떨려올 지경이었다.

보기에는 무척이나 평범해 보이고 보잘 것이 없어 보였지만 데런이 살기를 뿜어내는 것에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이 오싹오싹해 지고 있었다.

결국 땅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덜덜 떨리는 손을 바라보는 팔루는 반드시 데런을 죽여야만 한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익!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반드시.”

자신이 본 존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감히 자신을 공포에 떨게 만들 것이 용서치 못할 뿐이었다.

그렇게 데런을 죽여버리겠다는 결심을 한 팔루는 식식 거리다가 우연찮게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물건을 보고서는 잠시 멍해졌다가 미소를 지었다.

“빙고!”

팔루는 오랜만에 발견한 전투 배낭을 보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는 그 배낭에 들어 있는 무기에 잠시 놀랐다가 만족스러운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큭큭! 아주 좋아. 크크큭! 다 죽여 주마.”

팔루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무기를 보며 더 이상 자신을 막을 존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팔루를 뒤로 하고서는 죽어 있는 젠트의 시체를 끌고서 보금자리에 돌아온 데런은 반가운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반가운 손님에게서는 그리 반가운 기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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